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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덤] ‘저스트 라이브 헤븐’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금발이미지(?)
2005년 12월 5일 월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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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이 미국을 혼란과 고통으로 몰고 가던 1950년대, ‘금발’의 마릴린 먼로는 노곤한 미소를 띠며 잠시나마 지긋지긋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원초적인 환각을 미국시민에게 선사했다. 그녀는 “사랑은 달콤해”라며 상대를 굴복시키기에 앞서 육감적인 바디라인으로 “당신을 사랑해줄께”라고 먼저 손짓했다. ‘금발’의 미녀에게 갖는 일반적인 통념(편견)은 ‘천진한 육체’다. 그들의 볼륨감 있는 헤어는 단지 정복하고픈 육체의 미장센을 마무리해주는 깃털장식일 뿐.

굳어진 편견은 ‘상식’이 된다. 검은 머리칼의 소유자인 우리로서는 미의 기준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들의 ‘금발’은 백치미의 또 다른 이름으로 섹슈얼리티적인 측면에서 경멸을 받아왔다. 50년을 이어온 만인의 이 같은 따돌림은 기형적 성장을 거듭하며, <원초적 본능>의 양성애 변태살인자 ‘샤론 스톤’을 낳았고 팔등신의 순박한 미녀 ‘카메론 디아즈’를 대중의 이상향으로 위치시켰다.

이렇듯 고착화되다 못해 ‘금발’에게 갖는 고정관념을 점점 확대해 나가는 풍토 안에서 <금발이 너무해>의 ‘엘’(리즈 위더스푼)은 ‘지나치게 금발(답다)’라는 이유만으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고받는다. ‘천진’한 엘은 이별 사유에 분노하기는커녕 ‘금발’에게 갖는 편견을 개인적 차원에서 인내하려한다. 자신은 그렇고 그런 금발이 아님을 증명하는 과정 안에서 엘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우리의 못돼 먹은 편견은 흔들렸다. 요란한 핑크색 옷차림에 명품을 주렁주렁 달고 다닌 ‘엘’은 사회적 따돌림에 순종하며 ‘변혁’을 일으킨 금발미녀였던 것이다.

‘리즈 위더스푼’은 알렉산더 폐인’ 감독과 작업한 <일렉션>으로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골 때리는 틴에이저 스타의 이미지에서 <금발이 너무해>의 ‘엘’ 역할은 ‘리즈 위더스푼’을 의식 있으면서 스타파워도 있는, 조디 포스터와는 다른 의미의, ‘지적’인 (금발)여배우로 대중의 각인을 받는다. 최근작 <베니티 페어>는 그에게 덧붙여진 큐트한 이미지가 요부의 섹시함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물 흘러가듯 그 안에서 이미지를 변신하는 ‘리즈 위더스푼’

<아메리칸 싸이코>같이 쎈 작품에 출연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그의 필모그래피는 말랑말랑한 ‘로맨틱’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맥 라이언’의 뒤를 잇는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칭호는 아직 헌사 받지 못했지만 웃을 때 완만한 'U'자형이 되는 시원스런 입매와 고집스러워 보이는 다소 뾰족한 턱, 그리고 트레이드마크가 된 ‘금발’은 리즈가 로맨틱 영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임을 증명해준다.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배우로서의 리즈 자신과 그를 좋아하는 대중의 간극 사이에서 찾은 합일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영화의 성공을 위해 좋은 설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에서 재충전의 시간 없이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날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 나가는 경험을 겪게 되는 엘리자베스를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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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영혼만 남게 된 오만한 일 중독자 ‘엘리자베스’로 분한다. 일 밖에 모르는 의사였던 그녀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자 사람 냄새나는 인연의 관계에 눈뜨고 사랑을 한다. 영화의 결말이 궁금한 우리에게 되레 리즈는 묻는다. “그 영혼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을까요?”

그는 <저스트..>에서 ‘금발’의 (사회적)이미지를 새삼스레 들춰낸다. 대신 전과는 다른 캐릭터 설정을 갖고 간다. 학식과 교양 그리고 사회적 위치를 보장해주는 직업에 걸맞게 엘리자베스는 권위적인 여성이다. 여기서 그 권위를 상징하는 게 ‘금발’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일과 권위에게 빼앗기고도 스스로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녀를 연기한 리즈는 이렇게 충고한다.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체적으로 갖는 있는 삶에 대한 생각이라고 본다. 그들은 돈을 벌어 집과 차를 사고, 뭐 그렇게 될 때까지 삶이 자신들을 기다린다고 생각하잖아요. 당신이 다른 일에 정신을 쏟고 있을 때도 인생은 흘러가는 데 말이죠.”

로맨틱코미디의 재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내면연기를 해야 하고 ‘금발’의 이미지까지 다른 스펙트럼 안에서 변혁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덜기 위해 <저스트 라이크 헤븐>에서 그는 의상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 의상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금발이 너무해’ 영화 촬영 때는 제가 맡은 캐릭터의 특성상 10센티가 넘는 하이힐을 신어야 했죠. 지금은 힐을 신고 마라톤에 참가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저는 어떤 의상을 착용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특징이 결정되기 때문에 의상 선택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상에서부터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까지 남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리즈 위더스푼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그의 금발은 우리가 리즈를 떠올릴 때마다 뇌리에서 가장 먼저 스치는 고정관념이지만 말이다. 결국, 리즈의 금발은 변하지 않는 함수다. <금발이 너무해>로 특정이미지를 파괴했다기보다 그것을 비틀어 살짝 꼬집고 자신은 그 편견 안에서 안정적인 스타성을 계승했다. 순수와 섹시 사이에서 모습만 변형해 금발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시스템 안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반대의 각도에서 그걸 응용해 ‘금발’의 새로운 상품성을 발견한 배우인 게다.
“나에게 맞는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그 결과(흥행)에 대해서는 그냥 운명에 맡긴다.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결말이 감동적이거나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대체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금발의 천진함을 지성미와 도시적 세련됨으로 바꿔 스타의 전성기를 맞은 그이기에 이 말은 다소 의외이면서 곱씹어 볼 여지를 남긴다. 탁월한 안목과 선택 그리고 캐릭터의 시각화에 힘을 쏟아 ‘좋은’ 의미의 금발의 여배우로 추앙받는 리즈에게 배우로서의 삶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렇기에 금발 앞에 붙는 ‘좋은’이란 단어의 의미가 영화 안에서 점점 소비되다 보면 그마저도 금발에게 갖는 또 다른 고정관념으로 굳어질 것이다.

그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는 ‘리즈 위더스푼’은 ‘금발’을 떼어 놓고 ‘여배우’로만 남을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중이다. <베니티 페어>와 <저스트 라이브 헤븐>은 그 선택들 중 하나다.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이 만든 금발에 관계된 새로운 이미지를 매번 ‘우려’하면서도 말이다.

자료협조: 젊은기획

2 )
qsay11tem
개인적으로 금은 조아요   
2007-11-25 12:12
kpop20
금발은 너무해도 재미있었죠   
2007-05-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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