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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현재를 수채화 속에 봉인하다 | 2003년 11월 29일 토요일 | 임지은 이메일


어릴 때부터 병을 앓은 민아(임수정)는 하도 병원 신세만 진 탓에 '13층 붙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새침하지만 약한 몸만큼 세상에 대한 면역도 없는 탓에 때묻지 않은 구석이 많은 민아의 유일한 친구는 엄마(이미숙). 일부러 그러는 건지 정말 철이 없어 그러는 건지 실없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엄마에게 딸은 가끔 "미숙이 정신차려!"라고 야박한 핀잔을 날린다. 어느 날 엄마 표현에 따르면 '생긴 건 제법 반반한데' 어딘가 껄렁해 보이는 영재(김래원)가 아래층으로 이사오면서 겨울의 수면처럼 차갑고 고요하던 민아의 마음속에는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나, 너 찍었어"를 온 몸으로 외쳐대는 그 남자.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지만 곧 민아는 영재에게 천천히 젖어들기 시작하며, 오랫동안 소망해 온 절절한 사랑을 하는 꿈을 꾼다.

익숙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만 보아도 알 수 있듯 < ...ing >는 특별히 굵직한 사건에 의해 굴러가지 않는다. 단지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듯 일상의 눈부시거나 혹은 슬픈 순간들을 잔잔하고도 예쁘게 포착해낸다. 영재의 사진기 속에 차곡차곡 담기는 민아의 모습들이 그렇듯, 한 사람이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칙칙하거나 암울한 기운은 영화와는 천리만리 멀어 보인다. < ...ing >가 깔끔한 소품으로서의 완성도를 얻은 것은 TV 안에도 넘쳐나는 다른 '불치병 드라마'와 뚜렷히 변별될 만한 독특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꼼꼼한 만듦새에 힘입은 바 크다.

박제된 듯, 표백된 듯 예쁘장하다는 것은 < ...ing >라는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시선은 곧 주인공 민아의 시선과 맞물린다. 영화의 쓸쓸함은 곧 덧없이 사라지는 담배연기를 투명한 눈으로 응시하는 소녀의 고독이며, 바다거북이 헤엄치고 태양이 루비 같은 빛을 내쏘는 하와이 장면은 로맨틱하지만 강렬한 소녀의 상상 그대로다. 지루한 설명대신 인상적인 영상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영화의 매력포인트. 심지어 씩씩하게 농담을 주고받던 어머니와 딸이 남겨져야 하는, 혹은 떠나야 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마음을 겨우 엿보게 되는 것도 하얗게 표백된 일기장의 지면을 통해서다.

초반부에 다소 어색한 느낌을 주던 주인공 세 사람―아닌 게 아니라 < ...ing >는 철저히 세 사람에 의해 굴러가는 영화다―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화를 이루며 제법 공고히 결합한다. 이미숙-임수정 콤비가 모녀로서, 그리고 임수정-김래원이 풋풋한 연인으로서 보여주는 화학작용은 꽤 보기 좋은 편. 그러나 삼각형의 한 꼭지점임에도 어머니 이미숙이 처음 토로하는 첫인상에서 멀리 나아가지 못한 채 '이웃집 괜찮은 남자' 수준에 머무르는 영재 캐릭터의 평면성은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리 팩팩대고 유치해도 실은 예쁘고 투명한 존재라는 것은 젊은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지만, 사실 이 영화에는 거기 더해 그 장점을 온전히 장점일 수 있게 해 줄 투박한 진심이 필요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른바 우리가 관계의 본질이라고도 부르는, 임박한 헤어짐 앞에서야 불쑥 고개를 쳐드는 질긴 마음의 고리 말이다.

4 )
gaeddorai
그냥 이쁘드라   
2009-02-21 21:33
ejin4rang
아직도 진행형   
2008-10-16 09:31
callyoungsin
수채화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하지만... 지루하다   
2008-05-22 14:01
ldk209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   
2007-01-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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