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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성인이 된 것 같다 <달빛 길어올리기> 예지원
달빛 길어올리기 | 2011년 3월 21일 월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16일 방송된)<무릎팍 도사> 잘 봤어요. 정말 막내처럼 나왔던데요?
아, 어제 방송이요? 그렇죠. 막내처럼. 오랜만에 감독님 보호아래서 언니, 오빠들하고 재미있게 찍었고, 회식도 가장 많은 현장이었어요.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정도로요. 김동호 위원장님은 장어도 사주시고(웃음).

기자시사 때도 같은 얘기를 언급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 그래서 '버릇이 나빠지면 어떡하나, 앞으로 좋은 것만 바라면 어떡하지?' 그래요.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현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나 봐요.
다른 현장도 좋았지만, 항상 보호받는 느낌? 모든 게 다 좋았죠. 연기지도도 너무나 훌륭하게 해주시고, 또 잘 찍어주시고, 언니오빠도 매일 저랑 놀아주시고. 호호.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없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엔 어려웠죠. 존경하고 또 영광이지만, 감독님이 영화계 어른이시니까요. 선배님들도 가끔 영화제에서 뵙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웃음).

그 느낌이 표정으로 전해지네요. 정말 강수연 씨가 같이 하자고 먼저 제안을 한 건가요?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지원아, 영화하자!”, “아, 네.”(웃음) 그리고 감독님을 뵈었어요. 일종의 오디션이었던 거죠. 그리고 연락이 없어서 안 됐구나, 꿈만 꾸고 있었어요. 임권택 감독님 영화고 제목도 <달빛 길어올리기>, 정말 좋잖아요. 역할도 좋고 한지 얘기라 욕심은 났는데, 연락이…. 다른 작품 얘기하고 있을 때, 캐스팅 됐다고 전화가 왔어요. 거기서 울고…. 참, 나도(웃음). 근데 감독님은 저를 잘 모르시잖아요. TV도 안 보시고. 수연 언니 추천이 아니었다면 못했겠죠.

원래 강수연 씨랑 친분이 좀 있었나 봐요?
없었어요. 그냥 영화제에서 보고, 제 존재감만 알았던 거죠.

강수연 씨는 지원 씨의 어떤 느낌이 좋아서 감독님께 추천 했을까요?
이제는 여성다움이 있겠죠. 그래도 제가 그 동안 해 왔던 캐릭터들이 밝고 명랑한 게 많았잖아요? 쉽게 매치를 시킨다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감독님뿐만 아니라 수연 언니도요. 효경은 단순히 청순한 게 아니라 깊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야 하거든요. 명랑한 걸 많이 한 저로서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또 많이 감사했죠. 이 영화로 제가 ‘성숙한 연기자로 가나보다’, ‘나도 이제 성인으로 넘어가나보다’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마 제가 맡은 캐릭터 중에 가장 여성스럽고 예쁘게 담겨진 것 같아요. 선이 가장 곱기도 하고요.
더불어 강인한 면도 있어서 그런지 효경은 <달빛 길어올리기>의 세 인물 중 가장 매력적이에요.
그렇죠. 다 그렇게 말씀하세요. 아, 이 나이에 이렇게 좋은 역할을 맡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한지 같은 여자잖아요. 그런데 전 한지에 대해서 전혀 몰랐었거든요. 한지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고, 손으로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했죠. 이번에 한지를 배우게 됐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내면연기도 해야 되고 또 표정이랄지 자태에서 효경의 느낌이 나와야 되거든요. 단순히 아픈 게 아니라 성숙하면서 우아하다고 해야 하나? 한지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야 했거든요.

뭐랄까, 단단함? 강인함?
단아함? 한복 같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책을 많이 읽는다? 답이 없잖아요. 그래서 한지에 매달렸어요. 그러다보니 작품을 하나 완성할 수 있었고요.

지공예가인 효경 입장이 되어 직접 해본 건데, 어떻던가요, 한지는?
한지는요, 지구력과 끈기가 필요해요.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요. 손이 이렇게 많이 가는 작품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걸요? 한지 안에 차가움이란 뜻도 있어요. 왜 차가우냐면, 그 추운 겨울에 달빛을 받아 찬물에 만들었을 때 더 좋다는 거예요. 또 손이 정말 많이 가야, 겨우 종이 한 장이 완성돼요. 근데 그 종이를 또 지푸라기처럼 다 찢어요. 지금이야 자가 있지만 그때는 순전히 감으로 해야 되는 거예요(웃음). 옛날 한석봉 엄마가 불꺼놓고 떡 썰듯이. 그래서 하나하나 손으로 다 말거든요. 그러면 단단한 나뭇가지처럼 돼요. 아주 얇은데, 그 얇은 걸 하나하나 안감을 뜨고 다음에 겉감을 뜨면서 엮어야 돼요. 쌓인 재료를 엮고 또 엮고.

손은 안 아파요?(웃음)
아니 괜찮아요. 오히려 건강해지는 것 같고요. <무릎팍도사> 나갈 때 한지 ‘노엮기’를 재연할 걸 그랬어요. 그럼 더 임팩트있게 관객들한테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한지가 정서에 좋지만 또 건강에도 좋아요. 그렇게 한지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표정이 나왔던 것 같아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고. (눈가가 촉촉해지며)근데 효경이 얘기만하면 눈물이 쏟아져서….

지금도 촉촉해졌어요. 효경을 어떤 인물이라 느끼고 연기했나요?
마음이 아파요, 효경은. 외롭죠. 착한 사람인거고. 한지를 해서인지 부드러움 안에 강함이 있어요. 노엮기 자체가 그래요. 종이 한 장, 찢어지면 그만이지만. 엮다, 엮다 보면 부피는 가볍지만 굉장히 질기고 강인함이 있어요. 그런데 효경이는 마음을 놓고 모든 걸 포용하는 순간 점점 나아지거든요. 예전에 남편은 바람을 폈었고, 지금도 다큐멘터리 작가 지원이 예쁘단 말이에요.

그래서 효경이 남편을 의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는 큰집에 가 있고, 부부생활은 없죠. ‘가족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신기하게 남편을 마음으로, 달빛을 길어 올리듯이 보듬을 때 몸이 나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지원과 여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거고. 다 마음인거 같아요, 마음.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르고, 환경이 변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변하는 거더라고요.
이번 영화로 참 많은 걸 배웠구나 하는 게 전해져요. 지금도 캐릭터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마치 본인 얘기를 하는 것 같거든요.
큰 가르침이 있었어요.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옆에서 보면서 배우는 게 참 많았어요. ‘참 크신 분이다.’ 임권택 감독님도 그렇고 수연 언니나 중훈 오빠도 그렇고. 이 세 분은 참 큰 분들이에요.

‘크다’는 표현에 참 여러 의미가 담겨 있겠네요. 감독님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요. 방송에서는 ‘인간난로’라 표현했어요.
호호. 제 생각보다 훨씬 큰 분이었어요. 의외로 유머 감각도 뛰어나시고요. 그리고 감독님들은 아빠 같기도 하고 엄마 같기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람인데 그걸 다 가지고 계세요. 그래서 101번이라는 게 그냥 101번이 아닌 것 같아요. 연륜과 품성이 합쳐지면서 훌륭한 인격이 만들어지는 것 같고요. 제가 어떻게 따라가야 될까요? 즐겁게 배워나가면 되겠죠? 저도 현장을 즐기지만, 정말 즐길 줄 아는 장인들이에요, 장인.

맞아요, 장인. 그래서 감독님은 자기에 대한 얘기를 만드신 것 같아요.
그렇죠. 감독님 작품들이 다 통해요. <취화선>도 그렇고, 한 길을 미친 듯이 사랑해서 다른 길을 쳐다보지 않고 쭉 가는 사람들. 그런 이야기가 한지에도 있고, <취화선>에도, <서편제>에도 있고, 불교가 되면 <만다라>가 되는 거고, 여자가 되면 <아제아제 바라아제>나 <씨받이>가 되는 거고(웃음).

영화 얘기를 조금 더 해 보자면, 그래서 박중훈씨가 연기한 필용이 재미있었어요. 감독님이 현대물도 굉장히 오랜만이고, 생활인인 필용의 일상을 보여주잖아요. 이번 영화의 달라진 점이 그런 부분이랄까?
그런데 사람들이 <달빛 길어올리기>나 한지라고 하면 <취화선>이나 <씨받이>같은 대단하고 큰 드라마를 기대해요. 이 영화도 장인이 한지를 한번 좍 찢는 장면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웃음).

<취화선>의 장승업처럼?(웃음)
그렇죠. 지붕에 올라가서 술을 마시듯이(웃음). 강한 드라마에 깊은 애환도 좋지만, 앞에 많이 하셨으니까 가볍고 소탈한 영화도 나올 수 있잖아요. 전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네, 효경이는 한지를 상징하는 반면 필용은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잖아요. 한지를 알아나가면서 또 지키려고 하고요. 아무래도 예지원 씨는 신체연기도 했어야 했잖아요. 원래 무용을 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했을까요?
어려웠어요, 걷는 것도. 쉽진 않지만, 무용을 했으니 조금 나은 건 있었겠지요. 환자를 연기하면, 인터뷰할 때도 조심스러워요. 얘기하자면 긴데, 사실적으로 연기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 연기일수록 생활로 가져와야지 안 그러면 답이 없거든요. 맨땅에 헤딩이니까요. 그리고 잘못하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거든요. 걸음걸이 하나가 이상하면 욕을 먹는 역할이 바로 효경이죠.

내면연기, 내면연기 하지만 신체 연기 역시도 쉬운 건 아닌가 봐요.
근데요, 참 희한한 게, 효경을 생각하면 연기하면 진짜 오른쪽 다리가 안 걸어졌어요. 그렇게 아프다, 아프다 하니까, 진짜 약간 절게 되더라고요. 웃기죠? 왜 내가 절지? 내 마음이 <달빛 길어올리기>의 주제랑 똑같아요. 마음이 모든 걸 다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요. 나같이 건강한 사람이 어떻게 다리를 절 수 있어요. 참 신기했어요.
반면 마지막 장면에서 예지원 씨의 나레이션은 아름다운 영상에 멋지게 조화를 이뤘어요.
무주 선녀바위인데, 실제 보면 더 좋아요. ‘아, 한국에 이런 곳도 있구나. 우리가 참 좋은 땅에 살고 있구나’ 할 정도에요. 또, 달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달빛이 이런 거구나 하면서 그렇게 달빛을 오래 쳐다본 적도 처음이고요. 또 수연 언니랑 중훈 오빠랑 드라이브하는 신, 너무 예쁘죠? ‘데이 포 나잇’으로 낮에 찍은 거예요. 감독님이 CG팀에 그 달빛을 설명해 주는데, 그 밑으로 마치 여우가 내려와서 춤을 출 듯한 달빛?

(알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음….
CG팀들 표정이 바로 그랬어요(웃음). 감독님 왈, 그 달빛을 보면 여자들이 마치 미쳐버릴 것 같은.

정말 시적인데요?(웃음) 어디 가서 꼭 써 먹겠습니다. 나레이션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평소 발성과도 좀 다르지만 원래 목소리가 좀 허스키하니 더 울림이 있더라고요.
전 더듬으려고 했는데, 감독님은 (효경이)다 나았으니 편하게 하라고 했어요. 참, 그 장면 찍을 때 처음 느꼈어요. 몽롱하면서도 황홀하고 또 뭔가 터질 것 같은 느낌. 또 그 신 찍을 때 수연언니랑 함께여서 든든해 좋았어요. 역시 작품은 호흡이 중요한 것 같거든요. (금방 눈가가 다시 촉촉해지며)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 같아요.

2000년부터 참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어요. 이미지도 고정적이지 않고요. 그런데 대중들은 아무래도 시트콤의 이미지로 많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그 작품 시청률이 좋아서 그래요. 아무래도 흥행이 잘 됐던 작품 이미지가 가장 크죠.

홍상수 감독님 영화나 <귀여워>는 또 다르잖아요. 저는 예지원 씨가 한 이미지로 규정되지도 않아서 <달빛 길어올리기>의 효경도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기 이미지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가 정한다고 해서 그 길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배우들은 철저히 선택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요. 그런 이미지들도 지금에야 알게 된 거에요. 내가 이런 연기자구나, 하고. 제가 굉장히 많은 걸 했더라고요. 다 다르고요. 아, 참 이렇게 살기도 쉽지 않은데(웃음). 배우로서는 행복하게 산 거 같아요.

그러게요.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으면, 대체 불가능한 ‘온리 원’이랄까요?

이렇게 살려고 산 건 아니고요(웃음). 연기 시작할 때, 스타를 꿈꾼 건 아니지만 배우를 꿈꾼 건 맞아요. 여배우들 누구나 다 그렇듯이 시작할 때 청순한 역할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싶었고요. 근데 스타트부터 셌고, 일단(웃음).

(웃음)아, 지금껏 회자되는 그 토속물이요?
사실 그 역할도 굉장히 매력 있어요. 여하튼 굴곡이 있고 강한 역할이 저한테 많이 와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얼굴은 안 그런데, 오히려 너무 밋밋하게 생겨서 제안이 많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남자 배우들은 무채색 이미지의 외모를 가진 배우들이 다양한 역할을 맡잖아요. 사실 장동건 씨 같은 배우들은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이미지로 규정될 수밖에 없고요. 여배우들은 또 다른데, 예지원 씨 경우는 어떤 것 같나요?
밋밋하게 생긴 게 한 몫 한 거 같아요. 아니면 제가 가진 기질과 내재되어 있는 에너지랑 이 밋밋한 얼굴이 이중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고.
밋밋하다는 표현보다는 ‘규정되지 않은’ 정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선할 수 있는 외모잖아요. 그래서 2004년 한 해에 <올드미스 다이어리>랑 <귀여워>를 같이 할 수 있었던 거고.
감사합니다(웃음). 사실 작년도 선물의 한해였죠. <하하하>로 칸까지 같잖아요. 거기 왜 제가 가있느냐는 거죠. 복이죠, 복. 준상이 오빠랑 저만 갔거든요. 둘 다 바빴는데 스케줄이 가능했던 것도 기적이었고요(웃음).

진짜 복이죠, 복!
감독님이 상 받을 때 같이 따라 올라갔어요. 근데 거기 왜 따라 올라갔지? 그때 좀 짓궂은 집행위원장님이 기억을 해 냈어요. 무대 인사할 때 제가 불어를 했던 걸요(웃음).

그래서 수상 소감을?
마침 불어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났죠. 어떡하지 하는데, <죽어도 해피엔딩> 대사가 기억나는 거예요.

아!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화 속 장면이요(웃음).
(웃음)역시 영화 대사는 강해요. 제가 불어만 2장을 외어서 갔어요, 멋있는 말로만. 홍상수 감독님은 너무 길다고 그만 하라고 하고, 틀려서 관객들은 웃고. 왜 달달 외어갔는데 하필 그 대사밖에 기억이 안 났을까요(웃음). 불어 조금 한 다음에 우리말로 ‘꿈은 이뤄지나 봐요, 어머나 세상에’ 같은 말도 안 돼는 얘기나 하고(웃음). ‘스탭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말을 했어야 되는데.

그래도 <죽어도 해피엔딩> 속 장면이 실제로 이뤄졌네요. 비록 여우주연상은 아니었지만(웃음). 아무리 선택받는 위치라지만 분명 메리트가 있으니까 예지원 씨가 계속 선택받는 거 겠죠. 홍상수 감독님도 그렇고. 대중적인 시트콤과 작가주의 영화를 오고가는 걸 보면, 역시 예지원 씨는 ‘온리 원’ 같단 생각이 들어요, 한국 영화계에서.
영광이죠. 저도 지금까진 몰랐어요(웃음). <달빛 길어올리기> 할 때, 시트콤도 촬영한 거 알아요? 오가면서 찍는데 재미있었어요. 참, 내가 특이하긴 하다 싶었죠. 임권택 감독님 예술영화와 시트콤은 극과 극이잖아요. 이게 내 주어진 삶인가 보다. 정말 감사하죠. 근데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크게 흥행한 작품이 없었다, 예를 들어 500만이랄지, 시청률 50%랄지. 그런 흥행작이 없는 배우로서 아픔이 없느냐, 고.

(웃음)아픔? 아픔이요?
‘콤플렉스’라고 했나? 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뻔뻔해졌는지 몰라도(웃음). 그렇게 대박이 안 났어도 다작을 할 수 있는 게 더 대단하거 않을까요, 라고 얘기했죠.

말 그대로, 우문현답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 계속 찾아주니 항상 감사하죠. 특히 이번 작품은 더 그래요.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평이 참 감사한데요, 그 중에서도 흥행이 됐던 작품들은 발랄한 이미지라 대중들이나 관계자분들은 절 찾을 때 그런 이미지를 염두에 많이 둬요.

‘그런 쪽을 더 해야 되지 않겠니?’ 아니면 ‘더 보고 싶어요?’ 그런 거?
이번처럼 반대 이미지로 과감하게 기용될 때 진짜 감사하죠. 제 영역이 넓어지는 거니까요. 앞으로 해야 될 것도 많아졌어요. 그런 배우로 계속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다음 작품도 이만큼 잘해야 되는 거고. 어떻게 항상 이렇게 좋은 감독님, 좋은 선배님, 좋은 스탭들에게 도움만 받고 살겠어요.
그래서, 이번엔 연극이에요.
<미드썸머>는 10년 만에 하는 연극이에요. 이번에 하는 연극도…. (머뭇거리다)아까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다르고, 그래서 독특하다고 저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 줬는데, 이번 연극하면서도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서 처음 보는 장르, 처음 보는 역할이거든요. 장르도 구분할 수 없고. 제가 지금까지 그런 영화와 드라마, 연극만 했어요. 이번 연극도 한국에선 초연이고요. 연극 안에 음악도 있고, 기타도 있어요.

이. 그래서 기타를 배우는 중이군요. 처음 배우면 손가락이 많이 아플 텐데요.
형식도 자유롭고 열려있어요. 누가 만드느냐,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이고요. 기타도 배울 수 있어서 좋고, 노래해서 좋고, 2인극이고요. 근데 기타가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내 삶은.’ 그래서 발전이 되기는 하지만요.

기회가 된다면 꼭 보러갈게요.
코미디는 아닌데 계속 웃겨요. 대사는 우아한데 웃긴 거? 그런데도 끝날 때쯤엔 다 울걸요? 현대인들이 지닌 아픔이 있잖아요. 눌러놓은 나의 자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걔네들. 몸만 크고 안의 자아는 그대로인데 폭발 직전의 그 자아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 거죠. 연극하면서 나를 또 발견하고 있어요.

인터뷰 말미에 이런 질문을 종종 드리는데요, 요즘 행복한가요? 행복하다면 무엇 때문에?

영화요. 우리 <달빛 길어올리기>(웃음). 거짓말 같죠?

다른 인터뷰면 거짓말 같았을 텐데, 눈물도 그렇고 진심이 전해져요.
어제 방송도 수연 언니랑 같이 봤거든요. 서로 부끄러워하면서(웃음). 사람을 얻어서 진짜 좋아요. 새로운 가족을 얻은 것 같고. 사람이 정말 소중해요.

참, 강수연 씨랑은 친해진 이유가 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두 분 다 싱글이니.
어쩜, 임권택 감독님이랑 똑같은 얘기를(웃음). 감독님께서도 ‘너희 둘다 시집을 안 가서 친해졌구나’ 하시던데(웃음).

2011년 3월 21일 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2011년 3월 21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 )
cyddream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는 배우...예지원....4차원의 이미지를 벗고, 진짜 배우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2011-04-0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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