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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뺏긴 영화감독의 몸부림 (오락성 5 작품성 8)
택시 | 2015년 11월 3일 화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감독: 자파르 파나히
배우: 자파르 파나히, 나스린 소투데, 하나 사에이디 외 다수
장르: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82분
개봉: 11월 5일

시놉시스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은 이슬람 원리주의가 득세했다. 이슬람율법에 따라 모든 게 지배돼야 한다는 명목 하에 표현의 자유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자파르 파나히는 20년간 영화제작 활동 금지, 해외 출국 금지 선고를 받은 영화감독이다. 영화를 찍어도 필름 현상소가 거부하고 택시로 승객들을 촬영하면 승객들이 위험해지는 환경 속에서, 그는 자신과 배우를 택시 운전기사와 승객으로 위장해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다. 사형제도 존폐론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는 노상강도와 여교사, 서구와 아시아 영화의 DVD를 불법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불법 판매원, 이슬람 율법에 맞게 영화를 제작해 배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어린 여조카, 정오에 알리의 샘으로 가 물고기를 놓아줘야 한다는 할머니들, 운동 경기를 관람하려다 체포 당한 이란 여성을 변호하는 인권 변호사 등이 차례로 택시 승객으로 등장한다.

간단평

예로부터 독재자는 민중의 ‘말’을 빼앗아 지배했다. 말이 글을 낳고 글이 생각을 낳기 때문이다. 말과 글을 뺏긴 민중은 곧 얼조차 잃어 독재자가 원하는 대로 사고했다. 영화 <택시>는 말과 글, 더 나아가 생각을 뺏기지 않으려는 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헌신의 노력으로 길어 올린 작품이다. 현재 이란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 의해 사실상 독재가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법조인, 언론인, 영화인들 모두 목소리를 낼 권리를 박탈당했다. 자파르 파나히 역시 그들 중 하나로, 그는 6년의 징역과 20년 동안 영화제작 활동 금지, 해외 출국 및 언론 인터뷰 금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말을 뺏기지 않았다. 본인은 택시 기사로, 배우는 승객으로 위장하고 카메라는 택시 앞 거울에 숨겨 다큐멘터리 형식의 픽션 영화를 완성해낸 것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시도는 성공적이다. 택시를 이용한 로드 무비 형식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풍경을 자연스레 담아낸다. 또한 다양한 승객을 통해 이란의 여성문제, 장애인 문제, 표현의 자유 문제, 빈곤과 사형제도의 딜레마, 인권 억압 등을 한데 아울러 조명한다. 바로 여기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20년 연륜이 빛을 발한다. 이란의 현실을 고발하지만 감독의 직접적인 개입은 적고 위의 문제들은 플롯 안에서 부드럽게 맞물려 교차된다. 특히 결말에서 인권 변호사가 준 한 송이의 장미는 스크린 하단부에 위치해 영화에 대한 감독 자신의 애정, 권리에 대한 희구 등을 은유한다. 정부가 보낸 이들에 의해 메모리칩을 뺏겨 암전된 화면은 픽션과 현실의 균형을 맞춰 여운을 남긴다. 물론 상업영화의 빠른 장면 전환이나 세련된 컷 등은 없다. 오직 배우의 입과 가끔 있는 앵글 전환뿐이다. 카메라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들키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필름은 사전에 협의된 해외 영화인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한국의 과거가 된 독재의 그림자는 이란의 현재이다. 그러나 그 과거가 오늘 한국 사회에 아른거리기에 <택시>의 울림은 크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이다.

2015년 11월 3일 화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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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 중이신 분.
-이란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
-메시지보단 영화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분.
-오락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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