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맑게! 자신있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김지원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이 인터뷰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끝나고 진행됐다. 곧바로 기사를 업데이트 했어야 하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올리지 못했다. 촬영 당일 열심히 인터뷰에 임했던 지원씨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후 미비된 내용과 사진을 보충해 뒤늦게라도 올리는 바이다. 더불어 오는 15일부터 방영되는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설한나 역으로 출연하는 지원씨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순수하고 맑고 자신 있는 모습 보여주길 바라며.)

화장한 모습이 낯설다. 시트콤에서는 민낯으로 나와서 다크서클도 보이곤 했는데.
에휴.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평소에 화장을 하는 편인가?
거의 안 한다. 옷도 그냥 편한 거 입고 다닌다.

뭐 화장 안 해도 예쁠 나이니까.
다들 그렇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웃음)

아직 <하이킥 3>의 지원이란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차에 대본이 있는데, 지금도 달달 외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김병욱 감독이 극중 지원이는 감정의 폭이 깊어야 하는 인물인데, 그게 김지원과 잘 맞았다고 했더라.
정말? 감사할 뿐이다.(웃음)

김병욱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오디션 때 처음 만났었는데, 옆집 아저씨 같은 온화함이 느껴졌다. 앞에서 연기를 보여드리기 보다는 여담을 많이 나눴다. 그래서 떨어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캐스팅 됐다는 연락이 왔다. 전체 리딩 때 감독님을 다시 만났다. 두 번째로 뵈니 온화함과 더불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등장인물이 많고, 첫 대면이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씩 정리해주시더라. 굉장한 능력자라는 걸 그 때 깨달았다.

시트콤에서의 지원은 남자들을 제압할 정도로 성격 강하고 말도 직설적이면서 합리적이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손사래를 치며)전혀 다르다. 극중 캐릭터 중 실제 성격이 비슷한 인물을 꼽자면 (박)하선 언니. 일단 말을 하는 것 보다는 듣는 걸 좋아하고, 말을 해도 조곤 조곤하는 스타일이다. 손짓도 많이 하는 편이다.
연기 하면서 적응기간이 많이 걸렸겠다.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연기 연습 하느라, 친언니한테 막말해야 했던 거.(웃음) 언니한테 미안하지만 그렇게라도 집에서 연습해야 했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언니가 1등 공신이네.
그렇지. 그래서 요즘 맛있는 거 많이 사들고 간다.

<하이킥 3>에서도 그렇고 이전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들도 그렇고. 모두 아픈 가정사를 갖고 있다.
생각해 보니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아프셨네.

이런 캐릭터가 계속 들어오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병욱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 사연이 있어 보인다고. 그래 보이나?

사연보다는 살짝 부담이…….
부담?

눈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고 말하니까, 괜히 부담스럽다.(웃음)
푸하하. 평소에 친구들도 그런다. 어렸을 때부터 대화를 할 때 꼭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말하고 들어야 한다고 배웠거든. 초면에 너무 쳐다보고 말했나 보다.

뭐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때 나오는 리액션의 첫 번째가 눈을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러고 나서 맞장구쳐주기. 마지막으로 두 손 모으고, “아~~!”라는 감탄사도 살짝 내뱉고.(웃음)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영화, 드라마, 시트콤을 다 경험해 봤다. 시트콤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무엇인가?
순발력.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세트 촬영은 많이 해보지 않았다. <하이킥 3>는 세트 촬영이 대부분이었는데, 3대의 카메라가 한꺼번에 돌아가면서 촬영이 진행됐다. 카메라의 동선을 꿰고 있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더라. 세트 촬영하면서 어떻게 움직여야 상대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또 촬영장에서 대사를 할 때 최대한 간결하게 감정을 실어서 연기해야한다. 내가 늦으면 다른 배우들이 연기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사를 빨리 하는 스킬도 배웠다.
옆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동료 연기자를 꼽자면?
아무래도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았던 (윤)계상 오빠. 대사에 감정을 실어서 말해야 하는데, 그걸 빨리 하려고 하니까 실수를 계속했다. 그때마다 (윤)계상 오빠가 많이 도와줬다. 그냥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진심은 통하는 거라고.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고, 차츰차츰 좋아졌다.

극중 지원이는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지원이에게 계상은 한 없이 기댈 수 있는 큰 나무고. 종석이는 계속 키워야 하는 묘목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지원이는 종석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상 아저씨에게 마음을 준다. 지원이에게 종석은 사랑이 아닌 동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계상은 사랑하는 동시에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계상과 지원은 서로에 대한 아픔을 공감하기 때문에 마음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가슴속에 감춰뒀던 아픔을 인지하면서 서로 가까워지지만 마지막에는 이별을 맞이한다. 그래서 영상을 한 번 준비해봤다.
(놀라는 표정으로)영상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높임말을(웃음). 일단 보자.(이날 준비된 영상은 <하이킥 3> 122회 중 계상과 이별을 앞둔 지원이 그 앞에서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불러주는 장면이었다.)

부끄럽나?
부끄럽고 오글거린다.(웃음)

자! 정신을 차리고. 이 장면을 가져온 이유는 계상과 지원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면서도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선택해봤다. 이 장면을 연기 했을 때 감정은 어땠나?
음. 이 때 지원이는 여러모로 힘든 상태였다. 자기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계상아저씨가 반대를 했으니까 말이다. 이후 지원이는 마음을 정리한 상태인데, 벤치에 앉아있는 아저씨를 보고 나만큼 힘들다는 걸 느낀 거다. 그 때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아저씨를 위로하는 장면이다. 이날 촬영하면서 계상 아저씨가 영영 가버릴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더라.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는 느낌?
아마도. 그리고 실제 이 장면이 내가 출연한 마지막 장면이었거든. 그래서 감정이 잘 잡혔는지도 모르겠다.

노래 선곡은 누가 했나?
감독님이 선택하셨다. 가사의 느낌이 계상의 상황과 잘 맞아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이적의 ‘그런걸까’도 권해줬는데, 최종적으로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게 됐다.
극중 하선이나 진희 같은 경우는 동적인 에피소드가 많았던 반면, 지원이는 정적인 에피소드가 많았다. 그런 아쉬움은 없나?
있기야 있지. 하지만 그게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어느 날 감독님이 부르더니 “지원아! 캐릭터가 너무 정적이라서 몸 좀 쓰는 에피소드 넣었다”하는 거다. ‘오예!’ 하면서 좋아했는데, 촬영하고 나니까 정말 온 몸이 쑤셨다.

원래 감독님이 다음 촬영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는 편인가?
몸을 많이 쓰는 에피소드를 촬영할 때만.(웃음) 그 이후로 세트장에 감독님 모습이 보이면 지레 겁을 먹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 그랬다.(웃음)

몸을 쓰는 장면 중 기억에 남는 건 깁스한 지원이를 종석이가 매일 업어다 주는 에피소드다.
그건 나보다 (이)종석 오빠가 고생을 많이 한 에피소드다. 촬영전만해도 종석오빠는 씩씩했다. 하루 종일 나를 업고 촬영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쳤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고, “컷” 소리 들리기 무섭게 거친 숨소리를 내더라.(웃음) 미안했지. 뭐 나중에 종석 오빠를 업는 장면을 찍고 나서는 미안함이 없어졌지만.

종석과의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종석의 졸업식 날 둘이 바닷가에 간 장면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지원이 아닌 종석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에피소드인데, 사실 연기하면서 많이 설랬다. 촬영을 하고 나니 극중 지원이가 종석이를 단순한 선배 이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이후 종석 캐릭터가 한 단계 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기억이 남는다.

아마 지원이는 종석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분명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과외를 같이 했겠지.(웃음)

인터뷰를 보니까 극중 지원이처럼 예전 핸드폰을 쓴다고. 자신의 손때가 묻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옷도 새로 사 입는 것 보다는 입었던 걸 선호하는 편이다. 머리끈도 하나로 쓰고, 신발도 한 제품만 신는다. 익숙한 게 좋은 나머지 신발이 찢어져도 다른 신발을 사지 않고, 직접 수선해서 신고 다녔다. 다들 창피해하더라, 너무 빈티지스럽다고.

어렸을 때부터 그런 편이었나?
연습생 시절을 중학교 때부터 했는데, 돌이켜 보니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더라. 아마도 나를 기억하기 위한 의지가 아니었나 싶다.
앞서 말했지만 중학교 때 기획사를 들어가면서 평범한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힘들 걸 알면서도 연습생의 길을 걸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멋모르고 한 거다.(웃음) 진짜 그랬다. 예전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그냥 어린마음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점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몸을 베렷다.

‘베렷다’는 전남 사투리인디.(웃음)
푸하하. 표준말로 몸이 아프다.

몸이 얼마나 아프기에.
내 몸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가졌을 때는 최적의 상황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연습생 과정에서 그건 정말 환상이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됐다.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에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까지 정말 바빴다. 그 때 “이 정도 노력이면 공부도 대박났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 때 공부를 하지 그랬나?
그래도 그동안 해온 게 아까우니까. 묵묵히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연습생 시절을 통해 이것만은 잘 배웠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나?
벼락치기. 그게 내 특기다.

벼락치기.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닌데. 특히 대본 외울 때 필요한 거 아닌가.
그냥 하게 되더라. 대본 외울 때 너무 좋다. 기타도 벼락치기로 배웠다. ‘오버 더 레인보우’도 3일 동안 연습한 거다.

영화 <로맨틱 헤븐>은 연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작품이면서 첫 주연작이다.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지. 장진 감독님에게 감사할 뿐이다.

장진 감독과의 첫 대면은 잊을 수 없겠다.
일단 앉는 자세부터 남다르다. 프리한 스타일. 굉장히 유쾌한 분이다. 김병욱 감독님과는 확실히 다른 포스를 갖고 있다.
연기를 처음 하는 거라 긴장도 많이 했겠다.
처음에는 미미(극 중 이름)가 맹하고 4차원적인 인물이니까 일부러 코믹하게 연기해야겠다는 걸 염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그냥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연기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촬영할 때 나이가 19살이었는데, 극중 말투가 실제 말투였다. “아! 제가요. 그래가지고요, 그랬었는데” 미미처럼 억양이 남다른 말투였다. 그러고 보니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네.

영화를 보니까 10대의 느낌이 팍팍 나더라. 화장을 안 해서 그런가.
촬영할 당시 19살이었으니까 정말 어렸다. 연기를 처음 하는 거라 긴장도 많이 했고. <하이킥 3>를 하고 나니까 다들 어른스러워졌다고 하더라.

영화에 보니까 점이 있던데 지금은 안 보인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여기에 점 있다. 메이크업으로 가린 거다. 언젠가 연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냥 놔뒀다.

아무튼 오랜만에 <로맨틱 헤븐>을 재미있게 봤다.
그런가? 난 아직도 그 영화를 보면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느꼈던 쑥스러움과 오글거림이 생각나서(웃음). 부끄럽다.

쉬는 날에는 어떻게 지내나?
말 그대로 집에서 쉰다. 가장 좋아하는 게 시체놀이.(웃음)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고 눕는다.

시간 나면 천장 벽지 무늬가 몇 개인지 세어보고?
(웃음)그건 안 해 봤는데, 오늘 가서 세어봐야겠는걸.

중학생 때부터 연습생 시절을 거쳐 꿈에 그리던 배우가 됐다. 이제 배우로서 또 다른 꿈을 꿔야 할 시기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미래에 어떤 배우가 되어있을지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상대방에게 표출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그게 아직 덜 성숙한 상태다. 지금은 연기나 모든 면에서 더 성숙해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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