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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미'로 완성한 서스펜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지훈
2026년 9월 1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넷플릭스 흥행 신화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이하 <지불아>)에서 배우 김지훈이 유쾌하면서도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지불아>는 행복한 가정을 연출하던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 김지훈은 유명 인플루언서 '경희'(김혜수)의 연하 남편이자 성공한 아내의 그늘에 가려 살아가는 배우 '임재홍'으로 분했다. 실제로는 자신을 '테토남'에 가깝다고 표현한 김지훈이 정반대 성향의 '에겐남' 재홍을 어떻게 완성했을까. "순간의 실수나 욕망에 꺾이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려 노력했다. 순수한 모습도, 속물적인 면도, 순간의 잘못된 선택 후 후회하며 바로잡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며 연기 주안점을 짚는 김지훈을 만났다.

◆ ‘하찮미’와 메타인지로 그려낸 현실감, 김혜수·조여정과의 호흡

김지훈은 재홍이라는 인물을 매 순간에 충실하면서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가치관을 지닌 인물로 해석했다. "아내가 너무 성공한 반면 상대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배우다 보니 현실이 재홍을 '쭈구리'로 만들고 하찮게 만드는 상황이 많았다"며 "연기를 하다 보니 정말 하찮은 상황이 많았는데, 이런 '하찮미'가 재홍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삶에서 하찮아지는 순간이 있는 만큼, 시청자들이 '나 같다' 혹은 '내 주변 사람 같다'라며 공감해 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재홍의 닮은 점으로는 '메타인지'를 꼽았다. 다만 자신이 재홍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편이라며 "재홍이 당장이나 내일 정도까지만 생각하고 산다면, 나는 그래도 일주일 후 정도까지는 생각한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재홍의 찌질한 면이 시청자에게 비호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회적 가면을 벗은 인간의 진짜 모습이라 생각했고, 오히려 그런 모습이 사람들에게 공감과 코미디를 형성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극 중 재홍처럼 아내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역할까지 철저하게 강요되는 결혼 생활이 실제로도 가능하겠느냐는 가벼운 질문에는 자신은 재홍과 꽤 다른 성향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지훈은 "개인적인 제 성향은 재홍 같은 타입은 아닌 것 같다"며 "혜수 선배님도 늘 재홍이와 다르게 내 성격이 상남자 같다고 말씀해 주시곤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유행하는 성향 구분을 빌려 "재홍이가 '에겐(에스트로겐)남'에 가깝다면, 나는 '테토(테스토스테론)남' 쪽에 가까운 편"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대선배 김혜수와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연상연하 부부 케미를 완성했다. 김혜수와의 첫 작업을 두고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김혜수 선배님은 범접하기 어려운 경륜과 아우라가 있으셔서 호흡을 잘 맞추고 연기하며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그는 실제로 김혜수의 칭찬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초반 샤워를 하고 나온 재홍에게 경희가 "너 바람피니?"라고 묻는 장면을 언급하며 "이 장면을 모니터링하신 후 '진짜 재홍이 같다'며 극찬을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혜수의 치열한 자기성찰과 냉정한 기준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지훈은 "데뷔 초부터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알게 됐다. 배우로서 오랜만에 거대한 이정표로 삼게 됐다"며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과거 이미 호흡을 맞췄던 조여정과의 재회 역시 남달랐다. 그는 "오랜만에 합을 맞춰보니, 마치 무협지의 육십갑자 내공과 같은 단단한 연기력을 지녔더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어 "배우로서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를 독하게 채찍질하고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과 반성을 동시에 했다"고 덧붙였다.

◆ 자화자찬이 넘쳤던 현장과 이창희 감독의 명품 연출

영화 <사라진 밤>(2018),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2024) 등을 연출한 스릴러 장인 이창희 감독과의 작업 현장은 "자화자찬의 연속이었다"는 표현으로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김지훈은 "배우들끼리도 서로의 연기에 대해 칭찬하고 콘티에 대해서도 감탄했다"며 "특히 5화 이후 한 공간에 모여 속사포처럼 긴 대사를 쏟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컷을 나누지 않고 카메라 무빙으로 한 번에 찍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대사라 며칠을 찍어야 할까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기가 막힌 콘티로 계산해 오셔서 빠르게 효율적으로 찍어내 모두가 감탄했다"고 이창희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평가했다.

함께 연기한 아역 배우 전시현, 도영서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김지훈은 "주눅 들지 않고 날것의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거침없이 해내 후반부 딸과의 케미와 아빠로서의 모습도 더 잘 살 수 있었다"며 두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김혜수에게 극찬을 들었던 샤워 후 장면과 후반부 부부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을 꼽았다. 특히 후반부에 대해서는 "가장으로서 주도권을 내준 채 불만 없이 살아온 남편의 서러움과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남편과 아내의 포지션이 바뀐 상황에서 많은 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노출 장면을 촬영하게 된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그는 "평소 체중 변화 없이 꾸준히 운동과 식단을 유지해 온 덕분에 준비된 상태로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었다"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 데뷔 24년 차 배우의 철학과 끊임없이 걸어가는 여정

어느덧 데뷔 24년 차를 맞은 김지훈. 메타인지가 높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그가 배우로서 꼽는 자신의 강점은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경험하며 쌓아온 내공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 그러니까 20대에는 예능도 많이 했고, 일일드라마, 주말극, 어린이 드라마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인 내공이 아닐까 한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배우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배우는 아무리 멀리 나아가도 거기서부터 또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끝없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두 다리로 꿋꿋이 걸어갈 정도가 되었고 앞으로 넘어야 할 산과 걸어갈 길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자기 객관화'와 '명상'을 언급했다. 김지훈은 "상황을 계속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고, 내가 왜 이런 감정과 생각을 느끼는지 내면을 직시하려 한다"며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는데, 나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이런 행위들이 결국 명상이며 정신 건강과 회복 탄력성을 높여주는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알고리즘이 특이하고 넓다. 트렌디한 영상부터 운동, 명상, 뇌과학, 심리학, 농구, 배우 인터뷰까지 밑도 끝도 없이 다양하다"며 소소한 일상을 공개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의 후반부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는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벌어지고 모든 인물의 인간 본연 밑바닥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많은 기대를 부탁했다.




사진제공. 쿠팡플레이



2026년 9월 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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