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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아이디어, 일본이 스멀스멀 잠식한다!?
2005년 3월 10일 목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조금은(?) 질투어린 편견으로 단언컨대, 할리우드는 일본을 사랑한다. 할리우드가 손에 든 프리즘을 통과하면, 일본문화의 요소요소들이‘호호, 난 신비로워요~~~’를 외치기라도 하듯, 할리우드의 은근한, 혹은 직접적인 일본 사랑은 적잖은 영화들마다 묻어난다.

깜찍함으로 몰아닥치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도 앙증맞은 초밥집이 등장하거니와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톰 크루즈는 일본에 대한 숭앙심을 감추지 않아 기자를 비롯한 소심한(?) 혹자들의 아쉬움을 샀었다.

여기에 할리우드는 (비단 최근 일만은 아니었지만) 영화의 ‘출발점’인 ‘시나리오’에서도 일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들이 우루루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부터, 우리도 익히 아는 일본공포영화 히트작들, 아예 감독까지 물건너 할리우드로 진출, 일본인임을 으쓱 자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슬쩍 샘이 나기도.

허나 요사이 우리나라도 <시월애>,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 등 판권 팔린 영화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니, 이에 쓸데없는 자격지심은 굳이 가질 필요가 없을것같다(물론 갈길은 멀지만 말이다!). 대체 할리우드에서 눈독 들이는 일본영화는 어떤 류인지(였는지) 한번 점검해보면서, 우리나라영화의 리메이크 현황과 (개인적으로) 비교해 보는 심심하지 않은 시간을 가져보시길.

할리우드가 이미 리메이크한, 일본 오리지널 작품들은?

▶ 주온(呪怨)

이 영화 보고 기절할만치 놀랄 분들 많으셨을 거다. ‘한 남자가 부인을 살해하고 본인도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5년 후...’가 사건의 발단으로, 푸르딩딩한 귀신들이 이리 쑥, 저리 쑥 등장하는 통에 참으로 간담 서늘했던 영화 <주온>.

1999년 비디오 영화로 제작돼, 영화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았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주온>은 극장판 1,2로 다시 제작됐고, 두 편 다 할리우드가 냉큼(?) 리메이크를 결정하기에 이른다(비디오 영화를 보고 탄복한 일본 감독들도 많았더랬다. <링2>, <여우령>의 다카하시 히로시, <큐어(CURE)>, <회로(回路)> 등의 구로사와 키요시같은 명감독들이 시미즈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않으며, 극장판 제작에도 힘써줬다는 것).

극장판 1편에는‘오키나 메구미’와‘이토 미사키’가 2편에는 ‘사카이 노리코’라는 일본 최고의 여배우들이 헤로인으로 분했다. 자, 어쨌든 먼저 리메이크된 <주온>의 할리우드명(名)은 <더 그러지(The Grudge)>. 제작을 맡은 샘 레이미 감독은 아예 시미즈 감독을 할리우드로 불러 이 영화로 데뷔시켰고, 시미즈는 구로사와 아키라 이후 13년 만에 할리우드에서 영화작업하는 영광스런 일본인이 됐다.

<링>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이어, 일본영화계의 흥분 파노라마를 이어준 <주온>. 사라 미셀 겔러가 헤로인으로 못한 <더 그러지>는 미국에선 작년 10월 개봉, 첫주 흥행 1위를 차지하는 등 멋진 성과를 거뒀다.

▶ 링(リング)

펀뜩 생각해도 이 영화 참 인기많았다. 우리도 김동빈 감독이 리메이크, 할리우드도 리메이크. 참 으쓱할 만했을듯.
일본 자체내의 인기야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마츠시마 나나코, 나카타니 미키, 다케우치 유코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관객 250만명을 동원하며, 2편 <라센(らせん)>, 3편 <루브(ル-プ)>가 개봉됐으며, 사다코의 과거에 초점을 맞춘 종결작 <링제로 버스데이(バ-スデイ)>도 만들어졌다. 스즈키 코지의 탁월한 원작은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투여된 역작이기도.

아무튼 <링>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명은 <더 링(The Ring)>이었다. <멕시칸>, <캐리비안의 해적> 등의 고어 버번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지적인 여배우 나오미 왓츠가 헤로인으로 분했다. 흥행성적이 꽤 좋았던 지라 할리우드는 속편 <더 링 투(The Ring Two)>도 제작해 오는 5월, 개봉을 앞둔 상태다.

<더 링 투>에서도 나오미 왓츠가 나오지만, 연출은 물건너 온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맡았다. 제작사 드림웍스는 일본판 <링2>의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에 의한 속편을 원했지만, 전작의 버번스키 등 접촉한 감독들마다 강판시키는 불안함을 뿌리더니, 결국 나카다 감독을 불러들이기에 이르렀다. 나카다 감독 또한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에 이어 할리우드로 진출한 일본인이 됐다.

▶ 쉘 위 댄스?(Shall we ダンス?)

1996년 일본에서 개봉돼 사교댄스붐을 일으켰다는 이 영화(더불어 나중에는 제20회 일본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등 다부문을 휩쓸기도 한 영화). 다들 무지하게 재밌게 보지 않으셨는지?

수오 마사유키(<변태가족, 형의 새각시(變態家族兄貴の嫁さん)>, <팬시댄스(ファンシダンス)>, <으랏차차 스모부(シコふんじゃった)> 등) 감독에 대한 매력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게됐던, 이 매력넘치는 영화는 주인공 야쿠쇼 코지도 코지지만, 하늘하늘한 몸매의 발레리나 구사가리 다미요, 웃기고도 짠한 캐릭터 다케나카 나오토에 대한 인기몰이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랬던 이 영화에 대한,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왔을때 사실 불안감이 슬그머니 찾아왔더랬다. 과연 캐스팅이 누가 될지 말이다. 얼마 안가 리차드 기어, 제니퍼 로페즈라는 소식이 전해졌을때 ‘보나마나 꽝이네!’라는 푸념이 절로 나왔다. 어찌하여 제니퍼 로페즈라는 말인가. 물론 그녀의 관능미넘치는 몸매가 돈으로 환산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보석같은 가치임은 익히 알지만, 일본발레협회에서 가장 뛰어난 발레리나, 구사가리 다미요의 자연스런 아우라를 그녀가 뿜어낼 수 있을지 의심, 마구마구 되는 것이었다. 뭐, 아니나다를까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결과는 신통치않았다.

▶ 검은 물밑에서(仄暗い水の底から)

이 영화는 2002년, 일찌감치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발표됐었다. 신생 제작사 ‘팬디모니엄’에 의해 판권료 40만 달러에 팔린, 이 영화의 야심찬(?) 리메이크 소식은 일본 개봉 첫날, 무대인사에 나선 관계자들의 들뜬 목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그로부터 적잖은 시간이 흘러 이 영화는 할리우드 제목 <다크 워터(Dark Water)>로, 햇볕 쨍쨍한 오는 8월, 미개봉을 앞둔 상황이다. 연출은 <중앙역>,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등의 월터 살레스 감독이 맡았으며, 주연은 제니퍼 코넬 리.

아무튼 오리지널 작품인 <검은 물밑에서>는 ‘링’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원작은 ‘링’이 그랬듯, 역시나 스즈키 코지의 작품. 스즈키 코지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는 작품답게 원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품격있는 공포소설의 매력을 자랑한다(다 알고계시겠지만...).

나카다 히데오 & 스즈키 코지가 ‘링’이후 2년만에 부활하는 것과 더불어, 이 영화에서 시선을 끌었던 건 여배우 구로키 히토미의 등장이었다. 일본 최고의 연기파 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녀는 아이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리얼하게 표현해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주제가는 스마프의 명곡 ‘밤하늘의 저편(夜空ノムコウ)’ 등을 만든 스가시카오가 맡기도.

과연 월터 살레스와 제니퍼 코넬리가 엮어가는 <다크 워터>는 어떤 모양일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앞으로 어떤 일본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

▶ 구로사와 아키라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이키루(生きる)>,<주정뱅이 천사(醉ひどれ天使)>

‘일본영화계의 천황’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만큼 영구히 전 세계 감독들의 사랑을 받는 거장도 없을 거다. 할리우드는 눈독 일찌감치 들여 <요진보>를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리메이크한 <황야의 무법자(A Fist Full of Dollars)>(1964)를 만들었고, <7인의 사무라이> 또한 율 브린너가 나오는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1960)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그런데 <7인의 사무라이>는 또 한번 리메이크 결정이 났다. 이는 2003년 3월, 미라맥스측이 밝힌 사항. 각본은 <스코어> 등의 ‘스콧 마샬 스미스’에게 맡긴 상태였으니, 어찌 진척됐는지 몹시 궁금하다.

자, 그뿐이랴. 드림웍스는 2002년 11월, <이키루(生きる)> 리메이크 소식을 전했었다. 당시 구로사와 감독의 장남이자 구로사와 프로덕션의 사장인 히사오는 “계약 완료전이라 아직은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지만, 별다른 변동이 없는 한, 톰 행크스 주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키루>는 시무라 다카시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청의 한 과장이 남은 생을 조그만 공원을 만드는데 쏟는 뭉클한 휴먼 드라마.

좀더 따끈따끈한 리메이크 소식은 바로 <주정뱅이 천사>다.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등 최근 들어,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마틴 스콜세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상태. 워낙이 구로사와 열혈팬으로 알려진 스콜세즈 감독은 <꿈(夢)>에는 배우로 출연했으며 “<갱스 오브 뉴욕>의 대결투 장면도, <란(亂)>의 영향을 받았다”는 고백 을 숨기지 않았다(과거 <천국과 지옥(天國と地獄)> 리메이크도 검토했지만, 실현하진 못했었다고). <무간도> 리메이크인 <더 디파티드(The Departed)>도 찍어야 하니, 나올려면 아마 오래 걸리겠지?

▶ 시들지 않는 일본공포영화의 인기!! <착신아리(着信アリ)>, <주온2>

앞서 말했듯 <주온>에 이어, <주온2>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 작년 10월 개봉한 전편 <주온>의 경우, 미국에서 1억 1천만 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인 흥행작.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일본인 감독 최초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역량을 발휘한 감독이 됐고, 여세를 몰아 속편 <주온2>에서도 메가폰을 잡는다.

일본영화계의 독특한 악동,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착신아리>도 최근 할리우드 리메이크 결정이 났다. 이 영화는 몇몇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이 서로 판권을 사기 위해 불붙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기도. 결국, <터미네이터3>, <알렉산더> 등을 제작한 ‘인터미디어’사와 ‘링’ 시리즈를 전세계적으로 성공시킨 ‘카도카와’미국현지법인 ‘카도카와 픽쳐스 SA'가 공동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아키모토 코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착신아리>는 왕눈이 매력녀 시바사키 코우, 차분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인 미남 배우 츠츠미 신이치가 호흡을 맞췄었다. 과연 할리우드에선 누가 주연을 맡을지 벌써부터 상당~히 궁금하다. 여러분들도 <더 링>, <더 그러지>에 이어 이 영화가 일본공포영화의 위력을 이어갈지 슬쩍 점쳐보시길.

▶ 우리에게 낯설지만 일본은 ‘으음~당연해’? <퀼(クイ-ル)>, <감염·예언(感染·予言)>

‘제이-호러씨어터’의 창립작품 <감염·예언>도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결정났다. ‘제이-호러씨어터’는 <링>, <주온> 등의 히트작을 배출한 이치세 다카시게 프로듀서가 주축이 돼, 작년 3월, 도호가 설립한 공포영화 전문제작사.

<최면(催眠)> <천사의 어금니(天使の牙)>로 알려진 오치아이 마사유키가 연출한 <감염>은 경영위기에 처한 낡은 병원에서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다. 이에 <예언>은 츠노다 지로의 만화원작 ‘공포신문’을 츠루타 노리오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특히 리메이크를 결정한 할리우드측 프로듀서는 “지금까지의 일본공포영화와는 다른 표현, 의외의 스토리가 있다”며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고(그러니 우리나라에도 오리지널 일본 작품이 개봉돼 그 면면을 맛봐야 할텐데...).

한편 얼마전 국내에 <피와 뼈>가 개봉된, 최양일 감독의 <퀼>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단 소식! 작년 11월, 배급사 ‘쇼치쿠’가 조만간 계약을 체결한다고 전해진 <퀼>은 베스트셀러 『맹인안내견 퀼의 인생』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최양일 감독의 스타일과는 달라도 사뭇 다르다고 열띤(?) 화제를 모은 30억엔 흥행작. 뭐 소식 듣고서야 ‘오호~’했지만, 워낙이 동물소재, 동물주인공 영화를 좋아하는 할리우드니, 왠지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 글쎄, 나와봐야 알겠지만! <남극이야기>, <스카이하이> 등

그밖에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단 작품이 몇몇 있었더랬다. 모두 재작년에 소식이 전해진 것인데다 어찌되고 있는지 알 길 없으니, 오보아닌 오보가 될 위험도 있는 리스트들.

여기엔 1983년에 일본에서 크게 히트한 동물영화 <남극이야기(南極物語)>도 있고, 사쿠 유미코 주연의 인기 드라마 <스카이하이(スカイハイ)>도 있는가 하면, 다카쿠라 켄이 주연한, 야마다 요지 감독의 불후의 명작 <행복의 노란 손수건>도 있다. 아, 츠마부키 사토시의 귀여움이 몰아닥치는 <워터보이즈>도 할리우드로부터 리메이크 상담을 적잖게 받았었다나!

7 )
mvgirl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가는 듯한 헐리우드   
2010-06-10 21:57
bjmaximus
할리우드는 일본뿐 아니라 중국도 사랑한다.하지만 한국은..   
2008-07-26 15:06
qsay11tem
어느 정도 공감   
2007-11-26 13:25
kpop20
다양한 포스터네요   
2007-05-17 16:34
js7keien
헐리우드도 소재 고갈에 시달리기에..   
2006-09-30 20:44
lalf85
그나마 일본 영화는 주로 공포가 많아서 우리나라가 다양한 장르로 미국에서 리메이크 된다면 기분 좋겠네요. 그런데 괜히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위라는 사대주의가 다소 보이네요. 물론 시장이 크기도 하지만... 흠....   
2005-03-11 14:19
puppyluv
솔직히 '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온 몸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공포란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물론 책으로! -_-) 책에 비하면 영화는 그다지... 그러나 인정할 건 하나 있다. 일본 만화든 영화든 뭐든 소재가 참 다양하다...   
2005-03-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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