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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영화, DVD로 부활하다, 이두용 감독 <최후의 증인>
2009년 2월 18일 수요일 | 소마 이메일


 <최후의 증인>은 장르 영화이기에 앞서, 79년~80년경 한국 사회의 이면에 대한 훌륭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실제 장소에서 촬영되어 '진짜'라는 느낌을 준다.
<최후의 증인>은 장르 영화이기에 앞서, 79년~80년경 한국 사회의 이면에 대한 훌륭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실제 장소에서 촬영되어 '진짜'라는 느낌을 준다.

초기에 시장 상황이 좋았을 때는 할리우드 수준은 아니더라도 국내의 클래식 영화들 가령 임권택 감독의 7,80년대 영화들이나 한국 영화사의 걸작 영화 반열에 들어가 있는 과거의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국내의 부가 판권의 시장 상황은 결코 더 나아가지 못했고 당연히 클래식 한국 영화들의 출시 역시 드문 드문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출시된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의 출시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최후의 증인>은 전설의 영화다. 이 영화는 1980년 개봉 당시에는 거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 영화였으며, 감독 스스로도 사실 이 영화의 존재를 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자식 같은' 자신의 작품을 감독이 기억에서 지워버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1979년 무려 9개월이라는 당시 한국 영화의 제작 풍토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긴 기간 동안 촬영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사장시킨 것은 당시의 '검열 체계'였다. 군사 정권 치하의 검열 기관은 이 영화를 '친공 영화'로 낙인 찍고 이 영화의 많은 장면들의 삭제를 요구했으며, 배급사는 자진해서 영화의 30여분 이상을 드러내 버리고 개봉했다. 이에 이 영화의 연출자인 이두용 감독은 <최후의 증인>을 자신의 연출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후의 증인>은 두 가지 시점으로 진행된다. 살인 사건을 발로 뛰며 추적하는 형사 오병호(하명중)는 사건과 연관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털어놓는 기억들은 플래시백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모든 것의 출발점에는 '전쟁'이 있다.
<최후의 증인>은 두 가지 시점으로 진행된다. 살인 사건을 발로 뛰며 추적하는 형사 오병호(하명중)는 사건과 연관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털어놓는 기억들은 플래시백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모든 것의 출발점에는 '전쟁'이 있다.

오랜 기간 기억의 저편에 존재하던 <최후의 증인>이 다시 거론되게 된 것은, 많은 영화인들이 우연히 TV에서 방영된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마침내 검열 전의 필름이 발견되면서 <최후의 증인>이라는 '전설 속의 영화'는 우리들 눈 앞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으며, 최초로 판권의 모호함으로 인해 법원의 판결까지 받아가며 DVD까지 출시될 수 있었다.

1980년에 개봉된 <최후의 증인>은 배창호 감독이 연출한 <흑수선>과 원작을 공유하고 있다. 두 작품은 모두 김성종의 소설 <최후의 증인>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편의 영화 중에 한 편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필자는 단연 <최후의 증인>이 필견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수작 저예산 영화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배창호의 <흑수선>은 그의 최근 연출작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영화이지만, 멜러 라인이 지나치게 강조하면서서 주제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념과 분단 문제 등을 비껴가면서 배창호의 연출작치고는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최후의 증인>은 음성 해설을 맡은 오승욱 감독의 말처럼 '한국판 하드 보일드 영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큼 강력한 영화적 힘을 지니고 있는 영화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 TV에서 이 영화를 우연히 보고 강력한 마지막 장면이 늘 머릿 속에 각인되어 있었는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출시된 <최후의 증인> DVD는 그 '각인된 기억' 속의 '강렬함'의 실체를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최후의 증인>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은 오병호가 걷는 풍경들이다. 하지만 풍경들은 영화 속의 황량한 인간들처럼 황량하기 짝이 없다.
<최후의 증인>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은 오병호가 걷는 풍경들이다. 하지만 풍경들은 영화 속의 황량한 인간들처럼 황량하기 짝이 없다.

물론 <최후의 증인>은 단순히 하드 보일드 영화라고만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들은 대개 주인공 오병호(하명중)의 여정을 담고 있는 일종의 '인서트 컷'같은 장면들이다. 대학 출신의 지식인에 해당하지만 오병호는 냉정한 과학 수사를 벌이는 타입의 형사는 아니다. 그는 신문 기자인 친구의 말처럼 '구두가 닳아떨어지도록' 걸어 전국의 벽촌을 뒤지며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며 영화 속에서 그는 촌부들 곁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거나 외투의 옷깃을 세우고 뚜벅 뚜벅 벽촌 마을을 걸어나가기에 바쁘다. 이런 인서트 컷은 주인공 오병호가 느끼는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피로감을 관객들 역시 체감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정일성의 촬영은 당대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데, 당대 뿐 아니라 현재의 기준으로도 무척 긴 촬영 기간(9개월)을 거치며 거의 전부를 세트 촬영 없이 현장 촬영을 고집했던 이 영화는 그로 인해 생생한 사실감을 전해준다. 이 영화가 제작되던 1979년부터 1980년까지는 박정희의 갑작스런 죽음과 전두환, 노태우를 위시한 신군부의 등장 그리고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과 어둠의 시간이었고 그런 시대적 분위기는 영화 구석 구석에 묻어나오고 있는 것. 가령 DVD의 음성 해설에서 이두용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영화 속의 광주 다방 장면 촬영이 있고 바로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던가 하는 후일담은 <최후의 증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는 예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후의 증인>은 진정한 의미의 '로드 무비'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사건의 실체를 접근해 나아가는 오병호의 궤적과 오병호가 밝혀내는 사건의 실체를 담고 있는 플래시 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한국의 풍경은 '금수강산'으로 미사어구로 수식되는 그런 관광용 한국의 모습이 아니라 삶과 역사의 피로감이 뚝뚝 묻어나오는 둔중함으로 가득 차 있는 당대 한국의 초라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공간들은 동세대 한국 영화 속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하며 동시에 가장 사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현장감이 묻어난 영화의 미장센들은 <최후의 증인>을 '진짜'로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됨은 물론이다.
 사건을 수사해 나가면서 오병호는 점점 사건에 깊숙히 감정이입해 간다. 당연히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암담한 사건의 무게는 그의 마음을 짓눌러 간다.
사건을 수사해 나가면서 오병호는 점점 사건에 깊숙히 감정이입해 간다. 당연히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암담한 사건의 무게는 그의 마음을 짓눌러 간다.

<최후의 증인>은 '오병호'라는 인간적인 형사를 통해 '순수'를 대변하는 황바우(최불암)와 여인(정윤희)을 둘러싼 추억한 과거를 호출해 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쉽사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들의 과거사 문제들처럼, 이 영화의 결말 역시 시원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어쩌면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비극적인 결말은 역사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들의 모습과 그 비극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결말일런지도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제작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최후의 증인>을 현재의 관객들이 100% 몰입해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는 하다. 가령 이 영화의 액션은 옛 한국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현대의 관객들에게는 과장되게 느껴지고 성우들의 목소리로 후시 녹음된 음향 역시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이두용의 연출은 당대 최고의 액션 스타일리스트답게 현재의 관점에서도 매우 스피디한 속도감을 지니고 있어, 2시간 30분을 훌쩍 넘어서는 영화라는 사실을 감상 중에는 쉽게 깨닫기 어렵다. 특히 파멸로 치닫는 과감한 엔딩 시퀀스는 해머로 머리를 내리치는 것 같은 충격을 준다.
 <최후의 증인> DVD의 메인 메뉴 화면
<최후의 증인> DVD의 메인 메뉴 화면

한국의 클래식 영화 DVD 타이틀들을 논하면서 화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은 무모한 일이다. 필름 자체의 존재 자체가 문제 되는 상황 속에서 할리우드 수준의 복원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 물론 극적인 필름 발견과 복원이 이루어진 <로보트 태권 브이>같은 드문 경우가 존재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당연히 <최후의 증인> DVD는 부분 부분 열악함을 감추지 못하는 영상 퀄리티를 보여준다. 많은 야간 장면은 형체를 간신히 알아볼 정도의 해상도를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낮 장면의 해상도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으로 정일성 촬영 감독의 탁월한 결과물을 확인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돌비 디지털 2채널을 지원하는 DVD의 음향 퀄리티는 영화의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납득이 가는 수준. 간혹 대사음이 불분명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를 따라가는데는 별 문제가 없는 정도.
  '영화자료모음' 메뉴, 두 개의 음성 해설과 사진자료모음이 제공된다.
'영화자료모음' 메뉴, 두 개의 음성 해설과 사진자료모음이 제공된다.

서플먼트로는 두 개의 음성 해설이 제공되고 있는데, 첫번째는 영화의 연출자인 이두용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진행하는 음성 해설이고 두 번째는 오승욱 감독과 주성철 기자가 진행하는 음성 해설이다. 특히 이두용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의 음성 해설은 영화 제작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영화 속의 함의 등 영화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통해 영화 제작 당시의 시대상들을 감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어 꼭 들어볼 만하다. 또 장르 영화광으로 유명한 오승욱 감독과 주성철 기자의 음성 해설은 이미 국내판 쇼브라더스 타이틀들에서 손발을 맞추어 본 콤비답게 해박한 장르 영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구성진 입담을 펼치며, 이 영화가 지닌 영화적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 외의 서플먼트로는 스틸 사진 모음이 들어 있으며, 이 영화에 대한 김영진 평론가와 오승욱 감독의 글이 담긴 소책자가 같이 제공되고 있다.

최후의 증인(The Last withness)

출시일 : 2009-01-08
출시사 : 한국영상자료원, 태원
Starring : 하명중, 정윤희, 최불암, 한혜숙
Director : 이두용
Running Time : 154 Min
Video Format :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Audio Track : 한국어 / 돌비디지털 2.0
지역코드 : 3
관람등급 : 15세 이용가
디스크수 : 1disc
자막 : 한국어,영어, 일본어
<부가영상> 코멘터리1(이두용 감독, 김영진 평론가)/코멘터리2(오승욱 감독,주성철 기자), 사진 자료 모음

457 )
kisemo
잘봤어요~~   
2010-04-13 15:54
KJCQW
옛날꺼   
2009-07-21 16:49
wjswoghd
나름 문제작   
2009-05-27 19:12
keykym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2009-04-16 08:52
kyikyiyi
진짜 옛날 영화네요ㅎ   
2009-04-08 10:13
callyoungsin
고전영화인듯하네요   
2009-04-08 03:10
ldk209
오래 전 한국영화들....   
2009-03-03 13:50
ch3ilove
많은 의미를 내포한 영화..
예전에 출시되었던 영화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은것
같습니다.   
2009-03-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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