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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선 PD가 전해주는 <도마 안중근> 촬영장 이야기
2004년 9월 9일 목요일 | 최동규 기자 이메일

중국인들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느낀 하얼빈 촬영
중국인들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느낀 하얼빈 촬영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과 사형까지의 행적을 그리고 있는 서세원 감독의 <도마 안중근>은 영화 대부분이 중국에서 촬영되었다. 수많은 무협 영화들이 중국에서 촬영하는 경우는 많았으나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사건이 일어났던 현지를 찾아 현지인들을 엑스트라로 기용해 촬영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국에서의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 영화를 시작한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고 서세원 감독이 입이 닳도록 말하듯 중국현지에서 느끼는 문화의 차이는 컸다고 한다. 현지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한 강민선 현지 프로듀서가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컸다고 한다. 강민선 프로듀서가 촬영기간 동안 기록해 두었던 메모들을 정리해 촬영기간 동안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재미있게 들어 보도록 하자.

중국 사람들의 독특한 민족성, 혹은 그들만의 사고방식.

대부분의 촬영은 상해영화제작소의 처둔 지역 세트장에서, 몇몇 장면은 다른 세트장에서 진행되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다니면서 성당씬, 감옥씬 등으로 옮겨 다녔는데, 세트장 이동에 평균 5시간이 걸렸다.

어느날 편도 4차선의 고속도로에서 우리 줄만 차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꼼짝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잠시 기다려보자 했는데, 도대체 움직이질 않는다. 옆 차선은 차들이 쌩쌩 달려서 차선을 바꿀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하도 답답해서 차에서 내려 앞으로 가보았다. 세상에나… 덤프트럭의 운전기사들이 도로상에 차를 그냥 세워둔 채 각각 자기 차에 방뇨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중국 사람들의 만만디…절대 경적도 안 울리고 그 기사님 볼일 다 보길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한번은 물 다르고 공기 다르고 말도 안 통해 답답한 이 곳에서 스텝 하나가 몸살이 나버렸다… 물어 물어 병원을 찾았다. 잠시 뒤 의사가 오더니 언뜻 보기만 하더니 완전히 외판 영업 사원 취급하여 스텝은 거의 쫓겨나듯이 병원에서 나와야만 했다. 병원 복도에서 언뜻 본 이상한 광경.

다리가 부러진듯한 한 남자 환자, 대기실 의자에 앉은 채로 수혈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뒤늦게 현지 주민들에게 들은 얘기! 전치 32주 정도를 넘어가지 않으면 입원이 불가능하고 어지간한 일로는 병원 찾는 일이 결코 없다던가… ㅠ.ㅠ 이후 우리는 가지고 간 만병통치약 펜잘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한국 스텝 70여 명과 중국 스텝 80여 명에게 제공할 간식을 사러 상해의 초대형 할인마트 까르푸를 찾았다. 사람 수대로 간식을 사다보니 카트 3개에 물건을 가득 싣게 되었는데, 숙소가 바로 옆이어서 그냥 카트를 끌고 가기로 했다. 근데 마트측에 물건을 내리고 카트를 돌려주겠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보안요원 2명이 숙소까지 쫓아와 물건을 쏟아 붓고는 카트를 가지고 쌩~하니 돌아갔다.
흠. 의심이 많군. 무서워라…

머리 감으면 복 날아간다. 중국 내륙은 물이 귀하다. 근데 그 물 또한 수질이 좋지 않아서 처음 도착해 평소처럼 씻고 닦고 했던 한국 스텝들은 피부가 거미줄처럼 터져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게다가 부스럼까지... 수질도 수질이려니와 내륙의 건조한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복 날아간다고 머리를 잘 감지 않는 중국 현지인들처럼 우리 스텝들은 한달여가 지나고 나니 누가 중국 사람이고 누가 한국사람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어쨌건 하얼빈 역 장면을 찍기 위해 1,600여 명에 달하는 중국인 엑스트라들 분장을 맡은 우리 미용팀의 스텝들은 몇 시간에 걸친 작업이 끝난 후 냄새 때문에 거의 실신했다!

식당에서 있었던 참으로 괴롭고도 감동스러웠던 기억 하나.

중국에서는 담배가 귀해서 담배 인심이 야박하다. 우리 나라처럼 담배 한 갑 올려져 있으면 이 사람 저 사람 한 개비씩 빼서 피우는 건 상상도 못한다. 중국에 도착하고 중국측 스텝과 처음 만난 날.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어설픈 눈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중국인 스텝 중 한명이 담배 한 개비를 건네줬다. 얼떨결에 받아서 음식이 나오기 전에 피우고 있었는데, 한 대를 끄자 다른 스텝이 또 한 개비를 건네 주었다. 이렇게 한 사람씩 건네 준 담배가 무려 한 갑. 결국 계속 건네는 담배를 거절하지 못해 한 손에는 젓가락, 한 손에는 불 붙인 담배를 들고 힘겨운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담배 인심이 야박하다지만 귀한 담배를 한 개비씩 권하는 것이 그들만의 호의였던 것이다. 한 갑과 함께한 힘겨운 식사였지만 그들의 호의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었다.

중국을 한 번이라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난감함은 바로 화장실일 것이다! 중국의 화장실에는 칸과 칸 사이에 벽이 없어 난감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 중국에 도착했을 무렵엔 우리의 남자 스텝들도 화장실 갈 때마다 눈치를 보며 후다닥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한두달이 지난 무렵부터는 옆에 나란히 같은 포즈로 앉은 중국 스텝들에게 휴지를 건네 받을 정도가 되었다! 히힛!

볼일과 관련된 기억이 하나 있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 같은 언덕 위에 상반신만 보이는 수십 명의 남녀 1열 횡대. 그야말로 장관이었는데, 우리 영화 현장을 구경하는 현지 사람들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왜 저렇게 이상한 자세로 꼼짝도 안하고 있는지 이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으악! 알고 보니…. 나란히 산들바람을 맞으며 볼일을 보고 있던 마을 주인들이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안중근…?? 21세기에 웬 안중근’이라는 반응이지만 중국 사람들에게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존경해 마지 않는 영웅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새삼 부끄러웠고 각성해야만 했다.

1,600여 명의 중국 엑스트라를 움직인 안중근의 힘! 2004년 3월, 처둔에 있는 상해 영화 제작소 세트장에 안개 속을 뚫고 1,600여명의 중국 현지 엑스트라가 모여 들었다. 바로 <도마 안중근>의 하이라이트인 하얼빈에서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씬을 찍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국 현지 엑스트라들은 <도마 안중근>이라는 영화를 찍는 줄 몰랐고 그냥 일당을 받기 위해 왔기 때문에 소란스럽고 스텝들의 통제를 따라 주지 않았다.

10여명의 한국 스텝들이 60만평이 넘는 세트장 곳곳에 숨어서 자고 있거나 땡땡이 치고 있는 엑스트라들을 찾는데 무려 3시간 남짓을 허비하고 있던 중, 한 스텝이 중국어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을 찍으니 협조를 해 달라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1,600여명의 엑스트라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적극적인 협조를 했다. 이 모습을 본 나를 비롯한 우리 스텝들은 중국인들이 우리 나라 사람보다 안중근 의사를 더 잘 알고 있고, 그를 존경하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수 밖에 없었다.

12 )
qsay11tem
웅장한 영화였네요   
2007-11-27 11:19
khjhero
이거 못봤다는...   
2005-02-15 20:36
cat703
웬지 썸득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영화~사건때문인가?   
2005-02-13 21:48
soaring2
유오성씨의 연기는 좋았지만..영화 작품성은 별로죠   
2005-02-13 14:04
moomsh
도마안중근 그래두 유오성씨땜시 쬐금 보고 싶네요..ㅋ   
2005-02-08 19:20
moomsh
서세원씨가 감독님이맞으시죠?? 그래두 그냥..그렇네요..   
2005-02-08 19:20
moomsh
안중근 이거 언제 개봉했나요??   
2005-02-08 19:19
cko27
-_-;;서세원씨가 투자했다는 순간 흥행성 10%   
2005-02-0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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