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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극장가 개봉 관행 뒤흔드는 IMAX 3D <에베레스트>
2015년 9월 25일 금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IMAX 3D 영화 <에베레스트>의 개봉이 지금 북미에서 화제다. 미국 영화 산업 관계자들은 프리미엄 상영관을 거점으로 한 <에베레스트>의 새로운 롤 아웃 개봉 전략이 향후 북미 극장가의 개봉 관행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롤 아웃은 주로 다양성 영화들이 선호해 온 개봉 방식으로,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영화를 먼저 개봉한 뒤 관객의 반응에 따라 상영관을 늘여가는 방식을 말한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이 같은 전략에 맞춰 북미 관객과 만났다.

지난 주 545개의 IMAX와 PLF(Premium Large Format) 상영관에서 롤 아웃 방식으로 개봉한 <에베레스트>는 개봉 3일만에 756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영화는 현재 로튼토마토(73%)를 비롯한 리뷰 사이트에서 호평받으며 흥행 기조를 띠고 있다. 미국의 영화산업지 더 랩에 따르면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IMAX 관에서 상영을 시작한 <에베레스트>가 와이드 릴리즈에 앞서 관객들의 입소문을 탄다면 홍보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 극장가에서 IMAX에 기반을 둔 롤 아웃 개봉은 2011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이후 <에베레스트>가 4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은 이미 특정 팬층을 확보한 크리스마스 블록버스터 시리즈인데 반해 <에베레스트>는 더 넓은 관객층에게 호소하는 액션이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에베레스트>의 이 같은 다소 과감한 시도는 최근 콘텐츠 산업의 환경과 소비 형태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상 콘텐츠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는 아무리 높은 완성도의 영화라 할 지라도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프리미엄 상영관을 중심으로 둔 <에베레스트>와 같은 배급 전략은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개봉함에 따라 관객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을 발생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흥행의 향방을 알지 못한 채 수많은 상영관을 확보해야하는 와이드 릴리즈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불어 <에베레스트>의 개봉 전략은 영화의 성격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위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눈 덮인 에베레스트의 풍광을 전달하기에 IMAX 영화관은 최적의 선택지이자 플랫폼이다. 또한, <에베레스트>의 출연 배우 제이슨 클락, 제이크 질렌할, 조쉬 브롤린, 키이라 나이틀리는 전 세계적으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저명한 배우이기는 하지만 북미 시장에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는 아니다. 따라서 <에베레스트>가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한 IMAX 상영관에서의 리미티드 릴리즈로 입소문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면 흥행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랩이 보도한 익명의 영화 제작자의 말처럼 IMAX와 같은 프리미엄 상영관을 거점으로 둔 롤 아웃 개봉 방식은 흥행 요소는 갖췄지만 홍보 요소가 충분하지 않은 영화에 적격인 셈이다.

SNS의 확산으로 입소문의 전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진 지금, 와이드 릴리즈가 아닌 500여개의 상영관에서 롤 아웃 방식으로 개봉을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작품의 완성도에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관객의 부정적인 입소문으로 순신간에 곤두박질친 <판타스틱 4>와 같은 영화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전략이다. 소니 픽처스의 IMAX 3D <하늘을 걷는 남자> 또한 <에베레스트>와 같은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조셉 고든 레빗이 출연한 <하늘을 걷는 남자>는 <에베레스트>와 마찬가지로 시각적 쾌감 그 이상의 ‘체험’을 선사하는 영화로 알려져 있다.

북미영화 시장과 국내 시장은 물론 규모나 형태에 있어 다르기에 섣부른 비교는 경계해야겠지만 <에베레스트>의 새로운 개봉 방식은 국내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분명 눈여겨 볼 만한 사례고,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영화는 이미 극장을 뛰쳐나와 IPTV, 웹 PC,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소비되고 있고, 이 같은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웹툰, 웹 드라마 등 콘텐츠 또한 맹렬하게 세분화되고 있기에 그렇다. 내년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과, 콘텐츠와 접목된 IT산업 빅뱅이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에베레스트>와 같은 북미 시장의 선례를 세심하게 살펴 배급 방식을 다각화하고 관객의 관심과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콘텐츠의 성격에 부합하는 배급 방식인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사려 깊은 고민이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령, 이십세기 폭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놀라운 재앙을 안겨준 <판타스틱 4>를 두고 배급 전략을 논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최소한의 완성도가 담보돼 있지 않은 영화와 콘텐츠에게 애초 이 같은 전략은 사치스런 호들갑일 뿐이다.

2015년 9월 25일 금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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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rok57
결과론적이지만 결국 아이맥스 성적에 비해 에베레스트의 전체 북미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네요. 미션임파서블같은 탄탄한 팬층을 구비한 시리즈가 아니면 힘들다는 것은 이어서 개봉한 하늘을 걷는 남자의 처참한 아이맥스 성적이 보여주는듯 합니다.   
2015-1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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