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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주크박스 음악영화다운 (오락성 6 작품성 6)
피치 퍼펙트 |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 양현주 이메일

불협화음이 하나가 되는 걸 지켜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워터 보이즈>의 혈기 왕성한 소년들이 물속에서 동작을 맞추고 <스윙 걸즈>의 왈가닥 소녀들이 악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던 장면들을 떠올려보자. 쓰러져가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춤을 추던 <훌라걸스>도 <풀 몬티>도 있다. 이 안전한 드라마의 계보를 <피치 퍼펙트> 또한 이어가려 한다. 다만 영화의 태도는 적당주의에 빠져있다. 승부를 놓고 열을 올리기보다는 즐기라는 아카펠라 무대 위의 법칙을 영화 또한 계승한 것 같다.

핑크빛 대학 생활 따위는 꿈꾸지 않는 소녀 베카(안나 켄드릭)가 있다. 지루한 대학생활은 접고 LA에서 디제이로 성공하고 싶은 딸에게 아버지는 일갈한다. "그건 취미생활이지, 직업이 아니다." 일 년만 눈 딱 감고 지내면 군말 않고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겠다는 확답을 받고 베카는 무늬만 대학생에서 제대로 된 새내기로 거듭난다. 이유야 어떻든 아카펠라 동아리도 들었고 우연찮게 만난 소년 제시(스카이라 애스틴)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시간을 보내며, 지역방송 라디오 인턴으로 꿈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등 떠밀려 들어간 아카펠라가 재미있어진다. 홀로 디제잉 편곡하는 게 제일 근사할 줄 알았는데, 함께 목소리 높여 화음을 쌓아 부르는 노래가 즐겁다. 드디어 지역 예선 당일, 이기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 베카는 사전에 없던 멜로디로 노래를 하면서 팀의 균형이 깨진다.

여성 아카펠라팀 벨라스는 전통을 중시하는 동아리다. 똑같은 선곡 패턴과 안무, 유니폼까지, Ace Of Base의 90년대 히트곡 ‘The Sign’만을 고집하는 벨라스의 무대에서 심사위원도 관객도 하품을 연발한다. 반면 같은 대학 남성팀 트러블 메이커는 승승장구한다. 벨라스는 지난해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전의를 다지지만 팀 구성도 쉽지 않다. 그래서 모인 면면부터 전통을 거스른다. 스튜어디스 유니폼이 어울렸던 금발 미녀 계보를 포기하고 다양한 군상들이 뭉쳤다. 개성 강한 오합지졸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쌓아가는 과정은 성장 드라마의 기본이다. 비록 시작은 난장판이었으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온갖 총체적 상황들이 그대로 드라마가 되고,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묘미가 된다. 영화는 놀랍도록 엉망인 개인이 어떻게 성장해왔나는 슬쩍 넘어가고 오직 주인공의 심경에 집중하면서 성장의 재미를 놓친다. 세세한 디테일을 과감히 뛰어넘는 대신 무대를 위한 갈등을 배치하고 무대에서 해결한다.

경연 대회 우승 트로피가 당장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청춘들에게 주름진 일상 따윈 없다. 꿈을 반대하는 부모 정도가 걸림돌이 될까. <피치 퍼펙트>는 뮤지컬이 아님에도 줄거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분명 뮤지컬영화가 아니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음악을 위해 이야기를 이어붙인 듯한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마치 <스텝업> 시리즈가 현란한 춤을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가 존재했듯, <피치 퍼펙트> 또한 아카펠라팀의 성장을 위해 갈등이 삽입되는 식이다. 이 부분에서는 미드 ‘글리’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대학교 캠퍼스라는 공간, 동아리, 볼거리와 음악, 청춘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브링 잇 온>의 소재를 아카펠라로 전환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유쾌하고 신나는 엔터테인먼트 <브링 잇 온>에는 미치지 못한다.

안나 켄드릭은 뮤지컬 배우 출신답게 출연하는 영화마다 노래를 부르더니(<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제외) 결국 제대로 노래하는 영화를 만난다. 그는 <트와일라잇>에서 벨라의 친구로 얼굴을 알린 이후 <인 디 에어> <50/50> <엔드 오브 왓치> 등을 통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할리우드 신성이다. <피치 퍼펙트>에서는 청춘영화 단골 캐릭터인 괴짜 구석이 있는 아웃사이더로 주역을 꿰찬다. 아직 소비되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와 노래 실력으로 영화를 안전하게 이끌어간다. 감독 제이슨 무어는 ‘도슨의 청춘일기’ ‘원 트리 힐’ 등 TV 시리즈 출신다운 안정지향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아카펠라를 두고 록 콘서트 속 폭발하는 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딱 대학생 경연대회 수준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켈리 클락슨의 ‘Since U Been Gone'부터 브루노 마스의 'Just the Way You Are', 제시 제이의 'Price Tag' 등 싱얼롱이 가능한 익숙한 노래를 듣는데 의의를 둔다면 큰 불만은 없겠다. 적당히 즐겁고 유쾌하다.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주크박스 음악 코미디 <글리>의 대딩 버전.
-추억의 팝과 히트곡을 섞은 매시업.
-미국청춘영화 속 괴짜는 왜 다 뚱보거나 동양인일까?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존 마이클 히긴스의 등장은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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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tzbz
방금 조조영화보고 왔습니다.. 관객은 나혼자 단1명.. 물론 오늘개봉에다 평일조조이고 지역극장이라..
어~ 메어리칸 팝과 춤.. 하이틴무비.. 그리고 코믹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영화네요
이런 영화만 개봉한다면 열번에 열번다 보러갈거같네요
모든 삽입곡이 다 좋아하는곡이고 익숙한데... 마지막 결승에서의 마지막곡만 모르겠다는 아이러니함..^^
진짜 강추강추 입니다.. 단, 케이팝 빠돌빠순에게 비추... 아이 헤이트 케이팝...   
2013-03-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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