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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오락성 5 작품성 7)
태양 아래 |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지혜 기자]
감독: 비탈리 만스키
배우: 미상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90 분
개봉: 4월 27일

시놉시스

진미는 완벽한 소녀다. 예쁜 얼굴, 똑 부러지는 말솜씨, 영특한 두뇌에 뛰어난 운동신경까지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다. 그녀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봉제 공장 기술자에 두유 공장 노동자인 엄마는 평양의 최고급 아파트에 산다. 완벽한 가족의 완벽한 화목함. 여기엔 울음, 불화, 반항같이 인간적인 결핍이 완벽하게 빠져있다. 비단 진미 뿐만이 아니다. 진미의 친구, 부모의 동료까지 모두가 완벽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어딘지 이상하다. 처음 진미를 만났을 때 진미는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 노동자라 말했었다. 또한 그녀는 대형 아파트에서 살지 않았다. 떡과 고기가 가득한 밥상과는 달리 부엌에는 흔한 식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촬영 첫날부터 검은 옷을 입은 북한 당국의 사람들이 제작진을 따라 다니며 진미와 그 가족들에게 모든 일상을 지시한다.

간단평

아이는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못했다. 아이답게 소리를 내서 우는 법을 애초에 모르는 듯 했다. 러시아의 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1년 동안 담은 북한의 모습이다. 소련 통치기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억압받으며 자랐다. 이후 공산주의 사회와 자유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게 된 감독은 쿠바에서 <머덜랜드 오어 데스>를 찍게 된다. <태양 아래>는 감독의 과거가 추동해 촬영하게 된 작품인 셈이다. 북한이 러시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비교적 쉽게 당국의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감독은 촬영 첫날부터 황당한 일을 겪는다. 오디션으로 선발한 8살 소녀 ‘진미’의 부모는 원래 기자와 식당 노동자이지만 하루 아침에 봉제공장 기술자, 두유 공장 노동자로 둔갑된 까닭이다. 게다가 촬영 첫날부터 북한 당국에서 보낸 자들이 제작진을 따라 다니며 진미와 그 부모에게 마치 감독인 양 지시를 내린다. 이에 따라 “김치를 많이 먹어라, 하루에 김치 200g, 김치국물 70ml만 먹으면 하루치 비타민의 반은 다 채워진 셈이야”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이들 가족의 모습은 차라리 괴기스럽다. 그 완벽한 질서정연함이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완벽한 죄악이란 걸 인식하지 못하는 북한 당국의 모습에서는 아연해진다. 이처럼 완벽히 통제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 했던 감독은 완벽한 가족의 일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진미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여기에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한 자막을 삽입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감독은 진미에게 묻는다. 앞으로 기대되는 좋은 일이 뭐냐고. 그러나 진미는 이에 답하지 못한다. 이전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는 말에도 진미는 답하지 못한다. 오직, 떠오르는 시가 뭐냐는 물음에 “김일성 대원수가 나를 세워 주시고 김정일 대원수가 나를 빛내주시며 김정은 원수가 나를 이끌어 주시니……”를 똑 부러지게 읊으며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 <태양 아래>는 기존의 북한 다큐멘터리처럼 피 흐르는 비극을 보여주는 대신, 완벽을 연기하는 결핍된 인간의 비극을 성찰적으로 조명한다.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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