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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물씬 풍기는 2005 공포영화 4편
2005년 6월 27일 월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2005년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등장한 가운데 소재는 다르지만 그 주체가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서 한국영화계는 공포영화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왜 여자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공포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비명소리가 데시빌 높은 여자가 질러야만 된다는 사람부터, 남자 주인공의 지나친 강인함은 귀신들을 쫄게 만든다는 둥,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자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공포적인 요소와 맞물린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여성과 남성의 성벽은 공포영화에서도 뛰어넘지 못하는 금기인지는 몰라도 서양 공포영화의 경우 공포의 대상이 대부분 남자인데 반해 동양권에서는 유독 여자귀신이 많다. 게다가 자신의 원혼을 풀어주는 남자로부터 위로를 받을 경우 조용히 사라지는 수동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적으로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아왔던 여성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올 여름 한국 공포물은 일상의 사물을 공포의 매개체로 활용한 게 큰 특징. 원혼이 담긴 분홍신을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탐욕을 소재로 새로운 공포를 선보이는 <분홍신>과 첼리스트 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의 미스터리와 그 죽음을 관통하는 의문의 선율에 얽힌 미스터리 호러 <첼로>, 우연히 손에 얻은 가발을 시작으로 두 자매에게 일어나는 공포를 담은 <가발>, 일상의 익숙한 소리가 어느 순간 낯설어질 때 생기는 공포감을 표현한 <여고괴담 4>까지 4편의 공포영화가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 인간의 욕망을 공포로 표현한 <분홍신>과 <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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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소유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 이라는 말을 여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도 그랬고, 필리핀의 이멜다 여사도 그간 모은 구두로 구두 박물관을 차렸을 정도로, 구두에 대한 여자들의 집착은 무섭다. 왜 하필 구두 수집일까? 모든 사람들은 모두 신발을 신고 외출한다. 그 중 구두는 단화와 달리 높은 굽을 가지고 있다. 구두는 굽높이 만큼 돋보이는 자신의 모습, 즉 동시에 자기애의 과시를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물건이다.

<분홍신>의 주인공 선재(김혜수)도 아름다운 구두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잔혹 동화를 표방하는 <분홍신>은 어떤 사연이 있을 지도 모르는 멀쩡한 물건을 줍게 되는 인간의 욕망을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와 결합시켰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민담과 차이 나는 가치관을 담고 있다.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는 시대에 태어난 그는 정통적인 신앙과는 다른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안데르센 동화는 순전히 창작물로 '동화'라는 포장지를 벗겨 내면 요즘 유행하는 하드코어 스릴러가 있다. 세월이 흐르고 삽화가 삽입되면서 동화라고 변질되어 갔을 뿐 당시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엽기적 살인, 폭력, 돈에 대한 집착, 배신, 복수, 철저한 이기주의 등이 녹아 있다. 구두에 대한 욕망은 주인공 선재에 대한 자기애와 엄마나 의사가 아닌 여성 자신으로써의 욕망을 분출 하는 도구인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러운 것이 바로 머리카락이기도 한데 <가발>은 항암치료를 받던 수현(채민서)이 언니(유선)에게 선물 받은 가발을 쓰면서부터 잇따라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평소 의기소침한 동생이 가발을쓸 때마다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면서 겪는 공포를 스크린에 옮겼다. <가발>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마다 죽은 자의 기억 담겨 마침내 산 자의 영혼까지 잠식해 들어간다는 섬뜩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동양의 공포영화에서 머리카락이 차지 하는 위치는 단연코 높다. 삼단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귀신들의 긴 머리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풍성한 금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검은 머리카락. 평소 방바닥이나 하수구에 뭉쳐 있는 머리카락은 신체 부위중 가장 마지막에 부패한다. 여성성을 되찾는 도구로 구두와 가발은 훌륭한 공포 소재로 변신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소리로 다가온 공포 < 여고괴담 4:목소리>와 <첼로>


공포영화에서 청각적인 요소는 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 소리를 주제로 한 영화라면? 그 난이도는 분명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봐야겠다. 죽은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여고생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여고괴담 4:목소리>.1998년 <여고괴담> 1편 이후 여름용 공포영화에 여고생들의 캐릭터는 단골손님이 되어버렸다.

4편째 제작되는 만큼 그만큼 공포의 소재에 고갈을 느낄 법도 한데 부제가 ‘목소리’인 만큼 색다른 공포감이 기대된다. 목소리란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중요한 매개체다. 전편의 <여고괴담> 첫번째 이야기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했던 최익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여고괴담4>는 특이하게도 여주인공이 죽으면서 시작이 된다.

귀신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설정을 뛰어넘어 일상의 소리들이 주로 등장해 친숙함을 낯설음으로 변환시킨다. 무심코 지나쳤던 소리들이 공포로 다가온다니, 무서워서 눈을 감기 보다는 귀를 막아야겠다. 한국 영화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소리’를 소재로 삼아 전편에서 보여진 진부한 입시경쟁, 우정, 학교라는 장소를 적절히 배분했다. <여고괴담 4:목소리>에서 음악 선생으로 나오는 김서형은 첼로줄에 목이 감긴채 죽음을 맞이한다.

바로 그 첼로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올 여름 공포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일가족 살해 현장에서 남은 것은 음산한 첼로의 선율. 그 아름다움 속에 드러나는 공포를 그린 <첼로>는 성현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우철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때 즐겨 듣던 바흐의 ‘샤콘느’를 메인 테마로 삼았다. 사람의 음성과 가장 비슷하다는. ‘첼로’는 영화 주인공의 욕망을 자극하는 소재이자 청각적 공포를 표방한 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

인간의 욕망을 소재로 삼은 영화속의 악기는 피아노도 있고, 바이올린도 있지만, 유독 첼로가 많이 나온다. 친숙한 음감과는 달리 첼로라는 악기는 다루기도 어려울뿐더러 상류사회를 대변하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촉망 받는 첼리스트였으나 지금은 두딸과 남편이 있는 시간 강사 미주(성현아)의 욕망은 첼로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음악을 들은 한 가족이 모두 처참하게 죽는다’는 컨셉에서 시작한 <첼로>는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의 미스테리와 그 죽음을 관통하는 의문의 선율에 얽힌 공포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흥행과는 별개로 한국 공포영화의 지존을 미리 점쳐 보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얼굴없는 미녀>이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김혜수와 <가발>을 찍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한 채민서, 한국형 팜므파탈을 보여줬던 <주홍글씨> 성현아와 여고괴담 4의 신인들 차예련, 김옥빈, 서지혜의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당수의 공포영화는 겉으로는 매끈했지만 정작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알포인트>만이 흥행작의 대열에 끼였다. 2005년 공포영화계에서 두드러진 우먼파워야 말로 공포영화의 ‘소재’나 ‘화자’로만 치부됐던 그들의 진정한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9 )
sky45sky
무섭겠네...   
2005-06-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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