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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정말이지 반갑다. DVD로 만나는 21세기 홍콩 느와르의 걸작, 견자단.홍금보 <살파랑>
2009년 4월 1일 수요일 | 소마 이메일


■ 죽음의 운명을 향해 달려가는 사내들

<살파랑>은 기념비적인 영화다. <폭렬형경>(1999) 등의 소수의 영화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홍콩 상업영화판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감독이었던 엽위신과 독자적인 액션 스타이기는 했지만 결코 특급의 자리는 차지하지 못했던 견자단은 <살파랑>을 통해 자신들이 정말 잘해낼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를 ‘발견’해 낸 것. 그들의 협업은 <살파랑>에 이어서 <용호문>(2006), <도화선>(2007) 그리고 이소룡의 스승으로 알려진 영춘권의 대가 엽문의 일생을 그린 <엽문>(2009)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살파랑>은 엽위신, 견자단의 연작들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영문 제목이 <Kill Zone>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연작 중 가장 허무주의적 정서가 짙은 비정한 영화이기도 하다.

<살파랑>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점성학 책인 <자미두수>에 담긴 세 개의 운명 즉 지배의 운명(七殺), 파괴의 운명(破軍), 탐욕의 운명(貪狼)에서 세 글자(殺․破․狼)를 따 온 것이다. 이 제목처럼 <살파랑>은 제목이 의미하는 지배, 파괴, 탐욕의 운명을 타고 난 세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강력팀장 진국충(임달화)과 진팀장의 후임인 마팀장(견자단) 그리고 암흑가의 보스인 왕보(홍금보)가 바로 정해진 운명을 품고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이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거두절미하고 진팀장이 후송중인 증인이 왕보의 부하들의 습격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사건으로 생긴 감정으로 인해 진국충과 왕보는 철천지 원수가 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에서 일종의 ‘선’이라고 할 수 있는 진팀장과 그의 부하들 역시 오직 왕보를 잡기 위해서 탈법적인 폭력은 기본이고 증거 조작까지 마다하지 않는 인간들이라는 점이다. 반면 영화 내내 냉혈한으로 등장하는 왕보는 가족 앞에서 만큼은 따뜻함을 품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어쨌든 진팀장과 왕보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기를 거부한 사이다. 더구나 둘은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직감하면서도 마치 ‘숙명’처럼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다. 이 공존할 수 없는 숙명을 지닌 두 남자 사이에 등장한 마팀장 역시 ‘파괴의 운명’을 타고 난 자다. <살파랑>은 이제까지 만들어진 어떤 홍콩산 느와르 영화들보다 가장 비관적인 내러티브를 지닌 영화다. 이 영화의 비극적인 영웅들은 마치 정해진 운명을 향해 나아가듯 하나씩 죽음을 맡이한다.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기는 하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그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 흥분되는 고수들의 대결

<살파랑>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단연 홍금보다. 80년대에 성룡, 원표와 같이 ‘골든 트리오’라고 불리우며 사람 좋은 속물을 연기했던 홍금보의 모습은 이 영화 속에는 없다. 분노를 가슴 속에 감쳐두고 맹수처럼 포효하는 초악한 홍금보의 모습은 낯설지만 강렬하다. 또 <살파랑>은 왜 홍금보가 전설적인 무술 배우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견자단과 홍금보가 대결을 벌이는 액션 시퀀스는 액션 시퀀스 자체만으로도 평가할만한 장면이다. 실제로도 무술의 고수들이 견자단과 홍금보는 비록 합을 맞춘 액션 장면이지만 감히 일반적인 액션 배우들로는 도저히 쫓을 수 없을 만한 스피드와 힘을 보여준다. 이 시퀀스 외에도 <살파랑>에는 실제 무술 고수들 사이에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더 있는데, 영화 속에서 왕보 수하의 킬러 아걸로 등장하는 오경(그도 이연걸과 마찬가지로 전국 단위의 우슈선수권 우승자다)과 견자단의 뒷골목 대결 시퀀스다. 이 두 개의 액션 시퀀스들만으로도 <살파랑>은 액션 영화팬들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가 되었다.

■ 깔끔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DVD

<살파랑>이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것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였다. 이 어둡지만 강력한 영화는 인터넷 상의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액션 팬들에게 알려져 왔고 나름 굳건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런 과정을 생각하면 최근에야 우리들에게 도달한 <살파랑>DVD의 국내판 출시는 너무 늦은 감까지 든다. 하지만 다행히 뒤늦게 도달한 <살파랑> DVD의 퀄리티는 꽤 훌륭한 편이다.

이 영화의 미국 배급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로고가 먼저 나오는 것에서 유추되는 것처럼 북미판 DVD소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국내판 DVD의 퀄리티는 대부분의 영화 속 장면이 밤 장면인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홍콩산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어두운 장면에서는 고감독 필름을 사용한 관계로 필름 노이즈가 발견되고 약간 화질이 열화된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해상도와 형광색의 표현이 깔끔한 편이다.

DTS와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를 지원하는 음향 표현력 역시 매력적이다. 특히 영화 곳곳의 액션 시퀀스에서 표현되는 몸과 몸 그리고 금속과 금속이 둔중한 음향 효과의 파괴력은 꽤 만족스럽다.

서플먼트는 홍콩 영화 DVD로는 꽤 많은 분량을 담고 있는데, 2디스크로 구성된 북미판 DVD의 서플먼트들의 일부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보스와의 대결’(30분 29초)이라고 명명된 액션 시퀀스 촬영 장면이 인상적인데, 본편의 클라이막스 액션 시퀀스 장면 위에 홍콩 영화 전문가인 베이 로건과 영화의 무술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견자단이 음성해설을 진행하며 영화 촬영 과정에 있었던 뒷이야기를 전해준다. 다소 생뚱맞은 제목인 ‘메이킹 코멘터리’(10분 4초)는 영화의 출연진들이 등장해 자신의 영화 속 캐릭터와 영화에 대해 소개한다. 그 외에 홍콩 극장판 예고편과 미국의 프로모션 예고편 그리고 4편의 TV 스팟이 포함되어 있다. 북미판에 담긴 베이 로건의 음성 해설이나 홍금보가 참여한 피쳐릿 등 다양한 서플먼트들이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

살파랑 (SPL)


출시일 : 2009-03-06
출시사 : 대경DVD
Starring : 견자단, 홍금보, 임달화, 오경
Director : 엽위신
Running Time : 93 Min
Video Format : 1.8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Audio Track : 중국어(광동어),영어 / DTS & 돌비디지털 5.1
지역코드 : ALL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부가영상> 보스와의 대결 / 메이킹 코멘터리 / 홍보 영상(극장용 예고편, 북미지역 예고편, 4 TV Spots)




17 )
okane100
견자단과 홍금보라 정말 대단한 조합인듯   
2009-04-12 15:21
kyikyiyi
국내 개봉했으면 봤을텐데...글애도 dvd로 나왔으니ㅎㅎ   
2009-04-08 10:14
callyoungsin
국내개봉은 못하고...   
2009-04-08 03:11
bjmaximus
결국 국내 개봉을 못하고 DVD로..   
2009-04-06 11:10
gurdl3
기대됩니다~!   
2009-04-03 21:56
hrqueen1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제목이지만.
글을 읽으니 흥미는 가네요.
DVD를 평하는 분이 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기사입니다.   
2009-04-03 15:28
sdwsds
재미있을것 같은데요   
2009-04-02 10:02
theone777
견자단도 멋있지만.. 홍금보 스타일도 멋있네요 ㅎ   
2009-04-02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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