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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기억하는 그대의 이름
루키 | 2002년 9월 25일 수요일 | 이메일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3가지를 꼽으라면 헐리우드와 섹스, 그리고 야구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내가 없으면 살아도 야구가 없으면 못산다는 그들에게 ‘루키(Rookie)’라는 이름은 단순히 풋내기 신인선수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을 상징한다. 우리의 슈퍼루키 박찬호가 마침내 타국땅의 마운드에 섰을 때 느꼈던 그 감격을 기억해보라. 그 열광은 어쩌면 우리들 역시 다시 한번 꿈을 위해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에 대한 환호일지도 모른다. <루키>는 바로 꿈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영화이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어깨 부상으로 그토록 꿈꾸던 야구 선수로서의 미래를 포기한 채 텍사스의 고등학교 화학선생님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짐 모리스(데니스 퀘이드). 그러나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짐은 코치를 맡고 있는 학교 야구부가 상대팀에 대패하자 스스로의 능력을 믿지 않고 포기해버린 야구부 아이들과 꿈과 믿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평소 짐이 야구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역예선에 나가면 짐도 한번 더 메이저리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안한다. 그들의 약속은 지역예선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루어 내고, 짐은 마흔 살의 나이로 마이너리그 선수선발 테스트에 참가하게 된다.

<루키>는 한 인간의 좌절,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등, 재기와 성공을 순차적으로 밟아나가는 정형적인 스포츠 드라마이다. 그러나, 이런 틀만을 보고 <루키>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면 그것은 이 영화가 가진 진정한 힘을 아직 모르기 때문. 언뜻 보면 진부하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실성과 이야기 곳곳에 채워진 재미들은 관중(!)들을 거듭 만족시키고, 카메라 너머의 ‘루키’가 이국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다가오게 하는 힘을 발휘해 영화는 담백하지만, 결코 싱겁지 않은 고품격의 미각을 자랑한다.

데니스 퀘이드를 비롯하여 톱스타이기보다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캐스팅 역시 적중했다. 스타가 아니라 영화의 진실성에 주목하게 한 연출은 감동이 관객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게 했다. 그뿐인가. 감독은 <루키>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창을 열어두고,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살아온 ‘아버지’라는 인물을 바라본다. 자신이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짐과 꿈을 이룬 아들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아버지, 이 부자의 해묵은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은 담담하지만 짙은 호소력을 바탕으로 하기에 진부하지 않다. 거칠고 황량한 텍사스는 이렇게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외로운 인물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주는 희망의 장소가 되어준다.

그렇다고 <루키>가 종일 진지한 감동의 무게로 관객들을 엄숙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쾌한 컨츄리송과 블루스락이 귀를 자극하고, 야구부원들이 지역 예선을 위해 하나 하나 경기를 치러갈 때 가슴을 채우는 청량감은 실제 야구장에서의 쾌감이 따로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만루홈런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주자가 홈인을 하기 위해 슬라이딩하면, 어느새 야구장의 관중석에서 소리를 지르며 열광하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뛰어난 선곡력을 직감하게 하는 Steve Earle의 “Some Dreams”와 경쾌한 기타 반주가 돋보이는 John Fogerty의 “Blue Moon Night” 역시 너무나도 영화와 잘 어울리는 노래. 잔잔한 감동과 쾌활한 재미, 즐거운 노래까지 삼박자가 완벽하다.

마운드의 열기와 메이저리그의 짜릿함을 그대로 재현하는 <루키>는 가족과 함께 부모님과 함께 친구들 혹은 연인과 함께 보기에도 손색이 없는 영화이다. 야구팬이라면? 두번 말 할 것도 없다. 근래에 나온 야구 영화 중 최고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2 )
ejin4rang
루키한 영화   
2008-10-16 15:47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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