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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뭉클해, 예뻐, 맑아! 그런데 왜 제목이 인어공주지? | 2004년 6월 28일 월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1인 2역을 맡은 전도연, 특유의 콧소리가 이 영화에선 자제됐다!
1인 2역을 맡은 전도연, 특유의 콧소리가 이 영화에선 자제됐다!
영화를 보고 난후 멋진 풍경사진같은 화면, 배우들의 매력, 따뜻한 정서 등등 수많은 느낌들이 다가왔지만, 자꾸만 드는 생각은 왜 제목이 인어공주일까였다. 극중 ‘연순’의 전직은 해녀였고, 해녀의 외형적 이미지는 인어공주의 그것과 결부된다?

이런 단순한 해석만으로는 무언가 찜찜할뿐더러, 왠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는 어떤 연관성이 없을까라는 싱겁지만 집요한 궁금증이 파고들었다. 왕자와 지내기 위해 자신의 예쁜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 그럼에도 물거품이 돼 사랑하는 왕자 곁을 떠나는 무척이나 희생적인 타입의 여자, 인어공주(어렸을 적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연민을 품었던 인어공주지만, 지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

이러한 스토리를 근간으로, 영화 <인어공주>를 이리저리 꿰맞추니 ‘연순’의 캐릭터가 걸려들었다. 고두심이 분한 ‘지금’의 ‘연순’은 한마디로 억척 아줌마의 전형이다. 우리가 ‘아줌마’라는 통칭으로 희화화시키고 있는 그런 타입의 여자말이다. 침을 퉤퉤 묻혀가며 한장한장 서툴게 돈세기, 누가 쓰다버린 가구 집으로 가져와 수선하기, 음식점에서 종업원 눈치 안보고 반찬 더 달래기, 무능한 남편 잔소리로 박박 끍어대기 등등 어찌보면 평범하고, 어찌보면 남루한 우리네 일상속의 어머니.

이런 어머니 ‘연순’을 바라보는 딸 ‘나영(전도연)’의 태도는 혐오에 가깝다. 남자친구가 앨범을 보다가 젊었을 적 어머니와 자신의 모습이 닮다 못해 아예 똑같다는 얘기, 게다가 너도 늙었을 때 어머니처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에 발끈하거나, 연순이 무슨 말만 해도 인상부터 잔뜩 찌푸리게 되는 나영은 사실 ‘딸’로서의 우리의 모습을 언뜻언뜻 비추는 거울같은 존재다.

또, 그런 나영의 모습은 모성성에 대한 다분히 이중적인 딸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딸은 가족에 대한 어머니의 희생과 인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면서, 어머니 역할수행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실제 삶에 있어선 어머니의 무한 희생을 요구하며, 당신의 가사 노동과 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 양육 행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딸들은 어머니에게 분노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딸들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느끼며 성장하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의 희생이 딸에게 있어 단순히 모욕적인 기분을 맛보게 하기도 하거니와, 어머니를 통해 딸은 장차 여성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되기 때문이라나. 그 이론이 맞는 지 틀린 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극중 나영이 연순에게 보이는 짜증스런 행동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보이는 행동에 비해, 훨씬 더 날카로운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착하지만 어수룩한 행동으로, 집안의 가세를 몇 번이나 휘청거리게 만든 장본인은 아버지 ‘진국’이지만, 나영의 분노는 오히려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나가는(꾸려나갔을) 연순에게 기울어져있는 것. 전도연과 박해일이 펼치는 맑고 아름다운 멜로인 줄만 알았더니, 뚜껑을 열고 본 <인어공주>는 그러한 장면들을 통해, 오히려 고두심과 전도연이 그려내는 모녀의 은근한 갈등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사실 모녀의 애증과 갈등에 초점을 맞춘 영화로는, 동명 소설을 각색한 윤인호 감독의 <마요네즈>도 있었지만, <인어공주>의 모녀 관계는 그 어머니 상에 비추어 볼때, 관객들의 공감을 더욱 더 많이 잡아챈다. 그 해결 방식 또한, 보다 자연스러운 것도 매력적. 어찌어찌해 연순의 스무살 한때를 탐방하게 된 나영은 결국, 나이든 엄마의 어딘가 상스럽고 속물적인 면들이 그놈의 황량한 현실 탓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해일의 묘한 매력! !
박해일의 묘한 매력! !
물론 이 영화의 카메라가 들이대는 건 ‘그놈의 황량한 현실’이 아니라 맑은 별처럼 깜빡이는 스무살 엄마의 향기롭고 생명력 넘치는 자질들이다. 그 자질들이 삭막한 현실 속에 물기와 생명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과정이야 굳이 궁상스럽게 묘사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영화 <인어공주>의 제목이 ‘인어공주’인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한 ‘결혼’이 슬픔의 입구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고, 자신의 무덤을 준비하는 과정처럼 전락해버린 쓸쓸한 삶을 은유하는 것은 아닐까. 비약한다면 말이다. 이 영화가 담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영이 연순을 이해하게 된 다음에도, 과잉된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아니, 연순은 나영의 심리적인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삶을 꿋꿋이 꾸려나갈 뿐이다.

빛나는 연기들!

그런 ‘연순’과 ‘나영’을 맡은 고두심과 전도연의 연기는 무척이나 볼 만하다. 물론, 드라마에서 익히 확인한 바처럼, 고두심의 연기가 탁월한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연순을 ‘연기하는’ 고두심인지, 현재의 연순이 ‘되버린’ 고두심인지 하는 부분은 조금 고심해 봐야 할 듯. 1인 2역을 맡은 전도연의 경우엔, 딸 ‘나영’을 연기할 때보다 스무살 ‘연순’으로 등장할 때 더욱 빛이 난다. 얼핏 <내 마음의 풍금>에서의 배역을 떠올리게 하지만, 순진하면서도 발랄한 매력이 연륜 탓인지 보다 안정된 맛으로 배어나오는 것도 인상적.

이렇게 모녀간의 이야기가 한축이라면, <인어공주>의 나머지 한축은 스무살 연순과 진국이 엮어가는 너무나 맑은 연애 이야기다. 갖가지 에피소드를 배치하며, 예쁜 연애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진국 역을 맡은 박해일의 묘한 매력이 가세하며 잔잔한 스토리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집중력을 발산한다(얼렁뚱당 넘어갔는데, 박해일의 묘한 매력이 뭐냐구 묻는다면 물기어린 눈매와 목소리가 아닐까).

물론, 이 영화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나영의 직장 선배로 나오는 김부선의 약간 안 어울리는 연기같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판타지한 장면을 열고 닫아주는 부분이 모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 나영이 연순의 과거로 들어간 것은 꿈일까, 정말 4차원의 세계를 통과했다 나온 것일까. 또, 이 영화의 삶에 대한 시선은 희망적인 것일까, 다소 체념적인 것일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5 )
gaeddorai
어우.청순한 영화.청순한 바다.청순한 박해일   
2009-03-23 00:36
ejin4rang
인어공주 재미있다   
2008-10-15 16:46
callyoungsin
전도연의 연기는 좋았지만 흥행을 얻기엔 부족했던 내용   
2008-05-16 15:08
qsay11tem
좀 지루함이 ..   
2007-11-23 14:21
ldk209
그러게 말이야... 왜 인어공주지???   
2007-06-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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