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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칼럼 from USA] 나는 니가 더 무서워!
2005년 6월 20일 월요일 | 이영순 이메일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게 무언가. 내가 보는 두 가지이다. 돈과 사람. 그 중에서 사람에게는 사람이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이다. 그걸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쓰레기 같은 1972년 원작 영화가 입에서 입을 타고 가면서 네 편이상의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이제 원작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차별적인 컬트 영화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뱀파이어, 좀비, 인간늑대, 머미 외에 질병 때문에 오인을 받는 정신 분열증환자, 다발성 신경섬유종 환자처럼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무서웠다. 그리고 갈수록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은 사람과 집에 거주하는 악령과 평범한 이웃이고 가족이지만 제정신 나간 인간 유형이다. 그 간의 공포영화는 영화이므로 허구라고 여겼다. 지금은 감독이 만들어낸 허구의 리얼리즘보다 실재 살아가는 현실이 공포이므로 관객이 무의적으로 부여하는 리얼리즘이 더 강력하다.

원작과 비교해가며 관객과 감독이 만들어내는 리얼리즘의 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2003)은 토브 후퍼감독의 원작영화(1974)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영화와 뼈대는 같다.

2003년도 영화는 원작영화에서 나오는 정신 나간 히치하이커 대신에 여자가 등장한다. 5명의 젊은이들은 텍사스 시골여행을 하던 중이였다. 이들은 넋이 나가 길을 걷고 있는 여자를 태워준다. 그 여자는 잠시 후 트레비스 카운티란 이정표를 보고는 자살해버린다. 그때부터 어떻게 여자의 시신을 처리할 것 인가로 이들은 곤궁에 빠진다. 전전긍긍하며 마을의 주유소에 도착하고 주인인 괴상한 노파를 만나면서 일을 처리해주는 보안관을 어느 농가에서 기다리게 된다. 농가의 옆에는 폐가가 있고 이때부터 친구들 중 한 명이 사라지면서 차례로 한명씩 죽어 나간다.

먼저 관객이 영화를 보기 전과 후에 갖고 있는 리얼리즘을 알아본다.
이 영화는 홍보처럼 실화인가. 아니면 실화에 근거하는 허구인가. 관객이 먼저 무의식적으로 갖는 리얼리즘은 '이 영화는 사실이래 혹은 사실일지 몰라.'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마케팅을 통해 확고한 사실로 홍보 된다.

1974년 토브 후퍼의 영화는 똑같이 실화에 근거했다는 홍보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엠파이어 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렸다. 슬로건은 '누가 살고 뭐가 남느냐' 였으며 영화를 보던 일부 관객들은 구토를 하거나 퇴장하고 표 반납을 요구하며 극장을 상대로 고소했다.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런 주인공 가면얼굴(레더 페이스)은 실재 연쇄살인범인 에드 게인이라는 위스콘신의 50대 농부가 유력하다는 설이다. 그는 워낙 유명한 엽기 인물이라 히치콕의 '사이코'와 알란과 제프길렌 감독의 'Deranged'의 영화에 등장한다.

허구의 리얼리즘인 영화 속에 무의식적으로 관객은 리얼리즘을 부여하고 전율은 증폭되는 것이다. 앙드레 바젱의 말처럼 '리얼리즘이란 심미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기능에 속한다'. 그 정신적인 측면을 전율로 다가서게 하는 것이 호러 영화이며 이 전기톱 시리즈들은 감독들이 부여한 허구의 리얼리즘이 영상을 지배해 버리므로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성을 갖는다. 영상 속에 오손 웰즈처럼 뉴스 릴이나 라디오 구성을 넣는 부분 등이 기법들을 통해서이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충격적인 리얼리즘의 요소를 살펴본다. 영화 속에서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은 카니발리즘이다. 영화에서처럼 인육을 먹고 학살하는 도살자 가족의 스토리는 만들어진 허구이다. 브레드 쉘래디(Brad Shellady)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3에 그 부분을 다룬 감독 인터뷰가 나온다. 토브 후퍼 감독은 도살자 가족이 나온 건 일종의 헨젤과 그래텔처럼 동화와 같다고 한다. 후에 다른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날 철물구조상에 들어갔고 그 순간 도살자 집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한다.

카니발리즘 장면은 토브 후퍼 감독이 전설적인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의 <2000 매니악(Two Thousand Maniacs),1964>과 버드 다운센드 감독의 영화에게 일부 빚을 졌다고 본다. 특히 <2000 매니악>은 6명이 작은 시골에 길을 잘못 들어 서서히 한명씩 죽어가는 스토리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구조가 유사하다. 이를테면 도구만 도끼가 망치로 변하거나 하는 식이다.

스타일 면에서 두 영화는 리얼리즘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롱테이크와 로케이션 촬영, 클로즈 업 씬을 이용한다.
두 작품이 사건의 뼈대를 따라 긴장과 전율을 축으로 움직이며 한 사람씩 제거해나가는 고전적인 살인 형식을 밟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리얼리즘을 만들어내는 스타일면에서. 두 감독은 차이를 보인다.

크게는 서스펜스와 공포의 차이점이다. 서스펜스는 어두운 골목에서 고양이와 사람이 연속해서 튀어나올 때의 지속적인 긴장감이다. 공포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때 갖는 팽팽한 긴장감이다. 토브 후퍼 원작은 공포보다는 서스펜스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사건을 만든다. 그러니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는 히치콕 스타일인 마커스 니스펠 감독의 영화는 원작보다 서스펜스가 확실히 덜하다.

토브 후퍼의 원작영화에서는 허구적인 리얼리즘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히치 하이커가 벤에 탔을 때 자해한 손바닥을 카메라에 들이대는 클로즈업 장면과 샐리가 도살자의 집에서 도망 나와 뒤따라오는 가면얼굴의 추격을 받으며 끝없이 도망가는 롱테이크 씬이다. 마지막에서 가면얼굴이 굉음을 내는 전기톱을 돌리면서 분노하는 장면등은 다른 리메이크영상들과 달리 차별적인 리얼리즘을 갖는다. 개봉 당시에 분노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이런 차별성 때문에 그 당시 깐느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다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고 여긴다.

이외에 리메이크된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원작이 리얼리즘을 갖는 것은 아주 황당한 이유가 있다. 배우들의 상당량이 실제 피를 흘리고 연기한 장면들이 채우는 영화라는 비극성이다.

원작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집에서 도망쳐 나오는 마릴린 번즈(샐리역)의 피투성이 장면은 실제 부상 장면을 넌 스텁으로 찍었으며 전기톱을 휘두르는 가면 얼굴 건나 한센은 극중에서 많이 다쳤다. 배우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공통적으로 감독에게 갖는 묘한 반감을 읽을 수 있다.

마커스 니스펠 감독의 영화에는 리얼리즘을 살려주는 영상기술과 음향면에서는 원작보다 우세하다. 기술적인 측면의 차이이다. 토브 후퍼가 각본,감독,음악까지 맡는 이십년도 더 된 독립영화와 지금 영화와의 기술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개별적인 컷으로 잘라 본다면 마커스 니스펠 감독의 장면들은 감각적이다. 그는 이전에 각종 상업광고와 음악비디오를 찍었고 본 영화가 첫 데뷔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프닝 씬처럼 그의 감각적인 연출은 영화 속에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는 첫 데뷔작으로 고전 호러 물보다는 필름 느와르 영화를 연출했다면 재능이 더 빛났을 것이다.

이 점은 토브 후퍼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원작의 인기를 몰고 과거에 만들던 코미디 구성요소를 넣어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2, 1986>을 만들었다. 흥행에 무참히 실패했다. 샐리 역으로 르네 젤위거가 나오는 블랙코미디이지만 관객이 원하는 것은 전율이지 황당한 웃음은 아닌 것이다. 실패는 약이 된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효과가 없었나보다. 이 실패는 훗날에 그가 영화 판 보다는 티비시리즈 물로 내모는 계기가 된다. 본인이 생각하는 재능과 남에게 실재 인정되는 재능은 다른 것 같다.

위와 같이 관객과 감독은 무의식과 의식적으로 부여한 리얼리즘을 통해 심리적으로 서스펜스와 전율을 느낀다. 그리고 영화는 감독이 만들지만 관객은 후에 영화의 평을 하며 장르를 규정해 버릴 만큼 힘을 갖는다. 이 영화는 단적으로 감독보다는 관객에 의해 살고 회자되는 영화이다.

나는 이 전기톱 시리즈들이 잘 만든 공포영화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 부분 잘 만든 곳이 있지만 이 걸 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보다 영화가 던지는 의미에 더 손을 들어준다. 온갖 인터넷사이트의 뉴스보도 중에 클릭수가 높은 것은 저런 영화 줄거리들이다. 다행인건 제정신 나간 이들은 다수가 아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는 고양이보다 낯선 사람이 더 무섭다. 하지만 나의 괴성에 더 놀래는 이는 상대방이다. 일말의 연민을 갖고 살자.

7 )
h6e2k
잘읽엇어여~   
2010-01-31 03:34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24
mckkw
전기톱 소리가 미치게한다.   
2008-04-27 13:52
qsay11tem
작품성 있는 호러 영화에요   
2007-11-25 15:09
js7keien
호러영화의 전설에 가까운 원작을 이렇게 리메이크 하다니! 버럭!!   
2006-09-30 22:24
dudle
어두운 골목에서 사람보고 놀래는 인간들이 더 화상이다 천만분의 일의 인간이 범죄를 일으킨다고 선량한 시민을 무섭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더욱 사이코틱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그리고 이여자가 올린평은 도대체가 먼뜻인지 모르겠다 공포가 무서우면 됬지 거기서 더 바란다는 뜻인가?   
2005-06-22 14:19
choibow
전체 글 중에 본 영화에 관련한 내용이 얼마나 되는건지... 영화적 지식 자랑 하는 글 같네요. 리얼리즘 이라는 말보다는 현실성 이라는 말은 어떤가요? 훨씬 알아듣기 쉬울텐데.   
2005-06-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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