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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정말 멋지다! <베스트셀러> 엄정화
베스트셀러 |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아내>(2003년) <오로라공주>(2005년), <해운대>(2009)에 이어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신기한 게 그 사이에 커리어 우먼, 팜므파탈, 노처녀 등을 오갔는데, 관객들이 매번 거부감 없이 당신을 받아들인다는 거다. 보통 엄마 역을 한 번 맡으면 그 이미지가 쭉 간다는 인식이 있는데.
아, 그런가?

몰랐나? 그 이미지가 굳어 질까봐 일부러 엄마 역을 피하는 여배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아내>가 2003년이지, 아마. 그때는 엄마라는 역이 처음이라 조금 부담스러워 하긴 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깊이 생각을 안 했다. 당시에 또 <싱글즈>를 함께 하고 있어서 그런 부담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런데…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웃음) 아마 그 이후에 계속 엄마 역만 들어왔으면 나도 고민을 했을 거다. 그런데 다행히 그러지 않아서. 고정 이미지라는 게 무섭긴 참 무섭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약간 탄력적인 느낌은 있는 것 같다. 배역에 있어서는.(웃음)

영화는 언제 처음 봤나?
기술 시사회로 처음 봤는데, 정말 답이 없더라. 기술 시사는 말 그대로 기슬적인 걸 보러오는 자리잖나. 그런데 나는 나만 보이는 게 아닌가. 처음부터 끝까지 몇 장면 빼고는 지속적으로 나오다보니, 기댈 곳도, 숨을 곳도 없다는 생각에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내가 너무 많이 나와서 보기 싫어지면 어떻게 하지?’, ‘내가 제대로 한 건가?’ 이런 생각에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했다. 그 다음에 기자 시사회로 봤는데, 그때도 마음을 졸이긴 했지만 전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또 기술 시사 때는 모든 게 제대로 세팅이 안 된 상태였는데, 그 때는 음악이나 여러 가지가 보강되니까 더 재미있었다. 나 외에 주변 것들도 보이고. 영화는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다행히 기자 시사회 끝나고 반응이 괜찮아서 지금은 자책이나 이런 것 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보통 기승전결이 명확한 영화의 경우, 그 선에 따라서 배우도 긴장을 이완할 수 있는데, <베스트셀러>의 희수는 끊임없이 감정을 조여야 했다. 장거리를 단거리 주법으로 계속 달렸다고 할까? 감정적으로니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거다.
체력적으로는 힘들긴 했지만 그 힘든 것조차 즐겼던 것 같다. 그런데 감정적으로는 정말 어려웠다. 이 여자는 편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실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사람이잖나. 밑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감정 상태를 내내 유지하고 뭔가에 계속 집중해야 하니까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더라. 중반 병원씬이 나오기 전까지는 감정을 정리하기가 되게 복잡했다.

정말, 영화가 백희수에게는 한 순간도 쉴 틈을 주지 않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땠나?
처음 받았을 때는 너무 신났다.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시나리오였다. 우선, 내가 할 게 많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는 것도 좋았다. 그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배우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거니까. 안에 쌓여 있는 것들을 밖으로 분출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백희수는 감정을 밖으로 분출하기보다 안으로 삭이는 인물에 가까웠다.
감정적으로는 많이 삭이지만 그 속에서 보여 줄 게 많은 캐릭터였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 예를 들어 이 여자가 글을 쓰면서 뭔가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이라던가, 감정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모습들에서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 “이건 연기하기 진짜 어렵겠다. 이걸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끌리는 캐릭터였다.
백희수의 담배 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담뱃재를 손 위에 올려놓은 휴지에 터는 모습이 말이다. 소설가로서 꼼꼼하고 예민한 백희수의 캐릭터를 살리는 느낌이었는데, 시나리오 상에 있는 설정이었나?
그건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감독님이 글도 쓰시는 분인데, 본인이 평소에 그렇게 하나 보다. 감독님은 심지어 (휴지 위로)침도 “퉤퉤!” 뱉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딸 앞에서 “콰악~ 퉤!” 이럴 수는 없잖나.(웃음) 사실, 나는 이 여자가 휴지를 들고 있는 게 어떤 건지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다. 내가 보기에 이 여자라면, 침을 뱉기보다는 휴지에 물을 적셔서 닦아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백희수의 모습 중에 평소 당신의 모습이 투영된 게 있나?
백희수의 모습 중에는… 없는 것 같다. 백희수의 모습을 갖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살면서 그렇게까지 예민하고 피폐해지기란 말이다. 그리고 백희수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나잖나. 그 여자가 얼마나 힘든 상태까지 갔는지를 가장 많이 공감하고, 이해하고는 사람으로서, 그녀처럼 극도로 다운 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의 전반과 후반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전반이 호러, 후반이 스릴러인데 여기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기도 하지만, 반면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는 관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뒷부분이 처음보다는 많이 키워진 거다. 원래는 초반 호러의 느낌이 강한 영화였는데, 각색 작업을 거치면서 조금 더 세지고 조금 더 긴박해졌다. 개인적으로는 희수가 표절 의혹을 받고 피폐해지는 초반부의 그 싸늘한 느낌이 좋다.

나는 뒷부분, 새로운 인물들인 ‘중견 4인방(최무성 조희봉 오정세 조진웅)’이 나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씬이 굉장히 신선하고 좋던데, 그게 원래는 크지 않았던 부분이었나 보다.
많이 첨부됐다. 원래는 그 부분은 끝에 잠깐 나왔다 들어가고 반전이 거의 끝에 쪽에 있었는데, 반전이 앞으로 많이 당겨지면서 뒷부분이 보강됐다.

앞부분의 느낌이 더 좋다고 했는데, 혹시 그 부분이 축소 된 게 서운하지는 않았나?
그런 건 없었다. 좋은 쪽으로 바꾸려고 한 거니까. 어떤 거든 간에 영화를 나쁘게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잖나. 그래서 그런 건 서로 이해하면서 만들어 나갔다. 나중에 살짝, “감독님~ 이거 액션영화였네요~”, “액션인 줄 몰랐네요~” 이러긴 했다.(웃음)

(웃음) 이정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기자 간담회 때, 민감한 질문들에 소신 있게 답하는 걸 보면서 감독님 주관이 꽤나 뚜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 하면서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은 좋고 싫음이 굉장히 분명하다. 자기가 원하는 걸 분명히 가지고 있다. 처음 감독님 뵙고 캐릭터에 대해 얘기할 때 본인이 정해 놓은 것이 확고하게 잘 잡혀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답을 찾기가 쉬웠고, 이 감독이면 믿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건 어차피 감독님 시나리오니까 처음부터 믿고 가려고 했다. 감독님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감정 처리 부분에서 의견이 다를 때가 있기는 했는데, 그 때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한 번 찍고, 감독님이 원하는 걸로도 한 번 찍으면서 더 좋은 걸 찾아갔다.
현장은 어땠나? 당신 빼고 대부분이 남자배우였는데.
나도 현장에서 거의 남자였다.(웃음) 물론 여배우이다 보니, 많이 위해주고 하는 게 있었는데, 나도 스텝인냥 거리낌 없이 지냈다. 어느 촬영장보다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다들 그렇게 얘기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촬영 끝날 때, “이거 끝내지 말자~ 더 하자~”이러기도 했다. 쫑파티 할 때도 누가 먼저 가거나 하면 서운해 하고.

몇 개월 촬영했나?
11월부터 3개월간 촬영했다. 3개월을 매일 같이 찍었다. 날밤을 새서 찍거나 이런 건 없었는데 매일 촬영이 계속 되니까, 함께 술 마실 시간이 별로 없는 게 아쉽더라. 또 나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그걸 유지한다는 게 스트레스였다. 감독님은 또 “신인 감독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며 안 드시고. 다른 촬영장보다 감독님이게 심술부리거나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이어트로는 얼마나 감량했나?
2개월 동안 7킬로 감량했다. 두부와 채소만 먹으면서 매일 50분씩 달렸다. 다이어트 자체가 원래 조금 스트레스를 주잖나. 그런 게 신경질 적인 백희수라는 여자를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알잖나. 스크린으로 자신의 마른 몸을 보니 어떻던가?
‘저렇게 뼈가 드러날 수 있는데, 왜 그동안 뼈를 안 내놨을까.’ 이랬다.(웃음)

고뇌하는 백희수의 트렌드마크는 눈 밑에 3센치 이상 그득한 ‘다크서클’이 아닐까 싶다.(웃음)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다크서클’ 분장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크서클’ 분장이 의무적이긴 했지만, 그 때 내가 정말로 ‘다크서클’이 심했다.(웃음) 점심 살짝 먹고 하루 종일 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면 몸에 진이 다 빠지거든. 메이크업 지우고 구석에 잠시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그런 나를 보고, “헉!!” 깜짝깜짝 놀라더라. 그 때는 그 정도로 눈이 쏙 들어갔다.

화장에 따라서 인상이 많이 달라 보이는 얼굴이다.
많이 다른가? 못 알아 볼 정도로?

그건 아니다.(웃음) 그런데 그게 배우로서는 장점이지 싶다. 여러 가지 캐릭터로 변할 수 있으니까. 화장을 진하게 한 당신은 굉장히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데, 화장을 지우면 청순해 보일 때도 있고, 가끔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웃음)
(웃음)모든 여자들이 그렇듯이 나에게도 메이크업은 굉장히 친숙하다. 메이크업이 되게 잘 받는 얼굴이라는 건 안다. 메이크업 하시는 분들도 내 얼굴을 만지는 걸 재미있어 한다. 어떤 분위기든 잘 표현해 낸다고. 이상한 화장도 잘 받고.

그렇지. 화보에서 그게 특히 빛을 발하고.
하하하.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는 참 좋은 것 같다. 청순하게 예쁜 분들 중엔 화장을 하면 이상한 경우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고민은 없으니까.

황정민·지진희·감우성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너’로 당신을 뽑았다는 기사가 났더라. 혹시 봤나?
봤다. 되게 뿌듯하고, ‘내가 그래도 잘 살았나보다’ 싶더라.
황정민 씨와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오감도>를, 지진희 씨와는 <결혼 못하는 남자>, 감우성 씨와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함께 했다. 세 영화에 나온 엄정화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니, 모두 남자 배우와 동등한 입장에서 긴장감을 형성하거나, 때로는 극을 주도하는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그런 면에 그들이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싶다.
내가 원래 사람을 되게 좋아한다. 그리고 상대 배우를 대할 때, 남자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 역, 배우로 본다. 고민도 공유하고. 왜, 보통 여배우와 남배우는 뭔가 조심스럽잖나. 그런데 나는 성격도 그렇고, 푼수 같이 굴 때도 있고 하니까, 그런 게 좋게 다가간 것 같다.

현장에서 많이 편하게 해 주나 보다.
일부러 편하게 하는 건 아니고, 내가 좋은 게 있으면 그걸 숨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좋은면 그게 바로 티가 난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지.

남자배우와 대등하게 연기를 펼치는 것도 그렇고, 원톱을 맡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게 대중들이 당신에게 느끼는 이미지와도 일치하는 것 같다. 당당한 여성상이랄까. 그런 이미지에는 <싱글즈>와 <결혼을 미친 짓이다>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특히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경우 나에게는 최고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적절한 시기에 만난 작품이지. 내가 간절하게 원하기도 했었고. 오랫동안 가수 활동만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다시 연기자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줬다. 그런데 주인공 연희를 연기하면서 되게 힘들었다. 답답하기도 했고. 연희는 확 열려 있는 듯 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아닌 여자라 감독님이 감정을 계속 눌렀다. “너, 이 안에서 내려가지도 말고, 올라가지도 마!” 이러셨다. 억양이 살짝만 올라가도 “(테이블을 손으로 탁 치며)좀, 내려주세요!” 이러시고. 그래서 촬영 때는 힘들었는데, 그만큼 좋은 결과로 나왔다. 그 때 감독님이 배우를 만드는 감독이라 달랐던 것 같다.

유하 감독님이지? 유하 감독님의 데뷔작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에 가야 한다>로도 호흡을 맞췄었는데, <베스트셀러>도 그렇고 당신은 신인 감독님들과 작품을 많이 한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 좋은 감독은 뭐라고 생각하나?
딱 ‘이거다’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감독이 배우에게는 좋은 연출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일단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고 통찰력이 있어야 하고 구조적으로 잘 알아야겠지만.

혹시 본인이 생각하기에 ‘내 안에 있는데, 아직 안 나왔다’ 싶은 모습이 있나?
그걸 나도 모르겠다. 그걸 알면 끄집어 낼 텐데 말이다. 그래서 나를 슬슬 긁어 주고, 미처 몰랐던 나의 장점을 이끌어내는 연출가를 만나고 싶다. 연기적으로 그런 걸 항상 원하고 있다.

가수 엄정화는 어떤가? 오래전 가수로서 무대에 선 당신을 봤을 때, 당신에게 무대는 목표지점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야 하는 현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요새 보면 편안한 놀이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무대 올라가기 전이나 내려 온 후에 느끼는 감정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만 예전에는 어떤 경쟁자의 마음으로 올랐다면, 지금은 그런 경쟁에서 빠져 나와서 오직 엄정화로 올라선다는 느낌이다. “이 경쟁에서 이겨야 돼. 살아남아야 해” 이런 것에서는 이미 벗어났다. 이제는 “어떤 멋있는 음악을 가지고, 멋있는 무대를 연출하면서, 어떻게 이 무대를 즐기면서 갈 수 있을까” 그런 걸 많이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살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치열하게 살고 경쟁 속에 있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 안에서 뭔가가 쌓이면서 예전과 다른 마음과 모습으로 조금 성숙했다고 할까? 그리고 이젠 그런 위치에 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한다.

대중들에게는 댄스음악을 하는 퍼포먼스형 가수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당신의 감성은 그보다 폭이 훨씬 넓다고 본다. 최근 <우리 집에 왜 왔니>의 OST의 발라드적 감성도 그렇고, 일렉트로닉풍의 시도가 돋보였던 8. 9집을 봐도 음악에 대한 당신의 욕심과 애정이 드러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비주얼에 다소 묻히는 감이 없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뮤지션은 아니다. 내가 직접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만든 노래를 표현해 내는 아티스트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는 좋은 노래를 고를 수 있는 ‘귀’, 좋은 작품을 볼 줄 아는 ‘눈’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노래를 건네주는 좋은 뮤지션들을 많이 알고 있다.(웃음) 그런 것에 감사한다.

안 그래도 묻고 싶었다. 유희열 씨의 입에서 엄정화라는 이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걸 여러 번 들었다. 그럴 때마다 “어, 이게 뭐지?”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 언밸런스하다는 느낌을 받은 게 사실이다.
맞다. 되게 언밸런스하지?(웃음) 그런데 평소 즐겨 듣는 음악들 대부분이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노래들이다. 내가 감수성이 감성적이라 그런 음악들을 좋아한다. 평소에도 ‘라운지’에서부터 ‘보사노바’ 같은 걸 즐겨 듣고. 뮤지션도 정지형 씨, 김동률 씨, 유희열 씨, 이적 씨, 루시드 폴, 조원선! 이런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너~무 행복하다. 뭔가 뮤지션이 된 듯한 생각도 들고, 마음도 편하다. 그런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음도 굉장히 따뜻하다.

그들과는 어떤 교집합이 있어서 만난건가?
그 교집합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정재형 씨다. 나랑 정말 친한 사이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인데, 그 친구가 그런 쪽에 있는 친구들을 많이 아니까. 일부러 소개를 시켜준 건 아니고, 나와 정재형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이다 보니, 주위 친구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더라.

정재형 씨가 <오로라 공주> OST를 하지 않았나.
<오로라 공주>도 했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도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둘이 함께 한 게 정말 많다. 정재형 씨는 정신적으로도 나에게 큰 힘을 돼 준다. 연기하다가 막혔을 때도 정재형 씨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소울 메이트라고 해야 하나? 어떤 면에서 서로 끌리나?
그냥 모든 것에서 서로를 이해한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뒀다는 건 행운이다. 재형 씨는 나에게 새로운 걸 많이 알려주는 친구다. 새로운 영화나 새로운 음악들, 새로운 생각들. 재형 씨가 유럽에 살다보니, 보는 눈이 굉장히 넓다. 거기에서 유행하는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데, 덕분에 많은 걸 배운다. 또 내가 뭔가 이상한 모습이거나 좁은 걸 가지고 힘들어 할 때는 그걸 터뜨려 주는 역할도 해 주는데, <베스트셀러>를 보고도 “너무 좋았다”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를 했는지가 느껴진다”고 말해줬다.
그 ‘어떤 마음’이란 게 어떤 건가.
내가 어떤 마음과 어떤 노력을 가지고 이 작품에 임하는지를 너무 잘 이해한다는 말이다. 너무 멋졌다고 얘기해 줘서 기뻤다.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나?
멋있는 사람. 생각도 행동도 옷 입는 것도 멋진 사람. 콤플렉스 없고 궁금증도 많고 편협하지 않고 열려 있는 사람. 나도 남들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 어떨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다. 특히 음악 듣는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한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얘기를 했더라. 내가 보기엔 그건 이미 이뤘다고 본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지키는가가 아닐까 싶다.
뭔가의 사명감 때문에 한 말은 아니다. 내가 앨범을 냈을 때 후배들과 비교가 될 수는 있잖나. 그 때, 후배들이 하는 것 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뭔가 더 멋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쟁을 해서가 아니라. 후배들이 듣고 봤을 때 “아, 역시!”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하고 싶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을 하는데, 다행히 그런 고민은 되게 기분 좋은 고민이다. 그런 욕심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욕심이 있는 한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 열정이 수그러든다면 끝이 아닐까.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길이 돼 준 선배가 있나?
나는 자기 일을 열정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이 좋다. 인순이 선배님을 봐도 너무 열정적이지. 외로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거기에서 열심히 해 나가는 모습이 되게 멋있다. 또 아까 말한 친구들도 그렇다. 끊임없이 작곡하고, 너무 너무 행복한 노래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쁘다. 나도 멋진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인순이 씨가 ‘외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당신도 그렇기 때문일까?
외롭지. 외롭긴 한 것 같다.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서도 얘기 했었는데, 우리나라는 나이나 이런 것들이 사람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게 있다. 나이 때문에 우스갯거리가 될 때도 있고. 그런데, 나이가 뭐? 나는 조금 일찍 태어난 것일 뿐이고, 그 시기를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앞으로도 나이는 계속 들 테지. 그런데 누구든 그러잖나. 나이가 드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 그게 한계나 웃음거리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지금 이미숙 선배님이나 윤여정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게 결코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는 아니잖나. 그래서 누가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라는 애기를 하면 우습다. 그런데 사실, 그런 얘기를 듣고 기분 나빠하는 나도 조금 우습다.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이 계속 나오는 건, 그런 선입견을 넘어 선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가수 쪽으로는 그런 분들이 없어서 더욱 외로운 것 같다.

당신이 꼭 그런 선례를 남기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당신을 ‘예쁘다’ 보다 ‘멋지다’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어떤가?
그 말이 가장 좋다. ‘멋지다’는 말이. 내가 아는 최고의 찬사는 ‘멋지다’다.

10년 20년 후에도 ‘멋지다’라는 말을 듣고 싶나? 아니면 다른 원하는 말이라도.
아니. 지금이 좋다.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 그 말을 계속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멋지다!’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 사진_박태근(무비스트)    

45 )
iamjo
카리스마   
2010-06-30 09:59
asdf357
잘봤습니다...   
2010-06-06 22:40
kdc98
 참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   
2010-06-04 10:45
bubibubi222
다양한 매력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2010-05-17 01:23
cvb7777
메이크업으로~ 연기의 반을 성공시킨 ㅎ   
2010-05-08 14:28
freepia9
이제 결혼을 할때~   
2010-05-04 14:37
jkcy1211
연기자로도 가수로도 멋진 사람   
2010-05-04 01:00
wawa916
영화 기대되요.   
2010-05-0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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