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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콘랜 감독의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봤을 때, 영화광의 영화라는 생각이 든 것은 ‘불타는 필름연대기’의 영화 역사가 스크린 안에서 총망라된 듯한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힌덴부르크 3호가 뉴욕 상공에 정박함으로써 시간적 영화 설정은 1930년대임이 확인되지만, 느닷없이 출연한 로봇하며 폴리(기네스 펠트로)를 잡는 카메라의 과잉된 애정행각은 시간적/공간적 지각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다 뜬금 없이 <오즈의 마법사>가 같은 판타스틱한 모험으로 인류최초의 로봇 전쟁이 ‘변질’되더니만, 결국에는 우주개척 즉, 메커니즘이 결합된 ‘노아의 방주’로 끝을 맺는다.
이래저래 ‘잡탕무비’ 형식으로 거창하게 시작한 ‘인류 최초의 로봇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의 형세를 모방하면서 고공비행액션으로 급선회한다. 끊임없이 눈을 자극하는 몽환적인 비주얼은 의외로 블록버스터 외향적 감흥을 흥겹게 하지 못한다.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것은 캡틴 조(주드 로)와 폴리의 사랑싸움이고 ‘액션’은 이들의 대화 앞에 ‘배치’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슴 졸이는 위기의 순간에도 속사포 같이 쏟아지는 말싸움이 의외로 극의 리듬감을 살려, 산만하게 진행되던 내러티브를 '한' 묶음 처리한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보통의 잣대로 보자면, SF액션블록버스터다. 하지만 대중의 취향을 고루 만족시켜주는 영화로는 보기 힘들다. 여기저기 ‘고전’ 할리우드영화형식이 묻어난 기본골격과 디지털 기술의 조합은 영화장르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일은 살렸지만, 이것이 일반적 관객에게는 컬트/ 매니아적 냄새를 풍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영화광을 위한 영화로 판단되어 질 수 있다. 이런 점이 얼마나 일반적 대중에게 ‘재미’요소로 그럴 듯하게 먹힐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부피가 큰 만큼 가볍게 느껴지는 요즘의 블록버스터 영화 사이에서 무게감 있으면서 키치적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그 흔치 않은 블록버스터의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