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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인 영화도, 비극적인 영화도 좋다 <국가대표 2> 수애
2016년 8월 8일 월요일 | 류지연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류지연 기자]
수애는 희망적인 영화와 묵직한 영화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냐는 질문에 그 어떤 영화라도 좋다고 대답했다. 가령 어제 그녀에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그 무료했던 하루가 돌아보면 인생에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영화 역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어도 모두 의미 있다고 답했다. 명성황후에서부터 시골 아낙네, 의사, 국가대표에 이르기까지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온 수애의 연기철학이 엿보였다.

영화 어떻게 봤나
그 동안 고생했던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영화의 성패와 상관없이 배우, 스텝들과 자축하는 시간이었다. 또 기자 분들이 재밌게 봤다고 말씀해 주셔서 많이 응원이 됐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캐릭터 해석을 어떻게 했나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선수는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다. 걸음걸이에서부터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나 서있는 자세까지 내면의 강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생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엄마 같은 모습을, 북한의 동료들을 만날 때는 남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외톨이 같은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국가대표 2>는 스포츠 영화다. 그 동안 해왔던 작품들에 비해 조금 튄다는 느낌이다.
튀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소에 격렬한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나 스스로는 굉장히 익숙한데 운동하는 모습이 낯설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수애가 국가대표 타이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줄까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 같아서 영화 전에 조금은 소심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스포츠 영화라는 점이 오히려 재밌는 요소였다.

아시다시피 충무로에 여자배우 원톱영화나, 여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시나리오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배우와 남배우를 떠나 배우로서 선택의 폭이 넓길 바라는 건 모두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계속 보여드리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영화와 한 주 차로 개봉하는 <덕혜옹주>도 잘 됐으면 좋겠다. 원작소설을 굉장히 재밌게 읽기도 했고 한 여성으로서 응원하기도 한다. 여름 시장 안에 여배우가 주연인 영화가 두 편이 있는 것도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여름 시즌을 맞이해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어제 첫 언론 시사를 하고 나서만 해도 흥행에 대한 걱정보다는 감격에 젖어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흥행이라는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게 배우의 숙명일 텐데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책임이 무겁기 때문에 과정이라도 즐거워야 한다. 그 동안 작품을 하면서 흥행이 내 손 밖에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우리 영화를 믿고 사랑하고 지지하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해온 액션연기와 운동선수를 연기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나.
아주 많다. 이번 영화를 통해 국가대표 분들의 노고와 땀방울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국가대표라는 무게가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 <아이리스>와 같은 액션 경우는 다른 액션 같은 경우 좀 더 멋지거나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엔 멋있어 보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국가대표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국가대표 2>는 굉장히 희망적인 이야기다. 과거영화들을 보면 묵직한 이슈를 전달하는 작품들도 많은데. 어떤 작품을 더 선호하나.
희망적인 영화와 무거운 영화 둘 다 좋다. 영화에는 아무것도 담지 않아도 그 안에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한다. 어제 나의 인생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굉장히 무료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시간 또한 내게는 의미 있는 하루였던 것처럼, 영화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적인 메시지는 그것 대로 좋고 부정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 또한 교훈이 된다. 영화는 그 어떤 얘기를 하고 있어도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

전반부는 스포츠 영화, 후반부는 가족신파극에 가깝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떤 부분에 더 끌렸나.
후반부의 이야기가 없이 운동선수로서의 면모만 보여야 했다면 선택을 고민했을 거다. 또 스포츠 선수의 매력 없이 동생과의 절절한 멜로만 있었어도 선택에 장애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두 부분이 함께 있어 격렬한 운동선수로서의 모습과 동생에 대한 애틋함까지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

수애는 어느 역할을 하든지 굉장히 안정감 있게 해낸다. 연기에 몰입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나?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먼저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현재 시점뿐만 아니라 극중 배역의 과거심리까지 염두에 둔다. 그리고 답은 늘 시나리오 안에 있다고 생각을 해서 시나리오를 많이 분석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대본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한다. 혼자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스텝, 배우와 교감을 나누고 많이 얻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 이해도이다. 스스로 캐릭터를 이해하고 나야 누군가가 조언해주는 이야기도 귀에 담을 수 있다.

대본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나는 옛날에는 대본을 파는 공부벌레였다. 대본 안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연기 전공을 하지 않고 신인 배우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오직 가능성만으로 늘 훌륭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을 때 물론 설레고 좋았지만 부담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게 대본밖에 없었다. 대본 공부하고 감독님께 물어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제 30대 중반이 돼서는 후배, 신인 배우들과 생각을 많이 나누고 싶다. 그때 선배님들이 주셨던 믿음을 나도 후배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잘 됐다고 생각하나.
그러려고 노력했다. 많이 내려놓기도 했다. 이 영화는 모든 배우가 다 주인공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중심축을 잡아줄 수는 있겠지만 최대한 선배 후배라는 타이틀을 내려 놓으려 했다. 격없이 대하려고 노력했는데, 선배로서는 부족했을지 몰라도 최소한 좋은 친구는 되어주지 않았을까. (웃음)

이번에 많은 여배우들과 작업했는데, 흔히 말하는 여배우들 사이에 기싸움은 없었나.
나 또한 6명의 여배우가 모였을 때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궁금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모르지만 기싸움 비슷한 순간이 단 한번도 없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스포츠 영화이고, 아무도 예쁘면 안 되는 걸 다 알고 시작을 해서였던 것 같다. 다같이 민낯으로 땀 흘리고 촬영하면서 예뻐보이려했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 대기시간 동안에도 진솔되게 속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따로 차에 가있다든가 이런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이 한 컷 두 컷 찍고 온 날에는, 온종일 수다만 떨면서 많이 교감했다. 오히려 예쁘게 꾸미고 있는 지금 모습이 더 낯설다. 우리가 이렇게 예뻤나? 서로 놀란다(웃음)

그간 많은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여배우와 호흡하면서 달랐던 점은.
일단 여배우로서 멜로는 놓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도 멜로를 할 수 있는 눈빛과 감성을 갖고 싶고. 이번에 여배우들과의 호흡이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기대가 됐고 남자배우들과 나눴던 끈적한 눈빛들과는 다르게 우리만의 좀더 끈끈한 동료애가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가장 나답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영화나 드라마를 굉장히 몰입해서 보면서도,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항상 ’내가 잘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시나리오에 접근한다. 조금 조금씩 천천히 틀을 깨고 싶은데 그 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코믹장르를 통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없다가 나이가 들면서 바뀐 것인가?
전에도 ‘9회말 2아웃’으로 코미디에 도전하긴 했는데 좀 자신이 없었다. 열심히 하려고만 하고 그안에서 즐기지를 못하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라고 있다. 또 요새 멜로영화가 많이 없는데 아주 끈적한 멜로영화도 해보고 싶다. 작품의 폭은 신인 때부터 많이 열어놓고 있는 편이다. 다양하게 모습으로 인사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명성황후에서부터 시골 아낙네, 의사, 국가대표까지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영화 속에서 몸을 쓰는 장면들과 감정이 주가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어떤 것이 더 힘들었나.
두 부분이 서로 정반대에 있는 상황이다. 일단 운동 씬을 찍을 때는 체력적 한계를 느낄 정도로 힘들었다. 슬픈 장면들의 시나리오는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고 감정적으로 소진이 되는 것 같아서 많이 읽지 않고 아껴뒀었는데 그러다 현장에서 폭발했을 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이번 영화로 극과 극의 경험을 한 것 같은데 뭐가 더 힘들었냐고 한다면 둘 다 힘들었다.(웃음) 힘들었던 부분들이 영화 속에서 잘 보여진 것 같아서 조금 만족스럽다.

많은 관객들이 후반부 박소담과의 앙상블을 인상적으로 꼽는다. 박소담과는 어땠나.
잃어버린 동생과의 만남을 그리는 부분이 내게도 어려운 숙제였다. 다행히 감독님의 배려로 클라이막스 장면을 마지막에 촬영할 수 있게 됐는데 소담씨와 함께여서 부담이 좀 덜했다. 소담씨와 호흡이 잘 맞아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촬영할 때 소담씨는 아마 더 힘들었을 거다. 중간에 합류 해서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감정을 나누어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받았으면 좋겠나.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순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화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그런 순수한 마음에 자극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영화 초반은 오달수 선배님과 슬기씨 덕에 아주 유쾌하다. 우리 영화가 좀 더 재밌다고 자부할 수 있는 건 이런 모든 감정이 조화롭게 담겨있다는 거다. 웃다 울면서 그런 순수한 감정을 나누고 돌아가시면 되지 않을까.

올해가 데뷔 15년차다. 소회가 어떤가.
스스로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15년차가 돼있다. 마음하고 몸이 같이 늙었으면 좋겠는데 몸은 늙어가고 정신은 건강해있다(웃음) 이제 15년차이지만 앞으로 20년, 30년이 됐을 때도 지금처럼 긍정적인 마음과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배우려는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

15년간 배우로 살면서 행복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배우의 숙명이기도 한데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굉장히 슬픈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찍는 과정이 즐거워야 그나마 스스로 위안이 된다. 하지만, 작품을 하면서 ‘저 정말 즐거웠어요’ 라고 말해도 관객이든 시청률이든 어떤 면에서 외면당할 때면 소외되기도 한다. 그럴 때가 배우로서 좌절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면 평가를 받음으로써 내 존재가 생각이상으로 과대평가될 때도 있다. 힘들어서 쓰러지고 싶었던 순간에 그런 평가가 내게 든든한 끈이 되어주기도 한다. 배우로서 늘 받아야 하는 평가는 내게 그런 양면을 지니고 있다.

그 동안 웬만하면 다 좋은 평가가 아니었나.
그렇지 않다.(웃음) 평가가 좋아도 흥행과 시청률 등 결과에 있어 인정받지 못하면 슬프다.

시나리오나 작품을 선택할 때 흥행을 많이 염두에 두나.
절대 염두에 두지 않는다. 흥행을 염두에 두었다면 아무 작품도 못했을 것이다.(웃음) 그보다는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스텝들과의 신뢰를 더 중시한다.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항상 내 영화를 사랑하는 건 영화를 찍는 일이 혼자만의 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기에 디렉션을 주신 감독님을 비롯해 촬영감독님 등 스텝 분들을 믿는다.

김종현 감독은 이전에 <슈퍼스타 감사용>을 찍었다. 감독님은 어땠나.
전작의 작품성을 생각하기 보다는 일단 감독님 인성이 너무 좋으셨다. 7명의 주연배우와 스텝분들심지어는 촬영을 도와주신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그 많은 인원을 통솔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울텐데 누구 하나를 서운하게 만들지 않고 이끌어주시는 모습이 오히려 더 인상 깊었다. 일대 일의 교감이라면 쉽겠지만 많은 배우들을 이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모습이 멋지셨다.

현재 충무로의 여배우의 폭이 넓지 않아 보인다. 그 중 작품을 이끌 수 있는 주연급 여배우는 수애, 손예진, 김혜수 정도에서 그친다는 느낌이다.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나.
내가 그 안에 속한다고 정말 생각해본 적이 없다.(웃음)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다. 그런 면에 대한 책임감 보다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저희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책임감이 더 크다.

동료 여배우들과 작품 선택 폭이 좁다는 아쉬움에 대해 얘기해본 적이 있나.
배우들하고 한 적은 없고 매니저하고는 한 적 있다. 소식통이 많이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자주 매니저에게 물어본다. 내가 하는 작품이 아니라도 어떤 시나리오가 어떻게 돌고 있는지 작품 동향을 많이 궁금해하는 편이다

15년동안 수애 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부분이 있다. 앞으로의 15년 동안에는 어떤 부분을 더 보여주고 싶은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는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당당해지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지금도 굉장히 행복하다. 사실 3년 만에 인터뷰하는데 굉장히 놀랐다. ‘하루 만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할 수 있지? 언제 이렇게 많은 매체가 생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굉장히 행복하다.

2016년 8월 8일 월요일 | 글_류지연 기자 (jiyeon88@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imovist.com)
사진_김재윤 실장(Z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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