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찾아 헤매는 자유인 <마이웨이> 오다기리 조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언론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 소감은 어떤가?
-영화를 보면서 촬영 당시의 감정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한 나를 발견했다.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지만, 서툰 연기만 자꾸 보이더라. 이제야 한 번 봐놓고 영화를 평가한다는 건 무의미한 것 같다. 여러 번을 봐야 영화의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자간담회 때 일본어가 아닌 중국어로 인사했다. 왜 그랬나?
-<마이웨이> 관련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판빙빙 다음으로 인사를 했다. 그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면 관객 반응이 좋더라. 그런 모습이 왠지 ‘나 한국 너무 좋아한다’라고 하는 것처럼 들려서 그걸 조금 비틀고 싶었다. 그래서 중국어로 인사해 봤다.

(웃음)영화에서 준식을 연기한 장동건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간다. 파트너인 장동건과의 연기는 어땠나?
-장동건과 8~9개월 동안 촬영을 같이 했는데, 그의 장점을 많이 배웠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그의 입지와 연기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팬에 대해 어떻게 대하는지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한국 배우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본 게 아닌가 싶다.

여배우와의 결혼, 한 아이의 아빠 등 장동건과 사적인 부분에서 공통점이 많은데.
-그런가? 난 결코 장동건보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아니다. 아마 아내는 나에 대한 잔소리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웃음)

장동건 이외에 좋은 연기를 보여준 한국 배우가 꼽으라면 누군가?
-극중 준식의 친구로 나온 김인권, 김희원씨의 연기가 좋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는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것 같다. 한국 배우들 중에 나 같은 배우도 있을 텐데, 동료들 중에는 없었다.

자신을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기에?
-그동안 감정을 표출하기 보다는 억누르는 연기를 많이 해왔다. 그래서 타츠오라는 인물을 연기하느라 애먹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배우는 감독의 주문에 잘 맞추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좋은 배우가 아니다.
겸손한 말이다. 좋은 배우가 아닌데, 왜 강제규 감독이 캐스팅 했겠나.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 때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대본이 왔고, 출연 제의를 받았다. 감독님이 연출해 온 작품은 큰 스케일의 영화가 대부분이어서 나랑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절한다는 의향으로 시나리오에 10군데 정도 수정할 부분을 체크해서 보냈다. 그렇게 하면 포기할 줄 알았던 거지. 그러데, 한 달 뒤 수정한 시나리오를 보내오더라.

강제규 감독도 대단한데.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도 큰 영화 출연 제의를 3번 정도 받았다. 그 역할은 모두 내가 아니라도 누구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달랐다. 강제규 감독님은 꼭 나여야 한다는 고집을 보여줬다. 일부러 퇴짜를 놓으려고 시나리오를 고쳤는데, 수정된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감독님의 열의와 성의에 마음을 흔들었다. 이정도로 배우의 의견을 유연하게 받아주는 감독님은 없을 거다.

강제규 감독 이전에 <비몽>의 김기덕 감독과 작업했다. 서로 다른 성향의 감독들과 일 해봤는데, 어떤가?
-강제규 감독님과 김기덕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은 다르다. 하지만 배우로서 연기하기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규모 면에서 작은 영화와 큰 영화를 모두 경험해봤다는 것에 의의를 둘 뿐이다. 이를 극명하게 체험한 일이 있다. <풍산개> 카메오 출연할 때 현장 스태프가 20명 남짓이었다. 그 다음날 <마이웨이> 촬영장을 갔는데, 현장에 200여명의 스태프가 있더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나저나 <풍산개>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대본을 미리 받은 건 아니다. <마이웨이> 찍으러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김기덕 감독님이 시간나면 <풍산개> 촬영 현장에 오라고 했다. 그래서 놀러갔다가, 즉석에서 출연하게 된 거다. 극중 상황이나 캐릭터는 그날 알았다.

김기덕 감독이 신작을 준비한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나?
-대본을 읽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면 기꺼이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호하게 거절할 거다.(웃음)

<마이웨이>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토너로 시작해 일본군 대위, 소련군 포로, 독일군까지 굴곡진 인생을 보여준다. 감정 변화의 폭도 큰데,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영화 초반부에 타츠오는 미워할 수밖에 없는 악한 역할이다. 후반부에 준식으로 인해 변화화하지만, 될 수 있는 한 관객들이 철저하게 미워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인물 설정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맞춰나갔다.
스펙터클한 전쟁장면과 더불어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준식과 타츠오의 우정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들의 우정이 잘 나타난 장면을 꼽는다면?
-서로 적대관계에 놓인 이들이 어느 순간 변했다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생사고락을 나누면서 우정을 쌓았다고 본다. 준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인물이고, 타츠오는 그의 도움으로 변화하는 인물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우정을 전반부에서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고, 후반부에서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있었던 타츠오는 군인이 된다. 그가 자신의 꿈이었던 마라톤을 포기하고 군인의 길을 걷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극중 타츠오의 할아버지는 유명한 군인으로 나온다. 할아버지도 손자인 타츠오를 귀여워했고 타츠오도 할아버지를 따랐다. 그 당시 일본 남자라면 나라와 천황을 위해 군인이 되는 게 당연한 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 마라톤 선발전에서 1등을 한 건 준식이다.부정으로 1등이 된 타츠오는 준식에게 졌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그만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때 계속되는 인터뷰에 힘들었는지, 홍보사 관계자에게 뭔가를 가져다달라고 했다. 그건 바로 사탕. 계속되는 질문에 먹을 타이밍을 놓친 오다기리 조는 머뭇거리다가 사탕을 입에 물었다. 그 순간 아우라는 사라지고 숨겨졌던 그의 귀여운 모습이 엿보였다. 이런 모습 처음이야.)

<마이웨이>는 일본사람의 입장에서 불편하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을까?
-전쟁에 대한 시각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 사람들도 그 시대 때 악행을 저지른 일본인이 있었다는 건 다 알고 있다. 이 사실을 불편해 하는 일본인은 있겠지만,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본 군인을 악인으로 묘사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타츠오는 일본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였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거다.

<마이웨이>를 찍으면서 한국 영화 제작 시스템 중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
-힘들었던 점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침에 집합해서 밤까지 대기했다가 결국 촬영을 못하고 끝난 경우도 있었다. 촬영을 언제 들어갈지 모르니 제대로 된 준비 시간을 갖지 못해 감정 잡기가 수월하지 않더라. 좋은 점도 있었다. 식사 때마다 밥차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일본은 도시락만 주는데, 한국처럼 밥차가 나오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웃음)
이번에는 큰 규모의 영화를 찍었지만 그동안 작가주의 저예산 영화에 많이 출연 해왔다. 자신에게 소규모 영화가 더 맞는다고 생각하나?
-대중을 위해 만드는 영화는 분명히 있다. 그런 영화는 누가 봐도 알기 쉽게 만드는데, 대부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영화는 다르다. 대중영화가 쉽게 놓치는 의미론적 부분을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주의 저예산 영화가 좋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알고, 그것을 끝까지 추구하기 때문에, 같이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 유학을 갈 정도로 연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장편 영화 연출 계획은 있나?
-물론 있다. 하지만 지명도를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감독부터 시작해 장편영화 감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지명도를 이용해서 영화를 만든다면 고생해서 메가폰을 잡은 감독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리고 장편은 부담이 많이 된다. 돈도 많이 들고, 많은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을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아마 연출을 맡는다면 소규모 영화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나 완성된 시나리오는 있나?
-시니라오는 틈날 때마다 쓴다. 구상중인 이야기가 3개 정도 있고. 중요한 건 돈인데, 한국에서 돈을 모아주는 프로듀서가 있다면 한국에서 찍고 싶다.(웃음)

<마이웨이>는 오다기리 조에게 어떤 의미의 영화인가?
-전쟁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서 전쟁이라는 게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전쟁영화가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도 느끼게 됐다.

만약 같이 일해보고 싶은 감독과 배우가 영화를 같이 하자고 한다. 전쟁영화라도 출연할 생각이 있나?
-(웃음) 80%는 안 할 것 같은데.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사진제공_ SK플래닛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총 2명 참여)
bryan35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은 연기였습니다. 오다기리 조라는 배우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그의 작품들을 찾아 보게 될 것 같네요   
2011-12-27 20:14
jojoys
인터뷰 해주신 내용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ㅎ 개인적으로 김인권씨 인터뷰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 마이웨이 보면서 진짜 주연은 김인권씨같았거든요.. ㅎㅎ 물론 오다기리 조도 멋지긴했지만요.. 헤헤..   
2011-12-2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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