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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제작기 뒷담화! 정말 괴롭고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006년 12월 22일 금요일 | 김조광수 대표 (청년필름) 이메일


한이(이한, 친근하게 이름만 부른다)는 우리 회사에서 준비하는 다른 영화에 오디션을 보러 왔다가 알게 된 배우인데, 난 그가 TV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 나올 때부터 눈 여겨 보고 있었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같다고 할까?
안정된 연기력이 있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얼굴을 가진
잘 크면 박해일 같은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그런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에
이송에게 적극 추천을 했다.

일단 매니저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건네면서 한마디,
"이 영화 잘 해내면 황정민처럼 뜰지도 모른다"고 살짝 약을 쳤다.
왜, 박해일이 아니고 황정민 이냐고?
<질투는 나의 힘>을 놓고 보면 박해일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황정민 얘기를 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로드무비>를 찍은 황정민 예를 들어 주면 캐스팅이 쉽지 않을까 싶은 맘에...
지금 생각하니 낯간지럽다. ㅋㅋ
황정민 약발(?)이 먹힌 건지 한이는 시나리오를 좋게 봤다고 출연을 하겠다고 했다.

며칠 후에 한이의 오디션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이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수민이를 하고 싶어요."
꺅! 수민이를 하고 싶단다.
우린 재민이로 한이를 오디션을 본 건데
정작 본인은 수민이를 하고 싶다니...
한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한이에게서는 보육원 출신의 공장 노동자, 게다가 호스트바 선수는 정말 안 어울린다.
게다가 수민이가 한이처럼 기럭지가 기~~인 남자라면
재민이는 누구를 어떻게 캐스팅 해야 하는 거야?
이송감독, 아무리 생각해도 한이를 수민이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 누가 봐도 한이는 재민이지 수민이는 아니다.
그리고 며칠 후 한이는 재민이가 되겠다고, 열심히 연기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 재민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송이 추천한 영훈이(이영훈, 역시 친근하게 이름만 부른다)는 이송의 단편 <굿로맨스>에 출연한 게 전부인 진짜 신인이다.
나도 <굿로맨스>를 정말 잘 봤고 영훈이 연기도 아주 좋았지만 걱정이 앞섰다.
단편의 연기와 장편의 연기는 정말 다른 건데,
영훈이가 장편의 주인공으로 잘 설 수 있을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송도 장편은 첨이라서 더 걱정을 했다.
사무실에 온 영훈이는 아직 어려 보였다.
<굿로맨스> 찍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일 만큼 어려 보였다.
그래서 좋았다고 해도 되나?
수민이로 영훈이는 딱 이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만난 이송과 영훈이는 찰떡 궁합.
그래, 이송을 믿자.
장편은 처음이지만 이송의 실력이 있잖은가?
그렇지 이송의 연출력이야 어디다 내 놔도 안 빠지지 않은가?
그래, 믿어 보자.
이송에게 말했다.
"영훈이 좋아."
이제, 이 영화의 운명은 이송과 이한, 이영훈 3명의 이(+송)씨에게(사실 한명은 가짜 이씨. ㅋㅋ)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 그럼 이제 출발선에 선 건가?
아니, 아직 한참 멀었다.
왜?
스탭도 있어야 하고 조연들도 있어야 하고 장소 헌팅도 해야 하고...
영화 작업, 정말 준비해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아참, 그러는 와중에 투자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디씨지 플러스는 앞서 말한 것처럼 <분홍신>으로 우리 회사와 인연을 맺은 투자 회사다.
디씨지 플러스와 색다른 계약을 했다.
보통 투자사와 제작사 간에 수익을 나누는 조건이
투자사 : 제작사 = 6 : 4, 혹은 7 : 3 정도인데,
우리는 4 : 3 : 3 으로 했다.
앞의 4는 투자사 몫이고 뒤의 3은 제작사 몫이다.
중간의 3은 뭐냐고?
중간 3은 기금을 만드는 것.
혹시 수익이 생기면 저예산 독립영화를 위한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그 기금은 디씨지 플러스와 청년필름이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계약할 때는 "설마 이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혹시 돈을 벌면 회사끼리 나누어 갖지만 말고 좋은 일에
써보자"며 얘기 했었는데, 그 게 현실이 되었다. ^^*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처럼 돈을 못 구해 애가 타게 돌아 다니는 프로듀서, 감독이나
영화 만들어 놓고도 개봉을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프로듀서, 감독들에게
그 돈은 정말 유용한 자금이 될 것이다.
뿌듯하다. 호호호.

투자도 마무리 되었으니 정말 본격적으로 스탭을 모아 보자.
윤지운 촬영감독과 강성훈 조명감독은 이송과 단편 작업을 같이 했던 이송의 후배들로 정했다.
지운이는 <후회하지 않아>로 데뷔를 하게 되었고 성훈이는 이미 장편 데뷔를 한 조명감독이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송과 지운, 성훈 3인방의 궁합도 좋았다.
어디 그게 저예산 중의 저예산인 1억원으로 만든 영화의 때깔이던가?
우리가 예산을 공개하고 나서 '그 정도의 예산인 줄은 몰랐다'고 감탄을 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게 다 스탭들 덕이다.
개런티 50만원에 즐겁게 열심히 일 해준 스탭들 덕이다.
다른 스탭들은 우리 회사와 같이 작업을 했던 스탭들이 많다.
거의 모든 스탭들이 영화 경험이 많은 베테랑 스탭들.
그들의 땀과 애정이 영화 곳곳에 묻어 나 있다.
우리 회사 작품(현재까지 7작품을 만들었다) 중 후회하지 않아에 가장 애정이 많은 이유는
바로 스탭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스탭이 정해지는 것과 함께 연기자도 하나 둘씩 정해져 갔다.
가람 역에는 <발레교습소>에서 눈 여겨 보았던 동욱(김동욱)이를 캐스팅 했다.
동욱이 얼굴이 워낙 예쁜 편이라서 '신림동 고시원에서 기어 나온 아이' 같지 않으면 어찌하나
좀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만 머리를 바보 같이 만들어 놓았더니
영락 없는 '신림동이 어디세요?'가 되었다.
배우들의 변신이란 정말.
정태는 욕도 잘하고 정말 양아치 킹카여야 한다.
아역 배우 출신인 성원(조성원)이가 제작부장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러 왔다가 감독의 눈에 띄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성원이는 생긴 건 딱 정태인데, 욕을 못했다.
영화를 통해서만 성원이를 본 사람들은 성원이가 욕을 못한다는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이다.
욕을 너무 못해서 감독이 끝까지 고민을 했다.
사석에서 성원이를 본다면 '아, 정말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게다.
아주 착하게 생겼다. 정말.
여튼 감독이 고사를 지내는 날까지 고민을 했다.
성원이는 집에서 욕을 달고 살았던 덕에 양아치 정태를 무리 없이 잘 소화해냈다.
성원이랑 같이 차를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차에서 틀어지는 씨디 음악도 정태의 그것은 아니었다.
소녀풍의 90년대 가요가 흘러 나왔다. ㅋㅋ
영화를 보신 분은 상상해 보시라.
정태와 소녀풍의 가요의 결합을.
얼굴이 스마일이 되지 않는가?
마담역의 승길(정승길)은 조감독의 추천으로 <전쟁영화>라는 단편을 보고 결정된 경우다.
영화 개봉 이후 소녀팬들을 다수 거느린 승길을 보고 있노라면 감회가 새롭다.
수줍은 유부남인 승길도 영화 속 마담과 매치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
승길 또한 천상 배우다.

재민의 부모엔 유명 연기자의 부모님께서 우정출연을 해 주셨다.
이청아의 아버지 이승철 선생님이 아버지를,
배두나의 어머니 김화영 선생님이 어머니를 기꺼이 맡아 주셨다.
두 분다 연극 배우로 이미 너무 유명하신 분들인데
자식 같은 사람들의 고생에 우정출연이란 이름으로 참여해 주셨다.
노 개런티.
김화영 선생님은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배두나의 어머니로 출연하셨던 적이 있으셨고
두나와 친한 우리 제작부장의 추천으로 시나리오를 읽어 보시곤 흔쾌히 응해 주셨다.
이승철 선생님은 우리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김화영 선생님이 중간에 다리를 놓아 주셨다.
이승철 선생님도 시나리오를 보시자 마자 승낙을 해 주셨다.
두 분의 출연으로 영화에 무게가 실렸다고 생각 된다.

재민의 약혼녀 현우 역에는 원래 우정 출연하기로 돼 있었던 배우가 있었다.
최근에 결혼 발표를 한 그녀는 이송의 영화를 너무 좋아 한다고
선뜻 출연 의사를 밝혀서 우리를 환호하게 만들었다가
출연을 며칠 앞두고 번복하는 소동을 벌이다가 결국 출연하지 않았다.
그 때의 난감한 상황은 이루다 말 할 수 없다.
그런 소동 끝에 새로운 배우를 찾다가 만난 사람이 정화(김정화)다.
정화도 우리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던 배우였지만
매니저와의 친분으로 시나리오를 건넸고 고맙게도 출연 의사를 보내왔다.
그녀 또한 노개런티.
예쁜 스타 여배우에서 연기자 김정화로 거듭 나려는 의지가 우리를 감동 시킨 케이스.
정화 덕에 우리 영화가 1억 짜리로 보이지 않았다면 너무 과장일까?
사실 예고편만 보면 정화가 주인공 중 하나이고 적어도 10억 이상은 쓴 영화 같지 않은가?

재철 역의 춘하와 환선 역의 승원, 사랑남 민복기씨까지 훌륭한 배우들도 참 많다.
그 중에서 꼭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분이 있으니
수민이가 처음으로 2차를 갔을 때 오럴XX를 해주던 이른바 오럴남으로 출연한 분이다.
이 분은 전문 연기자가 아니고 전직 한겨레 문화부 기자인 임범 선배다.
한겨레와 씨네 21을 통해서 임범 선배의 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가 후회하지 않아에 오럴남으로 출연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그는 뒷통수만 출연하니까. 호호호.
물론 그의 뒷통수를 보고 '저거 임범 아니냐'며 묻는 대단한 눈썰미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대사도 꽤 있었지만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갔고
현재처럼 오럴을 해주는 뒷통수만 화면을 꽉 채우게 되었다.
영화 편집을 마치고 엔딩 크레딧 작업을 하면서 내가 임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형, 크레딧에 오럴남 임범 이렇게 나갈 건데 괜찮죠?" 했더니
선배는 "어, 그 건 괜찮은데 하나만 약속해줘. 디비디 만들게 돼도 내 삭제 장면을 제발 빼줘."했다.
그러마 약속을 했지만 정말 빼야 할까?

이렇게 촬영 준비는 잘 돼 갔다.
좋은 스탭과 배우가 뭉쳐서 촬영만을 기다리는 상황.
지난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만 같았던 그 시절들.
그래도 난 행복한 놈이다.
이제 잘 찍는 일만 남았으니까.
자, 레디 고!

끝.

그 동안 못난 글을 재미 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아>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힘들게 제작되었지만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도 상영되고 있습니다.
정말 괴롭고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13 )
whjcolor
오~~ 놀라워~~   
2006-12-29 01:06
singermoya
암튼 대단대단~ ㅎㅎ   
2006-12-28 23:25
hrqueen1
그 동안 잘 읽었습니다.
한국영화의 작은 힘으로써 앞으로의 대장정의 두번째 발걸음도 기대해봅니다.   
2006-12-26 00:40
ej19850905
영화를 보고나서 보니까 재밌네요.ㅋㅋ   
2006-12-25 12:18
sbkman84
볼수가 있어야 보지~   
2006-12-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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