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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Watchmen)은 누가 감시(Watch)하는가?
2009년 8월 19일 수요일 | 소마 이메일


나이트 아울 : 아메리칸 드림은 어떻게 됐지?

코미디언 : 이뤄졌지! 지금 보고 있잖아 !


1970년대에 시민 폭동을 진압하던 중, 극우파 슈퍼 히어로 ‘코미디언’은 시민들에게 고무탄을 쏘고 난 후 ‘나이트 아울’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국 대중문화는 늘 ‘아메리칸 드림’을 그들의 문화 속에 담아내곤 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은 영화의 막바지에 성조기와 함께하는 그들의 슈퍼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면 끝을 맺곤 했다. 하지만 <왓치맨>에서 슈퍼 영웅들은 그들이 참여하며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디스토피아가 된 미국의 모습을 조롱하거나 좌절한다.

‘슈퍼맨은 현존하며, 그는 미국인입니다.’

<왓치맨>에서 진정한 ‘슈퍼 히어로’ 즉 ‘초능력’을 지닌 유일한 초인(超人)인 ‘닥터 맨해튼’은 보도 매체를 통해 이렇게 소개된다. <왓치맨>의 ‘대안 역사’ 속에서 미국과 소련은 여전히 냉전 중이며, 연구소의 우연한 사고로 탄생한 ‘닥터 맨해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상징물로서 세계의 역사 위에 올려지게 될 뿐 아니라 3선에 성공한 ‘보수 우파 대통령’ 닉슨과 만나고 ‘반공 투사’로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말 그대로 그는 ‘슈퍼 히어로’일 뿐 아니라 ‘미국 애국주의’의 상징물이 된다.

<왓치맨>에서 ‘슈퍼 히어로’는 결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왓치맨>속의 세계는 ‘평행 우주’의 시간 개념 속에서 별도로 존재하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정치와 그들은 깊은 연관성을 맺는다. 영화 초반부에 죽임을 당하는 ‘코미디언’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역사에 관여했던 인물로, 영화상에서는 JFK 암살의 주역으로 언급되며, 닉슨이 주도하는 보수 정부의 수호자로 베트남전과 폭동 진압에도 가장 적극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는 그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 영화 속의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게도 적용되는데, 문제는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정의의 사도’임을 확신하며 행했던 일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회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폭력은 정당한가?

<왓치맨>의 서두는 마치 느와르 영화처럼 시작된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탐정 스타일의 슈퍼 히어로인 로어셰크는 일지를 기록하며, 영화의 초반부에 살해된 ‘코미디언’의 범인을 뒤쫓고 영화의 서두와 결말부는 이런 미스터리 구조의 형식에 충실하다. 하지만 <왓치맨>의 미스터리 구조는 한 가지 사건의 시작과 결말로 설명될 수 있을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이 영화에는 슈퍼 히어로의 근원과 소멸과 연관된 개인적인 트라우마와 정치적인 알레고리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또 그것에 관한 시퀀스 역시 비중 있게 묘사되곤 한다. 가령 ‘로어셰크’의 불우한 가정 환경은 그의 폭력적인 ‘자경단원’ 활동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며 ‘실크 스펙터’의 경우에는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가 자신의 활동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행하는 ‘폭력’은 매우 건조하고 어둡게 묘사되는데, 그건 이들의 폭력이 단순히 ‘정의 수호’ 차원의 범위로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력있는 액션이 돋보였던 <300>의 연출자였던 잭 스나이더는 <왓치맨>에서 액션 시퀀스의 쾌락을 자제하는데, 이는 프랭크 밀러 원작의 <300>이 선과 악의 대비를 뚜렷이 하고 있기에 쉽게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에 비해, <왓치맨>의 경우에는 선과 악이 혼재된 세계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 속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나이트 아울과 실크 스펙터가 (영화에서 가장 정상성에 근접한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폭력배들과 벌이는 액션 시퀀스는 팔이 부러지는 장면 등이 노골적으로 묘사되면서 매우 폭력적인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이 둘이 폭력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을 주며, ‘자경단’으로서의 신념이 가장 강한 인물인 로어셰크의 폭력 시퀀스들은 호러 영화들의 그것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핏빛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들 장면에서 <왓치맨>의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들이 가진 ‘폭력’의 의미를 되묻는 성찰보다는 치기어린 영웅 심리에서 출발하거나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묘사된다.

이런 점에서 <왓치맨>의 슈퍼 히어로들은 그다지 친근한 존재들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반응인데, 즉 그동안의 만화나 영화 속에 등장했던, 우리들의 판타지가 녹아있는 매끈하고 섹시한 슈퍼 히어로들은 <왓치맨>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들은 ‘의상’만 걸쳤을 뿐 앞서 서술했던 닥터 맨해튼 정도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에 비해 좀 더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녔을 뿐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영화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밥 딜런의 노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처럼 시간은 흘렀고 이들이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예외 없이 더욱 늘어나 버린다. 심지어 인간이란 존재를 초월해버린 ‘닥터 맨해튼’조차도 인간의 애욕의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상 가장 암울한 슈퍼 히어로 영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 많은 악당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물들과 달리 <왓치맨>에는 ‘슈퍼 히어로’의 적인 ‘슈퍼 빌란’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의 간극과 혼란스러운 젊은 시절의 기억들로 슈퍼 히어로들은 내부로부터 붕괴도어 버린다. 무려 162분에 이르는 상영 시간 동안 결국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그동안 쌓여진 슈퍼히어로 ‘신화’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왓치맨>은 다소 혼란스럽게 여겨지는 영화이며 잭 스나이더의 연출이 모든 관객들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앨런 무어가 창조해낸 원작이 담고 있는 비전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 있기도 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잭 스나이더는 <300>에 이어 그래픽 노블의 비전을 스크린으로 옮겨놓는 것에 성공했다고 평가할만 하다. 다만, 영화라는 고유한 매체로서의 비전을 이 영화가 담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왓치맨>은 이제까지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들 중 가장 암울한 영화다. 이 영화는 그동안 슈퍼히어로 영화 속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거의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 안에서 ‘성’과 ‘역사’와는 유리된 채 살아가는, 다른 영웅들과는 달리 <왓치맨>의 슈퍼 히어로들은 철저히 인간의 욕망에 근거하여 행위하며, 또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기본적으로 <왓치맨>의 영웅들은 그들이 소유한 힘의 과도함에 잠식되어 버린다. 그들이 지닌 인식의 수준이 평범한 사람들 정도에 머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일종의 ‘형벌’과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왓치맨>은 매우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아주 이례적인 할리우드 영화다.

ABOUT dvd

의도적으로 80년대의 느낌을 살린 <왓치맨>의 영상은 약간 탈색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상 퀄리티는 최신 블록버스터답게 깔끔하다. 또 전체적으로 표현 난이도가 높은 음영 대비가 강조된 느와르풍의 영상의 특성도 잘 살아있는 편이다. 예상보다는 액션 시퀀스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강력한 액션 시퀀스들의 음향 표현 역시 매우 훌륭한 편이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서플먼트의 분량 역시 방대한데, 본편이 수록된 첫 번재 디스크에는 ‘Mechanics: Technologies of a Fantastic World’(16:50)은 원작 만화와 영화에 사용된 과학적 개념을 풀어서 설명해준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더욱 더 풍부한 서플먼트들이 담겨 있는데, ‘The Phenomenon: The Comic That Changed Comics’(28:47)는 원작 만화가 어떻게 시각적으로 영화화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피쳐릿이며, ‘Real Super Heroes, Real Vigilantes’(26:18)는 실제 미국에서 80년대부터 자경단으로 활동했던 단체들과 사람들에 관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Video Journals’는 영화의 미술, 의상, 액션 안무, 시각 효과등이 각 장면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다룬 2~4분 분량의 짧은 영상들 11개를 모아놓은 메뉴다. 그 외에도 의도적으로 70년대 풍의 뉴스 화면으로 제작된 ‘Viral Video: NBS Nightly News’ (03:04) 영상 클립, ‘My Chemical Romance'의 뮤직 비디오(03:17)가 수록되어 있다.

<왓치맨> DVD는 출시 초기에 닥터 맨해튼과 로어셰크의 마스크 케이스와 스틸북 등 세 가지 버전의 한정판 케이스로 출시될 예정이다. 다만 북미 지역에서 출시된 DVD가 164분짜리 극장판과 대사 장면이 추가된 186분짜리 감독판 버전으로 출시된 것에 비해, 국내판에는 감독판 출시 소식이 없어 아쉬움을 준다. 향후 출시될 예정인 블루 레이에 희망을 걸어야할 듯 하다.


왓치맨(Watchmen)

출시일 : 2009-08-20
출시사 : 파라마운트
Starring : 재키 얼 할리(로어셰크) / 제프리 딘 모건(코미디언) / 빌리 크루덥(닥터 맨해튼) / 말린 애커만(실크 스펙터) / 패트릭 윌슨(나이트 아울) / 매튜 굿(오지맨디아스) / 칼라 구기노 / 스티븐 맥하티
Director : 잭 스나이더
Running Time : 162 Min
Video Format : 2.40: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Audio Track : 영어 / 돌비디지털 5.1
지역코드 : 3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디스크수 : 2disc
자막 : 한국어, 영어, 광동어, 북경어
서플먼트 : Mechanics: Technologies of a Fantastic World / The Phenomenon: The Comic That Changed Comics / Real Super Heroes, Real Vigilantes / Video Journals / Viral Video: NBS Nightly News / Music Video: My Chemical Romance song, "Desolation Row"/ Easter Egg Viral Video: The Keene Act & You


10 )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24 16:04
loop1434
굳   
2010-03-10 19:28
kooshu
생각보다 전개가 느려서 좀 지루했던   
2009-09-26 15:41
bjmaximus
왓치맨,재밌었는데 의외로 반응은 시원찮았던..   
2009-09-03 12:34
justjpk
영화 보고...
음............
이러고 같이 본 사람과 대화 끝   
2009-08-24 13:07
ehgmlrj
별루라고 하는 사람이 많던데..;;   
2009-08-20 13:25
kwyok11
감시~~   
2009-08-20 06:57
kaminari2002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걸작   
2009-08-1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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