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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 왜 이렇게 어두운 거야
2011년 8월 26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지난 7월 26일 3D 영화 <7광구>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7광구>가 국내 최초 3D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에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고, 다수의 상영관에서 시사회가 진행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가 너무 어두웠다. 3D 영화가 일반영화보다 어둡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 심했다. 상영을 마치고 난 후 동료 기자에게 영화가 너무 어둡지 않았었냐고 불만을 토로했더니, 자신이 영화를 봤던 상영관은 보기 괜찮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상영관마다 3D 영화의 퀼리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과연 3D 영화의 어둠은 콘텐츠 자체의 문제인가 아니면 영사기기의 문제인가?

먼저 3D 영화가 일반 영화보다 어두운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영관에서 표준 밝기는 스크린 중심부를 기준으로 12~16 fL (Foot Lambert, 밝기 측정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상영관을 설계할 때, 스크린 중앙 밝기를 12~16 fL의 중간 값인 14fL에 맞춰 설치하는 게 이례적이다. 하지만 3D 영화는 다르다. 3D 영화는 좌/우 이미지를 교차시켜 입체영상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사기 렌즈 앞에 편광 필터를 설치하고, 관람객 역시 편광안경을 착용한다. 이때 영화의 밝기는 편광 필터와 안경을 통과하면서 크게 감소하게 된다. 롯데시네마 경영지원팀 최묵 기술팀장은 “3D 상영 시 스크린 중앙의 표준 밝기는 3.5~5.5 fL로 규정하였고, 보통 4.5 fL에 맞추어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3D 영화가 일반 영화보다 어두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다.
 실버스크린이 설치된 CGV 왕십리 8관
실버스크린이 설치된 CGV 왕십리 8관
그럼 상영관마다 3D 영화 밝기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최묵 기술팀장은 “원칙적으로 모든 상영관 설계시 밝기는 SMPTE (Society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Engineers)의 규정대로 책정한다”며 “하지만 스크린의 노후로 인한 반사율 감소, 램프 사용시간에 따른 밝기 저하, 간접 조명으로 인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3D 상영을 하기 위해서는 실버스크린이 설치되어야 하는데, 실버스크린의 특성상 반사율이 매우 높고 각도는 좁아서 관람객이 앉은 위치 각도에 따라 밝기 차이를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중앙 좌석보다 사이드 좌석에서 3D 영화를 관람할 때 가끔씩 고스트현상(초점이 안 맞아 상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3D 영화의 밝기는 영사기 안에서 필름을 비춰주는 램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증명하듯이 지난 6월 마이클 베이 감독은 외신을 통해 “<트랜스포머 3>의 3D 영상을 제대로 구현되려면 리얼디 3D 영사시스템 램프 밝기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얼디 3D 영사시스템을 쓰고 있는 롯데시네마 최묵 팀장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말은 무조건 램프를 100%로 올리는 것이 아닌, 적합한 범위 내에서 최상의 화질이 구현되도록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3D 영화가 영사시스템에서 잘 구현되는지 자체적으로 많은 점검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미의 일부 극장은 램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표준 밝기 이하로 상영하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 국내 국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3D 영화에 맞게 램프를 사용하는 극장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에 대해 최묵 팀장은 “거의 모든 상영관은 2D와 3D를 교차 상영하고 있기 때문에 3D 영화에만 적합하게 램프를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좌)마스터이미지쓰리디 ‘MI - 2100’, (우)리얼디 3D ‘ZScreen’
(좌)마스터이미지쓰리디 ‘MI - 2100’, (우)리얼디 3D ‘ZScreen’
영사시스템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국내에서 CGV는 국내 마스터이미지쓰리디(MASTERIMAGE 3D),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씨너스는 리얼디 3D(realD 3D) 시스템을 주로 쓰고 있는 상황. 마스터이미지쓰리디는 ‘MI - 2100’이란 장치로, 리얼디 3D는 ‘ZScreen’으로 편광 방식을 구현한다. 크기는 다르지만 두 장치 모두 영사기 렌즈 앞에 설치하며, 초당 144회 정도 좌/우 이미지를 번갈아 가면서 바꿔준다. 하지만 두 장치로 인해 밝기가 변하지는 않는다. 마스터이미지쓰리디아시아 정형국 스테레오그래퍼는 “3D 영화를 관람할 때 램프 밝기의 값이 달라지지만 않는다면 두 장치 모두 좋은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어두운 3D 영화를 그나마 밝게 보여주는 건 아이맥스 3D다. 듀얼 램프 방식이라는 점에서 표준밝기가 일반 3D 디지털 영상기의 4.5 fL보다 높은 5.5fL로 설정되어있다. 하지만 아이맥스 상영관의 개수는 일반 상영관보다 적어 많은 관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한정적인 부분이 있다. 일반 3D 디지털 영사시스템에서 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영사기를 2대 사용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좌/우 영상의 포커스를 계속 유지해줘야 하고, 운영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적다.
3D 영화를 최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기준에 맡는 영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양질의 3D 영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7광구>의 언론시사회 경우 영화가 어둡게 상영된 이유 중 하나는 D.I(색보정) 후반작업이 덜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명암이 불분명해져 양질의 콘텐츠로서 선보이지 못하게 된 것. 정형국 스테레오그래퍼는 “<7광구>는 3D 영화에 맞는 명암과 채도를 깊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면서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은 양질의 3D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후반작업에 힘을 싣는다”고 3D 콘텐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2011년에 개봉한 상반기 3D 영화들은 관객들의 사랑보다는 외면을 더 많이 받았다. 일반 영화보다 비싼 가격과함께 어두운 3D 영화를 편광 안경까지 쓰고 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낮은 흥행성적의 요인으로 작용됐다. 그러나 관객들을 3D 영화에 다시 관심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묵 기술 팀장은 “관객들이 불편 없이 3D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극장과 영사시스템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영사실 및 영화관 설비를 꾸준히 유지보수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어두운 3D 영화를 밝힐 수 있는 건 관객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 양성과 그에 맞는 영사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가 동반 상승한다면 관객들은 어두운 3D 영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8월 26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 )
cjwook
극장 시설이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3d 영화를 상영하기에 부족한 극장들이 너무 많습니다.

양 쪽 눈의 시력차이가 큰 분들도 안경으로 교정을 하더라도
3d효과가 덜 느껴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2011-09-18 08:51
bestktz
그랬군요
이런 기사 감사합니다
늘 볼때마다 좀 어두워서 거부반응있었는데 그랬군요
좀 어두운 해리포터는 그래서 3D로 피하고 봤었는데...   
2011-09-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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