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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도(得道)의 길은 멀고도 험한 법
유아독존 | 2002년 11월 5일 화요일 | 서대원 이메일

드디어, 한국영화 중원에 또 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관람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할 영화 한편이 대지의 기운을 뒤흔들며 출현하였으니, 그의 존함은 유!아!독!존!

<유아독존>은 시정잡배만이 무림에 난무하여, 세상을 뒤로 한 채, 묵묵히 속세를 떠나 ‘비룡체육관’이라는 문파를 만들어 후계자 양성에 들어간 세 대인들의 일상적 자태를 담아내며 영화의 포문을 연다. 잠시 이들을 소개해 올린다면, 전직 짱개 배달원 만수(박상면), 전직 경찰이었던 풍호(이원종), 그리고 말은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지만 개싸움에 더 일가견이 있는 재섭(안재모). 그렇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사(小事)와는 연을 끊은 채, 대승적 명분에 따라 거사(巨事)를 꾀하고자 모였다. 허나 친한 놈들끼리 모여 무언가를 작당해 일을 벌이면 그르치기 십상인 것이 한국인의 습성이기에, 그들 역시 별반 되는 일은 없는 듯하다.

이들은 ‘나도 때릴 수 있다, 너도 맞을 수 있다’라는 매우 솔직담백한 전단문구를 벽에 도배질하며 강호의 협객으로 나아갈 꿈나무 인재를 끌어 모은다. 결과는 딸랑 세 명, 역시나 그러했다. 허나, 소문난 잔치 집에 먹을 것 없고, 풍모만 수려한 놈, 내실은 꽝인 법. 고로, 이들 세 명의 대인들은 나름대로 일당백이요, 욱일승천할 수 있는 비기를, 꺼내기조차 힘든,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무림 최고수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공사다망하지 않음에도 하릴없이 바쁜 척하는 이들 앞에 범상치 않은 일이 칼바람을 일으키며 야심한 밤에 일어난다. 기구한 운명의 아기공주가, 대의를 거스르며 왕권 찬탈에 여념이 없는 한 조폭 사파에 의해 우연찮게, 드넓은 중원에서도 얼빵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만수에게 맡겨지게 된다. 결국, 자신의 의지와는 하등 관계없이 얼떨결에 한 아기의 보호자가 돼 버린 이 세 명의 대인들은 좌충우돌하며 그 아기공주를 애틋하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키우게 된다.

그러나, 공이 열한 개나 달린 수백억 대의 재산권을 보유한 아기를 조폭들이 가만 놔둘 리는 만무한 법. 오합지졸 조폭들은 아기를 빼내기 위해 온갖 유치한 술수들을 동원해 비룡체육관을 습격하고, 이에 맞서 세 명의 노총각 대인들은 예의 끈끈하고 절절한 아기사랑으로 사기가 충천돼 조폭들과 합을 겨룬다는 것이 이 영화의 골격이다.

<유아독존>에서 막내 역으로 분하여 연기하고 있는 재섭 안재모는 ‘야인 시대’의 김두한같이 눈과 어깨에 잔득 힘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양아스러운 모습으로 중원에 등장해 또 다른 면모를 과시한다. 더불어 또 ‘야인시대’에서 마적으로 등장하는 이원종은 우람한 풍채에도 불구하고 제비처럼 날렵한 초식을 선보임으로써 영화에 묵직한 활기를 더해 주고 있다.

여기까지 보자면 <유아독존>은, 기존의 조폭 영화들과는 사뭇 달라 보일 뿐만 아니라, 뭔가 뭉클한 감정의 파도 또한 넘실대지 않을까 하는 상당한 흡족함마저 들기까지 한다. 그렇다, 영화를 통해 만족감과 포만감을 느낄 관객들, 분명 존재하긴 할 거다. 허나 어느 정도는 약간의 기대감을 퍼내고 가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성 싶다. 영화는 아기를 끌어들여 뭔가 차별력 있는 내러티브와 콘셉을 견지해 이 땅의 민초들에게 흩뿌리고자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리 향기롭지 못한 냄새와 형상 또한 같이 대동되어 패키지로 있음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 순간 길을 잘못 들어, <유아독존>는 ‘무술사범들의 육아일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스스로 파묻는 우를 범한다.

올망졸망 예쁘기 한이 없는 아기의 존재는 유명무실하게 되고, 단지, 조폭과 세 명의 고수들의 지리멸렬한 난투극만이 시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코믹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구축에서는 이원종과 안재모가 여물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는 도달했더랬다. 그 외 박상면과 조폭 두목인 이재용(야인 시대의 미와 경감)의 인물묘사는 나쁘게 바라보면 밋밋하기 그지없는 늘상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이고, 좋게 보자면 자신들의 특허 메이커를 <유아독존>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면과 장면의 개연성은 서로 지 잘난 듯 따로 놀고 있긴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어긋남은 의외의 웃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많은 웃음을 던져 주고자 조연들과 단역들을 일사불란하게 영화는 활용했다. 그 마음 가상타만, 좀 흘러넘쳐 오바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유아독존>이 나름대로 그려내고자 했던 의도는 퍽이나 호감가고 그럴싸한 그것 이상이었다. 허나, 기대치에 이르기에는 눈에 보이는 허점이 적잖게 있어 목표점까진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노고와 성실함을 폄하 하고 싶은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하지만 영화가 근로자 인성테스트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영화는 홍보로써 보도 자료로써 승부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여 지는 영상으로써 판단되고 결정 나는 것이다. 분명, <유아독존>은 시간에 쫓겨 기획되었거나, 아님 영화 외적인 문제로 인하여 뜻하지 않은 장애물에 봉착돼 연출된 작품이라 헤아려 진다. 어찌 되었든,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은 무언가를 길어 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잃어버리는 것도 있을 것이다.

3 )
ejin4rang
좋은글 감사합니다   
2008-10-16 15:37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1
js7keien
세남자와 아기바구니의 퇴행   
2006-10-0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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