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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기다림에 대한 명쾌한 답변 <수상한 그녀> 심은경
2014년 1월 23일 목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유학 생활은 어땠나요?
참 의미가 많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하면서 가져야할 소양이나 예술적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한편으로 순탄지만은 않았어요. 타지 생활이 쉬운 건 아니니까요. 언어적 소통에 있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많이 나고, 그 안에서 나름 차별도 많이 느껴봤고요. 그런 것들이 상처가 되고 움츠려들게 만들었어요. 과연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 막연함도 심어주더라고요. 활동을 3년 정도 하지 못했는데, 유학 생활이 길어지고 시련이 많다보니 연기를 내가 했었나, 연기를 했던 이유를 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좀 두려웠는데, 한국에 와서 <수상한 그녀> 촬영을 하고 홍보를 하고 개봉을 앞두고 저를 뒤돌아보니 그런 시련을 딛고 일어서려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스스로 힘을 내고 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려하고 매사에 감사하면서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려하고요. 그러니까 모든 일들이 긍정적으로 잘되는 것 같고요. 제 생각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시련과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지 않았나, 그런 상처들을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도 심은경이라는 인간을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었구나, 느끼게 됐어요. 저에게는 참 소중한 기간이었죠.

나이만 성인이 된 게 아니라 마음가짐도 성인이 됐네요(웃음). 연기나 연출 쪽에서 얻은 것들은요?
예술적으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클래식, 재즈,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참 많이 봤어요. 공연이 너무너무 많아요. 안톤 체호프 작품 중에 ‘바냐아저씨’라는 연극을 봤는데 소극장이라 관객과 배우의 거리가 가까웠어요. 제 바로 앞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었고, 무대 설치나 소품들이 너무 아기자기하고 실제 같은,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연극이었어요. 연극 연기와 영화 연기는 차이가 많고 색깔이 다르다고 평소 생각했는데, 그 연극을 본 이후 제 생각이 깨졌어요. 연기를 실제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인물이 된 것처럼 소화해서 많이 놀랐고, 예술을 위한 연기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깨달았어요. 제가 연기하는데 있어 그런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생활에 가까운, 실제에 근접한 연기를 많이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죠.

당장 어떤 식으로 결과가 드러나진 않겠지만,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거예요.
유학 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려고 돌아올 때, 더 많은 문화를 접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건 아쉽더라고요.

<수상한 그녀>는 배우 심은경의 본격 성인 연기라 할 수 있잖아요. 그 부분이 관객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본인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의미였을 것 같아요. 유학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고요.
맞아요. 유학을 결정한 이유 중 아역 배우로서 이미지를 떨쳐내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아역 배우로 활동했기 때문에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예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의미가 아닌, 소양을 쌓고 많이 얻고 돌아오자는 의미가 컸거든요. 한국에서는 마음 놓고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큰마음 먹고 유학을 가게 되었죠. 돌아와서 <수상한 그녀>라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맡게 되었고, 참 의미가 남달라요. 본격적으로 성인 연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고,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연기 폭이 넓어진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도 있고요. 만감이 교차하게 되는 영화예요.
부담도 있었어요?
그죠. 부담이 많이 있었죠. 제 나이대의 역할이 아니고 할머니 연기를 해야 하니까요. 할머니의 정서나 감정들을 경험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잖아요. 과연 연기가 가능하기나 할까, 생각이 먼저 앞섰고, 제가 이끌어가는 역할이라 그런 부분에서도 많이 망설여졌죠. 유학을 하고 나서 천천히 출발하고 싶었거든요. 너무 큰 역할보다 좋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천천히 쌓아가고 싶었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많이 망설이다가 시나리오를 한 번 더 읽어보고 결정하려고 카페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눈물 참느라고 많이 힘들었어요. <수상한 가족>이 결국 가족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더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클라이맥스에서 성동일 선배님과의 대면 장면은 그 자리에서 연속으로 다섯 번도 넘게 읽은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장면 때문이라도 <수상한 그녀>를 해야겠다, 어려운 것도 많고 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해야겠다, 판단이 서서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감독님과 대표님 미팅을 했어요. ‘제가 이러 이러한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라. 영화라는 건 다 같이 만드는 거고, 너의 부족함이 있다면 우리가 채워주는 것도 영화라는 작업 중 하나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재밌게 찍을 생각만 해라’라고 하셨어요. 믿음이 많이 생겼고, 이분들과 촬영하면 오두리라는 캐릭터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겠다, 싶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그 고민이 이해가 되네요.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부터 워밍업을 하고 싶었던 마음도 알겠지만, 여성 원톱 영화가 거의 없는 요즘, 더군다나 20대 초반이 주인공인 영화는 더욱 없어서 놓치기 아쉽기도 했을 테고요.
그런 점 때문에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아무리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해도 연기를 어설프게 하면 안하느니만 못하잖아요(웃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자칫 잘 못하게 되면 내가 영화 자체를 망치는 일이 되겠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니 쉽게 결정을 못 내렸죠.

본인만의 우려였을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배우 심은경의 연기에 대해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기대가 된다고, 연기 잘 한다고 항상 칭찬해주셔서 몸 둘 바도 모르겠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작품 선택하기 전에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에는 역할이 주어지면 마냥 기뻤는데, 지금은 나이도 한두 살 먹고 작품도 많이 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실망시키지 않아야 하고 영화 속에서 그 역할로 온전히 보여야한다는 예민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많이 생각했어요(웃음).

책임감은 많이 가져도 좋지만 부담감은 많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매번 잘할 수도 없고, 항상 내가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마저도 내가 성장하는 하나의 단계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배우로서 성장하는 과정으로 넓게 보면 한 번의 결과에 너무 연연하고 힘들어하고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난생 처음으로 안 좋은 이야기를 조금 들었거든요. 저 자신에게 속상한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영화 전체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제 연기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에요. 미국에서 개봉도 해서 두 번 정도 극장에서 봤는데 제 연기에 제 자신이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쓴 소리도 처음으로 듣게 되었고요. 당시 많이 속상해서 잠도 못자고 그랬는데, 오히려 그런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촬영할 때는 연기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제 연기에 대해 예민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고요.
<수상한 그녀>는 가족에 가장 큰 비중을 둔 영화다보니 오두리를 연기하는데 있어 가족에 대한 할머니의 진한 사랑은 실제 어머니나 가족을 생각하며 연상하고 연기할 여지가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할머니는 단순히 사투리와 욕설을 구사하고 제스처를 취한다고만 해서 표현되는 것이 아닌 그 특유의 감성들이 있거든요. 아이들을 봤을 때 할머니들 특유의 따뜻한 눈빛이라든가 그런 감성들이 갓 스무 살이 넘은 여배우에게서 나오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오두리 캐릭터를 준비하고 연기하는데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할머니의 감성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그런 마음이 뭘까, 자식 하나만 바라본 엄마, 할머니의 마음이 무엇일까, 힘든 세월을 견뎌서 단단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감성이 무엇일까, 항상 생각을 했어요. 특히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엄마가 그렇게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인걸까, 오두리 혹은 오말순 할머니 캐릭터처럼 힘든 일 속상한 일 있어도 자식 하나 바라보면서 이렇게 이겨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상한 그녀>는 엄마 생각을 하면서 찍은 영화에요. 그런 의미에서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더 감정에 몰입하게 되고, 우리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나, 하면서 완벽하진 않지만 감정이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됐다고 할까요. 손자를 보는 애틋한 눈빛이라든지, 누군가를 챙겨주는 할머니의 정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잘 표현하게 된 것 같고요.

사투리도 구사하고, 욕설도 하고, 제스처도 있고, 코믹한 부분도 있고 그런 캐릭터 연기는 <써니>에서 이미 경험했어요. 시대만 다를 뿐이지 본인과 같은 10대 또래의 이야기를 그대로 표현하면 됐을 것 같고요.
<써니>는 시대만 다를 뿐이지 지금과 다름없는 성장에 관한 영화고 우정에 관한 영화라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수상한 그녀>는 나이 차를 넘어선 감성까지 표현해야했어요. 그런 부분이 그동안 성숙하고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 크게 드러나는 표현으로서의 감성 연기는 아니지만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캐릭터의 감정과 정서가 잘 담겼으니까요. 그렇게 능청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요? 실제로 내성적인 아이였고, 전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지금도 크게 성향이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웃음). 연기할 때 쑥스럽진 않나요? (웃음)
연기할 때는 저 자신을 버려요. 그게 당연한 자세고요. 솔직히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나요. 연기할 때는 아무 것도 의식을 안 하고 연기 하나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그만큼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능청스럽다? 저는 그냥 그 역할에 맞게 연기한 것밖에 없어요. 어떤 식으로 관객들에게 보일지 아예 의식을 안 해요. 제가 느끼는 대로, 정말 이 캐릭터로서 보이는 대로, 그렇게 연기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능청스럽게 연기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스스로는 그게 능청스러운 건가, 정말 내가 능청스럽게 잘해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건가, 부족한 점은 없는 건가, 걱정이 사실 앞서거든요.

진짜 잘하니까 칭찬하는 거 맞아요(웃음). 부족함이 물론 있겠죠. 하지만 부족함이 눈에 도드라지지 않고 장점들이 더 눈에 들어오니까 칭찬을 하는 거고요. 능청스럽다, 라는 의미는 예를 들어 많은 배우들이 예쁘고 귀여운 연기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들이 꽤 있어요. 예쁜 척 하는구나, 귀여운 척 하는구나, 한두 번쯤은 눈에 걸리는 경우가 빈번한데, 그런 부분이 없이 한결 같은 흐름으로 연기해내다보니 능청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거고, 그건 곧 자연스럽다는 의미인 거죠. 아역배우부터 10년이라는 경력이 있지만 그 나이에 하기 힘든 부분까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니까요. 실제 모습이 넉살도 좋고 그러면 평상시에도 그러니까 연기도 잘하겠지 할 텐데, 얌전하고 내성적인데 연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 더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제 할 일만 한거고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 밖에는 드릴 게 없네요(웃음).
<수상한 그녀>에서는 로맨스도 있어요. 그런 남녀 간의 애틋한 정서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이차가 설정 상으로는 크게 드러나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한 남녀의 로맨스잖아요.
한 번도 로맨스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진욱 오빠가 이끌어 준 것이 많았어요. 촬영하기 전에 할머님들께 들은 얘기인데,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진정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진정한 사랑, 그 느낌이 뭘까, 정말 설레는 게 뭘까, 많이 생각을 했어요. 단순히 연기지만 정말 연기할 때만큼은 진욱 오빠를 보며 사랑하는 한 사람, 일찍 여읜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좀 더 설레고 애틋한, 미어지는 감정으로 로맨스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노래도 직접 불렀어요. 각 노래마다 담긴 정서가 조금씩 다르고 신마다 포인트가 있는데, 그런 감성을 담아 노래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노래에 있어 높은 음역대나 가창력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오두리라는 캐릭터가 요즘 여자답지 않은 감성과 노래를 감칠맛 나게 부르는 매력 때문에 영화 속에서 가수로도 인기가 많아지는 인물이라 감성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했어요. 제 목소리가 중저음 대라 ‘나성에 가면’ ‘한 번 더’라는 곡을 록 스타일로 불렀는데 편집 과정에서 붙여보니 확 사는 분위기가 안 나서 감독님이 대역 가수 생각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셨어요. 저는 무조건 대역 가수는 안 된다고 반대를 했어요. 욕심이 많이 났거든요. 직접 불러서 관객들이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제가 직접 부르겠다고 했고 녹음도 두세 번 정도 거친 후에 최종적으로 제가 부른 노래가 쓰였더라고요. 너무 다행이고 감사드렸죠.

‘빗물’같은 경우에는 더 부담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가 가진 정서를 연기로는 잘 표현했지만, ‘빗물’을 부를 때는 카페의 어르신들 반응이 바로 리액션으로 나오니까 그만큼 환호가 나올 정도로 노래에 감정을 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컷을 것도 같아요.
‘빗물’은 촬영 전에 데모로 녹음했는데 재녹음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 감성이 너무 좋다, 또 하면 그 감성이 안 나올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믹싱 작업을 거쳐 그대로 내보냈어요.

아니, 도대체 속에 뭐가 들었기에 그게 가능한 건가요? (웃음) 촬영을 진행하면서 감정이 많이 축적된 후에 후시로 녹음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촬영 전 데모 녹음에도 그 감성이 담겼단 말이에요? (웃음)
채은옥 선생님의 원곡을 많이 들었어요. 노래에 한이 많이 담겨있고, 젊은 시절 오말순을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어디에선가 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라는 가사들이 저에게도 다가왔고,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한이 많고 지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감정으로 불렀어요. 많이 부족하고, 그 감정이 아닐 수도 있다고 분명 생각은 했는데, 결국 데모 녹음한 걸 쓰셨더라고요.
이전 인터뷰에서 ‘심연의 눈을 가진 아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를 쓴 적이 있어요. 눈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린 친구의 눈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들이 담겨있을까, 신기할 정도로요. <수상한 그녀>에서는 워낙 많은 것들을 보여주니까 눈에 미처 신경을 못 쓰다가 노래할 때의 모습에서는 그 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 정서와 눈빛이 어렸을 때와는 좀 더 다른 느낌이기도 했어요. 전에는 기본적으로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감정에 맞춰 많은 것들을 활용하고 보여준다는 느낌이랄까. 노래에 담긴 정서를 목소리로 잘 살린 부분도 있지만, 눈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항상 연기할 때 눈을 신경 써요. 어렸을 때도 엄마가 항상 조언해준 부분이 눈으로 말해라, 였거든요. 입은 대사를 표현하기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정말 중요한 건 눈으로 대사를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듣고 자랐고 촬영하며 경험하다보니 눈이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고, 그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연기해요. 염두에 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연기할 때는 몰입해서 그런 것들을 의식하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테죠. 만약 의식했다면 관객들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의식을 하면 연기가 너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웃음). 제가 또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요. 가식 있게 하면 제가 못 견뎌서(웃음).

그런 것들이 심은경이 또래 배우들과 차별되는 부분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수상한 그녀>같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고, 흥행도 되면 더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또래 배우들이 도전할 기회가 생기는 거겠죠. 여러 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부담 느끼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웃음).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심은경, 인간 심은경으로서 얻은 것들이 있다면요.
인간 심은경으로서 얻은 건, 저도 한 명의 관객으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마지막으로 엄마와의 작업을 끝내고 제 연기에 대한 판단이 스스로 서야하는 중요한 시기라 생각하기 때문에 홀로 서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10년 동안 연기할 때 뒷바라지 해주고 힘들고 시련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더 많은 용기를 주고 냉정하게 저를 평가해 준 엄마에게 많은 고마움, 그 고마움 이상의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가 되었으면 해요. 가족에게 내가 정말 좋은 사람,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겠구나, 계기를 심어준 영화에요. 애정 표현도 잘 못하고 아직 무뚝뚝한 면이 많지만 전보다 엄마, 아빠를 많이 생각하고 효녀 노릇을 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많이 달라진 것 같고요. 배우 심은경으로서는 <써니>와 <수상한 그녀>를 연장선으로 보는 분들이 있어요. 코믹한 부분이 장르적으로 겹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완전히 다른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써니>는 심은경이라는 배우를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당시에는 10대였고 폭넓게 연기한다는 점에서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에 아역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었어요. <수상한 그녀>는 스무 살에 촬영한 첫 영화라는 의미가 있고 이제는 더 이상 아역 배우가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촬영한 모든 영화가 그마다의 의미가 많지만, <수상한 그녀>는 제가 서른 살, 마흔 살이 돼서 스무 살을 떠올리고 싶을 때 찾아보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참 의미가 깊은 영화인 것 같아요.
인간 심은경, 배우 심은경으로서 본인에게 의미가 있었던 부분들이 가족들에게나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될 것 같아요. 말 안 해도 어머니도 분명 영화보고 느끼셨을 거예요.
인터뷰 기사를 엄마와 함께 읽어보고 있는데 엄마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 있어서 ‘엄마, 이렇게 얘기했는데 기분이 어때?’ 물어봤더니 엄마도 잘 표현을 못하는 거죠.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고맙지. 근데 엄마 얘기는 왜했니?’ 이렇게 되는 거죠(웃음). ‘그냥 했어. 그럼 다음부터는 안 할 게’라고 했는데, 엄마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고마움이 있고, 참 많이 사랑해요(웃음).

배우로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장르는 다 소화할 수 있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2014년 1월 23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6 )
hksksh
항상 연기 잘하는 배우!!!! 앞으로 더 기대됩니다!!   
2014-04-08 16:18
haguen66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연극 바냐아저씨를 보고 인상깊었다고 말했는데 심은경씨가 연극을 하면 어떨까? 예전부터 연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보니 더더욱 연극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 드네요 ^^ 언제나 믿음을 주는 배우고 아직 너무나 젋기에 앞으로 더 성장할 것 같아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입니다! 이번에 영화 '수상한 그녀'도 잘 봤습니다!   
2014-02-13 18:37
wowsangho
^^   
2014-02-11 15:06
jjh7558
국내 여배우중에 최고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14-02-09 17:22
day_dream
인터뷰 좋네요. 생각도 깊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네요^^ 성인 연기자로의 필모도 차근차근 쌓아가길~ㅎㅎ   
2014-02-06 13:18
nervyo
예전부터 눈에 띄는 연기를 하더니, 이제는 주연으로 당차게 연기를!! 한국 영화계의 미래가 밝습니다^^   
2014-02-0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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