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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것들!! <쇼퍼홀릭>를 통해 살펴본 화려함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
2009년 3월 31일 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다시 패션계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쇼퍼홀릭〉은 뉴욕에 있는 일급 패션지 기자가 되길 원하는 여주인공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단단히 준비를 하고 찾아간 패션지 기자 자리는 간발의 차이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같은 그룹에 속한 잡지사에 있어나 보자해서 고른 곳이 경제지. 제목처럼 '쇼퍼홀릭'에 걸려 빚투성이인 주인공 레베카가 재테크 컬럼을 쓰는 아이러니.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라면 정답. 영화 홍보에서도 밝히고 있거니와 〈쇼퍼홀릭〉은 명성 높은 패션지를 배경으로 삼고, 여기자를 꿈꾸는 주인공의 고생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놓고 보자면 〈쇼퍼홀릭〉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정반대쪽에 있고, 오히려 〈금발이 너무해〉에 가까운 영화다.

패션계의 화려함이 헐리웃을 물들이다
 아무리 봐도 이쁘셔! 오드리 햅번
아무리 봐도 이쁘셔! 오드리 햅번

패션계가 헐리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당대의 섹스심벌 마를린 먼로를 유명하게 만든 말은 "나는 밤에 샤넬 No. 5만 입고 잔다"였고, 로맨틱코미디 〈사브리나〉의 성공 이후 오드리 햅번은 지방시의 상징이었다. 유능한 영화감독이자 지적인 미인으로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영화계로 나온 이후부터 마크 제이콥스의 뮤즈였다. 그 속에서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별난 영화였다. 정통 저널리스트를 노리는 패션 문외녀가 어쩌다 (아무리 보아도 미국 〈보그〉를 모델로 한) 유명 패션지 〈런웨이〉에 입사하고, 제목처럼 '악마'로 보일만큼 냉정하고 까칠한 (유명한 미국 〈보그〉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했다는) 편집장의 개인 비서로 채용된다. 허영과 과소비의 왕국으로 보이기 쉬운 곳에 직장을 잡고 고생하는 사회 초년생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숨어있는 패션계가 가진 깊이와 의미를 살짝 보여주는 센스까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화려한 성공을 거머쥘 만한 힘이 있는 영화였다.

똑같이 뉴욕 패션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까다로운 편집장이 버티고 있는 명성 높은 패션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쇼퍼홀릭〉은 영화 속에서 패러디 대상으로 삼은 양대 편집장(미국판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Vs. 프랑스판 〈엘르〉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의 개성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패션계에 관심이 없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디(앤 해서웨이)에 비해 〈쇼퍼홀릭〉의 레베카(아이슬라 피셔)는 패션지를 노리고 계열사 경제지에 입사한다. 가볍지만 코미디는 아니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성장영화라면, 문외녀가 전혀 다른 영역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다룬 〈쇼퍼홀릭〉은 〈금발이 너무해〉처럼 가벼운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의 성격, 주제의식, 장르까지 반대 지점에 있는 작품이라는 것. 하지만 패션계의 화려함에 영화의 시각적 쾌감을 빚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았다.

패션이 뉴욕을 지배할 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처음 패션지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 프레슬리(메릴 스트립)의 비서가 되었을 때 촌닭 같았(다고 영화에서 우겼)던 앤디는 미란다의 오른팔이자 패션계 베테랑인 나이젤(스탠리 투치)의 도움으로 패션 리더로 거듭난다. 비서 일에서 유능함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앤디의 내면은 곧 영화 장면에서 하루가 다르게 세련되고 화려하게 매치한 패션으로 드러나고, 영화의 재미는 상당부분 화면을 화려하게 채우는 패션 1번지의 명품 트렌드에서 나온다. 영화에서는 55니 66이니 하는 거짓말로 앤 해서웨이의 외모를 평범한 양 몰아부치지만, 빼어난 외모를 가진 예쁜 여자인 것이야 두말해서 무엇하랴. 당시 최신 트렌드였던 사이드킥을 들고 샤넬과 마놀로 블라닉을 매치한 앤 해서웨이가 중반 이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스펙타클로 돌변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제목인 〈쇼퍼홀릭〉이 가리키는 인물 주인공 레베카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디와 패션감각부터 다른 것은 당연한 일. 처음부터 화려한 패션 감각과 그에 비례한 카드빚을 지닌 사람으로 묘사되는 레베카 주변에 코미디 영화 〈쇼퍼홀릭〉의 분위기를 실어 과도한 핑크 빛을 뿌려놓고 나면 차이는 배가 된다. 영화 초반부터 크리스챤 루부탱, 발렌시아가 등 톱브랜드를 휩쓰는 영화의 백미는 경제지 컬럼니스트가 된 레베카가 사용하는 (당연히 실제로 판매되는 모델이 아닌) 핑크색 맥북.

주제와 분위기가 다른 두 영화가 패션을 스펙타클로 삼는 방식이 비슷한 이유는 한 명의 스텦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의 패션을 맡은 스타일리스트가 같은 사람으로 〈섹스 앤 더 시티〉의 스타일링으로 유명해진 패트리샤 필드. 다소 마이너한 브랜드였던 마놀로 블라닉을 순식간에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놓았고, 명품 브랜드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용해 영화의 일부분을 구성하며, 패션 스타일링을 캐릭터 표현의 한 축으로 만든 바로 그 사람이다. 역시 뉴욕이 무대인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마놀로 블라닉에 환장한 성격을 가지고 단숨에 캐릭터를 구성한 것이나, 파격적인 믹스 매치로 단숨에 트랜드세터가 된 것이나, 앞 선 두 영화의 패션 시작점에 해당하는 작품이 바로 〈섹스 앤 더 시티〉다. 얼마전 개봉한 영화 버전에서는 아예 영화 시작과 끝에 모두 마놀로 블라닉이 등장하니, 또 다른 주인공이 아니면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패션지 편집장 비서로 근무하는 저널리스트 지망생 앤디나 〈쇼퍼홀릭〉에서 패션지 기자를 노리는 경제지 컬럼니스트 레베카처럼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는 〈옵저버〉라는 잡지에 섹스 컬럼을 기고하는 컬럼니스트다.

화려함이 헐리웃 앞에 나설 때
 <쇼퍼홀릭(2009)>
<쇼퍼홀릭(2009)>

명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가 직접 나선 〈섹스 앤 더 시티〉〈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쇼퍼홀릭〉을 칙릿 영화의 직접적 상속녀로 본 다면 〈러브 앤 트러블〉은 방계 혈족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번엔 아예 그대로 제목을 걸고 등장하는 패션지 〈보그〉의 영국판 에디터 잭스(브리터니 머피)는 화려한 패션계 한복판에서 활동하는 잘 나가는 기자이자, 섬세하고 이해심이 많은 게이(!) 룸메이트를 두고 있는 독신 여성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등장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스탠포드를 업그레이드한 수준으로 등장하는 〈러브 앤 트러블〉의 피터는 그야말로 칙릿 골수 팬이 상상해 마지않던 캐릭터. 남자 문제를 함께 상의하고 거친 마초들에게선 볼 수 없는 살림 실력이 있는 피터의 판타지는 영화 중반 스트레스를 받고 퇴근한 잭스가 영화를 보고 있는 피터 옆에 앉자 자연스럽게 힐을 벗기고 발마사지를 해 주는 것에서 절정에 오른다. 잭스가 섹시한 외모를 가진 사진사 조수 파울로를 (게이 사진사의 조수였다는 이유때문에) 게이로 착각한 나머지 격의없이 지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러브 앤 트러블〉의 핵심이다. 철저하게 선량한 목적으로 파울로를 피터에게 소개시켜주고, 밀입국 추방을 막기 위해 위장 결혼까지 해주려는 잭스에게 파울로가 점점 사랑을 느끼게 되는 건 로맨스 물에서 당연한 전개일 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파울로는 남미 남자로 이 역시 칙릿 영화의 판타지 중 하나다.

무대를 헐리웃 영화계로, 주인공을 남자로 바꾼 〈하우 투 루즈 프렌즈〉는 칙릿의 묘한 변주로 보면 되겠다. 영국 삼류 연예지의 악명 높은 편집장이자 기자였다가 근성을 높게 산 전설적인 편집장 클레이튼 하딩(제프 브리지스)에게 발탁되어 뉴욕으로 온 시드니 영(사이먼 페그)의 이야기. 이야기야 흔하게 그렇 듯 가식적인 시스템에 함몰되어 개성을 잃어버리다가 정신을 차린다는 전개지만, 일련의 인디 코미디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로 개성 넘치는 코미디 감각을 보여준 찌질 전문가 사이먼 페그를 주연으로 기용하고 주변으로 헐리웃 연예계의 화려한 일상을 배치한 아이디어가 좋다. 영화라는 특성 상 평범한 인물로 등장하는 배우조차 대스타인 경우가 흔하지만, 시드니 영의 회사 동료이자 수수한 시인 지망생으로 커스틴 던스트를 캐스팅한 것은 매우 절묘했다. 젊은 패셔니스타 중에서도 화려한 스타일로 유명한 린제이 로한이나 패리스 힐튼과는 다르게 자신 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세련되고 편안한 차림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이기 때문. 실명 그대로 등장하는 탠디 뉴튼이나 영화 속 떠오르는 스타로 등장하는 메간 폭스, 거물 연예 매니저로 등장하는 질리언 앤더슨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화려하게 살아가는 헐리웃에서 만든 화려한 세상에 대한 영화, 패션과 컬러풀한 색감이 넘실대는 형광 핑크 영화 <쇼퍼홀릭>이 과연 이 같은 화려한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총 13명 참여)
kisemo
재밌었어요~~   
2010-04-07 17:24
ldk209
아일라 피셔의 일인극   
2009-06-14 12:10
kwyok11
재밌었어요~~   
2009-04-11 08:15
tonality
한번은 봐야겠군요   
2009-04-09 03:34
hrqueen1
헐리웃과 명품과의 관계는 정말 굿아이디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6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헐리웃배우를 초청, 컬렉션을 열음으로써 밀월관계가 이어져왔다고 들었는데요.
정말 칙릿의 안좋은 면이긴 하죠?   
2009-04-03 15:23
hyosinkim
쇼핑을 좋아하는 여자라면 대리만족을 느낄수 있는 영화일것 같네요..   
2009-04-02 19:03
kwyok11
명품 구경하는 영화 같아요   
2009-04-01 07:31
podosodaz
평이 좋던데...별로인 사람도 많군요   
2009-04-0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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