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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기 없는 꽃, 공포 없는 공포영화 | 2003년 10월 15일 수요일 | 김작가 이메일

보기에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만
보기에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만
아카시아 향기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계절도 다 지난 가을. 속으로 추운 겨울을 준비하며 단단하게 옷 단속을 하는 쓸쓸함. 영화는 딱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영화가 끝난 후의 느낌 역시 추운 겨울을 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 사회가 작게는 제작사가 더 작게는 박기형 감독이. 영화가 제작되는 단계에서는 홍보하기 쉽게 공포 영화라 소문을 냈지만 개봉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공포를 지워내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올 여름 <장화 홍련>, <주온>이 보여줬듯 우리사회, 아니 우리 관객들은 공포에 레이더의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다. 이제 와서 홍보문구를 지운다고 한 들 관객들의 뇌리에 아카시아는 여전히 공포영화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비극의 가족사에 머무는 다분히 드라마가 강한 수준에 머물고 말았으니 관객들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영화의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하나는 아이다. 아이가 없던 가정과 입양한 아이가 생긴 가정. 그리고 10달간 내 배 아파 낳은 아이가 있는 가정. 물론 이것은 한 가정의 변화과정이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겪으면서 가정은 서서히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친정어머니는 과연 우리사회에서 내 아이와 입양한 아이를 동등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두 아이를 동등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는 고스란히 딸과 사위의 몫으로 돌린다. 그럼으로써 한 가정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가부장적인, 피를 강조하는 단일민족의 업보이자 공포라면 공포일 수 있다. 그러나 베스트극장, 단막극에서 때때로 보아왔던 아니 너무 고리타분해 지금은 베스트극장에서조차 회피하는 이런 류의 이야기가 공포영화라는 상업적인 틀을 쓰고 있는 건 오류가 아닐까. 너무 낡았다는 느낌이다. 군데군데 귀에 거슬릴 정도로 강렬하게 울려대는 사운드를 줄이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사회적인 드라마에 더 역점을 뒀다면 무난하지 않았을까.

얘의 캐릭터가 좀 문제였다
얘의 캐릭터가 좀 문제였다
이 영화의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하나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의 아이를 찾을 수 없다. 보는 내내 입양된 진성의 표정 없는 하얀 얼굴은 <주온>의 아이 귀신을 연상시킨다. 진성의 모습 어디에도 아이로서의 기능을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함. 아이로서의 천진난만함 뒤에 오는 섬뜩함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게 너무 상투적이어서 일부러 피해갔다면 할 말 없지만 그래서 관객들이 그 비극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면 뒤늦은 변명이 무슨 소용이랴. 할리우드의 상업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유는 적당히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과 감정선을 깔고 간다는데 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 그것은 장르를 막론하고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선택인 것이다.

아이를 아이일 수 있게 하는 동심의 부재. 그래서 이 영화는 어른들만 존재하는 영화와 별반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삭막하다. 내내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는 느낌. 그 삭막함이 아이에 의해 걷어졌다가 아이의 부재로 인해 더 무겁게 내리 눌렀다면 그것은 곧 우리의 현실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가정은 주변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가정의 모습이다. 기이한 그림을 그리고 거의 자폐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아이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부모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여고괴담에서 보여주었던 현실반영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야 비로소 심리공포가 완성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건 바로 아카시아 나무다. 아카시아 나무는 그 번식력이 대단해 한번 뿌리를 박으면 쉽사리 뿌리 채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한번 어긋남으로 인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가족의 비극은 그런 아카시아의 특성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이었다. 내내 척박한 땅에서 고목으로 정원 한쪽을 지키고 서 있었던 아카시아는 가정에 동화되지 못한 진성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런 적절한 비유와 상징이 설명으로 풀어졌을 때 그나마 남았던 기대마저 무너져 내린다.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부터 관객들의 상상에 맡길까를 좀더 고민했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 관객들이 좀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면 드라마 수준에는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4 )
ejin4rang
공포가 없다   
2008-10-16 09:39
callyoungsin
공포없는 공포영화라~ 표현이 딱이네요 진짜   
2008-05-22 15:39
js7keien
드라마에서나 볼 스토리로 영화를?
관객의 눈높이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   
2006-10-03 00:30
puppyluv
기대하고 봤지만, 기대에 미치지도 못하였고, 정말 공포가 없었다...   
2005-03-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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