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발칙한 남녀상열지사의 청춘판
색즉시공 | 2002년 12월 12일 목요일 | 서대원 이메일

<두사부일체>의 정준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느지막한 나이에 임창정으로 분해 대학교에 들어갔다. 대신 개과천선해 고시공부에 매진하고, 쌈박질은 차력으로 승화시키고, 형님에 대한 깍듯함은 아리따운 여인에 대한 구애로 탈바꿈하는 조건으로.

<색즉시공>은 작년 이맘 때, 칼바람이 몰아치는 서역의 대작영화들과 나란히 맞서 끄덕없음을 보여준 <두사부일체>의 감독, 윤제균의 두 번째 필모그라피이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대학생들의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욕망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그리고 다른 모든 영화적 장치들을 기꺼이 돋보기 렌즈의 피사체로 소환해 불태워 희생시킨다. 호떡처럼 뜨끈하고 끈적한 성욕을 분출하는 몸에 초점을 맞추니 영화는 당연 웃기거나 혐오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색즉시공>은 뻔뻔스럽게도 이 두 감정 사이의 경계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요란하게 넘나들며 유쾌한 줄타기를 시도한다. 재미있기만 하면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듯.

패럴리 형제의 여과 없는 화장실 유머나 <아메리칸 파이>류의 황당무계한 성에 대한 설정조차 <색즉시공>의 극단의 섹스 코미디 앞에서는 쉽사리 명함을 내밀 수 없다. 영화의 외피는 분명 그들의 것을 빌려 왔지만 그것을 채우는 방법에서는 한층 더 <색즉시공>이 직설적이고 대담하다는 것이다.

차력 동아리에 들어간 은식(임창정)은 어느 날 에어로빅부의 은효(하지원)를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되고, 두 동아리의 남녀들은 서로의 불타는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이 영화의 요지이다. 더불어 감독은, 힘없고 빽없고 수려한 용모까지 없어도 순진무구한 마음만 있으면 승산이 없는 게임도 뒤집을 수 있다는 통속적인 고리타분함을 낮은 목소리로 유포시킨다.

감독은 임창정과 하지원에게 드라마의 틀을 끌고 나가게 하고 중간중간 에피소드 부분을 두 동아리 멤버들에게 맡겨 버린다. 하지만 성에 관한 코미디가 두 부분에 걸쳐 다 관통하고 있기에 양쪽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시트콤과 같은 에피소드는 다양한 인물들에게 각각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일정정도 성공하지만, 흔하디흔한 내용을 가지고 이어나간 드라마 부분에서는 안타깝게도 흡입력 있게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 안타깝다는 수식어를 쓴 이유는 그나마 임창정의 희비극이 공존하는 몸짓 때문이다. 낙태를 한 은효 앞에서 차력을 시연하는 모습과 그 뒤로 스산한 병원복도를 걸어가며 구슬프게 우는 장면이 그러하다. 특히나 차력 중 선보이는 스타킹 뒤집어쓰고 다시 벗기에서는, <반칙왕>의 송강호가 타이거 마스크를 쓴 채 회사 여동료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퇴짜 맞는 처연한 모습과 겹쳐진다.

백주대낮 공공장소인 관람석에서 자위행위를 떳떳하게 펼치는 씬이나, 여자의 몸을 대상화하여 눈요깃감으로만 치부하는 연출 등, 몇몇 장면에서 영화는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부담되고 역겨운 순간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이내 우리는 허허실실하며 그럭저럭 인정하게 된다. 과장스럽고 엽기적인 그들의 엉뚱한 행실의 시작은 누구나 겪어봄직한 것들이고, 결과 또한 누구나 상상해봄직한 것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색즉시공>과 <두사부일체>는 맞닿아 있다. 하지만 서로 등을 돌린 채 두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 속 작은 이야기는 슬랙스틱적이고 유치하고 단순하다. 그리고 그는 사회적 이슈를 살짝 얹어 놓는다. 하지만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은 드라마와 에피소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갈린다. 전자는 드라마에 방점을 찍고, 후자는 에피소드에 힘을 싣는다. 그럼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은? 아마도 두 요소가 적절하게 균형 잡힌 그럴싸한 작품이 되거나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파편투성이의 무비가 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색즉시공>이 쉴 새 없이 관객을 웃음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면, 그의 다음 작품은 전자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3 )
ejin4rang
도발이다   
2008-10-16 15:30
bjmaximus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지저분하게 웃기는 방식이 맘에 들었고 재밌었다   
2008-09-05 13:59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6:16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