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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고든-레빗, 그대 아직도 꿈을 꾸는가!
인셉션 | 2010년 8월 27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조셉 고든-레빗(Joey Gordon-Levitt). 1981년 2월 17일 캘리포니아 LA에서 태어났다. 평화 운동가인 그의 부모는 자신들의 last name을 하나씩 따서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그에게 예술적인 끼를 물려 준 건, 외할아버지 마이클 고든이다. 영화감독이었던 마이클 고든의 ‘예능감’은 딸이 아닌, 손자에게 대물림됐다. 처음 무대에 선 건, 4살 때다.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 허수아비 역으로 출연한 그는 연기가 자신의 길임을 직감했다. 무언가를 확신하기엔 턱 없이 어린 나이였지만, 조숙했던 꼬마는 그렇게 확신했다. 할리우드가 있는 LA가 거주지인 것도 배우의 길로 가는데 큰 빌미를 제공했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매니저를 거느린 연예인 친구들이 많았다. LA에서 배우란,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배우 지망생이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보통의 것이었다. 다만, 재능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 꿈은 폐기처분되거나 실현됐다. 레빗은 후자였다.

친구들을 통해 오디션 정보를 얻은 그는 6살이 되던 해에 TV 드라마 <Stranger on My Land>(1988)에 캐스팅 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선다. 미디어는 토미 리 존스의 아들로 등장한 이 꼬마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저기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광고도 찍었다.(그리 부유하지 않았던 고든-레빗은 학교 등록비를 위해 광고에 출연했다. 그는 광고 출연을 좋아하지 않는다.) TV에서의 활약은 영화로 이어졌다. <흐르는 강물처럼>(1992)에서 브래드 피트의 형 노먼의 아역으로(이 영화로 영 아티스트 어워드(Young Artist Awards)에서 아역 배우상을 수상), 야구 영화 <외야의 천사들>(1994)에서는 대니 글로버의 어린 친구로, <주어러>(1996)에서는 데미 무어의 아들로 얼굴을 내밀었다.
 시계방향: <다크 쉐도우><흐르는 강물처럼><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3rd Rock from the Sun>
시계방향: <다크 쉐도우><흐르는 강물처럼><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3rd Rock from the Sun>
1996년, 고든-레빗은 자신의 성장기에 큰 영향을 미칠 작품을 만난다. 바로 NBC가 제작한 시트콤 <3rd Rock from the Sun>(1996~2001). 우리나라에서는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으로 친숙한 이 시트콤에서 고든-레빗은 지구에 온 4명의 외계인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머리는 제일 좋은 토미로 분한다. 고든-레빗은 이 시리즈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청소년기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간다. 작품이 시작할 때 철부지였던 16세 소년은 작품이 끝날 때 21살의 어엿한 청년이 돼 있었다. 달라진 건 외모만이 아니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인지도가 상승했다. 상을 탔다.(‘미국배우조합상’에서 ‘코미디 시리즈 앙상블- 눈에 띄는 배우’상 수상)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999)에 출연하며 아이돌로서의 인기도 누렸다. 히스 레저의 데뷔작으로 더 유명한 이 영화에서 그는 여주인공 줄리아 스타일즈와 실제 사랑에 빠지는 연기 외적인 성과도 얻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든-레빗은 현재의 삶이 자신이 원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아역 배우 출신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의 경우는 달랐(보였)다. “축구는 잘 하고 싶은데, 유명해 지고 싶지는 않다”는 박지성처럼 그는 연예인에게 주어지는 주위의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그는 ‘셀러브리티(celebrity)’라는 말을 거북해 했다. ‘셀러브리티’라는 지위를 이용해 어깨에 힘주는 스타들을 경계했다. 이 당시 그는 “학교에서든 길에서든 자신을 연예인으로 보는 사람을 만나면 하루가 엉망이 되는 기분”에 휩싸였다. 연기가 직업이 아닌, 생활인 그에게 타인의 남다른 시선은 유쾌하지 않았다. 어린이와 성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그는 뭔가 변화가 필요함을 동물적으로 느꼈다. 토미를 사랑했지만, 토미에 얽매이는 건 싫었다. 결국, 동시기에 성장한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이 마약으로 감옥에 들락날락 거릴 때, 변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고든은 새로운 길로 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매닉>(2001)이라는 제목이 새겨진 계약서였다. 저예산 영화 <매닉>에서 그는 정신병을 앓는 고등학생으로 분해 자신 안에 숨겨진 감수성과 어둠들을 하나 둘 꺼낸다. 언제나 옆집 동생일 것 같았던 고든-레빗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매닉><미스테리어스 스킨><스톱 로스><브릭>
<매닉><미스테리어스 스킨><스톱 로스><브릭>
<매닉> 출연 후, 고든-레빗의 행보는 보다 과감해진다. 그는 <3rd Rock from the Sun> 마지막 시즌 출연 대신 공부를 선택한다.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 대학(줄리아 스타일즈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에 입학하며 연기와 이별을 고한다. 그의 인생 처음으로(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으로) 배우 조셉 고든-레빗이 아닌, 인간 조셉 고든-레빗으로 인생을 누리는 시기였다. 뉴욕에서의 생활은 그의 생각을 확장시켰다. 눈과 귀를 더 열게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안정을 줬다. 카메라가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타지 생활을 통해 알아갔다. 대학에서 불문학(그의 꿈 중 하나는 프랑스어로 된 장편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을 전공하며 프랑스 역사, 문학, 언어, 시 등 프랑스에 관련된 모든 것에 빠져들었다.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수십 번 돌려봤고,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프랑스 여자들의 불어 발음에 매료됐다. 프랑스 여자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파리로 날아갈 정도로 혈기도 왕성했다. 하지만 소중한 건 떠나봐야 안다는 말이 그에게도 유효하게 적용됐다.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카메라 앞임을 깨닫고, 영화 현장으로 돌아온다. 물론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보다 확고하게 다져진 연기에 대한 자의식이 그 안에서 꿈틀 거렸다.

현장으로 돌아 온 그는 메이저 영화가 아닌 마이너 영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그 때 만난 게, 아동 성폭력을 다룬 퀴어 영화 <미스테리어스 스킨>(2004). 국내에서는 인지도 있는 배우가 없다는 이유로 개봉조차 하지 못한 작품이다.(부천국제영화제를 통해서는 상영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성폭력을 당한 기억에 발목 잡힌 채, 남창이 되어가는 닐로 분해 오묘한 매력을 선보인다. 퇴폐적이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닐은 과거의 토미에게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증명하는 인장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자신에게서 토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한방을 먹인다. 선댄스 영화제를 열광시킨 고등학교 느와르 <브릭>(2005)을 통해서다. 여자 친구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숨겨진 단서들을 추적하는 남자 브렌든(고든-레빗)을 본 사람들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후 그는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운동선수(<룩 아웃>), 이라크 전 참전군인(<스톱로스>) 등을 연기하며 시시각각 표정을 달리한다. 그리고 2009년 <500일의 썸머>를 통해 또 한 번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500일의 썸머><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인셉션><제펠린 동물원>
<500일의 썸머><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인셉션><제펠린 동물원>
<500일의 썸머>는 이래저래 재미있고, 유익하고, 참신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여기에는 고든-레빗과 그의 파트너 주이 데샤넬의 기막힌 연기가 크게 한 몫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고든-레빗은 휴 그랜트 이후 맥이 끊긴 듯한, 끼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 남자 배우’의 부활을 알린다. 실제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축 쳐진 눈과 의외로 덜 떨어져 보이는 모습은 휴 그랜트의 전성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휴 그랜트와 다른 게 있다면, 그가 소화 할 수 있는 장르의 폭이 보다 넓다는 것이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그의 얼굴은 배우 고든-레빗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작품 고르는 안목이 항상 탁월했던 건, 아니다. 우리에겐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익숙한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이 그랬다. 과학적 발견에 사로잡혀 악당이 되는 과학자 렉스는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후반부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그를 보면, 연기하는 게 숨 막혀 버둥대는 것만 같아 안쓰러울 정도다. 다행히 그의 잘못된 선택(?)은 <인셉션>(2010)을 통해 구원받는다. <인셉션>은 <500일의 썸머>와는 다른 의미로 고든-레빗의 인생을 강타한다. 여기에는 물론 세간의 엄청난 관심이 포함된다. ‘셀러브리티’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그의 신념에 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든-레빗은 연기자로 다시 돌아 올 때, 이미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은 상태였다. 그는 이제 ‘셀러브리티’라는 이유만으로 주목 받는 것과, 좋은 작품을 선보인 ‘셀러브리티’로서 주목받은 건 다르다는 걸 안다. 그 안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법도 터득했다. 더 나아가 ‘셀러브리티’로서 정치나 사회 문제에 올바르게 기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중이다. 이는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힛레코드닷컴(www.hitrecord.org)’을 통해 잘 드러난다.
 조셉 고든 레빗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조셉 고든 레빗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힛레코드닷컴’은 고든-레빗이 5년 전 만든 커뮤니케이션 사이트다. 그는 이 사이트를 통해 비디오, 사진, 그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가입은 자유, 참여 역시 자유다. 그러니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통로를 당신들과 함께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이 사이트의 취지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가 자기의 노래를 세상에 들려 줄 수 있어요. 유명인이 아니라도 말이에요. 흥미롭지 않나요?” 그의 마음이다.

고든-레빗은 한 인터뷰에서 “<인셉션>의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예술가라면 아서(레빗)는 제작자”라고 말했다. 그 말에 대입해 생각하면, 그는 아서보다 코브에 가까운 인간이다. J.D. 샐린저와 프랑소와 트뤼포를 좋아하고, 자크 플레베르의 시를 즐겨 읽으며 오바마를 존경하는 그는, 본인이 직접 각본, 연출, 제작, 음악까지 맡은 단편 영화 <스팍스>(2009)를 내놓은 진취적인 예술가다. 최근에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영화제’에도 단편 영화 <제펠린 동물원>을 출품하는 놀라운 창조력을 보인 바 있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아티스트적 신념을 표현하는데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자부심이 강하다. 조셉 고든-레빗은 지금 전방위 문화 아티스트를 꿈꾸는 중이다. 그 꿈은 킥(Kick)을 건다고 해서 쉽게 깨어나지 않는, 리얼 드림(Real Dream) 이다.

2010년 8월 27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57 )
seon2000
잘봤습니다   
2010-09-13 01:36
minamian
멋집니다   
2010-09-09 01:04
shshs823
조셉 고든 레빗 너무 좋아요ㅠㅠ매력도 쩔고 연기도 잘하는것 같아요ㅠㅠㅠ   
2010-09-08 01:41
eunsung718
멋잇어요   
2010-09-07 11:05
tladms3
매력적인 배우네요   
2010-09-05 22:05
juya0414
500일썸머 재미있었는데   
2010-09-05 16:24
luna
아! 브릭에서 봤었군!!!   
2010-09-05 13:18
bluesong20
어쩐지 낯설지가 않고 정이 가더라니.. 이젠 확실히 인지했어요.   
2010-09-0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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