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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톱모델의 엉뚱한 패션쇼
쥬랜더 | 2002년 7월 20일 토요일 | 리뷰걸2 이메일

혹시 [Reality Bites]라는 영화 아세요? 우리 나라에서는 [청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죠. 아마 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엄청 많을 거예요. 아직 순수했던 까만 머리의 위노나 라이더와 반항적인 눈빛의 매력남 에단 호크가 출연, '소장하고 싶은 영화' 목록의 상위권을 늘 차지하는 영화. 특히 편의점 장면에서 나왔던 'The Knack'의 "My Sharona" 는 영화만큼이나 유명한 노래로 우리나라 CF에도 쓰이고는 했었죠. 그런데 막 사회에 나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스케치]가 코믹연기 전문 배우 벤 스틸러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벤 스틸러, 대부분의 영화에서 바보스러운 연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가 겨우 25살 때 [청춘 스케치]같은 영화를 만들었다니 어딘가 좀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청춘 스케치]에서 성공을 위해 연인을 버리는 냉혈한 '마이클'을 연기한 그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도 그의 재미있기만 한 바보연기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벤 스틸러가 다시 감독과 각본, 주연까지 맡은 영화 [쥬랜더]. 미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 그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쥬랜더]는 그야말로 '벤 스틸러'다운 영화입니다.

말레이시아 수상의 새로운 노동법과 임금 인상 선언으로 더 이상 싼 임금으로 제 3세계 미성년 노동자들을 착취할 수 없게 된 미국 패션산업계는 수상의 암살을 계획하고 암살범으로는 떠오르는 신인 모델 '헨젤'로 인해 '올해의 남자모델' 상에서 탈락된 슈퍼 모델 '쥬랜더'를 지목하죠. '블루 스틸'이라는 표정으로 패션계를 사로잡고 있던 쥬랜더는 헨젤로 인해 순식간에 정상의 자리에서 추락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가족들은 남자로써 모델이라는 직업을 가진 그를 수치로 여기죠. 결국 다시 돌아온 쥬랜더, 음모인줄도 모르고 패션 디자이너 무가투와 그의 부하 카팅카에 의해 말레이시아 수상을 죽이도록 세뇌당하게 됩니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짐작이 가지만, [쥬랜더]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상영금지가 되었어요. 수상을 희화화 하고 말레이시아를 가난에 찌든 나라처럼 묘사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죠. 그러나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 사실 그 점은 그렇게 크게 각인되지는 않습니다. 우선 벤 스틸러, 아니 쥬랜더를 보는 순간부터 우리는 웃음을 참기 힘들죠. 크지도 않은 키에 얼굴도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먼 그가 스스로 조각같이 잘 생긴 외모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해 울부짖을 때 이미 비판과 조롱은 우리의 머리속에 없습니다. 벤 스틸러가 만들어낸 패션 모델 쥬랜더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만으로도 반은 채워지기 때문이죠.

[쥬랜더]의 또 하나의 큰 재미는 무엇보다도 영화속에 등장하는 스타들이죠. 쥬랜더의 라이벌 모델 '헨젤'에는 [에너미 라인스]의 오웬 윌슨이 강한 액션 스타의 이미지에서 패셔너블하고 섹시한 모델로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X 파일]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상을 쫒는 형사 '멀더'로 열연하는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패션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손모델 'J.P'로 깜짝 출연을 합니다. 쥬랜더의 아버지 역으로는 존 보이트가, 악녀 카팅카 역은 밀라 요보비치가, 그밖에도 데이빗 보위, 위노나 라이더, 크리스챤 슬레이터, 쿠바 구딩 주니어, 나탈리 포트만, 토미 힐피거, 클라우디아 쉬퍼 등 최고의 스타와 모델, 유명 패션계 명사까지 까메오만 20명이 넘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답니다. 그뿐인가요. 쥬랜더의 에어전트 '모리'는 실제로 벤 스틸러의 아버지이고, 쥬랜더와 사랑에 빠지는 기자 '마틸다'를 연기한 크리스틴 테일러 역시 실제 벤 스틸러의 부인이지요.

이쯤되면,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쥬랜더]를 통해 벤 스틸러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웃음'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3세계의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패션산업계의 비리나, 모두 다른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전부 똑같은 쥬랜더의 표정처럼 상표만 다를뿐 서로 모방하느라 개성을 잃어버린 패션의 흐름이나 겉만 화려한 패션모델들을 비꼬는 것도 좋지만 벤 스틸러는 스스로가 웃음을 주는 코미디 배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벤 스틸러의 교묘한 바보 연기에 또 속은 걸지도 올라요. 그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게 패션계의 비리를 비판하는 것이라면 말이죠.)

MTV 같은 화면과 음악들을 서비스하는 [쥬랜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한 이야기들로 이어지고, 진부한 화장실 유머 코드의 변형이 엿보이지만, 웃기 위한 영화를 찾는다면 [쥬랜더]는 꽤 괜찮을 거예요. 벤 스틸러가 창조해낸 좌회전 못하는 모델,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서 약한 내면을 지닌 쥬랜더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안에도 있을지 모르거든요.

3 )
ejin4rang
너무 기대됩니다   
2008-10-16 16:00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40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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