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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생존 게임
버티칼 리미트 | 2001년 1월 9일 화요일 | 모니터기자 - 은현정 이메일

[버티컬 리미트]는 인간이 버텨낼 수 있는 수직 한계점이라고 합니다. 과연 산소도 없고 마실 물도 없는 추운 히말라야의 고도 2만 4천피트에서 사람은 몇 시간이나 버텨낼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 그 고도에 고립된 애니 게럿(로빈 튜니 분)과 엘리엇 본(빌 팩스턴 분), 톰 맥클라렌(니콜라스 리 분)은 단 24시간을 버텨내기도 버겨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세 사람을 구해내기 위해 몇 년전 아버지의 죽음을 방관하고 죄책감에 쌓여있던 애니의 오빠, 피터 게럿(크리스 오도넬 분)이 구조대를 모아 출발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두 가지로 상당히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시간제한의 상황영화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존이라는 절대명제에 충실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만약 하나가 더 있다면, 그것은 할리우드 블록 버스터에 빠지지 않는 교훈 - 가족애 - 정도가 되겠지요.

[버티컬 리미트]는 수직 한계점을 뜻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위기를 눈 앞에 둔 주인공들의 긴박함이 더해간다는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48시간]처럼 시간 제한의 상황하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시간 제한은 긴박감을 더 강하게 주기 위한 굉장히 고전적인 영화 장치이고, 이런 시간 제한의 효과적인 활용과 스펙타클을 가미시키기 위해 영화의 배경이 히말라야의 K2로 이동했다고 보시는 편이 옳을 듯 합니다. 영화에서의 "산"이란 어느 유명 산악가의 말처럼 '거기 산이 있었으니까'가 아니라 '산이 필요했으니까'가 나타난 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그 "산"에 미쳐버린 사람들 같더군요. 도대체 산에 올라가서 뭐 좋은 일들을 하겠다고 그 많은 돈을 써가면서 그 위험한 산에 오르는 것일까요? (그 돈으로 불우이웃돕기나 할 일이지!) 게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절대가치는 바로 "생존"인데 말이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순간에 급하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기까지 할 수 있는 잔인한 생존 법칙이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도대체 산에는 왜 올라가는 것일까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살고 싶어서 안달이면서 암벽등반 같은 걸 도대체 왜 할까?' 하는 질문이 제 머리 속에 어른거렸습니다. 저같이 길고 가늘게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이었거든요.

K2라는 대자연이 주는 시간제한, 그리고 생존 법칙의 두 가지 키워드의 결합은 스릴감을 주려는 영화와 감독의 의도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난을 당한 사람들과 구하러 가는 사람들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편집 등 이런 영화의 의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영화적인 연출력도 상당히 쓸만하고요. 솔직히 이런 상업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재능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영화는 재미있고 손에 땀을 쥐게 했거든요.

그렇지만 몇 가지 아쉬움은 남습니다. 일단 구하기까지는 잘 했는데, 과연 어떻게 내려갔을까요? 그렇게 호인이던 누구누구씨는 그렇게 왜 갑작스러운 악역이 되어야만 했을까요? 왜 별로 인연도 없어 보이던 모니크(이자벨라 스코롭코 분)와 피터는 끝장면에 키스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요? 게다가 가족들은 끝끝내 화해를 하고야 말더군요.

사실 영화는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헛점 투성이입니다. 그리고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무래도 진부한 선악구도이겠지요. 그냥, 대자연 앞에서 나약한 인간일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다면 훨씬 더 의미가 남았을텐데 말이죠.

뚜렷한 악인이 없거나 진부한 결말이 없이 영화의 내용이 흘러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전 만족입니다. 오랜만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스릴과 스펙타클이 넘치는 영화라 무척 재미있었거든요. 한 번 느껴보세요!

덧붙임 1. "긴급 피난"이라는 형법상의 원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긴박한 생존을 위해서, 남이 죽는 것을 방치한다고 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원리죠. 물론, 영화에서처럼 악용하시면 안 됩니다.

덧붙임 2. 톰 맥클라렌역의 맡은 '니콜라스 리'가 왠지 낯익으시지 않으세요? <엑스 파일> 시리즈의 악역, 알렉스 크라이첵을 맡아서 눈에 익은 배우입니다. 그런데 멀더와 스컬리의 팬인 저로서는 좀 보기가 괴롭더군요.

덧붙임 3. 이 영화의 감독은 [007 골든아이]와 [마스크 오브 조로]로 유명한 바로, 그 감독입니다!

3 )
ejin4rang
사이좋게 어떻게 서바이벌을?   
2008-10-17 08:54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23
ldk209
굳이 악역이 없었다고 해도. 괜찮았을 영화...   
2007-01-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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