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한마디! 도시 빈민과 함께한 서양인 신부님 <내 친구 정일우>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내 친구 정일우>(제작:제정구기념사업회, 예수회 한국관구, 푸른영상) 언론시사회가 10월 20일(금)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김동원 감독, 예수회 한국관구 전주희 수사가 참석했다. 배급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모더레이터로 함께 자리했다.

<내 친구 정일우>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예수회 고 정일우 신부가 평생에 걸쳐 한국의 도시 빈민과 농민의 곁을 지켜온 과정을 요약해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193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출생해 1953년 예수회에 입회한 그는 1966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이후 예수회가 한국에 세운 서강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해 철학과 신학을 가르쳤다.

군부독재 시절 대학 강단에 섰던 고 정일우 신부는 데모를 이유로 학생들이 잡혀가는 데에 대한 항의 표시로 단식을 하고, 당시에는 드물던 일인시위를 벌이는 등 대한민국 사회정의 실현에 관심을 보였다. 1973년 청계천 판자촌에 들어가 도시 빈민의 현실을 알게 되고 양평동 판자촌 생활을 거쳐 이주민과 함께 시흥 복음자리 주택 등 공동체 거주지를 건립했다. 90년대 후반 한국으로 귀화했고, 3년 전인 2014년 유명을 달리했다.
연출을 맡은 김동원 감독은 1988년 상계동 빈민촌 철거촌에서 정일우 신부를 처음 만났다. 당시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1988)을 내놓은 그는 1991년 다큐공동체 ‘푸른영상’을 설립한 후 다큐멘터리를 통한 민중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후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송환>(2004),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끝나지 않은 전쟁>(2008) 등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내 친구 정일우>는 9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는 고 정일우 신부와 함께 종교활동을 한 예수회 한국관구 전주희 수사,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 신명자 이사장, 괴산에서 농사를 함께한 김의열 농부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김동원 감독은 “정일우 신부님을 처음 본 건 상계동 빈민가 철거촌이다. 재미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주민들의 상황이 더 급했기 때문에 신부님은 덜 찍었다.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가시고 나서 추모 영상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구하다 보니 좋은 내용이 많아 지금처럼 길어지게 됐다”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또 “그분은 가난을 즐길 줄 아는 분이었다. 고상한 말보다 ‘썅’같은 말을 할 때 더 신나 하고, 양주나 포도주보다 소주나 막걸리를 더 맛있어하는 분이었다. 그분이 추구하던 ‘가난정신’에 나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무슨 마음인지 조금은 알겠다. 요즘 젊은 관객도 가난이 무섭지 않다는 마음이 뭔지 알게 되면 좀 더 자유로운 인간이 되지 않을까”라며 개봉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전주희 수사는 “고 정일우 신부는 사회정의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가 청계천 빈민가에서 한 번 살아보기 시작하시더니 돌아가실 때까지 그런 삶을 지속했다. 후배 입장에서는 그의 사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말씀을 들으며 배울 점 많았다”고 회상했다.

또 “내가 필리핀으로 공부를 하러 갈 때 환송 파티를 해주셨는데 가정에서 쓰는 단도 같은 칼을 선물로 주셨다. 당신이 필리핀에 가보니 그곳 여성이 너무나 아름다웠다며, 혹시 마음이 동하면 칼로 거기를 자르라고 하시더라(웃음)”며 고 정일우 신부와의 익살스러운 에피소드를 밝혔다.

도시 빈민과 함께한 서양인 신부님 이야기 <내 친구 정일우>는 10월 26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청계천, 양평동으로 시작해 상계동으로 끝나는 대한민국 도시 빈민의 투쟁 역사를 함께하면서도 익살과 웃음을 잃지 인물의 이야기, 가난이 더욱 부끄럽고 힘겨운 시대에 절로 경외심이 생긴다.
(오락성 6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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