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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흥행의 힘을 엿보다 <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스기사키 하나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김수진 기자]
바다 건너 일본에서 한국을 찾은 스기사키 하나는 <행복 목욕탕>을 통해 2017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비롯 7관왕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연기파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 ‘후타바’ 역의 미야자키 리에와 절절한 모녀 연기를 펼친 그녀는 천진난만한 여고생에서 점차 성장해가는 ‘아즈미’, 그 자체를 연기한다. 한편 독립 영화 데뷔작 <캡처링 대디>(2012)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가족영화 전문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나카노 료타 감독은 상업 영화 데뷔작인 <행복 목욕탕>으로 지난 2016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래 두 번째로 내한했다. 자국에서 22주 동안 장기 흥행을 이뤄낸 <행복 목욕탕>이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는 힘이 무엇일까 궁금한 시점에서 나카노 료타와 스기사키 하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카노 료타 감독은 자신의 첫 상업영화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은 데 이어 한국에서까지 개봉하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나카노 료타(이하 ‘나카노’) : 영화 기획 단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감사하게도 바다 건너 한국에서까지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이 돼 기쁘다.

해외 개봉으로 인해 해당 국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
나카노 : 영화제 참여로 해외를 찾은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영화 개봉으로 인해 다른 국가를 찾게 된 것은 <캡처링 대디>(2013)가 대만에서 개봉됐을 때 이후 두 번째다.
감독과 배우 둘 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놀랐다고 들었다.
나카노 : 한국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셀 수 없을 만큼 손을 들어서 놀랐다. 정말이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런 게 바로 한국 분들의 국민성인 듯싶다.

스기사키 하나 (이하 ‘스기사키’) : 참여하게 된 작품이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내한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한국에 오기 전부터 설렜다. 실제 상영관에서 한국 관객 분들과 직접 만났을 땐 우리 영화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질문을 해주시는 모습에 너무나 기뻤다. 1시간 40분 정도 진행됐었는데,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일본에서는 드문 일이다. 일본에서는 묻고 싶은 게 있어도 직접 손을 들진 않는 편이라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감독과 배우 본인도 울었는지 궁금하다.
나카노 : 촬영을 하면서 이미 많이 울었기 때문에, 상영관에서는 울지 않았다. 편집하면서 수 십 번을 봤기에 이젠 눈물이 나지 않는다.(웃음)

스기사키 : 몇 번을 봐도 눈물이 난다. 특히 내가 출연하지 않는 장면에서 눈물이 많이 났다. 극중 ‘아유코’를 맡은 이토 아오이가 나온 신이나 ‘후타바’역을 맡은 미야자와 리에 선배가 나온 신을 보면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되면서 동시에 더 애절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확실히 극중 아역 이토 아오이의 연기가 훌륭했다.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궁금하다..
나카노 :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장면 중에 ‘아유코’가 “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대사를 하는데, 아무래도 중요한 대사였기에 오디션을 할 때도 그 대사로 연기하길 부탁했었다. 사실 어려운 연기였고 오디션에 참가한 친구들이 아직 어려 대다수가 소화하지 못했는데 이토 아오이는 해냈다. 어렸지만 대사와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 내면서 연기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스기사키의 경우엔 <행복 목욕탕>을 통해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늦었지만 소감이 듣고 싶다..
스기사키 : 굉장히 따듯한 촬영 현장 분위기였기에 이번 작품이 더없이 소중했다.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애정이 많아 이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뻤다. 스태프에게 감사함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싶었는데, 수상으로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옆에 앉은 감독님 덕분에 수상할 수 있었던 듯싶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 전한다.(웃음)

스기사키 하나는 오디션이 아닌, 감독님이 직접 캐스팅했다고 들었다. 드라마 <야행 관람차> <이름 없는 독> <학교의 계단> 영화 <화장실의 피에타>(2015)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2016) 등 많은 출연작들이 있는데, 어떤 작품 속에서 인상 깊게 봤는지.
나카노 : 평소 여러 작품 속에서 하나의 모습을 접했다. 느낌이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 배우가 내 작품에선 어떻게 보여질까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연기의 감도’를 잘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기쁨’ ‘슬픔’ ‘쓸쓸함’을 모두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은데 하나는 그런 능력이 있는 배우였다.
영화를 보다 들었던 의문 중 하나가, 극중 ‘후타바’가 죽음을 앞두고 그토록 초연할 수 있을까 싶더라.
나카노 : ‘후타바’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다. 모든 현실을 뛰어 넘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성모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한부 선고에 마냥 한탄만 하는 인물로 봐서도 안된다. 그저 지금 해야 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해 나가는 보통의 엄마다. 내면 깊은 곳에는 약한 부분도 있고 또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다.

스기사키는 ‘아즈미’ 역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또 감독에게는 어떤 디렉팅을 주로 들었는지.
스기사키 : 촬영 전부터 감독님이 지시를 했다. ‘아즈미’로 온전히 살 수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말이다. 그래서 엄마 역을 한 미야자와 리에에겐 실제로 ‘엄마’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감독님이 ‘아즈미’를 구상할 때 나를 생각하고 써서 그런지 대본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선 이런 감정이겠구나 하고 나름대로 생각하게 됐다. 대본 리딩할 때,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엄마와 말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맨 처음 연기했는데, 내 나름대로 해석한 ‘아즈미’의 모습을 쏟아내 듯 보여줬더니 감독님께서 ‘아즈미’는 그렇게 강한 아이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때 알았다 ‘아즈미’는 나약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늘 한심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라고 말이다.

연출자로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나카노 : ‘아즈미’가 학교 폭력을 당하고 물감이 덕지덕지 묻혀진 교복을 입은 채 양호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신을 가장 좋아한다. 대본을 쓸 때도 관객의 입장에서 이 장면이 인상 깊길 바랐다. 이 신이 살면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촬영 당시 하나에게 압박을 많이 가했다.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이라 애착이 간다. 무엇보다 그 대목에서 ‘아즈미’가 난 왜 이렇게 나약하고 한심할까 라는 마음이 들 때쯤 마침 엄마가 등장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기가 죽은 딸을 찾아온 엄마가 대뜸 ‘무슨 색깔이 좋냐’는 대사를 던지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다. 물론 두 배우가 표현을 잘 해줬기에 그런 완성도 높은 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기사키에게 미야자와 리에는 어떤 선배였는지.
스기사키 : 영화 속에서 아무래도 미야자와 리에 선배와 함께 하는 신이 많았는데, 언제나 마주보고 있으면 긴장했었다. 신중하게 임하다 보니 더욱 그런 듯싶다. 미야자와 리에는 혼자 연기 하는 배우가 아니다. 언제나 상대를 위해 연기한다. 카메라가 내게만 향해 있는 상황에서도 반대편에서 서서 리액션을 직접 해주신다. 그런 리액션에 힘입어 더욱 연기를 잘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미야자와 선배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여전히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행복 목욕탕>을 작업한 이후 배우로서 바뀐 게 있다면.
스기사키 : 역할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감독님이 촬영 전에 미야자와 선배를 극 중 역할로 대하며 ‘엄마’라고 부르라는 제안을 하신 부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준 덕분에 촬영 시작 전부터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전 작품에서는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준비한 적이 없었는데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은 것 같아 기뻤다. 심지어 난 역할에 이입하거나 빠져 나올 때의 전환이 느린 편이었다.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몰랐는데, 감독님의 도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나카노 감독의 경우, <캡처링 대디>, <행복 목욕탕>에 이어 앞으로도 패밀리 무비를 계속 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나카노 : 다음 번에도 패밀리 무비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주 먼 미래까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건 가족이야기를 쓰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현재는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인데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재를 찾지 않을까도 싶다.
좋아하는 한국 영화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카노 :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특히 <사마리아>(2004)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로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매료돼 자꾸 찾아 보게 되더라. 확실히 다르지만 강하다는 느낌을 매번 받는다. 앞으로도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계속 보고 싶다. 한국 배우 중에서는 최민식의 연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스기사키는 앞으로 어떤 여배우로 성장해나가고 싶은가.
스기사키 : 계속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모든 작업 현장이 즐겁고 모든 작품이 마음에 들진 않을 테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이상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만 골라 하는 배우는 되기 싫다. 언제나 도전 정신을 가지고 이 작품에 참여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어떤 작품이든 참여하며 배워나가는 강인한 여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 영화로 감독과 배우 모두 일본에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감사하기도 하겠지만 마음 한 켠엔 두려운 마음은 없는지.
스기사키 : 주변의 기대가 아무리 크더라도 내 길을 갈 것 같다. 아무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저 작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말이다. 과신하지 않고 또 곧이곧대로 믿고 휩쓸리지 않으려고 한다.

나카노 : 하나와 반대다. 관객 분들이 잘하고 있다고 더욱 더 칭찬해주면 좋겠다. 난 잘한다고 해야 분발하는 타입이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각각 최근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나카노 : 인생에서 처음으로 간장게장을 먹었다. 바로 어제 한국에서 말이다. 약간의 살점을 밥에 올려 먹었을 뿐인데 정말 맛있어서 놀랐다.(웃음)

스키사키 : 나 같은 경우 육회를 먹었던 경험이 너무 행복했다. 이 또한 감독님과 어제 한국에서 함께 먹은 것이다. 일본에는 한국의 육회처럼 두껍지 않고, 또 지금은 법적으로 육회 판매가 금지돼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어제 먹고는 너무 맛있어서 잊혀지지 않는다.(웃음)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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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주)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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