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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20년처럼 사랑한다면 (오락성 6 작품성 5)
원 데이 | 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때는 1988년, 대학교 졸업식 날 처음 얘기를 나눈 엠마(앤 해서웨이)와 덱스터(짐 스터게스)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매번 전화와 편지로 덱스터와 우정을 쌓아가던 엠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사랑하게 된다. 반면 덱스터는 엠마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심야 TV쇼 진행자로 명성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덱스터는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다. 엠마는 그런 그를 감싸주려 하지만 본이 아니게 싸우고 만다. 이후 연락도 기피하게 되면서 사이가 점점 멀어진다. 엠마는 대학 동창 결혼식에서 우연히 덱스터를 만나고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원 데이>는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출발한 두 주인공이 결국 사랑에 골인하다는 내용이다. 여타 멜로 영화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지만 그 과정을 보여주는 형식 자체는 차별성이 돋보인다. 영화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 동안 7월 15일에 조우하는 엠마와 덱스터의 모습만을 담는다. 매년 같은 날에 만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이들은 매회 이어질 듯 말 듯 하다가 아쉽게 끝나는 드라마의 연인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론 쉐르픽 감독은 동명소설의 장점이었던 이 구조를 고스란히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폭제로 쓴다. 각본을 맡은 원작자 데이빗 니콜스는 긴 시간동안 엇갈리는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흡입력 있게 표현하는 데 일조한다.

캐릭터로만 바라 봤을 때, 돈 많고 여자 좋아하는 덱스터와 그의 마음을 얻으려는 엠마는 진부한 편이다. 멜로적 감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삽입된 의도된 장면들 또한 캐릭터를 평범하게 만든다. 이런 단점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짐 스터게스는 자칫 민폐남으로 보일 수 있는 덱스터를 모성본능이 느껴지는 남자로, 앤 해세워이는 수다스럽고 자존심 강한 엠마를 귀여운 매력이 넘치는 여자로 캐릭터화한다. 둘의 호흡은 사랑의 화학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이블데드 3 : 암흑의 군단> 개봉과 MTV 스타일의 쇼 프로그램 등 1990년대 문화가 삽입되면서 영화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변모하는 두 배우의 패션도 눈길을 끈다. 올해 1990년대 감성코드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앤 헤서웨이의 백만불 짜리 미소
-연인들의 연말 대비 멜로 영화
-바람둥이 덱스터 같은 남자 한 트럭 줘도 싫어
- 추운 겨울 솔로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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