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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싹수를 코미디에서 발굴하는 코엔 형제의 코믹영화!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예고편에 놀랐을 사람이 있었다면 괜한 걱정일까. 최근에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라면 특별한 예고편을 하나를 보고 놀랐을 지도 모른다. 어지간한 영화 몇 편을 만들 만한 스타들이 한 영화에 등장하는데다 예고편에 공개된 화면으로는 하는 짓들이 죄다 얼간이 같기 때문. 감독인 코엔 형제의 이름이 조지 클루니, 프랜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튼, 존 말코비치, 브래드 피트같은 스타와 함께 예고편에 오르는 〈번 애프터 리딩〉이 바로 그 작품. 전직 특수요원의 비망록을 우연히 얻은 얼치기 협박범들의 바보 짓을 다룬 영화다. 제작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아카데미를 휩쓴 코엔 형제의 이름이 코미디 영화에 이들 배우를 불러 모은 것. 그리고 알고보면, 코미디 영화는 코엔 형제의 전공이기도 하다.

스타의 싹수를 코미디에서 찾다
 <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 >
<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 >

지금이야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로 대형 스타를 불러모으는 이름이 되었지만, 초창기 코엔 형제는 이만한 스타를 불러 모아 영화를 찍을 예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택한 방식은 자신들이 인상 깊게 보았던 신인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찍은 영화가 1987년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이다. 데뷔작 〈분노의 저격자〉로 헐리웃 장르 영화를 인디적 감성으로 리믹스하는 빼어난 센스를 보여준 감독의 두번째 작품은 의외의 코미디 영화였던 것. 잡범 출신의 남자가 교도소에서 여자 간수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하다가 유괴까지 생각한다는 내용의 블랙코미디 〈아리조나 유괴사건〉의 출연진을 지금 살펴보면 어지간한 규모의 흥행작이 부럽지 않다. (조엘 코엔의 부인이기도 한) 프랜시스 맥도먼드나 존 굿맨이야 코엔 형제 사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로맨틱코미디 〈페기 수 결혼하다〉를 보고 니콜라스 케이지를 캐스팅한 식견이나 몇 편의 TV 영화와 조연 경험 밖에 없던 홀리 헌터를 골라낸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괴상한 스토리의 소동극 〈아리조나 유괴사건〉에서 감독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거창한 연기를 선보인 후, 니콜라스 케이지는 〈문스트럭〉을 거쳐 1995년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홀리 헌터는 〈브로드캐스트 뉴스〉〈사랑은 그대 곁에〉를 거쳐 〈피아노〉로 1993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다. 코엔 형제의 눈은 정확했던 셈.

데뷔작 〈분노의 저격자〉처럼 다시 한 번 스릴러 장르를 비튼 〈밀러스 크로싱〉으로 빼어난 솜씨를 보여준 코엔 형제는 〈아리조나 유괴사건〉이후 4년 〈바톤 핑크〉로 다시 코미디를 찍는다. 이미 〈밀러스 크로싱〉에서 출연하며 코엔 형제 사단에 합류한 존 터투로를 타이틀 롤로 내세운 코미디 영화 〈바톤 핑크〉는 이후 코엔 형제의 대표작 리스트에서 빠지질 않는 수작. 독특한 센스가 돋보이긴 했지만 형제의 진지한 작품 〈분노의 저격자〉나 〈밀러스 크로싱〉에 비해 특출한 평가를 받지 못한 〈아리조나 유괴사건〉에 비해, 스릴러 풍의 심리 드라마를 교묘한 코미디로 풀어낸 〈바톤 핑크〉는 코엔 형제의 특출난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었고, 헐리웃 장르를 정확하게 소화할 수 있는 미국 독립 영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독보적인 성취였다.

스타가 즐비한 코엔 형제의 코미디
 < 허드서커 대리인(1994) >
< 허드서커 대리인(1994) >

여전히 코엔 형제의 필모그래피의 돋보이는 명성은 〈분노의 저격자〉〈밀러스 크로싱〉〈파고〉와 제작년 아카데미를 뒤흔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같은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틀을 빌린 진지한 영화가 가지고 있지만, 진지한 영화 사이에 찍은 코미디가 사실 상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형제의 진지한 영화만큼 높은 평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고, 형제 감독을 진지한 독립영화 감독으로 기억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높은 평가를 얻은 〈바톤핑크〉이후 찍은 〈허드서커 대리인〉이 대표적인 경우. 코미디 전작 〈아리조나 유괴사건〉과 〈바톤핑크〉에 비해 주류 코미디 영화에 가까워진 〈허드서커 대리인〉은 코엔 형제의 영화 중 평판 낮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사실은, 꽤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로 프랭크 카프라의 3 ~ 40년대 낙천주의 코미디 스타일을 빌려와 코엔 형제식 유머를 곁들였다. 순박한 청년이 못된 음모에 빠져 위기에 몰리지만 미국적인 가치를 지켜 결국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프랭크 카프라의 〈스미스 씨 워싱턴 가다〉의 리믹스 다름 아니다. 게다가 (〈바톤핑크〉를 제외한 코엔 형제 코미디 영화가 대부분 그렇지만) 코엔 형제의 진지한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 스타를 기용한 영화이기도 하다.

순박한 청년 노빌 역을 맡은 이는 같은 해 〈쇼생크 탈출〉로 대형 스타가 되는 팀 로빈스로, 그의 성실한 외모를 가장 잘 이용한 영화 중 하나에 출연한 셈이 되었다. 노빌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늙은 악당을 맡은 이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허슬러〉〈내일을 향해 쏴라〉〈스팅〉같은 영화로 60년대 초대형 스타였던 故 폴 뉴먼. 사이에 끼어있는 화제작 〈파고〉때문에 가린 감이 있지만 낮은 평판을 얻은 〈허드서커 대리인〉에 비하면 〈위대한 레보스키〉는 코엔 형제의 코미디 감각이 유감없이 드러난 빼어난 코미디 영화다. 반어적인 제목을 따라 찌질한 잡범들이 엮인 사건을 통해 소동극을 이끄는 작품 역시 코엔 형제 사단 멤버에 해당하는 존 굿맨이 주연을 맡았지만, 나머지 배역들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영화의 한 축을 이끄는 제프리 레보스키 역을 맡은 제프 브리지스는 존 카펜터의 〈스타맨〉이나 테리 길리엄의 〈피셔 킹〉를 통해 독립영화계에 널리 알려진 얼굴이었고 그의 짝으로 출연한 이는 스필버그의 〈잃어버린 세계〉로 점차 유명해 가던 차에 〈부기 나이트〉로 연기파 이름을 날리고 있던 줄리언 무어였다.

대형스타가 찾는 독립영화의 기수
 <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 >
<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 >

점차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유명해진 코엔 형제의 코미디 영화에는 계속 대형스타가 출연했다. 이전 코미디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과 〈위대한 레보스키〉의 출연진이 (코엔 형제의 영화에 줄곳 출연하는 존 굿맨, 존 터투로 같은 이보다는 스타급이라 할 수 있지만) 독립영화 배우 이미지가 강한데 비해 〈형제여 어디 있는가〉의 주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는 아무리 보아도 빅스타.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를 30년대 미국 탈주자 이야기로 변주한 독특한 코미디에서 조지 클루니는 오디세우스에 해당하는 에버렛 역을 맡아 사정없이 망가져 주신다. 게다가 〈참을 수 없는 사랑〉과 최근작 〈번 애프터 리딩〉까지 연속으로 출연하니 사실상 코엔 형제 사단 멤버가 된 것과 비슷한 상황. 영화 욕심이 많고 감독으로도 재능이 높으며, 헐리웃 전반에 걸쳐 평판이 좋은 마당발 조지 클루니가 코엔 형제 사단에 합류한 것은 최소한 스타 캐스팅에는 큰 힘이 된 듯 하다. 이후 조지 클루니가 참여한 영화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스타 함량이 높은데 〈참을 수 없는 사랑〉의 캐서린 제타 존스와 제프리 러시야 클루니와 큰 연관성이 없는 스타라고 해도 〈번 애프터 리딩〉의 브래드 피트와 틸다 스윈튼은 아무리 보아도 클루니 '계열'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데뷔작부터 헐리웃 고전 범죄물에 깊은 애정을 보여줬던 코엔 형제는 50년대 범죄 코미디를 아예 리메이크하기도 한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아주 독특한 코미디 영화인 2004년작 〈레이디킬러〉가 그 작품. 톰 행크스를 캐스팅한 영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농담같다. 빼어난 코미디 연기로 유명했던 알렉 기네스와 피터 셀레스가 주연한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자체가 연기자에게는 하나의 도전같은 것이기 때문. 더구나 톰 행크스는 자기식 연기 재해석보다는 알렉 기네스의 연기를 캐리커처하는 방향을 택했다. 덕분에 영화는 커다란 모창을 보는 기분. 지금이야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스타워즈〉의 늙은 오비완 커노비로 더 유명하지만 50년대 헐리웃의 기품있는 코미디를 대변했던 알렉 기네스와 원작과 톰 행크스의 모창풍 연기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영화 자체보다 더 볼만하다.

괴물같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좋은 평가를 얻은 후 사상 최고의 스타 캐스팅으로 찍은 영화 〈번 애프터 리딩〉은 언제나 그렇듯 코엔 형제가 힘 빼고 슬금슬금 찍은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형편없이 망가지는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가 예고편에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노릇. 전공으로 돌아온 독립영화 작가의 농담을 즐기는 것도 제법 재미있는 일일 게다.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총 21명 참여)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4-07 17:33
iamjo
그러내요   
2009-08-28 23:22
ccongy
이런내용이 코미디인건가?   
2009-04-06 13:46
hyosinkim
브래드피트의 코믹연기 보고 싶네여   
2009-04-02 19:06
kwyok11
여러 연기 잘하는 브래드 피트에요~~   
2009-04-01 07:39
podosodaz
기대되네요~   
2009-04-01 01:15
shelby8318
<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 >< 허드서커 대리인(1994) > 재밌었는데.   
2009-03-31 16:50
gurdl3
브래드 피트의 출연만으로도..   
2009-03-3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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