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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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K-팝 열풍을 선도해 온 아티스트이자 글로벌 스타 김재중이 오랜만에 배우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그의 복귀작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한국의 무속 신앙(샤머니즘)과 인도의 라크샤사 신화, 그리고 기독교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러 종교적 색채를 한데 믹스한 오컬트 공포 영화. 김재중은 극 중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은 독특한 박수무당 '명진' 역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하며, 내면의 깊은 아픔과 악의 감정까지 분출하는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그동안 보여준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일상적이면서도 남모를 아픔을 표현할 수 있는 명진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껴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소회를 밝히는 김재중을 만났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K-팝의 위상에 대해 “오솔길 하나는 닦아놓은 것 같다”는 겸손한 자부심을 전한다.
오랜만에 영화를 개봉하게 된 소감은. 또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도 궁금하다.
오랜만에 영화를 선보이게 되었는데, 장르가 새로운 도전이라 기쁜 마음과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몇 달 전 일본에서 개봉할 때 일본 영화관에서 처음 관람했다. 현장에서는 내가 보지 못했던 다른 출연 배우들의 촬영 장면들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영화가 다크하게 나왔더라. 진짜 그냥 명진이의 입장에 이입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일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일본 영화는 예전부터 잔인한 작품이 많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 중간에 숨겨져 있는 장치들이 많다 보니 '이게 뭐지?' 하는 의문으로 끝나는 부분들이 많았던 듯하다. 그래서 관객분들에게 한두 번은 더 관람하셔야 이해가 가실 거라고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나 역시 찍으면서 궁금한 점이 많아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특히 어떤 지점에서 스스로 의문이 들던가.
명진이, 기승전결 안에서 결말 전까지 왜 이런 스탠스로 사람들을 대하고 그런 고민을 가지는지, 스토리가 명확하게 해결이 안 되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명쾌하게 풀린 점이 많다. 사실 대본 자체가 세 번 정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명진이의 성격이 다이나믹하고 유쾌할 때는 유쾌하고, 평소 말하는 톤 자체도 일반 청년 같았다. 지금은 톤이 굉장히 낮고 일정하다가 후반부에 감정을 표출하지 않나. 그리고 명진의 과거사 장면 중 편집된 부분이 꽤 많다. 내가 보기엔 너무 노골적인 힌트가 될까 봐 감독님이 그렇게 편집하신 것 같다.
의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선택할 만큼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었나 보다. (웃음)
일본인 감독님과 스태프, 그리고 일본 올로케이션으로 작업하지만 한국 제작사가 참여하는 한일 합작 형태의 영화라 차별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책(시나리오) 자체는 일본에서 개발되었지만 한국 배우가 연기해야 하니까, 일본어로 썼더라도 한국어로 번역할 때 뉘앙스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굉장히 궁금했다. 또 이번 영화는 제작 일정이 그리 길지 않아서 스케줄 조절 면에서도 이점이 있었다. 드라마나 뮤지컬은 무조건 반년 이상이 소요되어 엄두를 내지 못하던 차에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평소 여러 장르에 도전하는 걸 열어두고 있고, 마침 오컬트 장르를 너무 해보고 싶었기에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처음 받은 대본에서는 명진이의 쾌활함과 다크함의 갭이 매력적이라 덥석 물었는데, (웃음) 수정되면서 점점 쾌활함이 없어지고 계속 다크해지더라. 사실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극단적으로 잘생긴 캐릭터나 재벌집 아들, 본부장 같은 전형적인 캐릭터를 맡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주변에 있을 법하면서도 큰 아픔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원했는데 명진이가 딱 그랬다. 일반 사회 속에서 잘 섞여 살아가는데 알고 보니 남모를 아픔이 있고, 더 알고 보니 그 아픔이 일반적이지 않으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샤머니즘이나 어떤 존재에 이용당했던 과거가 있다는 면에 너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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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구축해 나갔나.
감독님은 명진이를 계속 '히어로'라고 말씀하셨다. 설정은 한국의 박수무당이지만,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박수무당에 대해 그렇게 깊게 연구를 하신 것 같지는 않더라. (웃음) 한국의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다크 히어로를 그리고 싶으셨던 것 같다. 오색의 알록달록한 무당 옷이 아니라 정장에 구두를 신은, 신기가 있는 색다른 다크 히어로를 만들고 싶어 하셨다. 내가 해석한 명진은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악귀가 잠깐 들어왔다 나간 게 아니라 수시로 들락날락했던 인물로, 절대 선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인간이 질투나 욕망, 분노 같은 악한 감정을 품고 있다면 언제든 악귀가 들어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국내 작업 환경이나 시스템, 정서와는 다를 것 같은데.
많이 다르긴 한 것 같다. 한국 감독님들은 디테일 때문에 테이크를 많이 돌리시거나 카메라 사이즈를 많이 가져가시는 편인데, 이번에는 원테이크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게 일본 감독님의 성향인가 싶었다. 어렸을 때 일본 드라마를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여섯 명이 같이 찍는 장면을 카메라 8대 이상을 동시에 넣고 한 번에 찍고 끝내서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대사를 잘 못 하거나 연기가 별로였던 배우만 손해를 보게 되는 가성비 위주의 방식이었다.(웃음)
이번에도 예를 들면 명진이가 고베에 도착하자마자 ‘유미’(공성하)를 만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다. 실제 영화 안에서 유미와 명진이는 되게 오랜만에 만나는 설정인데, 바스트 샷 리허설을 먼저 하고 풀샷 촬영을 했다. 그런데 리허설 때 나온 어색한 공기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그걸 그대로 영화에 사용하셨다. 둘만 봐서는 어색함이 남아야 하는 신인데, 그 공기가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 좀 깜짝 놀랐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작품에 아쉬운 점과 만족스러운 점을 꼽는다면.
표현 방식에 있어서 조금 더 과감하게 가보고 싶었지만, 촬영 일정이 워낙 타이트했다. 테이크를 좀 더 돌렸다면 더 좋은 표현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작부터 후반부까지 일관되게 가져갔던 감정선이 조금 더 밖으로 표출되었더라면 관객분들이 가졌던 궁금증이 더 많이 풀렸을 것 같다. 관객에게 너무 퀴즈를 많이 던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반면, 선택하셨던 장소나 미장센은 너무나 훌륭했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 있으면 육안으로 봐도 분위기가 으슬으슬하고 기묘했다. 이 분위기가 영상에 어떻게 담길까 궁금했는데, 화면에 아주 잘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
마지막 명진이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엔딩이 인상적이더라.
개인적으로는 그 엔딩의 임펙트가 조금 약한 것 같아서 호흡을 더 길게 가져가고 싶었다. 감독님이 설정한 미장센 안에서 명진이의 모습이 좀 더 더럽고, 개걸스럽고 기괴하게 표현되기를 바랐다. 만찬이 준비된 상황에서 깨끗한 모습부터 최악의 지저분한 모습까지 한 신에 담아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타이트했다. 처음에는 삼계탕을 정말 맛있게 먹어달라고 하셨는데, 내가 입이 작아서 다리를 앙 물었다가 기도가 막힐 뻔해 NG를 몇 번 내기도 했다. (웃음) 또 막걸리를 마시고 김치를 먹는 과정에서 김치 국물이 옆으로 우연히 살짝 흘렀었다. 그런데 마치 피를 묻힌 뱀파이어 같다고 그 모습을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시는 거다. 그렇게 국물을 묻히는 걸로 가기로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좀 애매하게 묻은 테이크가 오케이가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다.
게걸스럽고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로서 팬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진 않았나. (웃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늘 마음속에 대중이 생각해주시는 나의 전형적인 모습과 반대되는 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예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웃풋(보여지는 모습)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늦게나마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매체나 제작사, 혹은 회사 측에서 "여기까지만 해주세요" 하고 말리지 않는 이상 나는 웬만하면 다 보여드리려고 하는 성향이다. (웃음) 직원들이 "거기까진 좀 그렇다"며 수위를 조절해 주는 정도지 개인적으로는 전혀 꺼리김이 없다. 내가 대표라서 직원들이 다 말리지는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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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무속을 믿는 편인가.
겉으로는 안 믿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속으로는 믿는 편인 것 같다. 팬들과 이야기할 때는 "그런 걸 왜 믿어요"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점을 보러 다니곤 한다. 예전에 정말 힘들고 절실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의정부에 있는 아기동자를 찾아가기도 했다. 기본 비용이 천만 원대라 정말 비쌌는데 너무 간절하니까 힘을 빌리게 되더라. 예전에 부모님이 절에 다니실 때 부적을 써오신 적이 있는데 수십만 원 정도 하더라. 나중에 보니까 유명한 무당이 쓰는 부적은 수백만 원까지 하기도 해서 놀랐다. 점을 보아하니 과거의 일들은 기가 막히게 잘 맞추는데, 미래는 잘 못 맞추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과거 의정부에 찾아간 이후로 멘탈이 정말 강해졌다. 힘들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만의 노하우가 생겨서, 힘들수록 오히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사실 의정부에 간 것 자체는 실질적인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지만, '신을 찾기 전에 나 자신에게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돈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사주는 십 수번 정도 보러 다니긴 했다(웃음). 때때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위안을 얻고 싶어서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 입양되어 생일과 이름이 두 개다. 점을 볼 때 양쪽을 다 보곤 하는데, 좋은 이야기는 귀담아듣고 나쁜 이야기는 그냥 조심하자는 주의다.
데뷔 때부터 톱스타이자 아이돌로서 정상을 유지하며 항상 멋진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런 면이 답답하진 않았나.
내가 느끼는 답답함보다는 대중의 섭섭함을 풀어드리고 싶어서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편이다. 내 실제 성격은 지방에서 자란 평범한 소년 같고 약간 천연덕스러운 면(천연미)이 있다. 오히려 외모에서 풍기는 편견이 10대 때부터 있었다. 시대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르겠지만, 10대 때는 얼굴을 보고 ‘남자가 왜 이렇게 하얗냐’, ‘입술이 왜 저렇게 빨갛냐’라며 선배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그냥 타고난 인상이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일부러 먼저 웃고 말도 많이 건네며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지금도 친화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다.
평범한 일상을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은 평범하지 않은 비주얼에서 오는 갈증인 걸까. (웃음)
오랫동안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의 사랑을 받는 비주얼이라는 점에서 베네핏도 많고 감사하지만, 인간 김재중으로 볼 때는 외모에서 오는 핸디캡도 분명히 있었다. 늘 부잣집 도련님 같은 역할만 제안이 오니까 외모가 나에게 ‘당신은 연기적으로 더 노력해야 합니다’라는 숙제를 안겨준 느낌이었다. 보기 좋은 아이피(IP)이긴 한데, ‘그래서 너의 기능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늘 달고 살았다. 평생 풀어나가며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가수와 배우 활동뿐만 아니라 후배 양성 및 제작자로도 나섰는데, 계기가 무엇인가.
정말 힘든 결정이었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인의 꿈을 서포트해야 하는 입장이라 고난도 많았고 지금도 고난을 겪고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 내 마인드나 육체, 탤런트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동종 업계 사람들은 울타리 하나만 바뀌어도 아이들이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그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제작자 입장에서 후배들을 볼 때 스스로 워낙 출중했으니,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없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굉장히 오만한 생각일 것 같다. 회사 본부장님이 나에게 "피디님(김재중)은 모든 걸 다 갖추신 분이라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케어하고 성장시킬 때 시야가 많이 다르실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 난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나 역시 데뷔 초기에는 음치에 가까울 정도로 부족했고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가진 재능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앞으로 펼칠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현재 K-팝이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열풍의 스타터로서 자부심도 클 것 같다. (웃음)
K-팝 열풍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이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해외 어떤 국가에 가져가도 유효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육성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열풍 속에서 내가 작게나마 오솔길 하나는 닦아놓고 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웃음)
사진제공. 라이브러리컴퍼니
2026년 7월 3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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