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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늑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늑대! <늑대소년> 송중기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소년과 남자 사이, 요즘 송중기는 어느 지점에 더 가까이 있는 것 같나요?
작품 때문인지,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늑대소년> 출연을 결정했을 때, 이건 내 배우 인생에서 마지막 ‘소년 송중기’가 될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소년 중기야, 안녕”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던 것 같아요. 반면 <착한 남자>는 뭔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그게 스물여덟이라는 제 나이와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소년적인 역할을 절대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나이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어요.

당신 필모그래피를 보면 계속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남들이 안 될 거라고 한 걸 되게끔 증명하면서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보여요. <늑대소년>과 <착한남자>에서의 이미지 변신이 그렇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뿌리깊은 나무>때도 그랬죠. 특히 <뿌리깊은 나무>때는 베테랑 선배연기자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어요.
안 밀렸다고 하셨는데, 왜 안 밀리겠어요. 밀려요. 그 대배우님들 앞에서 안 밀릴 수가 없어요. 다만 현장 에너지가 당시의 제 상황과 매우 흡사했어요. 이도(송중기)는 아버지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캐릭터였잖아요. 그게 대배우님들 앞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촬영장에서의 제 심리상태와 똑같았어요. 덕분에 제 연기가 조금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았나, 싶고요. 연기변신을 좋게 봐 주셨다면, 그건 모두 시나리오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뿌리깊은 나무>를 하니까 사람들이 다르게 봤어요. <늑대소년>과 <착한남자>를 하니까 또 다르게 보고요. 사실 저는 그대로거든요. 인간 송중기는 그대로인데, 송중기라는 배우가 달라 보이는 겁니다. 모두 작품의 힘이라고 봐요.

시나리오는 송중기의 작품 선택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군요.
네. 시나리오가 형편없으면 아무리 대배우가 와도 연기가 안 보인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 저걸 왜 했지?’ 이렇게 될 뿐이죠. 반면 시나리오가 좋으면 탑 배우가 아닌 신인이 해도 연기가 눈에 들어오죠.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시나리오를 먼저 보는 편입니다.

<늑대소년>의 철수는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되어져야 하는 인물이라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셨을 것 같습니다. 촬영에 앞서 어떤 걸 준비했나요? 평소 작품 준비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준비라는 건, <늑대소년>으로 치면 두 가지예요. 하나는 테크닉 적인 거. 또 하나는 감성적인 거. 먼저 감성적인 건 준비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기본적으로 배우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끄집어내야 하죠. 반면 테크닉 적인 건 충분히 준비 할 수 있는 부분 입니다. 그래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불안했기 때문에 더욱. 이상하게 이번 작품은 출연 결정을 하고 나서 부담이 ‘훅’ 왔어요. ‘미친 놈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내가 왜 이런 모험을 하려고 했지?’(웃음) 답이 안 나오더군요. 이제까지 없던 캐릭터라 어디 가서 조언을 구할 수도 없고. 막막했죠. 무서우니까 준비를 더 했던 것 같아요.

소재는 늑대소년이지만 <트와일라잇>의 제이콥, <엑스맨>의 울버린, 잭 니콜슨 표 <울프>보다 <가위손>의 에드워드에 가까운 느낌이 나더군요. 영화 분위기도 그랬고요.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 감성의 영화가 나오리라고 예상하셨나요?
말씀하신 세 영화는 정작 못 봤어요.(웃음) 제이콥이 누군지도 모르죠. 많은 분들이 <늑대소년>을 <트와일라잇>과 비교하시는데, <트와일라잇>류의 영화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비주얼적인 면에 치중한 영화였다면 안 했을 겁니다. 저희 영화는 늑대소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왔지만, 속에는 다른 알맹이가 들어있어요.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왜, 제목은 <늑대소년>인데 막상 보면 멜로가 부각돼 있잖아요. 그런 장르적인 반전의 주는 매력이 신선했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눈물도 핑 돌았고요. 그런 점에서 <늑대소년>은 스웨덴판 <렛 미 인>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트와일라잇>보다는 토속적인 <가위손>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철수는 사건을 이끌어가기 보다 끌려 다니는 캐릭터입니다. 그 말은 즉, 액션보다 리액션이 많은 인물이라는 뜻이죠. 개인적으로 액션을 잘 하는 배우는 많아도 리액션에 탁월한 배우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리액션을 표현하는데 어렵지 않던가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리액션 밖에 할 게 없겠구나’라고. ‘이건 돋보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솔직히 배우가 돋보이고 싶은 건, 기본적인 본능이잖아요. 그게 제약돼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고, 얼마 안 가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절대 리액션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순이(박보영)가 철수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홍보문구를 빌리면 철수는 세상에 없는, 갇혀 있는 인물이지만, 제가 보기엔 순이가 더 갇혀 있는 인물로 보였습니다. 패쇄적인 순이가 철수를 만나면서 마음을 열고 삶을 다시 보게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리액션도 중요하지만, 보영이와 나의 감정적인 피드백이 더 중요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고요.

감정적인 피드백은 어땠나요?
너무 감사했던 게, 보영이나 저나 자기가 돋보이겠다는 게 없었어요. 저는 저대로 ‘이렇게 하면 보영이 감정이 더 올라가겠지?’, 보영이는 보영이대로 ‘이렇게 하면 중기오빠가 조금 더 편하겠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어떤 것들, 보이지 않는 어떤 진실들이 보영이와 잘 통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영이와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스포일러가 있으니, 스포가 싫으시면 이 질문은 건너 뛰어 주세요,)
영화 마지막, 할머니가 된 순이(이영란)가 소년철수를 만납니다. 오랜 기다림 끝의 만남. 그 부분에서 할머니 순이가 소녀 순이로 비춰지는 테크닉을 쓰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멜로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었으면, 할머니 순이를 상상속의 소녀 순이로 바꿨을 수 있잖아요? 대개의 멜로물들이 그러하듯 말이죠. 그런데, 이 영화에선 이영란씨가 계속 연기를 하더군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요. 그건 저희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촬영 회차를 두 개로 나눠서 찍기도 했고요. 이영란 선생님과 한 번, 보영이와 한 번. 철수 눈에는 할머니 순이가 과거의 순이가 보인다는 설정으로, 보영이와도 촬영을 한 거죠. 그런데 그 장면은 누가 봐도 할머니 순이와 소년이 만나는 게, 더 뭉클한 거예요. 최종적으로 할머니와 소년이 만나는 장면으로 가기로 한 거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선택입니다. 만약 바꿨다면 다소 ‘뻔’한 장면일 수 있었을 테니.
보영이가 기특한 게, 결과적으로 편집은 됐지만 찍긴 한 거잖아요. 그때 보영이 감정도 굉장히 잘 나왔어요. 그런데 보영이가 딱 잘라서 “이건 할머니 순이가 나와야 더 슬프다”고 하는 거예요. 배우가 자기 욕심 부리면 그렇게 생각 안 할 수 있거든요. 자기 나오는 걸로 가야 보여줄 줄 게 많아서 좋으니까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 거예요. 보영이는 나이도 어린데, 애가 참.(일동웃음) 정말 기특하더라고요. 보영이에 대해서는 칭찬밖에 할 게 없어요. 애가 너무 좋아요.

송중기는 어떤가요? 나이에 비해서 성숙한 것 같나요, 아직 철이 없는 것 같나요?
저요? 음. 저는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착한남자>에서 강마루(송중기)는 사랑하는 여자의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잠시 잊혀진 존재가 됩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자세히 말 못하지만 <늑대소년>에서도 잠시 그런 존재가 되고요. 누군가에게 잊혀 진다는 건 송중기에게 어떤 느낌인가요?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라… 잊혀지고 싶지 않아요.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아예 잊혀지는 것보다 나쁜 기억으로라도 남아 있고 싶습니다. 배우로서도 마찬가지예요. 나이가 들어서 배우인생이 끝나더라도, 많이 화자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나 싶어요. 인간은 결국 잊혀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존재라 생각하거든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기 족적을 남기려고 발버둥치는 존재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중기는 ‘사랑보다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굳이 나누자면 그쪽인 것 같아요. 몰랐는데, 얘기하다보니 정말 그러네요. 저라는 사람은 일단 작품 욕심이 많아요. 데뷔를 늦게 해서인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늑대소년>과 <착한남자>는 지금의 저에게 굉장히 소중한 작품이지만, 먼 미래의 관점에서 봤을 땐 엄청 큰 게 아니에요. 10-20년 후의 제가 있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죠. 하나씩 하나씩 경험하고 느끼며 나아가고 싶어요. 당장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대신 넓어지고 싶은 건 있어요. 사랑받고 싶다면, 올라가야겠죠. 인기를 얻고, (장)근석이처럼 한류스타가 되면, 캐스팅도 더 잘 될 테고요. 그런데 제가 그쪽으로는 조금 미지근해요. 저는 국내에서만 놀아도 되거든요. 그래서 종종 말해요. 내수용 배우라고.(웃음)

배우가 자신을 운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예능이나 TV 출연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과 작품으로만 자신을 보여주는 방법이요. 당신과 트로이카로 묶이는 유아인씨가 후자라면, 송중기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연기 외에 책도 내고, 예능도 하고, MC도 보고. 다양한 활동에는 어떤 플랜이 있는 건가요?
저는 전자도 후자도 아니에요. 아직, 저를 모르겠어요. 그래서 찾고 있죠. 지금 찾는 과정이에요. ‘모르니까 일단, 여러 가지를 해보자’ 그런 겁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 <뮤직뱅크> MC를 1년 반 정도 했는데, 생방송을 하면서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생방송 중 말실수를 하면, 내가 과연 어떻게 수습할까?’, ‘내 위기대처 능력이 어디까지일까’ 그런 게 굉장히 궁금하기도 해요. 그래서 실제로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웃음)

아니, 자기 학대적인 면이 있으시군요.(웃음)
변태 같죠, 되게?(웃음) 그런 걸 즐겨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어떤 게 나에게 더 편하고 즐거운지를.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나요? 중간점검을 해 보면 어때요?
일단은, 괜찮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니까 입금이 많이 되더라고요.(좌중 폭소)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와~ 부모님껜 그게 최고의 효도죠.(웃음)
제가 리쌍 형님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8집에 수록된 ‘행복을 찾아서’라고, 개리 형이 작사 한 곡을 보면 그런 가사가 나옵니다. “나보다 먼저 예능에 나온 길이 보시면서 ‘왜 너는 같이 안 하니?’ 내심 부러워하던 어머니~(중략) 뒤늦게 시작한 예능에 우리 부모 행복해 해. 주위 사람들이 개리 많이 변했다, 많이 컸다고 욕하지만, 상관없어. 우리 부모님만 좋으면 됐지 뭘” 그 가사가 너무 좋지 뭐예요. 공감이 갔어요. 부모님이 좋아하면 됐죠, 뭐.(웃음)
과거 당신의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요. “배우가 되고 싶냐, 톱스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스타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초심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는 “초심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요.
맞아요, 제가 그런 말을 했죠.

보면서 뭐랄까. 배우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뻔’한 답을 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철편일률적인 대답을 하지 않아서 매우 반갑던데,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송중기는 머릿속에는 어떤 게 들어있을까. 평범하게 보이길 거부하는 게 있는 걸까?(웃음)
하하. 튀려고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그건 아닌데,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게 되더라고요. 누르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돼요. 가령, 저도 제 인터뷰 기사를 찾아 볼 거 아니에요. 봤는데, 제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봐요. 내 생각이 아닌 걸 마치 내 것인 것 마냥 말하면서 있는 척 하고 있고, 꾸며진 얘기를 하고 있고. 와, 그러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런 가식적인 게 너무 싫을 거예요. 결국 제가 편하려면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야 해요.

마음은 편해도 그게 본의 아니게 주목을 끌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피곤해지기 싫으면 사람들이 원하는 거에 대충 맞출 수도 있을 텐데, 안 그러시네요.
저, 고집 있죠?(웃음) 물론 사람들이 듣기 좋아할만한 말만 골라서 할 수도 있겠죠. 그럼 뒤탈도 없을 테고. 그런데, 그게 안 돼요. 인터뷰일수록 더욱 안 돼요. 오죽하면 제 팬 분들은 “오빠~ 거기까지는 얘기 안 하셔도 되는데…” 이래요.(좌중폭소) 어쩌겠어요. 이게 나인 걸.

“오빠 거기까지 얘기 안 하셔도 되요”했던 게, 어떤 건가요?
지방에서 촬영할 때였어요. 여고생이 지나가다가 “어, 송중기다! X발, X나 잘생겼다!” 이러는 거예요. 옆에 있던 매니저 형은 제 성격을 아니까 팔뚝을 잡더라고요. “가만있어!”이러면서.(웃음) 그런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학생, 여기로 와 봐. X나가 뭐니? 너, X이 뭔 줄 알아?” 그랬죠.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어린 여자애가 그런 이상한 말을 쓰는 게. 그 얘기를 인터뷰에서 했더니, 우리 팬들이 “그것까지 뭘 또 그렇게 얘기 하냐~”고, 막.(좌중폭소)

좋은 팬들을 두셨네요.(웃음) 의도한 것과 다르게 기사가 나가서 상처 받을 때도 있죠?
있죠. 내 말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다른 크기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그럴 땐 상처를 받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결국 시작은 저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해요. ‘말을 아예 하지 말까?’ 그러다 다시 생각하죠. ‘그건 또 내 성격이 아닌데.’(웃음)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하나예요. 제가 바뀌는 수밖에 없어요. 성격은 유지하되, 다른 사람들에게 덜 피해가 가는 ‘유도리’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카메라 밖에서 솔직한 모습을 유지하는 게,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 질 수도 있어요.
알아요. 저는 그냥 그런 것 같아요. 현장에서만 배우일 뿐, “컷” 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길거리도 막 돌아다니고, 여행도 혼자 가고, 매니저들 뿌리치고 홀로 다니기도 해요. 제 삶이 피곤해지기 싫어서, 스스로 더 풀려고 하는 게 있어요.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착각 속에서 살게 되는 게, 이 바닥이더라고요. 인기에 도취되면 자칫 자기를 잃기 쉬운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되새김질 하려고 하는 편이예요. 사랑 받으면 기분은 좋죠. 광고도 더 들어오고, 작품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제 하려고 해요. 어떻게 보면 피곤한 성격인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보니, 평소 이경희 작가님 작품을 즐겨보셨다고요. 그런 작가님 작품으로 드라마 첫 주연을 맡으셨습니다. 작가님이 송중기에게서 어떤 면을 보고 함께 하자고 한 걸까요?
저도 궁금했어요. 그 동안 이경희 작가님 작품에 출연한 배우를 보면, 원빈 소지섭 장혁 정지훈… 선이 굵은 선배님들이잖아요. 그랬을 때, 제 외모는 ‘이경희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시놉을 받으면서 작가님께 물었어요. “왜 저에게 주셨어요?” 그랬더니, “애는 줘도 이러니~”이러시고.(웃음) 걱정이 됐어요. 대중들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는 ‘서~울 우유♪’이건데, 과연 시청자가 나를 받아들여줄까. 그때 작가님이 “내가 20년 가까이 작품을 했으니, 나도 나름 프로 아니겠니. 그동안 수많은 톱스타들을 봐 온 사람이고. 그런 내가 봤을 때 너에겐 뭔가가 있어” 그러시더라고요. ‘아, 이게 기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경희 스타일’에 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더해지면 기존과는 다른 인물이 나올 거라는 믿음을 가졌어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우쭐해지기보다,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더 채찍질 하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채찍질이라는 말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피드백은 계속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리뷰도 챙겨보고, 배우나 관계자들 인터뷰도 찾아보죠. 이런 경험이 있어요. ‘씨네21’ 김혜리 기자님이 쓰신 <티끌모아 로맨스> 리뷰를 보는데, 거기에 “송중기라는 사람은 학력도 있고 기본적으로 똑똑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연기할 때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신경 쓰는 것 같다. 힘을 빼도 되는 부분에서도 계산하고 가는 것 같다”고 쓰여 있었어요. 보는데 맞는 것 같더라고요. ‘아, 나에게 이런 게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 경우엔 피드백이 된 거죠. 리뷰에서 제 모습을 본 거니까요. 그래서 피드백을 중요시 여기는 편이고, 그런 의미에서 말도 안 되는 댓글은 절대 안 보는데, 전문가들 리뷰는 챙겨 보는 편이에요. 그게 채찍질이라는 말이 된다면 되는 것 같고요.

연예인의 끼를 타고난 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아우, 아니에요. 저는 끼가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제가 춤이나 노래를 한다고 하면 팬들이 고소하려고 할 걸요? 타고난 게 별로 없다보니, 오히려 더 노력하려는 게 있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송중기는 <착한남자> OST ‘정말’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에이, 이 나쁜 남자!)

타고는 끼는 아닐지라도 품고 있는 게 많은 배우란 생각은 들어요. 당신 안에 있는 것 중, 이건 칭찬해 줄 수 있겠다 싶은 게 뭐가 있을까요.
정이 많다는 거? 정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그건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네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예전에는 하정우 형이나 조인성 형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윤여정 선생님의 인터뷰를 봤어요.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배우는 사람이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인만큼, 기본적으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인성을 갖춘 사람이 좋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좋은 배우가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좋을 사람이 되야겠다, 생각했고요. 그런 점에서 정이 많다는 건, 저의 장점이지 않나 싶어요. 정이 많아서 가끔 손해 볼 때도 있지만요.

손해를 볼 때가 있다 함은?
심리적으로 상처 받는 거,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거,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런데 50억을 손해 보든, 100억을 손해 보든. 사람보다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그게 나아요.
좋은 사람이 되거나 마음 편한 삶을 사는데, 배우라는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 대답을 함부로 못하겠어요. 굉장히 건방진 대답인 것 같거든요. 만약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올지라도 다시 이 자리로 돌아 올 것 같아요. 다시 배우라는 자리로. 사실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은 지금도 가끔씩 합니다. 보영이도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자기 길이 배우가 맞나’하는 고민을 한다고. 배우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결국은 여기로 돌아오더라고요. 아마, 계속 이 자리에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입금이 돼야 부모님 용돈도 드리죠.(웃음)

<늑대소년>에서 철수와 순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집니다. 사랑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상대방을 길들이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사람이 사람에게 온전히 길들여 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럴 수 있죠. 저도 그런 사랑을 해 봤고. 사랑에 빠지면, 저도 맞춰가는 편이거든요. 그것만큼 아름답고 슬픈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좋으면 맞춰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남녀간의 사랑이든, 남남간의 우정이든. 그런 말이 있잖아요. 연애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말. 하지만 어쩌겠어요. 좋으면 맞춰야 줘. 둘 다 같은 크기로 사랑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결국 어느 한 쪽은 길들여지는 것 같아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길들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사람을 길들이고 싶어요?
엇! 이거 되게. 잠시 헷갈리네요. 이렇게 얘기하면 저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하하하. 누구를 길들이까… 미란다 커? 아니면 크리스티아나 호날두?(일동 웃음) 아니, 상상도 못하나. 굳이 할 거면 불가능한 사람을 해야 줘. 하하. 제가 축구를 워낙 좋아해요. 미란다 커 팬이고요. 범접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길들이는데 스릴이 있을 것 같네요.

반대로 송중기가 대중에게 길들여지기도 하겠죠?
그럼요. 왜냐하면 저는 지극히 상업배우니까. 그런데 그것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게 파란색이라 치면, 바로 빨간색으로 가기 보다는 하늘색, 연두색, 노란색... 단계적으로 밟아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빨간색으로 가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하거든요. 지금 저는 그 단계들 위에 서 있어요. 색을 다 채우면, 그 땐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겁니다. 그땐 대중들이 싫어하는 것일지라도 제가 꽂힌 거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군요.
맞아요. 기다리는 중이에요. 솔직히 지금은 대중에게 외면 받을만한 선택을 못하겠어요. 그럴 용기가 없어요. 말씀드렸듯 지금의 저는 지극히 상업배우니까. 그런데 상업배우의 범위를 넘어서면, 그땐 제게도 대중을 끌고 갈 수 있는 아우라가 생길 거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안성기 선배님이 그런 경우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지금 달리는 거예요.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6 )
shoneylee
무슨 늑대가...이렇게 달콤해? ㅜㅜ   
2012-11-20 15:30
eunhye3659
인터뷰 내용 너무너무 귀엽네요 ㅋㅋ 대중들이 본인보는 이미지는 서~울 우유 ㅋㅋ인데 왜 자기에게 대본을 줬냐니... 귀여우면서도 연기에 대한 자세가 진중해보이는 송중기씨 너무너무 좋아요 !! 정말 정말 팬입니다 ~~~ 이번 영화로 인해 더더더욱 흥하시겠죠 !! 드라마도 주연 꿰차시고.. 승승장구 하시네요 ㅎㅎ   
2012-11-13 12:27
poocrin
대세 송중기!!!   
2012-11-07 18:05
cjrrbs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송중기. 한층 더 성장한 눈빛연기 매우 기대됩니다.   
2012-11-06 12:10
lju6123
아.......... 송중기 정말 멋있네요............. 이런 배우였구나.......   
2012-11-06 12:00
movistar0802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파격변신한 늑대소년 송중기! 2012년 심장을 뒤흔드는 가장 강렬한 감성드라마로 등극 할것으로 보이며 1000만 돌파도 가능한 영화라 보입니다. 송중기의 파워는 역시 대단한것 같네요   
2012-11-0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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