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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단상! 부모力과 <애자>
2009년 9월 29일 화요일 | 백건영 편집위원 이메일


며칠 전 TV에서 본 ‘부모력(力)’에 관한 프로그램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요컨대 각 지역의 다양한 가정을 취재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와 교육문제를 돌아보는 동안, ‘부모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부모의 힘, 특히 요즘 시대에 부모의 힘이 경제력에 나온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 이 프로그램이 전하는 바다.

60.70년대 압축성장의 시대 속에서 자식 하나 보고 살아온 부모님의 힘은 ‘희생’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경제력’ ‘실천력’이 자식농사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을지언정 여전히 부모님의 ‘희생’은 자식의 오늘을 만든 원천이요 마르지 않은 샘이다. 자녀교육을 위해 이사를 밥 먹듯이 하는 것이나, 아이를 유학 보내고 홀로 남아 그리움의 눈물을 짓는 일마저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언감생심이긴 해도, 그 바탕에 자기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단지 어떤 부분이 도드라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요즘 내 마음을 사로잡은 CF가 있다.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좋은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중략) 자식의 이름으로 사는 게 그게 엄마의 행복인 게다」로 끝나는 가슴 뭉클한 문장은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바치는 헌사에 다름 아닐 터이다. 제 아무리 애물단지일지언정 자식을 내치는 부모는 없는 법. 살아서 못해주면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자식의 길을 열어주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애자>가 보여준 부모의 힘은 시사적이다.

초반에 웃기고 후반에 울리는 등 장르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플롯을 가진 영화임에도, 비평적으로 달리 할 말이 없는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애자>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자본주의 자장 속으로 하락하던 가족의 가치를 굳건히 지탱하는 ‘부모의 힘’을 이용해 신파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겉으로는 사고뭉치 애자의 자유분방한 삶과 이에 못지않은 엄마 영희의 희생이 반목하면서 갈등 기제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애자의 삶의 시작과 끝은 엄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백일장을 통해 특례입학과 장학금 수혜를 안겨준 애자의 글이 엄마에 대한 애증과 일탈에서 잉태되었듯이, 문학상 수상과 유명작가 반열에 오르게 만든 것 또한 엄마와 지낸 한 철에서 비롯되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애자>는 눈물이 그칠 때 즈음 부모의 무한한 힘과 영원성을 후일담처럼 터뜨려 찰나의 행복을 맛보게 함으로써 관객의 사적경험을 소환한다. 그동안 한국영화가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통해 가족의 진화와 변형을 그려내면서 사회적 가치변화에 동참해왔건만 여전히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자식이 부모의 희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설사 대안가족이라도 유사부모의 희생은 필수요건이었다.).

곧 추석이다. 연휴가 짧아 귀성을 포기하고 집에 휴식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코미디영화도 없고 할리우드 대작도 사라진 올 추석 극장가가 재미를 볼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짧고 별 볼일 없어도 추석은 추석인 법. 찾아보자고 맘먹으면 영화가 왜 없을라고. 이번 추석에는 조금은 색다른 극장을 찾아 볼일이다. 뜻밖의 보석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

2009년 9월 29일 화요일 | 글_백건영 편집위원(영화평론가)

10 )
sinaevirus
잘 봤습니다. ^^   
2010-03-26 12:33
joe1017
최강희 영화 중 최고...
최강희 아니면 애자 역활을 누가 했으랴하는 생각도...   
2010-03-16 16:37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3-14 13:19
iamjo
애자   
2009-12-04 01:31
fa1422
...   
2009-11-10 20:33
egg0930
애자~ 슬퍼요~   
2009-10-10 14:02
ooyyrr1004
네에 ^^   
2009-09-30 08:50
ehgmlrj
좋을듯 싶어요..!!   
2009-09-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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