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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가공하면 내 인생도 가공되나?
가타카 | 2003년 4월 12일 토요일 | 모구리 이메일

가끔 사람들은 자신이 미워질 때가 있다.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남몰래 견적을 뽑아보았던 눈물의 시간이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코의 경사는 10도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광대뼈 높이는 히말라야 산맥을 능가한다. 가만 보니 턱의 각도는 절도가 넘치는 90도다. 원래 집안의 체질상 살이 찌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지만 거울 속에 비춰지는 삼겹살의 출렁거림에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작은 키까지…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태어났냐구!!

이렇게 절망하는 영혼들에게 유전자 조작이란 희망일까, 절망일까? <가타카(GATTACA)>는 이 땅의 일만 이천 성형수술 환자들이 애초에 멋지구리하게 태어날 수 있게 해달라며 미국 식품의약청에 탄원서를 낸 것이 화제가 되어 만들어진 영화… 는 절대 아니지만 아마도 앞서 말한 대로 자신의 외모에 통탄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만한 영화일 것이다. 아니, 자신의 완벽한 외모에 눈부심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마치 수수께끼처럼 던져지는 영화의 묘미에 빠져들법한 영화이다.

겉보기에도 벌써 귀티가 흐르는 주인공 제롬. 그는 안 그래도 우수한 유전 인자들만 모여있다는 가타카 주식회사 안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으로 손꼽히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초반, 그는 토성으로 향하는 가슴 벅찬 비행 일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 우수한 제롬 머로우에게는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 있다. 바로 그가 열성 유전자 덩어리 빈센트 프리만이었다는 사실. 부모의 정상적인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면 신의 아이라는 거창한 칭호가 붙지만 신의 아이로 태어났다는 것은 곧 열성적인 유전자를 가진 하층민으로 살아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쁘고 날씬한 연예인이 귀족이며, 연예인 아닌 자는 평민으로 치부되는 이 나라에서는 널리 퍼진 가치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과는 달리 유전자 가공 처리가 된 후 태어난 동생 안톤과의 수영 시합에서 물에 빠질 뻔한 동생을 구하고 난 후, 빈센트는 진정한 힘이란 정신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DNA 중개인을 만나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거쳐가며 우성 유전자로 완벽히 가장된 삶을 살게 된 빈센트. 심장 질환과 범죄자의 가능성, 그리고 31살에 죽을 운명은 그의 정신 앞에 무릎을 꿇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열성 유전자를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그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다. 회사 내의 웨이트닝 룸에서 그는 우수한 유전인자의 소유자’답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런닝머신 위를 달리지만 락커 룸에서는 터질듯한 숨을 내쉬었다 들이쉬어야 한다. 열성 유전자의 대표적 특징이라 할만한 근시를 가지고 있기에 콘택트렌즈 없이는,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차들을 오로지 흐릿한 불빛 덩어리들로 구분하며 길을 건너야 한다. 자신의 빗에 우성 유전자의 머리카락을 자연스레 ‘붙여두는’ 수고까지 해야한다. 심장 약한 사람에게는 공포 영화보다도 더 가슴 떨리는 장면들이 오가지만 결국 제롬은 아름다운 아이린과의 사랑을 이루게 되며, 마침내 토성으로 가는 마지막 문으로 들어감으로서 그의 오랜 꿈까지 이루게 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유전자 조작을 해서 멋진 하드웨어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해도 사람에게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소프트웨어라는 것. 너무 흔하게 써서 말하기엔 새삼스럽고, 듣기에는 질릴 법도 한 말이지만 마음과 정신이 결국 인간을 만드는 화룡점정이라는 것이다. 왜 성경에서는 사랑의 가치를 설파하며, 불교에서는 자비의 마음을 강조하겠는가. 만화 빨간 망토 차차에서조차 마법을 쓰려면 사랑, 용기, 희망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에 절망하고 계신 분들은 자신의 마음에 있는 거울에 쌓인 잡티들부터 먼저 보시길 권해드리는 바이다. A, T, C, G라는 철자(가타카라는 제목을 이루는 철자들이다)로 표현되는 DNA의 꼬임만큼이나 내 마음이 꼬여있는 것은 아닌지도 같이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2 )
ejin4rang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이다   
2008-10-16 14:49
js7keien
[인간은 유전자의 전적 지배를 받는 존재다]라는 절대전제에,
유전자 너머의 자유의지로 대항한다   
2006-10-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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