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한마디!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자백>
2016년 9월 5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자백>(제작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언론시사회가 9월 5일 오후 2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최승호 감독이 참석했다.

<자백>은 한국, 중국, 일본, 태국을 넘나드는 40개월간의 추적 끝에 드러나는 스파이 조작 사건의 실체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연출을 맡은 최승호 감독은 TV 수첩에서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2005), ‘검사와 스폰서’(2010),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2010) 등을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자백>에서 2012년 간접으로 내몰린 탈북 화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래는 최승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Q. <자백>을 제작하는데 외압은 없었나, 제작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A. <자백>을 제작할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뉴스타파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경제적, 물리적 압박 없이 취재할 수 있었다.

Q. 취재 사실을 영상으로 옮기는데 있어 기준은.
A. 한국사회의 심연에 깔려있고 여전히 흐르고 있는 작동 원리를 보여주기 위해선 과거사건을 보고 일정한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소 관객들이 불편하더라고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전체를 보여주려 했다.

Q.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게 된 의도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하고자하는 이유.
A. 뉴스타파를 통해서 지금까지 방송하고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무죄로 밝혀진 분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정원이 변화 했나 생각해보면 변화하지 않았다. 허위자백을 유도했던 사람들 중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사람이 많다. 결국 국정원의 근원적인 조작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았고 그것은 우리사회에 심각한 위협요소다. 내가 만약 PD수첩에 계속 있었다면 방송으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건이 안 되기에 영화의 저널리즘 역할을 믿고 영화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 것이다.

Q. 다음 스토리 펀딩 중 단일 작품으로는 최고 액수다. 어느 부분이 시민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하나.
A.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그리고 다음 스토리 펀딩 등 한 단계씩 거치면서 우리사회가 <자백>같은 영화를 필요로 함을 알았다. 이는 우리 미래 세대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희망이라 생각한다.

Q. 간첩 조작사건 리스트를 엔딩 크레딧으로 한 이유와 영어 제목이 Spy nation 인 이유.
A. 관객들이 <동주>)(2015)의 엔딩 크레딧을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보더라. 그걸 보고 영화라는 건 정확하고 진중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영어 제목을 Spy nation 이라 한 이유는 국가가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을 통제하려하기 때문에 간첩 조작이 이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만 여명의 간첩이 있다는 건 그만큼의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명분이 마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Q. 멀티플렉스 대관 진행 상황은 어떤지.
A. 국정원을 다루는, 어떻게 보면 성역을 건드리는 영화기 때문에 멀리플렉스 입장에서는 피해가고 싶지 않겠나. 지금까지 접촉을 해 본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한다, 안 한다 명확한 대답을 아직 듣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언론시사회를 미리 당겨서 한 거다. 시장성 없다, 재미가 없다, 가치가 없다 등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 앞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었다.

Q. 영화를 만드는 과정 중 힘든 점.
A. 내부적으로 어려움은 없었고, 재원은 펀딩을 통해 마련했다. 다만 중국 취재 중 억류 되는 것을 비롯해 약간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국정원과의 관계는 국정원이 날 고소하여 1차 소환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무혐의 처리됐다.

Q. 영화에 담지 못한 추후 밝혀진 부분이 있다면.
A. 한 달 전쯤 태국에 가서 취재했는데 한준식이 원래 미국가려다가 미 대사관에 못 들어가서 한국대사관으로 온 거였다. 한국대사관에서 그를 태국 이민국으로 보낸 후 혹시 태국 당국에 서류가 남아있나 싶어서 취재하러 갔는데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한준식이 태국에 있는 불법체류자가 머무는 곳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 사건 때문에 태국 이민국에 몇 달 간 억류됐었다고. 이 사건이 그가 간첩이 아니라는 확증은 아니겠지만 만약 간첩이었다면 이렇게 주목받는 사건을 일으키겠는가. 이 내용을 처음에는 영화 속에 담았었는데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편집했다.

Q. 한중식 딸과 그 이후에 또 연락이 됐는지.
A. 영화에 나온 게 마지막 통화였다.

Q. 국정원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라는가.
A. 국정원이 스스로 변화할리는 없다. 국민이 변화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 정보가 너무 많다. 이런 기관이 존재한다는 건 국민 중 누구라도 조작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최소한 국정원이 거짓말을 못하도록, 또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완벽하게 외부에서 조사할 수 있어야한다. 국민의 권력이 국정원에 미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Q.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고 싶은가.
A. 영화를 통해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것이다. 하나의 영화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꿨다. 이렇게 기억되길 바란다.

스토리펀딩 단일 프로젝트 중 최고의 신기록을 수립한 <자백>은 오는 10월 13일 개봉 예정이다.


● 한마디

- 잔인한 자백을 종용한 이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영화
(오락성 7 작품성 7 )
(무비스트 박꽃 기자)

- 국정원이 '만들어낸' 자백들에 관하여
(오락성 5 작품성 6)
(무비스트 류지연 기자)

2016년 9월 5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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