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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고 통렬한 시간 (오락성 6 작품성 9)
군다 |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배우: 군다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93분
개봉: 7월 14일

간단평

돼지 한 마리(군다)가 입구에 머리를 내놓은 채 누워 있다. 큰 움직임 없이 작게 소리내는 녀석, 잠을 자는 걸까. 군다의 머리맡을 거쳐 힘겹게 밖으로 나온 작은 새끼들을 보고서야 출산 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큐멘터리 <군다>는 노르웨이 어느 농장에 있는 돼지 ‘군다’와 그 열 마리 남짓한 새끼들(움직임이 잦은 탓에 그 수를 세다가 헷갈리게 된다), 한 무리의 소 그리고 한 쪽 발이 없는 닭의 일상을 포착한다.

형제들과 아웅다웅하며 엄마를 쫓아다니는 새끼 돼지들, 가끔 새끼들을 피해 진흙에 몸을 묻고 휴식을 취하는 군다, 무섭게 달라붙는 쇠파리들을 꼬리를 채찍 삼아 서로 떼어주는 소들, 그리고 철장 밖으로 나와 거니는 닭 등 흑백으로 담아낸 93분의 영상에는 그 흔한 내레이션도 자막도 해석도, 인간도 없다. 오롯하게 농장에 있는 동물만을 담았다. 새끼 돼지들이 점차 포동포동하게 커가는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뿐이다.

영화는 또한 음악과 인위적인 사운드 역시 배제한다. 소, 돼지, 닭, 쇠파리 떼의 울음소리와 풀과 바람의 소리, 그리고 가끔 들리는 기계 소리만으로 사운드를 채웠다. 전원생활의 그림 같은 예쁜 풍경도 아니고, 귀여운 동물과 인간과의 어떤 교감도 없다. <군다>는 단지 보여줄 뿐이다. 식용으로 키워지는 가축의 짧은 생명을, 본능에 충실한 그 삶을. 동물보호와 채식주의를 설파하지는 않지만, 새끼들에게 물려 늘어질 대로 늘어진 젖을 지닌 군다가 사라진 새끼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마지막 모습은 그 어떤 설득보다도 통렬하다.

육식을 고수하는 입장에서 어설픈 죄책감과 싸구려 감상에 사로잡히는 것조차 미안하게 만드는 <군다>다. 제31회 스톡홀름영화제(2020)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다수의 자연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은 섭외를 시작한 첫날에 운이 좋게도 노르웨이의 한 농장에서 ‘군다’를 만났다고, 또 “주인공의 외형보다는 그 안의 영혼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흑백으로 찍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호아킨 피닉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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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환경, 동물보호, 채식 등에 관심 많은 분이라면 + 끔찍한 장면이 있는 건 아닐지 우려했다면
-흑백으로 포착한 생명의 한가운데, 후반부로 갈수록 눈을 뗄 수 없을 것
-돼지, 소, 닭의 일상을 보고 있기에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심적으로 여유 없는 순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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