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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회 아카데미를 휩쓴 치명적 아름다움 [아메리칸 뷰티]
제 72회 아카데미 시상식 | 2000년 3월 28일 화요일 | 오상환 기자 이메일

한 가정의 붕괴를 통해 미국 중산층의 삶과 진실을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포장한 걸작 [아메리칸 뷰티]가 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시상식 전부터 과연 몇 개의 상을 휩쓸지 관심을 모은 [아메리칸 뷰티]는 여우 주연상을 제외한 주요 4개부문(작품상, 감독상, 남우 주연상, 각본상)과 촬영상까지 수상해 91년 [양들의 침묵]의 주요 5개부문 수상 이후 가장 중요한 부문의 상을 휩쓴 작품의 영예를 안았다.

아메리칸 뷰티 주도면밀한 시나리오, 인물들의 감정이 그려내는 우울한 그림자를 치밀하도록 섬세하게 포착하는 뛰어난 연출, 캐릭터와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을 선보이는 배우들의 소름끼치는 연기로 인해 일찌감치 20세기를 마감하는 걸작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아메리칸 뷰티]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수상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만큼 당연한 것이기에, 오히려 배우 시상 부문에 더욱 관심이 쏟아졌는데, 특히 남우 주연상 부문에서 수상한 케빈 스페이시의 수상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케빈 스페이시의 수상을 점쳤지만, [허리케인 카터]에서 혼신을 불태우는 연기를 선보인 덴젤 워싱턴과 [인사이더]로 비평가 협회 남우 주연상을 휩쓴 러셀 크로우 등 쟁쟁한 후보 사이에서 수상한 것이라 더욱 의미있는 수상이라 여겨진다. 골든 글로브와 베를린에 이어서 사상 최초로 주요 3개 영화제의 남우 주연상에 도전한 덴젤 워싱턴은 [말콤X]에 이어 또다시 흑인 배우가 넘어설 수 없는 보수적인 벽에 부딪혀 쓴 잔을 마셔야 했고, 케빈 스페이시는 [유주얼 서스펙트]로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또다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아메리칸 뷰티]에서 비열함과 나약함의 사이를 오가는 레스터 버넴 역은 마치 케빈 스페이시를 위한 역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기에 수상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시상식의 꽃이라 불리우는 여우 주연상 부문에선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힐러리 스웽크와 [아메리칸 뷰티]의 아네트 베닝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는데,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힐러리 스웽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선보인 뛰어난 남장 연기로 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낸 힐러리 스웽크는 거의 모든 비평가 협회와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아카데미를 앞두고 많은 설문조사에서 아네트 베닝에 밀리는 부진을 겪었다.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아네트 베닝이 여우 주연상을 수상할 경우, 어빙 탈버그 상을 받은 남편 워렌 베이티와 동시에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는 점과 [아메리칸 뷰티]의 연속 수상 행진에 편승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입어 막판에 많은 지지를 받은 아네트 베닝은 결국 힐러리 스웽크가 영예의 기쁨을 맛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매그놀리아]의 탐 크루즈와 [그린 마일]의 마이클 클락 던컨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남우 조연상 부문에서는 예상 외로 [사이더 하우스 룰스]의 마이클 케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미 [한나와 그 자매들]로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마이클 케인은 또다시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지적인 배우를 선호하는 아카데미의 취향을 증명하는 사례를 남겼다. 또한 거의 모든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안젤리나 졸리는 오스카마저 거머쥐면서, 지난 해 가장 많은 행운을 거머쥔 여배우로서의 명성을 확인시켰다.

매트릭스 기술상 부문에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누르고 [매트릭스]가 독주의 영광을 안았으며, 뉴욕 비평가 협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뒤죽박죽](마이크 리 감독)은 의상상과 분장상을 수상하면서, 예상 외의 선전을 보였다. 그밖에 시상식 전부터 일찌감치 수상이 점쳐졌던 영화들이 어김없이 수상하는 결과를 보였다. 거의 모든 시상식과 영화제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오스카에서도 단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타잔]의 필 콜린스 역시 그래미와 골든 글로브에 이어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동성애자를 연기한 힐러리 스웽크가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것 외에 큰 이슈는 없었던 이번 아카데미에서 주목해 볼 것은 [슬리피 할로우]와 [레드 바이올린]의 성과. 그동안 뛰어난 세트 미학을 선보였지만, 오스카와는 통 인연이 없었던 팀 버튼 감독의 [슬리피 할로우]가 미술상을 수상해 특유의 상상력을 인정받았다는 것과, 캐나다 영화 [레드 바이올린]이 작곡상을 수상해 의외라는 반응을 얻었다.

[아메리칸 뷰티]의 주요 부문 수상 외에 전체적으로 많은 작품들에게 고루 상을 안배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 올해의 아카데미는 언제나 수상 결과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예년과는 달리 비교적 공정한 결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이더 하우스 룰스]가 미라맥스의 로비로 두 개부문이나 수상했다는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 인상을 남기지만, 비교적 공정한 결과는 새 천년 아카데미의 향방을 점치게 하는 좋은 결과를 남겼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벌써부터 내 년의 아카데미를 장식할 작품들이 기다려지는 것은 모든 영화 팬들의 공통된 바램일 것이다.

- 72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
작품상 -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감독상 -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
각본상 - 알란 볼 [아메리칸 뷰티]
남우주연상 - 케빈 스페이시 [아메리칸 뷰티]
여우주연상 - 힐러리 스웽크 [소년은 울지 않는다 Boys Don't Cry]
여우조연상 - 안젤리나 졸리 [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
남우조연상 - 마이클 케인 [사이더 하우스 룰스 The Cider House Rules]
각색상 - 존 어빙 [사이더 하우스 룰스]
촬영상 - 콘래드 L.홀 [아메리칸 뷰티]
미술상 - [슬리피 할로우 Sleepy Hollow]
의상상 - [뒤죽박죽 Topsy-Turvy]
분장상 - [뒤죽박죽]
외국어 영화상 -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스페인)
작곡상 - 존 코릴리아노 [레드 바이올린]
주제가상 - [타잔 Tarzan] "You'll Be In My Heart" - Phil Collins
편집상 - [매트릭스 The Matrix]
음향상 - [매트릭스]
음향편집상 - [매트릭스]
시각효과상 - [매트릭스]
다큐멘터리 장편 - [One Day in September]
다큐멘터리 단편 - [King Gimp]
애니메이션 단편 - [The Old Man and the Sea]
애니메이션 라이브 액션 - [My Mother Dreams the Satan's Disciples in New York]
어빙 탈버그상 - 워렌 비티
공로상 - 안제이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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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h6633
잘봤습니다~   
2010-03-10 11:18
navy1003
잘 읽고 갑니다.   
2008-02-19 21:18
bjmaximus
아네트 베닝은 5년 후 힐러리 스웽크로 인해 또,물먹었죠.그리고,<매트릭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꺾고 기술 부문을 휩쓴 건 특수효과의 기발함과 신선함 덕분이죠.<스타워즈 에피소드1>의 특수효과도 엄청나긴 했죠.   
2007-02-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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