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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그리고 상호이해 (오락성 7 작품성 7)
웜 바디스 | 2013년 3월 16일 토요일 | 최승우 이메일

R(니콜라스 홀트)은 이름도, 나이도,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다. 폐허가 된 공항에서 다른 좀비들과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던 R은 우연히 인간 소녀 줄리(테레사 팔머)와 마주친다. R은 자기도 모르게 줄리에게 끌리게 되고, 좀비들 사이에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줄리 역시 좀비를 죽이려는 인간들로부터 R을 지켜주고, 둘의 사랑은 암울한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웜 바디스>는 아이작 마리온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올라온 <사랑에 빠진 좀비>라는 7페이지짜리 온라인 소설이었는데,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웜 바디스>라는 제목으로 정식으로 출간됐다. 좀비 스스로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 그리고 인간의 뇌를 먹으면 그 인간의 생전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좀비물과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점이 좀비물이라는 장르 뒤틀기의 의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의 말대로 좀비를 문학적인 소재로 활용한 결과에 가깝다.

스타일과 설정 면에서 볼 때 이 영화에서 기존의 작품, 혹은 다른 장르영화의 흔적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몬스터 남자와 인간 여자의 페어라는 설정에서 <트와일라잇>이 겹쳐지는 건 퍽 자연스러울 터다. 더 크게 보면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에 속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것이다. ‘R’과 ‘줄리’라는 이름부터가 작가의 위트 있는 패러디로 보인다. 줄리를 찾아간 R이 2층 발코니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는 장면에서 이런 기시감은 확신이 된다. 상대적으로 과감한 추측이지만, 창백하고 흉터가 있는 R의 얼굴, 어눌한 몸짓과 말투는 <가위손>의 에드워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영화 곳곳에 짙게 깔려 있는 아날로그의 향취다. 로이 오비슨, 건스앤로지스, 블랙 키스, 스콜피온스 등 21세기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한참 먼 노래들이 시종일관 귀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이런 음악들은 다소 밋밋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스토리에 속도감과 리듬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닐 레코드, 스노우볼, 폴라로이드 등 시대착오적인 소품들의 등장에 이르러서는 <웜 바디스>가 어떤 노스탤지어를 가진 영화인지가 분명해진다. 왜 LP를 듣느냐는 줄리의 질문에 R은 “소리가 살아있어서”라고 대답한다. 폴라로이드로 R의 사진을 찍으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소중한 것이 곧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줄리의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웜 바디스>는 미국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의 전형적인 틀을 답습하는 듯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크고 포괄적인 주제를 관통한다. 사실 이 영화의 좀비란 소통이 사라지고 인성이 말살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은유라고 봐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만드는 건 사랑과 소통과 상호이해라는 것,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개인의 소소한 관계와 선의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웜 바디스>는 그런 보편적인 테마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영화다.

2013년 3월 16일 토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어쩌면 남녀노소가 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좀비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올드 팝 마니아들을 반색하게 만드는 음악의 향연
-결국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가끔 불필요한 유머가 몰입을 해치는 게 아쉽다.
-다 아시겠지만 피와 살이 날리는 좀비영화 아닙니다.
4 )
spitzbz
10대 초중반 여학생들에게 강추~!!   
2013-03-21 23:28
luckman7
기발한 발상이 만들어낸 코믹 잔혹물 아니 코믹 로맨스물.
좀비가 만들어 내는 로맨스도 참 아름답고 사랑스럽네요.
여자분들이 보셔야 할 듯... 강추합니다   
2013-03-19 23:55
antiruinus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코믹요소와 전체 내용 다 좋았어요.
하지만 후반부 인간과 좀비의 관계진전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느낌이네요,
주제는 좋았으나 약간 무리한 느낌;;
그래도 편하게 보기엔 정말 재밌었어요!!   
2013-03-17 15:56
elitelucky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보다 훨씬 좋았는데.. 마지막에 끝날 때 뭔가 인류애적인 감동도 느낄 수 있었음...ㅠㅠ 기대한 것보다 더 재밌었던 영화!!   
2013-03-1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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