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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글러브> 정재영
글러브 | 2011년 1월 21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또 다시 홍보시즌이다. 영화를 할 때마다 몰아서 인터뷰를 하려니 힘들겠다.
뭐 괜찮다. 이게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것도 아니고. 자주 하는 일이면 힘들 수도 있는데 1년에 한 번 정도 하잖나. 작년에 한 번 하고 올해 한 번 하고.

강우석 감독과 여러 작품을 했지만 작년의 <이끼>와 올해의 <글러브>, 연달아 주연을 맡았다.
너무 좋다. 이제는 잘 아는 사이가 돼서 감독님의 의도라든지 시나리오에 써있는 느낌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딱 보면 안다.

예전엔 장진-정재영이었는데, 이제는 강우석-정재영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아무래도 많이 하니까…, 식상하다 뭐 근런 얘긴가?(웃음)

(웃음)그럴 리가. 하지만 확실히 최근의 경향은 장진 감독을 잊게 한다. 강우석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니까.
이미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페르소나까지는 아니어도 강우석 감독님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벌써 19번째 작품을 했으니까. 한 배우랑만 계속 같이 하면 관객 입장에서 질릴 수도 있잖은가. 감독님은 배우뿐 아니라 스탭들도 하던 사람들이랑 계속 같이 한다. 사실 <이끼>의 배우들이 다 할 역할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글러브>엔 성인 연기자 캐릭터가 몇 명 없어서. 게다가 리얼리티 떨어진다고 카메오도 싫어하시니까.

여러 편을 같이 했고, 최근 연달아 세 작품을 했으니 장단점도 훤히 보이겠다.
인간에 대한 단점은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했는데, 작업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알아가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감독님의 열혈 팬이다. 사람들이 옛날 감독님이시니까 화면이 촌스럽고 뭐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건 본인도 인정한다. 근데 자기가 주력하는 건 인물이고 이야기지, 그런 쪽으로는 배우지도 않았고 실제로 잘 모른다고 하신다. 모르기 때문에 아는 척 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의 힘만 믿는 거다. 그걸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통해서 드러내는 거고. 감독님의 다른 영화도 그렇지만 <글러브>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끼>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고 그걸 연달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잖나. 물론 무비스트 ‘보자마자 한마디’에서는 좀 다른 평가를 내렸지만!(웃음) 이 영화는 다른 테크닉이나 기술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되게 창대한 그런 영화? 다른 스포츠 드라마 같은 경우는 상업적인 구조를 잘 따른다. 아무리 작은 영화라도 끝에 다 쏟아 부어서 화려하고 멋지게 마무리 하는 식으로. 근데 <글러브>는 반대다. 화면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야기는 상당히 다르다. 영화 볼 때 이걸 ‘어떻게 끝내려고 하지?’ 싶었다. 찍을 때는 리얼리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관중 없는 경기장을 보니 너무 초라하게 보이더라. 근데 그 안에서 아이들이 나중에 꼭 “1승 하겠습니다” 하는 걸 보니 이게 진짜 새롭더라. 신파가 아니구나 했다.
사람들은 보통 스포츠영화의 전형성 때문에 마지막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 한다. 근데 <글러브>는 마지막에 “미안해”라는 얘기를 하며 기존의 스포츠영화와는 다른 엔딩을 이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것이 그 지점인 것 같다. 감독님 얘기도 스포츠를 표방하지만 사람 이야기라는 거다. 충주 성심학교의 애들 이야기고, 김상남의 이야기고, 철수의 이야기고, 나주원 선생의 이야기고, 또 원장, 교감 선생님의 이야기다. 이런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생각했던 일들이 나중에 하나로 뭉치는, 그게 또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김상남은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또 김상남에게, 그저 불쌍하게만 보였던 애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애들이었구나 싶으니 선생님들도 영향을 받는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 영화라는 측면에서는 배우가 이야기에 묻히는 경우도 생긴다.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상황 자체가 주는 이야기에 비중이 높으니까.
연기할 때 배우들은 그 작품을 따라가는 거다. 특히 <글러브>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니까 배우들이 튀고 그러면 진실성이 떨어진다. 진짜를 핑계로 하는 가짜가 된다. 이 사람들이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저 미친 연기 대단하다” 이런 것들이 더 잘 보이면 오히려 실패한 영화다.

바로 직전에 미친 연기를 해서 개인적으로는 감정적인 갭이 좀 크지 않았나? 게다가 같은 감독에 같은 스탭과 여배우까지, 다른 상황들도 비슷하고.
바로 연달아서 한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 <이끼> 촬영이 끝난 지는 6개월 이상 됐었다. 그 뒤에 들어갔으니 천이장의 이미지나 그런 것들은 문제가 안 됐다. 문제는 고사하고 아예 다 까먹었지 뭐.(웃음)

관객 입장에서는 같은 배우가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으니 받아들이는 느낌들이 다를 것도 같다.
사실 그런 걸 착각하는 거다. 예를 들어 1년에 세 편의 영화에 나왔는데 캐릭터가 다 달랐다고 치자. 그럼 어떻게 저렇게 확확 바뀔까 싶지만 사실은 몇 달씩 쉬고 한 거고 옛날에 찍은거 늦게 개봉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다. 상대적인 거다. 예를 들어 <이끼>랑 비슷한 캐릭터를 또 했다고 하자. 그럼 아무리 잘 해도 “쟨 뭐야? 또야? 맛 들였나? 노인연기 전문이야?” 이럴 거다. 아무리 잘 해도 이런 반응 나온다. 물론 진짜 엄청나게 잘했다면 또 모르지만.(웃음) 사람이란 기억의 동물이면서 또 망각의 동물이잖나. 기억하기 때문에 비교하게 되고 까먹기 때문에 또 새로운 걸 보게 되고. 까먹을 수 있는 기간이 있어야 되고, 까먹기 때문에 또 해야 하기도 하고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 끝나고 좀 가볍게 하려고 <글러브>를 선택했는데, <이끼>만큼 힘들었다고 하더라.
감독님은 그랬을 거다. 어떻게 보면 <이끼>보다 더 힘들었을 거다. <이끼>는 드라마니까 인물들 대사가 대부분인데, 이건 밑도 끝도 없이 때리고, 잡고, 던지고 주구장창 찍어야 하니까. 스포츠영화는 액션영화나 마찬가진데, 감독님은 현장 편집도 없이 그냥 드라마 찍듯이 다 머릿속에 외워서 찍었다. 그러니 골치가 아프지. 우리야 뭐 계속 놀다가 덕아웃 찍는다면 “덕아웃이야? 준비하자”하면 되니까.(웃음) 게다가 경기 장면은 많은데 순서대로 찍지도 못하고 한 방향으로 몰아서 다 찍어야 하니 더 힘들지.

시나리오 봤을 때랑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나?
내 경우는 시나리오보다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시나리오에서는 상투적인 것들이 더 많았고 뭐 유선과의 관계에서도 멜랑꼴리한 것도 많았다. 근데 멜로적인 것들을 다 빼버리고 가볍게 가게 됐다. 시간적으로는 144분이 짧진 않지만, 시나리오보다는 더 압축된 이야기로 완성된 것 같다.

매니저인 철수와의 관계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남다른 감동이 있더라.
영화에서 진짜 오래된 친구로 나온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서로를 진짜 사랑하는 친구. 그러다가 결국 김상남이 먼저 얘길 하게 된다. 사실 야구를 계속 한 것도 서로를 위해서 그런 거다. 김상남이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철수는 계속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김상남도 철수 때문에 끝난 줄 알면서도 계속 시도하게 되는 그런 관계다.

김상남 캐릭터는 평소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맡았던 캐릭터와는 좀 다르다.
이번 캐릭터는 내가 맡은 역할 중에 가장 멋진 놈 같다. 프로페셔널하기도 하고 의지가 강하다. 까칠하고 틱틱대면서 싸가지도 좀 없다. 원래는 대놓고 벙어리들이라고 하는 장면도 있었다. 애들 연습하는데 전화하면서 “벙어리들이야 벙어리. 귀머거리니까 벙어리지 임마” 뭐 이런 장면인데 편집됐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호감 장면들은 감독님이 걷어냈다.

본심은 착한 사람이니 그렇게까지 몰고 가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중에 보면 본심은 착한 녀석이라는 게 드러니까 수위를 좀 낮춘거지.
나쁜 놈이었으면 그 아이들과 그런 드라마를 만들 수도 없었을테니.
근데 진짜 나빴으면 일부러 더 착한 척 하면서 전시하는 부분도 있었을 거다. 근데 그런 얍삽한 캐릭터는 아니니까. 친한 척하고 했겠지. 근데 진심은 그런 놈이 아니니까. 야구를 가짜로 가르치기도 싫고 척하는 것도 싫어하고 그런 놈이니까. 사실 보통 사람들은 그러기가 힘들잖나. 근데 김상만 얘기도 좋지만 ‘보자마자 한마디’ 얘기도 좀 해보자. 리뷰는 다르게 써줄 건가?(웃음) 요즘은 리뷰도 중요하지만 별도 중요하더라. 시사회 끝나고 무비스트의 ‘보자마자 한마디’랑 씨네21의 ‘첫 시사 첫 반응’ 정도가 바로 알 수 있는 기사들인데, 씨네21에서는 네 명이 전부 손가락을 업했더라고. 처음 아닌가? 평소엔 그래도 한 명 정도는 다운 주고 그랬는데.(웃음) 근데 무비스트는 안 그랬으니까 별이라도 쏟아지게 주리라 믿는다. 예전에 <인셉션>에 거의 만점을 주지 않았나? 딱 그만큼만 하자.(웃음)

영화가 재미있으니 별은 쏟아지게 나오지 않겠나?(웃음) 영화만큼 김상남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더 재미있어 보이더라. 자연스럽고 편하고.
재미있었다. 솔직히 <이끼>는 엄청 힘들었다. 천이장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식으로 천이장을 이해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는데, <글러브>의 김상남은 딱 보면 아는 캐릭터다. 이런 놈은 주변에 있거나 어디선가 본 그런 인물이다. 오히려 정재영이 김상남이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지만, “정재영이 진짜 저렇게 까칠한 성격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게끔 자연스럽고 편하게 보여줘야 했다. <이끼>가 텐션된 캐릭터라면 <글러브>는 텐션과 릴렉스를 오가는 캐릭터라서 릴렉스한 부분에서는 정재영스럽고 텐션된 부분에서는 김상남스럽게 했다.

버스나 덕아웃 장면을 보면 이게 연긴지, 진짜 저런 성격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더라.
강우석 감독님 영화 중에서 가장 애드리브가 많았다. 말할 때 툭툭 던지는 것들 대부분 애드리브성 대사고, 감독님도 그런 게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정재영이라는 배우한테 약간 마이너한 취향을 봐왔다. 근데 강우석 감독과 함께 하면서 대중적인 배우라는 인식도 강해졌다.
작품이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드는 모양이다. 만약 <글러브>가 <실미도> 같은 작품이었다면 <실미도> 같은 연기를 했겠지. 물론 그때보다는 좀 진화되긴 했겠지만. 근데 이 영화는 작품 자체가 다르잖나. 감독님 영화에서는 굉장히 텐션한 역할을 많이 했다. <실미도> <강철중> <이끼>에서.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근데 이건 일장연설하고 그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풀어진 느낌이 있다. 감독님 영화중에서 가장 많이 풀어진 캐릭터다.
그런 면에서의 조율은 좋았다. 자칫 신파처럼 흐를 수도 있는 얘기였는데 균형을 잡았다.
그런 부분은 감독님이 잘 하신 거다. 다른 자리에서도 얘길 했는데, 그런 부분이 닭살 돋지 않게 보였다면 그 장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앞 장면, 앞 장면, 앞 장면들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쌓여있지 않으면 아무리 멋있게 얘길 하거나 편하게 얘길 해도 그 말 자체가 닭살이 되니까. 공감이 안 가잖나. 저런 놈이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할까 싶을 테니.

야구선수 캐릭터 얘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아는 여자>가 거론된다. 근데 이 영화는 정재영이란 배우가 로맨스에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 영화다. 근데 이 외에는 거의 로맨스 영화가 없다. 맨날 남자들하고만 부딪히고.
<아는 여자> 같은 경우는 장진 감독님만 할 수 있는 그런 영화다. 그런 시나리오가 또 나올까 싶다. 보통은 담백한 멜로거나 징징대는 멜론데, 근데 뭐 나한테 시나리오가 들어와야 하지.(웃음) 그래도 장진 감독님한테도 한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장진 감독님 영화중에 <아는 여자>가 제일 좋다. <아들>도 비슷한 느낌인데, 이건 끝에 너무 배신감 들잖아?(웃음) 아들이라는 걸로 감정 계속 쌓았는데, 막판에 아니래? 시나리오 보고 반대 많이 했는데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래. 그런가보다 했지.

흥행 스코어에 신경 많이 쓰이나? 왠지 그런 쪽은 초월해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니다. 오히려 옛날에는 초월했지. 초월보다는 내가 신경 쓸 정신이 없었지. 근데 지금은 영화판도 좀 알고 여러 가지를 알다보니 흥행이 잘 돼야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흥행이 안 되도 작품만 좋다면 배우는 살 수 있다. 손해를 안 본다. 근데 제작사라든가 홍보사라든지 투자자 등 흥행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그런 부분이 해피하게 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개인적인 것보다 전체를 이해하게 된 거지. 이 작품을 통해 같이 애쓰고 했던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길은 흥행도 잘 되고 작품도 좋은 길 밖에 없잖나. 당연히 작품을 할 때 그런 부분이 신경이 많이 쓰인다. 최대한 즐겁게, 재미있게, 보람 있게, 근데 흥행이 안 되도 보람은 있다. 허나 소중한 작품이니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다.

흥행배우의 욕심보다는 모두가 즐겁기 위한 흥행, 결국 영화 산업 전체의 즐거움이다.
에이~ 흥행 배우는 무슨. 보람을 찾는 일인 거지. 스탭들도 나랑 같이 작품을 하고 어디가서 얘기할 거 아닌가? 근데 그 영화가 심하게 망하면 어디 가서 말도 잘 못 한다. 배우들이야 전면에 나서지만, 스탭들은 뒤에서 고생하는데 잘 돼야 무슨 영화 했다고 말이라도 하면서 기뻐하지. 사실 감독들도 흥행 안 된다고 다시는 영화 못 찍고 그런 건 아니니까. 모두가 해피하기 위해서 흥행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다음 작품이 <카운트다운>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다시 전도연과 함께 한다.
<피도 눈물도 없이>랑 비슷한 면이 있다. 강하고 세고 그런 류의 영화는 아니지만, 돈이랑 같이 한다는 점, 휴먼 액션 드라마라는 점 등이 그렇다. 돈이랑 휴먼 액션이 같이 들어간 건 <피도 눈물도 없이> 빼곤 별로 없었을 거다. 여긴 러브라인도 전혀 없다.
또 없나?! 언제 적극적인 러브라인 해볼 건가?
있었잖아? <신기전>에서의 그 닭살 러브라인.(웃음) 거봐 난 안 맞다니까.(웃음)

<퀴즈왕>에 잠깐 나오긴 했지만, 장진 감독과 너무 오래 작품을 안 하는거 아닌가?
그동안 할 만한 게 없었다. 시간도 안 맞았고, 다 찍은 <로멘틱 헤븐>도 <글러브>랑 시간이 겹쳤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텐데, <글러브>에서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
개인적으로 따뜻한 영화를 좋아한다. 즐기려고 볼 때는 남들 다 좋아하는 재난 영화도 꼭 챙겨본다. 이런 영화는 1~2년에 한 편씩 나오니까. 또 우리나라에서 만들기 힘든 영화이기도 하고. 멜로나 코미디, 스릴러는 워낙 많으니. 근데 기분 좋을 때가 따뜻한 영화 보고 마음이 움직일 때다. 책을 보면 상투적이지만 좋은 말들 많잖나. 좋은 말을 칭찬처럼 계속 읽고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여유도 생긴다.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고. 그럴 땐 나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잠깐이나마 든다.(웃음) 그래서 따뜻한 영화를 좋아한다. 성장영화 같은 것들. 보통 스포츠가 성장영화로 많이 그려지는데, <블라인드 사이드>나 <애니 기븐 선데이> 같은 영화들. 근데 성장영화의 최고는 역시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이게 얼마나 작은 얘긴가? 와~ 지금 이 영화 얘기하려니까 또 소름 돋네. 콩가루 집안이 나중에 미인대회장에 도착해서 일이 다 좋게 마무리된다는 상투적인 얘기고 신파라는 것도 알지만, 너무 따뜻한 얘기다. 그게 진짜 성장영화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그걸 딱 볼 때는 그 순간 우리 애한테 좀 잘 해야겠다 싶고, 아내한테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순간이지만.(웃음) <글러브>도 비슷하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좋다. 이게 영화의 힘 아니겠나? 영화의 목적은 이런 거다. 누군가 내 영화를 보고 마음이 움직여서 영화 속 김상남처럼 새출발을 하는 용기를 얻는다면 그것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나. <이끼>에서 가발 뒤집어쓴 60대 노인 해도 그거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은 없잖나. 그래서 따뜻한 영화가 좋다.

<글러브>는 성심학교 야구부의 1승을 향한 꿈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현재 진행형의 꿈이 있다면?
지금은 <글러브>의 성공이다. <글러브>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극장에서 못 보신 분들은 IPTV를 통해서라도, 합법 다운로드를 통해서라도 보고 영화의 의도를 이해하고 잠깐이나마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2011년 1월 21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1년 1월 21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 )
cyddream
2011년 혹독한 겨울.... 정재영의 말처럼 <글러브>로 가슴에 훈훈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2011-01-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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