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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상경씨! <몽타주> 김상경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공소시효를 소재로 한 <몽타주>는 <살인의 추억>과 유사한 점이 많아요. 그럼에도 <몽타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살인의 추억>과 공통점이 많았어요. 우선 공소시효라는 소재를 다뤘다는 점도 같았고, 후반부 취조실 장면도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을 취조할 때의 느낌과 유사했어요. 하지만 다른 점이 있어요. <살인의 추억>은 연쇄 살인 사건이고 <몽타주>는 유괴 사건이에요. 그리고 <살인의 추억>은 끝내 범인을 못 잡지만 <몽타주>는 범인을 잡아요.

이번에야 말로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에 끌렸나요?
<살인의 추억> 때 범인을 못 잡았잖아요. 나도 모르게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몽타주> 촬영을 끝내고 나니 시원하더라고요. 10년 동안 묵혔던 체증이 한 번에 날아가는 느낌이었어요(웃음).

시간 재배치, 편집에 의한 독특한 구조적 특성도 매력적이었을 것 같아요.
기존 스릴러영화는 반전이 꼭 있잖아요. <몽타주>처럼 시간의 흐름을 재배치해서 반전을 꾀하는 형식은 못 봤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받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었어요. 한편으로는 독특한 구성이긴 한데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걱정이 사라졌나요?
시나리오보다 훨씬 이해하기 편해졌어요. 무엇보다 장르적 장치가 돋보였어요. 숨겨놨던 장치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장르적 쾌감을 주는 동시에 인물의 감정 묘사도 밀도 있게 표현돼서 만족해요. 영화가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그 안에 가족의 소중함도 담겨있어요. 15년 전 유괴된 딸을 잃은 하경(엄정화)의 모습이 너무 애잔했어요.
<살인의 추억> 이후 형사 역할은 10년 만이에요. 반가움도 있겠지만 이전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살인의 추억>이 국내 스릴러영화의 교본이 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사랑한 작품이잖아요. <살인의 추억> 이후 형사 역할만 들어오는데 잘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부담이 됐죠. 만약 형사 역을 한다고 해도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이 아닌 코믹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게 돼서 다시 한 번 형사 역할을 하게 됐죠.

오청호(김상경) 형사는 15년 전 유괴 사건의 진범을 잡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인물 이예요. 특히 딸이 유괴당해 살해된 하경에게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머뭇거리는 모습에서 잘 드러났어요.
오청호가 범인을 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죄책감이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초반 청호를 향해 하경이 ‘잡아주신다고 했잖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청호가 갖고 있는 죄책감을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이라 생각했어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배우는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장면에서 범인을 잡으려고 고군분투 했던 15년이란 세월이 묻어나오도록 표정 연기에 집중했어요. 정말 죄진 사람처럼 말이에요.

하경과 한철(송영창)은 가족이 있는 데 반해 청호는 미혼이에요. 자신의 아이가 유괴당해 살해된 경험이 있는 형사로 설정했더라면 감정이 더 배가 됐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그건 아니라고 봤어요. 만약 청호도 가족이 있고, 유괴 경험이 있다면 하경과 한철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을 거예요. 청호는 이들의 아픔을 밝혀내고 관객에게 전달하는 관찰자에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해 솔로로 설정했어요. 안 그랬으면 영화가 더 복잡했을 거예요.

<몽타주>를 끝낸 후 공소시효제도에 대한 생각을 해봤을 것 같아요.
공소시효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소시효는 누구를 위한 법인지 그 기준이 모호해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피해자의 심적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15년 동안 잡히지 않은 범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라고 봐요. 면죄부를 주기 전 피해자 가족들이 먼저 용서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만일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가해자를 절대 용서 못해요.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몽타주> 등 소시민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주로 이런 인물들을 연기한 이유가 있나요?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가에요. 실화를 다룬 작품이 가장 마음에 가요. 관객들에게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유독 평범한 사람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가 끌려요. 실화는 아니지만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도 현실에 밀착된 느낌이 강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평범하게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장동건씨나 정우성씨처럼 미남 배우는 아니니까요. 그냥 옆집에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게 배우로서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운이 좋죠. 500만 관객이 넘은 영화가 세 편이나 되니까요. 나를 편하게 봐주는 관객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매번 소시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보니 악역에 대한 고픔이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단 한 번도 악역을 해본 일이 없지만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처음 해봤는데 신났어요. 뭔가 절대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선한 표정을 지었다가 본연의 악마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학교에 갇힌 아이들을 하나 둘 씩 없애는 역할이 매력이 있었어요. 하루 빨리 영화에서도 악역을 맡았으면 해요.

나름대로 현실에 밀착된 연기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어느 역할이나 영화에 나오지 않는 인물의 개인사를 쭉 적어요. 이 인물이 어떻게 태어났고, 가정환경은 어땠으며, 어떤 걸 가장 관심 있어 하는지 등을 나열하면 자연스럽게 인물의 특성과 성격이 정립돼요. <몽타주>의 청호 또한 태어났을 때부터 형사가 되기까지의 사건을 다 적었어요. 이걸 토대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도 나눴어요. 현장에서는 모니터링을 안 하는 편이예요. 모니터링을 하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안 나와요. 홍상수 감독님의 <생활의 발견> 때부터 모니터를 안 봤어요. <생활의 발견>이 첫 영화작업이었는데, 그 전에는 드라마에서 변호사나 의사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여자 다리를 훔쳐보다가 걸리기나 하는 찌질한 인물이었어요. 너무 상반됐죠. 그러다보니 모니터로 찌질한 모습을 보기 싫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모니터를 안 보게 됐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내가 모르는 얼굴이 스크린에 나왔어요. 놀랐어요. 첫 연극할 때 느꼈던 희열을 맛보는 느낌이랄까. 드라마에서의 역할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모습이 나왔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모니터링을 안 해요. 배우들은 자신이 가장 멋있게 나오는 각도를 알아요. 하지만 그게 현실적인 연기가 아니라는 걸 그 때 깨달았어요. 그리고 현실에 맞닿은 연기를 하기 위해 일부러 모자 쓰고 지하철 타고 길거리도 막 다녀요. 배우가 일반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정작 일반적인 삶을 살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평범하게 다녀요.

그렇게 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나요?
예전에는 잘 못 알아봤는데, 예능 출연 후에 많이 알아봐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변호사, 의사, 세종대왕까지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만 보고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길거리에서 만난 어떤 분은 깐깐하게 보인다고까지 했어요. 그런 이미지를 고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내 얼굴에 신비주의는 안 어울리잖아요(웃음). 그냥 수다 떨고 편하게 행동하는 게 친근함을 유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 우연히 예능 출연 섭외가 들어왔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좋은 반응이 나와서 다행이었어요.

과거 인터뷰 때 배우라는 직업을 서비스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예능 또한 대중들을 위한 하나의 서비스라 여기는 건가요?
연예인들의 사업자 등록증을 보면 서비스업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놀랐지만 연예인 자체가 대중들의 희로애락을 전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예능에 출연하는 것도 대중들을 위한 노력이라고 봐요. 이제는 가감 없이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오히려 재미있게 하는 것 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들 보여줄 때 좋아하더라고요.

16년 동안의 연기생활을 해오고 있어요. 언젠가는 주인공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시점이 올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매번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신인 때 출연했던 드라마가 거의 다 잘 돼서 ‘3할 타자’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28살에 데뷔 했는데, 35살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중고 신인’이라는 닉네임도 붙었죠. 그 덕분에 봉준호 감독님의 <살인의 추억>에도 출연할 수 있었어요. 당시 강호 형이 33살이었고 제가 29살이었는데,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캐스팅 됐거든요(웃음). 이제는 늙어 보인다는 말이 듣기 좋아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까지 주인공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실망하지 않아요. 아버지 역할이던 친구 역할이던 중요한 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평범하게 늙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그 전에 먼저 대중들에게 편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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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ane100
영화 어제 잘 봤어요. 굉장한 미국영화들 사이에서 많이 치이지 않을까 걱정되었는데
입소문을 탔으니 잘 되길 바래요.   
2013-05-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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