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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천만의 벽을 무너뜨린 <아바타> 광풍
아바타 | 2010년 2월 5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돌아온 흥행의 마술사, 제임스 카메론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 등 둘째가라면 서러운 흥행의 대가들이 많지만, 제임스 카메론만큼 확실한 카드는 없다. 총 18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역대 흥행 1위(<아바타> 이전까지)를 차지한 <타이타닉> 외에도 연출하는 모든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높은 타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타이타닉> 이후 12년간 침묵했다. 몇 편의 다큐멘터리와 TV용 영화를 연출하긴 했지만, 적극적인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는 없었다. 그러던 그가 오랜 제작기간과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아바타>로 돌아왔다. 3D 입체영화의 신기원이라 할 수 있는 <아바타>는 그만의 노하우가 집약됐고, 기술력뿐 아니라 영화적인 재미까지 갖췄다. 여름 개봉이 겨울로 밀리면서 사람들의 애를 태우더니, 결국 엄청난 광풍을 일으키며 전 지구를 초토화시켰다. 미국 역대 흥행 1위를 갈아치웠고, 전 세계에 3D 광풍을 주도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타고난 실력을 보여준 제임스 카메론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고, 세상의 왕이라 외치던 그에게 모두가 경배를 표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의 이름만으로 티켓을 끊을 관객은 전 세계에 여전히 많다.

‘3D 입체영화 = <아바타>’라는 공식

엄밀히 말하면 <아바타>는 최초의 3D 입체영화는 아니다. 최초의 풀 3D 입체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최초’라는 인식을 남기고도 남을만한 성공을 거뒀다. 이전에도 <폴라 익스프레스 3D>를 비롯해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3D 입체영상을 구현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수퍼맨 리턴즈> 등의 실사 영화에 부분적으로 3D가 삽입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진 못 했다. 2009년 <블러디 발렌타인>이 실사영화의 풀 3D 입체영화 시장을 열었지만, 호러영화라는 장르적인 특성이 강해 대중적인 파급력은 없었다. 하지만 <아바타>는 3D 입체영화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영화가 공개되고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자 전 세계적 3D 시장이 요동쳤다. 3D TV가 2010년의 화두로 떠올랐고, 각종 디스플레이는 3D 입체영상을 구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영화 한 편이 가져온 힘은 경제적인 것을 뛰어넘는 문화적, 과학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영화는 물론 스포츠, 드라마, 뮤직비디오, 공연 실황과 CF 등 다양한 매체에서 3D를 채택하고 있으며,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기술의 기준을 <아바타>에 두고 있는 현실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교훈적인 이야기

현란한 기술만으로 도배됐다면 그저 그런 CG 영화에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아바타>는 환경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심 등 주제적인 측면에서도 기존의 비주얼 영화와는 다른 시선을 보여줬다. 또한 네트워크 세대에게 익숙한 ‘아바타’라는 장치를 이용한 이야기 전개도 흥미롭다. 보통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들이 현실과 가상현실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면, <아바타>는 단순히 두 세계의 충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있다. 아마존을 연상하게 하는 나비족의 삶, 환경 파괴에 대한 엄중한 경고, 자원 고갈과 인류의 공존에 대한 불안한 전망은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이 보기에도 적절한 주제의식이다. 정치적인 해석이 있기도 했지만 이념적으로 접근할 영화는 아니다. 특히 이러한 장점은 방학이라는 겨울 영화의 성수기와 맞아 떨어졌다. 성인들은 물론 10대 학생들 모두 관람 대열에 합류하면서 큰 효과를 가져왔다. <아바타>는 특정한 타깃을 노리지 않았다. 정확한 타깃이 없다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의 부재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모두 감싸 안았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혁신이지만 실험적이지 않고, 혁명적이지만 대중적인 시도

<아바타>는 3D 입체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SF 영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르보다 3D라는 매체의 형식을 더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아바타>를 3D 입체영화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이모션 퍼포먼스 캡쳐 기법을 통해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풀 CG로 새로운 공간도 만들어냈다. 3D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2D로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SF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이모션 캡쳐와 같은 방식은 과거 <베오울프>나 최근 <크리스마스 캐롤> 등과 같은 영화에도 등장했던 기법이지만, <아바타>에서는 그 완성도가 현저히 높아졌으며,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은 물론 감정까지 잡아낼 정도로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판도라 행성을 만든 미술과 CG도 말할 것이 없다. 화려한 비주얼은 3D 입체와 결합해 직접 경험하는 듯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타이타닉> 이후 12년 만에 음악을 맡은 제임스 호너의 OST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영화의 감정적인 부분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아바타>는 3D 입체영화라는 말 외에도 거론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3D 입체영상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위한 3D 입체영상이라는 점이다. <블러디 발렌타인> <크리스마스 캐롤>과 같이 3D 입체영상을 극대화하기보다 영화적인 효과에 주력해 3D를 옵션처럼 사용하고 있다.

재관람 열풍, 2D로 봤으면 3D로 다시 봐주는 센스

<아바타> 흥행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재관람 열풍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극장에서 3~4번 이상씩 보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아바타>의 경우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3D 상영관의 표가 없어서 2D로 봤거나 혹은 그냥 습관적으로 2D로 먼저 관람한 관객들이 다시 3D 상영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략 30% 이상이 3D 상영관에서 재관람을 했다는 통계도 나왔는데, 실제로 2D와 3D를 비교하고 싶어서 애초에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보려고 계획했던 관객들도 상당히 많았다.(기자도 5번 관람했다) CG 영화로 혁신을 몰고 왔던 <트랜스포머>의 흥행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만약 <아바타>가 2D 영화로서만 자기 역할을 했다면 CG로 완전무장한 <트랜스포머>와 비슷한 경과를 낳았을 테지만, 3D 상영관을 통한 재관람이 있었기에 흥행 지수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3D 입체영상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집중된 관심도 한 몫 했다. 3D 입체영화가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센스는 2번 이상의 재관람 바람을 만들었다.

불법 다운로드여 안녕, <아바타>는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기회

재관람과 함께 <아바타>의 흥행에 일조한 것은 극장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이다. 불법 다운로드로 감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운로더들마저 <아바타>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아직은 3D 입체영화를 집에서 관람할 수 없기에 불법 다운로드로 영화를 보려는 시도 자체가 많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극장에서 볼 영화였기 때문이었고, 2D 버전을 다운받아 본 이들조차 결국 다시 3D 입체영상을 확인하기 위해 재관람 대열에 합류했다.

게다가 <아바타>는 불법 다운로드로 파일을 받아 PMP나 휴대폰 등으로 대충 대사만 보면서 이해하는 영화가 아니다. 작은 화면과 낮은 해상도는 광활한 판도라 행성이나 나비족의 화려한 비주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없게 한다. 또 3D 입체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관객이라면 극장이 아니면 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라도 기꺼이 극장으로 향한다. 3D IMAX에 암표까지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다. 몇 개 안되는 IMAX관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 다운로드로 영화를 보던 이들까지도 극장으로 향하게 한 것은 <아바타>가 바꿔놓은 신 극장 풍속도라 할 수 있다.

600만을 넘은 <전우치> 외엔 경쟁작이 없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 시즌을 겨냥한 작품이 적었다. 12월 17일 개봉한 <아바타>가 2009년 말과 2010년 초를 장식하기를 그냥 두고 보는 형국이었다. 그나마 맞불을 놓은 것은 <전우치>였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강동원, 김윤식, 임수정, 유혜진 등 화려한 배우들이 포진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고, 600만 돌파라는 좋은 성적까지 냈다. 하지만 <아바타>에 모든 것이 가려졌다. 600만이라는 흥행은 대단한 기록이지만, <아바타>의 천만 돌파라는 문구 앞에 ‘<전우치>도 선전하고 있구나’ 정도의 인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영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 했다. 그나마 <셜록 홈즈>와 <용서는 없다> 정도지만, 이들도 <아바타>와 <전우치> 앞에서는 그저 그런 범작에 그치고 말았다. <아바타>는 겨울방학의 최대 수혜작이다. 뿐만 아니라 경쟁작의 부재, 3D에 대한 광풍, 제임스 카메론의 귀환, 할리우드의 엄청난 물량투입, 혁명적인 CG 등 모든 요소에서 조건이 좋았다.

꾸준한 배급의 힘은 천만으로 이어진다

독과점에 대한 지적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사가 잘 되는 영화의 스크린을 줄일 이유는 없다. 이런 논리로 <아바타>는, 설 극장가를 노린 한국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는 2월 첫째 주에도 449개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다. 개봉 6주째에도 웬만한 영화의 개봉 첫 주와 비슷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으니, 실로 엄청나다. <아바타>는 개봉 첫 주에 995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했다. 이후 <전우치>와 <셜록홈즈>에 조금씩 스크린을 내줬지만, 지난주까지도 520개가 넘는 스크린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여전히 <아바타>를 보려는 관객은 많고, 특히 3D 상영관의 경우는 <아바타>를 내리고 다른 영화를 걸어야 할 특별한 이유조차 없었다. 그나마 부족한 3D 상영관에서 <아바타>의 상영이 끝나버린다면 이제 <아바타>를 2D로 보기보다는 불법 다운로드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3D IMAX의 경우는 <아바타>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장소다. 일각에서는 IMAX에서는 <아바타>를 장기 상영해 3D의 진면목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3D 상영관 중에서도 IMAX의 효과가 가장 좋았기 때문에 디지털 3D를 관람한 이들도 IMAX에서 재관람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직 3D 상영관이 어떻게 배분될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아바타>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 그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천만을 넘어서도 여전한 <아바타> 열풍

그동안 외화가 천만을 넘기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가장 큰 건 불법 다운로드다. 언더그라운드에도 규칙이 있어, 개봉 중인 한국영화는 다운받는 일은 적은 편이다. 그리고 작은 화면으로 보는 일이 많다보니 한국영화보다는 자막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외화가 주 대상이 됐다. 또 외국영화의 흥행으로 한국영화의 흥행 기록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 나름의 애국심에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천만을 넘어선 <아바타>의 행보는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괴물> <해운대> 등이 빠른 속도로 연일 고점을 경신하며 빠른 상승을 보인 것에 비해, <아바타>는 빠른 속도보다 꾸준함이 강점이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의 관객까지 쓸어 모으겠다며 억지로 스크린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IMAX관은 매진이며, 449개의 스크린은 평일에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모여들며 1위인 <괴물>의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평소 같으면 외화가 1위를 차지하는 것에 경계의 시선도 있었을 테지만, <아바타>에는 너그러움이 있다. 특별히 흠집을 내는 안티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외화가 역대 1위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지만, 철옹성 같았던 천만이 허물어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1위를 향해 순항 중이다. 과연 <괴물>을 넘어설 수 있을까? 3D 상영관에서의 관람은 계속 될 것인가? IMAX 관에서 장기 상영은 가능할까?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3D 입체영화가 얼마나 많은 관객을 더 모을 것인가? <아바타>의 흥행은 아직도 예측하기 힘들다.

2010년 2월 5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43 )
jloving
흠....   
2010-02-12 12:41
norea23

대단하네요~~   
2010-02-12 11:21
qldkdwm
아바타 짱^^   
2010-02-12 00:34
theone777
대단합니다   
2010-02-11 12:49
couque419
아바타 볼래요   
2010-02-11 11:13
kwyok11
<아바타> 광풍   
2010-02-11 10:03
konan86
3D입체감을 잘 못 느끼겠던데   
2010-02-11 01:27
gidso1
잘 보고 가네요   
2010-02-1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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