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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최민식
2012년 2월 3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릴레이 인터뷰로 지쳐계실 줄 알았는데, 에너지가 넘치시네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반응이 좋아서 그런가요?
-그런 것도 있고요(웃음).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해야죠.

(손에 든 담배를 보고)담배는 끊으신 거 아니었어요?
-누가 그래요?

최근 건강검진 받고, “끊겠다”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끊어야죠!” 한 거예요.(웃음) 아우~ 저는 담배 못 끊어요. 이게 얼마나 좋은데요.

아주 오래전 인터뷰에서 “나는 담배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맞아요. 한의사가 그랬어요. 화학적으로야 물론 안 좋죠. 나프탈렌, 벤젠, 니켈 등등. 몸에 안 좋은 건 다 들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거 따지면, 아무것도 못 먹어요. 그러니까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 피워도 된다고 한 거죠.(웃음) 그나저나 점심은 드셨어요?

네. 배우님은 드셨나요?
-그럼요. 여기(삼청동) 매일 지나다니면서, 'OOOOO’가 맛있다고 해서 아까 가 봤어요. 그런데, 별 볼일 없대요.(좌중폭소)

VIP 시사회 끝나고 여러 지인들과 밤새 술자리를 가지셨죠? 술자리에서 <범죄와의 전쟁>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나요?
-우리들 얘기야, 90%가 잡담이죠.(웃음) 영화 얘기보다, “이제 많이 해야지, 일!” 이런 대화를 많이 했어요. 연극하다가 온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 얘기들이 더 나온 것 같아요. 그 누구냐, 그? 단발머리, 창우! 형배(하정우) 오른 팔! (영화에서)막 내 귀싸대기 때리고 구덩이에 파묻고 한 놈, 있잖아요.(웃음)

하하하. 김성균씨!
-어, 김성균이! 그 놈이 우리 중 막내인데, 벌써 애가 둘이에요. 연극하는 놈이 결혼을 뭐 그리 일찍 해서 애를 둘씩이나 낳았는지.(웃음) 부지런히 벌어야죠. 연극만 하면 가족들 먹여 살리기 힘드니까. 그래서 “일, 많이 하라”는 덕담을 나눴죠. “영화 반응도 좋고 하니, 쭉쭉 이어가라”는 말도 했고요. 물론 그렇다고 아무거나 하면 안 되죠. 거기에 함정이 있거든. 환경이 조금 바뀌고 일이 풀린다 싶으면 사람 마음이 왔다리갔다리 하잖아요. 헷갈린다고. 그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침착해야 해요. “이때다!” 싶어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덤비면 위험하다는 거죠. 그런 일을 먼저 겪은 선배로서 조언도 해 주고 그랬어요.
<범죄와의 전쟁>은 배우들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깔아놓은 멍석과도 같았습니다. 최민식씨, 하정우씨 연기도 너무 좋았지만 조연 배우들의 에너지도 상당하더군요.
-아우~ 너무 좋았죠!

김성균‧곽도원 같은 숨어있는 연기파 배우들을 발굴한 건, 이 영화가 지닌 또 하나의 성과가 아닌가 싶어요. 앙상블도 참 좋았고요.
-동료가 살아야 내가 사는 거예요. 타이틀 롤이라고 해서 손오공처럼 혼자 날뛰면 안 되죠. 영화라는 건, 공동 작업이니까. 소설가야 쓴 글이 마음에 안 들면 키보드로 싹 지워버리면 되잖아요. 화가도 그럼 그리다가 찢어버리면 되고. 그런데 우리는 그러면 안 돼요.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혼자 부각되려고 하면 큰일 나죠. “나 하나만 연기 잘 하면 된다” 왜? “내가 부각되니까!” 그건 아주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에요. 공동작업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정말 프로예요. 집을 짓는데, 자재 하나만 잘못 되도 결국 부실시공 판정 받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번 친구들은 부족한 게 없었죠.

후배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그들의 장점에 대해 조금 더 알려 주신다면요.
-여자 기자분이라 이해 되실랑가 모르겠는데 ‘기초 군사훈련’이 필요 없는 친구들이었어요. 제식훈련하고, 총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가르칠 필요가 없는. 그러니까 배우가 갖춰야 할 기본 베이스가 다 깔려 있는 친구들이었죠. 선배 된 입장에서 같이 작업하는 게, 참 편하더라고요. ‘베이스는 탄탄하니, 그럼 연기 하는 것 좀 보자’ 해서 봤는데, 어라? 연기도 잘해! 만만치가 않은 거예요. ‘애들 앞에서 삑사리 내면, 이거 개망신이겠다’ 싶었죠.(웃음)

말씀대로, 영화를 보고나서 ‘선수들의 영화’라는 느낌이 팍 오더군요.
-검사역 맡은 도원이 같은 경우도 좋잖아요. 사실 리딩할 때는 몰랐어요. 대사할 때, 자꾸 웅얼웅얼하는 거예요. 결국 제가 “뱉어, 대사를! 잘근잘근 씹어서, 뱉어 봐!”이랬죠. 그런데 “네 알겠습니다.” 하더니, 또 우울우물거려.(좌중 폭소) 나중에 실전연기를 보고야, 이놈이 다 계산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죠. 자기 나름대로 설정을 했던 거예요. 보면서 “(무안한 목소리로)이 새끼, 미리 얘길 하지” 이랬다니까요.(웃음) 그런 면에서 되게 치열한 현장이었어요. 배역의 경중을 떠나서 자기 배역에 대해 고민을 깊게 하니까. 성균이 같은 놈도, 대단해요. 영화 처음 하는 친구가, 주눅 들지 않잖아요. 물론 긴장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죠. 새로운 메커니즘에서 오는 낯설음도 있었을 테고. 그런데 빠르게 찾아가더라고요. 스스로가.

현장이 정말 즐거우셨겠네요.
-좋았죠. 어느 한 놈 모난 놈도 없었고. 그런 면에서 (하)정우에게 너무 고마워요. 정우가 요즘 방귀 좀 끼는 배우 중 하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살짝 긴장했어요. 혹시 시건방지진 않을까. 동료들과 이질감을 느끼진 않을까. 왜냐하면 연극하다 온 친구들은 스타에 대해서 “쟤와 나는 종자가 다르다” 식의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그런데 정우가 오히려 먼저 장난치고 뭉개고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예요. 옆에서 보면서, “새끼들, 참 예쁘게 노는 구나~” 싶었죠. 선배 된 입장에서 참 대견스러웠고요. 그런데 사실, 이게 정답이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원래 맞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걸 하도 오래 못 보다보니....
그런 변화에 대해서 누구보다 느끼는 바가 많으실 것 같아요. 많은 촬영현장을 누비셨으니.
-배우가 혼자 밴에 앉아서 꽃단장하고, 스태프가 먹을 거 가져다 줘야 하고, 자기 촬영 없을 때 쏙 들어가고. 그러면 피곤해져요. 쥐어 팰 수도 없고, 이거.(일동웃음). 옛날 같으면 선배들이 아작을 냈을 텐데, 이제는 못 하잖아요. 바로 고소가 들어오니까. 그런데 이 현장은 앙상블이 훌륭한데다 영화 반응도 좋으니, 요즘 아주 행복해요. 웰 메이드가 이런 거 아니겠어요? 좋은 멤버들과 함께 좋은 작업을 하는 거. <올드보이>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앙상블이에요. <올드보이>때 정말 행복했거든요. 프로들과 작업할 때, 멋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 사람들이 참 멋스럽구나!”란 생각을 했었어요. 척 하면 척! 이심전심이었죠. (대화 하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크게 외친다.) 인터뷰 사진, 잘 찍어~

(뒤를 돌아보니, 윤종빈 감독. 아래층에서 인터뷰 중이던 윤종빈 감독이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 감독님과 호흡이 어땠을지도 감이 옵니다.
-(윤종빈 감독)고유영 만화 <수호지>에 나오는 ‘무대’ 닮지 않았어요?(일동 폭소) 왜, 무송 동생 있잖아요. 반금련이하고 매일 얼래리꼴래리 하는. 촬영하면서 제가 계속 ‘무대’ 닮았다고 약 올렸어요. 하하하하.

<넘버 3>때 마동팔 검사를 연기하셨는데, 그 때 이런 대사를 하셨어요. “괴롭고 힘들 때 우는 놈은 3류다. 이 악물고 이겨내려는 놈은 2류다. 그냥 힘들어도 웃어라. 그놈이 최고다”
-오~ 그거 어떻게 찾아 보셨어요?(웃음)

(웃음) 그 대사에 대입해 보면,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고에 해당하는 인물은 최익현이지 않나 싶습니다. 최익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아부’와 ‘구라’로 위기를 모면하죠.
-그게 최익현라는 사람의 삶의 방식이죠. 이 세상을 헤쳐 나가는 방식이고, 의지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그런 인간에 대한 연민이 있어요. 액면가로는 정말 재수 없는 놈인데, 괜히 짠해요. 인맥과 혈연을 총 동원해서 살아남으려는 모습을 보면, ‘사느라고, 참 애쓰네.’ 싶죠. 그런데 그게 나의 모습일 수도 있고, 내 친구의 모습일 수도 있고, 아버지의 모습일 수도 있잖아요. 한국 남성 특유의 생존법칙이랄까요. 물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에요. 그에 대한 비판의식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고요. 하지만 그걸 나쁘다고만 말하고 싶진 않아요. 합리화는 아니에요. 미화도 아니고요. 다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치열함은 누구 때문인가? 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아니거든요. 내 새끼하고 마누라 때문이거든요. 최익현이라는 인물에게 슬픔을 느낀다면, 그런 점에 공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 속에서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대변하는 물건은 ‘비어있는 총’입니다. 최익현은 총으로 사람들을 협박하지만, 정작 총에는 총알이 들어있지 않아요. 비슷하게 관점에서, 최익현은 말로 사람을 구워삶지만 그 말은 허언과 허세에 불과할 때도 많죠.
-비어 있는 총은 최익현의 캐릭터를 아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품이에요. 여자애들이 소꿉놀이하고 바비인형 머리 빗겨줄 때, 사내애들은 총싸움 하면서 투쟁을 해요. 우리 어릴 때는 그랬어요. 그게 남자들의 속성인거죠. 총! 파워! 힘의 상징이잖아요. 그런데 최익현은 그게 또, 빈총이야. 아마 애는 총알을 줘도, 누굴 쏘지 못했을 거예요. 그게 최익현이라는 인물인 거죠.
요즘 강렬한 이미지의 역을 많이 하시는 듯합니다. <악마를 보았다>고 그렇고.
-그건, 누가 해도 강렬해져요!(일동 웃음)

많은 시나리오를 받아보실 텐데, 혹시 강한 역을 고집하는 편이신가요?
-그건 아닌데. 최근에 한 게 지랄 맞아서 그렇지, 제가 <꽃피는 봄이 오면>도 했고, <해피엔드>도 하고 그랬어요.(웃음) 강한 역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장르에 상관없이 세상에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게 아직도 저를 목마르게 해요. 픽션이지만 영화를 통해서 느껴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고, 냄새 맡고 싶고 그래요.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것에 대한 원초적인 굶주림이 더 강해져요.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글어 가서 그런지, 제대로 된 게 보이는 거죠. “저건 거짓말이야!”, “그래 이게 진짜야. 이거잖아, 이거!” 이러다 보니, 더 제대로 하고 싶은 거예요. 코미디가 됐든 뭐가 됐든 웃기려면 진짜 웃기고 싶어요. 액션 연기도 멋 부리는 액션이 아닌 진짜 싸움을 하고 싶고요.

<범죄와의 전쟁> 마지막은 <올드보이>의 마지막과 유사한 지점이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최민식씨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끝나고, 정확한 답을 내리지 않은 채 관객에게 수수께끼를 던지죠. 이번 영화 마지막 장면은 배우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엔딩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줬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인터뷰 작성 과정에서 정보 공개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관념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배우는 어떤 관념을 생각하면 안 돼요. 그냥 그 생활을 살아야 해요. 생활인으로서의 표정이 어떤 뉘앙스를 만들어야지, 의도적인 표정으로 어떤 하나를 강요하는 건 재미없어요.

<올드보이> 엔딩도 그런 마음으로 연기 하신 건가요?
-그렇죠. “(미도)사랑해요 아저씨!” 하면, 카메라가 오대수의 얼굴을 클로즈업! “(음악)빠라바라바라바~바~” 하면서 영화가 애매모호하게 끝나잖아요? 혓바닥이 잘린 오대수의 기억이 지워졌는가 안 지워졌는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어느 쪽인지 모르시죠?

그렇죠. 그때도 정답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사실, 저는 알아요!(좌중폭소) 그런데, 안 가르쳐 드려요. 하하하하. “이겁니다”라고 관객들에게 답을 던져주는 것보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얘깃거리가 있잖아요. <범죄와의 전쟁>에서 원하는 건 그거예요. 보고나서 답.답.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피식피식해서 웃으면서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왜 이리도 씁쓸하지?’, ‘우리 사는 세상이 결국 ‘똥 탕’이란 말인가’라는 그런 씁쓸함. 우리 영화는 곳곳에 유머러스한 장면이 많지만,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블랙코미디죠.

배우에게 클로즈업이라는 건, 부담이 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큰 화면을 온전히 표정하나로 책임져야 하니까요.
-부담되죠.
그건, 감독에게도 부담일 거예요. 배우를 믿어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니까요. 그런데, 최민식씨는 영화에서 유독 클로즈업 씬이 많습니다. 감독이 배우를 믿고 있구나란, 생각을 받게 하죠.
-감독의 믿음을 받는다는 건, 고마운 일이죠. 그래서 더 잘 표현해 내려고 하긴 하는데…(쑥스러운 웃음) 그렇다고 해서 얼굴로 쭉 들어오는 카메라를 부담스러워 하면 안 돼요. 들어오거나 말거나, 내가 할 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해요.

오래전부터, 한국의 게리 올드만이라는 평가를 받아오셨습니다.
-그 자식이 죽든가 내가 죽든가 해야지, 원.(웃음)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만큼은 최민식씨를 알 파치노에 비견하셨더군요. 이번 영화를 보면서 박찬욱 감독님 생각에 동의했는데, 최민식씨 눈빛에서 알 파치노의 눈빛이 겹치더군요.
-아니, 그런 대배우를! 제가 그 형님보다 키는 조금 크죠?(웃음) 그런 훌륭한 배우와 비교를 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히. 턱도 없죠. 가랑이가 찢어져도 500번은 더 찢어져야 해요.

섬뜩한 연기를 잘 하는 연기자를 ‘연기 잘 하는 배우’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연기를 경험한 배우가 바라보는, ‘연기 잘 하는 배우’는 어떤 모습인가요?
-테크니컬한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영화는 특히나 더! 연극은 라이브이기 때문에 도망갈 곳이 없어요. 다이렉트로 관객과 소통하기에, 실력이 그냥 ‘뽀록’나죠. 그런데 영화라는 건, 과학적인 메커니즘으로 커버가 가능해요. 속된말로 ‘뽀샵’ 처리가 된다는 거예요. 물론 그런 도움 없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하면 너무도 좋죠. 그런데 모든 배우가 그런 건 아니거든요. 더군다나, 요즘은 연예계라고 하잖아요. 엔터테이너라고 하고. 기술적인 훈련이 부족한 친구들도 많아요. 그렇다고 그런 친구들을 데려다가, “에이, 돌대가리야~” 이러면 안 돼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거든요. 모르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어디서 연극을 제대로 해 봤겠어요, 선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제대로 들어봤겠어요. 일단은 가르쳐 주고, 그랬을 때 그걸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인 거죠. 어떤 사람들과 작업 하느냐에 따라 마인드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아, 이게 장난이 아닌 일이구나.’라는 걸 느끼고 정말 열심히 하는 애들이 있다는 거죠. 연기가 안 될 때 자기 분에 복받쳐서 울고 그러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애들은 분명 늘.어.요!

그런 배우가 누가 있을까요?
-그건 비밀입니다. 그 배우가 건방져 질까봐.(웃음)

평소 후배들에게 조언과 평가를 많이 해 주시는 편인가요?
-잔소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제가 자꾸 얘기를 해 버리면 안 돼요. 배우마다 자기 색깔이 있는데, 제 걸 주입하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엄연히 연출가가 있고요.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마음껏 놀게 해 주는 거예요. 숨어 있는 재능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거고요. 이런 건 있죠. 공동작업의 룰을 깬다든지, 상습적으로 지각을 한다든지,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워서 동료 배우와 감정싸움을 벌인 다든지.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제가 나서죠. 나서서 가차 없는! 가차 없는 응징을!(웃음) 교통정리를 조금 해야죠.
영화 전반에 남성들의 꼰대스러움이 풍겨납니다. 예전 중년 남성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40-50대 남성들은 본인 스스로가 꼰대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최익현은 스스로가 꼰대이면서, 거기에 대한 각성이 전혀 없죠. 그래서 궁금한데, 최민식씨는 어떠셨나요?(웃음)
-하하하. 저도 모르게 꼰대가 됐을 거예요, 아마? 그런데 배우는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이잖아요. 제가 올해로 만 50인데, 친구 놈들 만나면 제가 가장 영계에요. 다들 넥타이 매고, 배 나오고, 머리 벗겨져 있다 보니, 제가 마치 조카 같다니까요.(웃음) 꼰대라. 꼰대가 되는 걸 경계하죠. 개인으로도 부단히 노력하며 삽니다만, 배우는 고여 있으면 안 돼요. 요즘 트렌드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하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물론 다는 이해 못하죠. 살아오면서 형성된 가치관이 있으니까요. 그것들이 무형이든 유형이든 이 사회의 모든 것과 매일 부딪히죠. ‘네가 옳은가, 내가 옳은가’, ‘싫다, 좋다’. 그럴 때, 주관은 있되, 내가 너무 강해도 안 돼요. 일단은 열어놔야 하죠. 이를테면, 제가 통기타 문화 세대예요. “(‘산울림’ 노래 부른다) 나 어떡해~너 갑자기 가버리면~”할 때, 저희 아버지 세대들이 “저 빌어먹을 놈들, 매일 기타 들고 돌아다니네.” 이랬어요. 그런 우리 세대가 지금은, 그 뭐냐 힙합! 아, 요즘은 힙합도 대세는 아닌 것 같고, 댄스 음악! 그 음악들 가지고 “저게 음악이냐?” 그러잖아요. 그건 아니라는 거죠. 획일화 된 것에 대해 지적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현상 자체를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거라 생각해요.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특별선언으로 최익현의 삶은 전환기를 맞습니다. 같은 해 최민식씨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나 찾아보니, 일주일 후인 10월 20일 날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 첫 방영 됐더라고요.
-(놀라며) 아, 그래요? 1990년인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작품에서 맡은 꾸숑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셨죠. 어린 기억이지만,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게, 첫 TV 드라마 출연이었어요. 연극 하다가, 먹고 살려고 시작한 거였죠. 목구멍이 포도청이었으니까.

인생마다 그런 포인트들이 있잖아요? 최민식씨 개인이 느끼기에 연기 인생 최대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다고 생각하시나요.
-말씀 하신 그때네요. 제가 <구로 아리랑>이라는 영화로 데뷔하긴 했지만, 그건 알바 개념이 컸어요. “의미 있는 작업이니까, 같이 한 번 해 보자”고 해서 참여한 거였죠. 그에 반해 TV 드라마는 그야말로 호구지책이었어요. 먹고 살길이 막막했으니까. 그때는 장가도 갔었고. 앞길이 막막할 찰나, 산신령께서 “먹고 살아라~”하셨나 봐요. 딱,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 들어온 거예요. 처음에는 무슨 드라마인지도 몰랐어요. 저녁에 술 먹기 바빴지, TV는 안 봤었거든요. 그런데 주위에서 다들 하라고 하지 뭐예요. “그거 죽이는 거”라고. 덕분에 그때 돈도 벌고, 면도 섰죠. 그러다가 쫄딱 망하고, 이혼도 하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고로 한동안 아주 빌빌 거렸어요. 그 시기 즈음에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결정적으로 제게 자극을 준 게, 연극 <택시 드리벌>이예요.

장진 감독님 연극 말씀인가요?
-그렇죠. TV 활동을 하다가 오랜만에 돌아간 연극판이었어요. 거짓 8년만인가? 리딩을 하는데 똥마려운 강아지 새끼마냥 진득하니 앉아서 대본을 못 읽는 거예요, 제가. 원래 거기에 미쳐서 살던 놈이 대본 리딩을 지겨워하다니. 그러니까 속전속결에 물들고, 매너리즘에 빠져서 정신이 병들었던 거예요. 끔찍했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접자! 내가 좋아하는 연극과 영화만 하자”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때는 먹여 살릴 사람도 없었으니, 꼴리는 대로 하자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내 한 목숨 어디 가서 풀칠 못하겠냐는 용기도 있었고요. 그때는 한국 영화판이 이렇게 잘 될 줄 미처 몰랐죠.

그때 <야망의 세월>이라는 드라마를 안 만났어도, 다른 방향으로 해서 이 자리까지 오셨을 것 같나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그때는 유명배우에 대한 꿈이 없었어요. ‘나는 그냥 연극하다 죽을 놈이다’ 했으니까요. 그렇게 나 혼자일 때는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누가 나타나니까 생활에 대한 압박이 오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거고요. 그게 제 인생이죠.

2012년 2월 3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2년 2월 3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3 )
jjoung0406
최민식씨 연기 짱이십니다요~ㅎㅎ   
2012-02-13 20:25
chs933
정말 리얼한 최민식씨 연기에 소름끼쳐요...앞으로도 좋은 연기 부탁드립니다.   
2012-02-13 13:50
ckc0529
범죄와의 전생에서 최민식씨 연기 진짜 대박~!!! 악마를 보았다에서 진짜 어떻게 저렇게 잔인한 연기를 잘 할수있을까 싶었는데.... 이번 범죄와 전쟁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소름 돋았습니다..   
2012-02-12 16:10
dudcksaltnr
범죄와의 전쟁 정말 재밌게 봣어요!! 최민식씨가 나오는 영화는 왜 다 재밌는거죠?! 4일만에 100만 돌파했다는데 정말 그럴만한 영화고 거기에 나오는 최민식씨는 정말 멋지시네요!   
2012-02-11 23:45
ehwlsdl2
최민식씨 나온다 하면 그영화는 무조건 대박에 무조건 꼭 개봉하는날 영화관 가서 봅니다 그만큼 연기파 배우 최민식씨가 나오는 영화 망하는걸 못봤어요 정말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2012-02-11 23:42
mdj3186
연기파 배우하면 최민식씨 아니겠습니까 이번 범죄와의 전쟁도 최민식씨 나온다길래 달려가서 봤습니다 실망을 시키지 않더군요 어떤 역활이던지 자기것으로 소화하는 최민식씨 정말 멋있습니다   
2012-02-11 23:37
promisech
인터뷰 읽다보니,
최민수라는 배우에 대해 또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푸근합니다.

그대같은 분이 있어서 영화를 보는 것이 행복하네요^^   
2012-02-11 20:04
hyejin8815
개인적으로 연기파하면 아직 배우자 최민식씨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방송엔 뜸하던분께서 이제는 이렇게 인터뷰도하시고 방송출연까지하시며 적극적으로 영화를 홍보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좋다! 앞으로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대중들과 조금씩 소통하시는 모습 보고싶다! 배우로서 존경하는 배우님!   
2012-02-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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