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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로 남는 게 좋다 <1급기밀> 김상경
2018년 2월 2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생활의 발견>과 <살인의 추억>, 한 시기를 풍미했고 그 시기의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두 작품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배우 ‘김상경’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작품은 기억하는데 내가 그 작품에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이 많아요”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그게 좋다고 덧붙인다. ‘김상경’보다는 극 중 인물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김상경이 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 돼버린 <1급기밀>로 오랜만에 관객을 찾아왔다. <1급기밀>은 방산비리 소재를 최초로 스크린에 옮김과 동시에 내부고발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작품. 보수와 진보 손잡고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고 김상경도, 故 홍기선 감독도 확신했다고 한다. 생전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던 故 홍기선 감독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이라며 그리움을 표하는 김상경과 <1급기밀>에 관련해 나눈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한다.

<1급기밀>은 방산비리 소재를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한다.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문제임에도 지금까지 아무도 안 다뤘다는 것과 내부고발자의 어려움을 담은 점. 두 가지 측면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영화라 본다.

지난 해 정권이 바뀐 이후 정치·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자유로워졌지만, <1급기밀>은 사실 서슬? 시퍼럴 때 촬영을 시작했다. 영화 참여가 망설여졌을 것 같기도 하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전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좀 전에 말했듯 방산비리를 처음으로 영화로 제작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솔직히 박근혜 정부에서 ‘방산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었는데, 이는 이전 정부(이명박 정부)에서도 주장한 바였다. 원래는 탄핵당하기 전에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점차 밀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최근 <택시운전사>, <1987>을 비롯하여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한 혹은 사회 고발적인 성격의 영화가 꽤 많았었다. 필요한 이야기이고 마음을 두드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회성 짙은 영화에 대해 피로감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음, 개인적으로 <1급기밀>은 상업 영화라 본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예전 작품인 <화려한 휴가>(2007)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비극적 사실을 소재로 하지만 웃음이 있고 진행 흐름 등이 유사하다. 일단 신선한 소재와 대중이 공감하는 내용이기에 오락적 측면에서도 관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당시 너무 순진해서인지, 블랙리스트 등에 관해 전혀 몰랐던 상태니까, 제작 지원금 모금 펀드에 거부당하는 등 영화 진행이 잘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됐었다. <화려한 휴가>의 경우 스토리가 힘이 있고 내가 미처 몰랐던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부채감으로 참여했는데 이번 <1급기밀>도 같은 맥락이라 보면 된다.

<화려한 휴가>가 벌써 10년 전 작품이다. 지금과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랐을 거다. 당시 일부로부터 꽤 비난?을 받을 걸로 알고 있다.
하하, 뭐, 빨**. 이런 소리도 들었으니. 평소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라는 게 보수와 진보의 진영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은 확실하다. 배우는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어떻게 보면 사랑을 받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내가 임의로 그 사랑을 골라서 받을 수 없지 않나. 나와 견해가 다른 분도 나를 사랑해주는 팬일 수 있는 거니 말이다. 그런 점이 좀 애매하다. 배우란 직업의 아이러니라고 할까. 내가 그렇게 의식 있는 인물도 아니고 솔직히 속물에 가깝다! 어떤 진영을 지지한다고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투표를 성실히 하려 한다. 민주시민으로서 말이다.


일전에 <1급기밀>은 보수와 진보 함께 손잡고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개인적으론 양쪽 모두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소재 같은데 말이다. (웃음)
그 생각은 지금도 같다. 이건 진영 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 방산 비리 척결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1급기밀>은 영화를 완성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다. 그는 영화패 ‘장산곶매’ 출신으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 주셨던 분이었지만, 상업 영화로 넘어오면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은 영화 운동의 1세대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사회 고발적인 작품을 해왔기에 상업 영화임에도 그간의 작품들을 일부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나도 첫 미팅에 나름대로 긴장하고 나갔었는데 정말 편했었다. 함께 작업하면서 한 번도 사회 고발적인 심각한 얘기를 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어느 상표의 막걸리가 제일 맛있느냐가 우리 대화의 주된 주제였었다. (웃음)
감독님은 우리 영화 <1급기밀>이 보수와 진보가 손잡고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셨고, 아주 자신 있어 하셨었다! 촬영 시에도 후에 쫑파티 할 때도 말씀하시길 한 200만 관객은 보장할 수 있으시다고. (웃음) 아시다시피 감독님 전작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숫자 아닌가. 그 정도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셨던 거지.

얘기를 들어보니 홍 감독님을 향한 그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혹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
아쉬운 부분이라....다만 감독님이 마지막 후반 작업까지 하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의 영화 세계를 옆에서 지켜 봐 온 후배 감독인 이은 감독이 못 했다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말라. 물론 이은 감독님은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를 잘 살렸다. 그렇기에 영화 안에서 故 홍기선 감독님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말이다. 다만 시나리오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유머가 좀 걷어진 느낌이다. 상업적 코드가 좀 약해졌다고 할까. 그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 공감할 것 같은데 한편으론 현재 군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들 것 같기도 하다.
하하, 그런가! 오히려 군인이 많이 봤으면 한다. 이번에 영화 준비하면서 그리고 예전에 군 생활하면서 내가 접했던 군인은 대부분 나라에 충실한 이들이었다. 다만 극소수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거지. 좋은 군대, 청렴한 군대가 되고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선 문제를 드러낼 수록 좋다. 또, 비단 군대내에서가 아니라 사회 어디나 존재하는 내부고발자 문제도 그렇다. 그들이 자신 있게 고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군 생활 당시 비품 관련 기억이 있다면? 추억이 새롭겠다.
추억이라고 해야 할지....내가 군 생활한 게 상당히 오래전이긴 하지만 당시 79년 생산된 수통을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또, 지급된 내복이 땀이 하나도 흡수 안 되기도 했고.(웃음) 우리 영화가 2002년 차세대 전투기 채택 외압과 2009년 ‘김영수’ 소령 폭로를 모티브로 재구성한 건데 극 중에서도 나오지 않나. 단가가 말도 안 되게 부풀려지고 심지어 단종된 제품을 사 오기도 하는 등 말이다.

음, 아마도 진행형이 아닐까?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웃음)
그걸....내가 단언할 순 없고! 비단 우리나라만의 혹은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없다고는 못 하겠지. 그렇기에 내부자의 용감한 고백이 필요한 거고 말이다. 극 중에서 내부고발자로 찍힌 후 ‘박대익’(김상경 분)이 겪는 일련의 일들, 사병과 책상을 같이 쓰는 등의 에피소드는 전부 ‘김영수’ 소령이 당한 일로 과장 없이 반영한 거다. (김영수) 소령이 영화를 보러 오셨는데, 영화 보고 너무 좋았다고, 상기된 얼굴로 말씀하셨었다.


‘내부고발자’로서 ‘김영수’ 소령님의 마음 고생이 심했겠더라.
준비하면서 소령님을 만났는데 사실 이 영화가 제작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그 동안 몇 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고 하시면서. 그 후 이전 인터뷰 영상을 보니까, 소령님이 얼마나 마음고생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령님이 굉장히 훤칠하게 잘 생기셨다. 그런데 내부 고발하고 군 전역하면서 심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다 보니 얼굴이 많이 상하셨더라. 그러던 차에 개봉이 확정되고 시사회에 참석해서 영화를 보니 감회에 젖으셨던 거지. 그동안 겪었던 고생에 관해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니 말이다.

극 중 ‘천장군’(최무성 분)이 내부 고발하려는 ‘박대익’에게 군법이 모든 법 위에 군림한다는 의미의 말을 하곤 한다. 특히 군 내부고발자가 힘든 이유일 거 같다.
그렇지 않아도 (김영수) 소령님과 그런 얘길 했었다. 인터뷰를 처음 할 때 정말 두려웠다고 하시더라. 군인은 상부의 지시 없이 인터뷰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당시 ‘PD 수첩’에서 인터뷰한 모습을 보면 정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셨는데 모자이크 처리도 안 했더라. 인터뷰하기 전에 2년 동안 내부에서 싸웠는데 도저히 안 되니까 옷 벗을 각오하고 방송에 출연하셨다고 하셨다. (아까 잠깐 말했는데) 신기한 게 조언을 구할 때 얼굴과 자료 속 얼굴이 너무 다른 거다. 전역 후에도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고 계속 고생하셨으니 그간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셨겠나.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어떻게 ‘박대익’을 연기할지, 그의 고뇌와 갈등을 표현하는 데 참고로 했던 거 같다.

소령님이 당신에게 한 특별한 조언이 있다면.
당시 관련 사건과 에피소드, 특히 동기의 반응 등에 관해 자세히 들려주셨었다. 소령님은 해군사관학교출신의 굉장한 엘리트로 예전 사진 보면 굉장히 멋있으시다. 동기 내에서는 승승장구하셨는데 불의를 못 참는 대쪽같은 성격을 지닌 거지.

극 중 ‘박대익’의 폭로를 돕는 조력자인 탐사 보도 전문 기자 ‘정숙’(김옥빈 분)의 실제 모델이 <자백>(2016), <공범자들>(2017)을 연출한, 얼마 전 MBC 사장에 취임한 ‘최승호’ PD다.
김영수 소령님의 인터뷰가 MBC ‘PD 수첩’을 통해 방영됐었고, 그(최승호)가 당시 담당 PD이셨다. 영화 준비하면서 김옥빈은 최승호 PD를 만나고, 나는 (김수영) 소령님을 만나서 관련 이야기를 듣곤 했다. 사실 (최승호) PD님이 우리 영화 홍보할 때 도와준다고 했었는데, 사장이 되셔서 요즘 너무 바쁘시다!

이번에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 모두 색깔이 뚜렷하고 그들만의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그 역할을 대체할 만한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매력이 있다는 거 아닌가. 연기 욕심도 있고 특히, 최귀화는 센스가 아주 뛰어나더라.


이번 ‘박대익’도 그렇지만 정의롭고 반듯한 이미지가 강하다. 예전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2011) 이후 악역은 없었던 거 같다.
그런 이미지 때문인지 시사 교양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슷한 류의 섭외가 많이 들어오긴 한다. 이미지이긴한테 소명감도 부담감도 동시에 있다. 그나마 매번 소재가 바뀌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연극을 할 때부터 약간 고전적인 생각, 그러니까 어떤 배역을 맡으면 나 스스로 그가 되어 창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었다. 즉, 극 중 인물에 심하게 이입되어 푹 빠지고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들어 하는 편이다. 어떤 정도냐 하면 <생활의 발견>(2002)을 할 당시 김밥 한 줄 들고 북한산에 매일 오를 정도였다. 그래서 악역을 한다면, 예전 <악마를 보았다>(2010)를 한 후 최민식 선배가 말 한 것 처럼, 내 정신이 정말 피폐해질 것 같다. 너무 빠질까 봐 겁난다. 그래서 시나리오 고를 때 공포 장르는 아예 안 보기도 한다.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경우는 정말 스토리가 세련되면서 좋았고, 잔인하게 피를 튀기는 장면은 없지만 서늘한 절제된 잔혹감이 있었다. 함께 했던 젊은 친구들의 연기도 모두 훌륭했었고, 그들 모두 지금 잘 돼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다. 그렇게 이입이 심하다면 앞으로 ‘악역’ 김상경은 보기 어려운 건가.
현재까지는....지금 준비 중인 역할도 형사이다. 그런데 좀 성격이 달라서 보시면서 흥미로울 거다. 의아한 게 내가 작품을 자주? 안 해서인지 혹은 인상을 강하게 안 남겨서인지 몰라도 작품은 기억하는데 내가 출연한 사실을 모르는 분이 꽤 있더라.

흠, 그런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글쎄, 부정적으로 보자면 그다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그만큼 극에 녹아들었다고 할까. 그래서 극 중 인물은 떠오르더라도 ‘김상경’은 생각나지 않는 거 아닐까.

긍정적인 견해에 한 표! 정의롭고 반듯한 이미지가 있지만 반면에 아주 소심하고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오랜만에 출연한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보면서 실제 모습과 얼마나 닮았을지 궁금했었다. (웃음)
지금 언급한 드라마가 <가족끼리 왜 이래?> 일 텐데 극 중 모습이 상당히 찌질하지 않나! 약간 결벽증있고 좀 꽁한 스타일에 뒤끝도 있고. 실제 성격은 와일드한 편이고 오늘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내일이면 잊어버린다, 하하하! 예전에 영화 <생활의 발견>을 촬영한 후 모니터링하는데 찌질한 모습에 나도 놀랐었다.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다른 나를 발견한 거지. 이후 따로 모니터링을 안 했는데 너무 찌질한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고쳐서 다시 하고 싶을 거 같아서였다. 그래서 감독님이 OK 하면 믿고 가기로 한 거지. 후에 완성된 것을 보니 ‘김상경’은 없고 정말 ‘경수’만 있더라.(<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이 맡은 역할) 나는 가질 수 없는 표정을 지닌 ‘경수’ 말이다.

<생활이 발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시 홍상수 감독 작품에는 정말 감독 본인이 녹아 들어있었던 거 같다. 그걸 당신이 너무 잘 표현했고.
맞다, 요즘 작품에도 감독님을 투영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거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참 운이 좋았다.

인터뷰하다 보면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는 배우가 참 많다. 아마도 겸손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하는데....(웃음) 당신은 어떤 면에서 운이 좋았던 건가.
그런가? 생각해 봐라. <생활의 발견>과 <살인의 추억>, 우리 나라 최고의 예술 영화 그리고 상업 영화로 꼽을 수 있는 전혀 색깔이 다른 두 작품을 동시에 한 거 아닌가. 운이 좋다고 표현할 수밖에.


우문을 하자면 하고 싶은 역할이었는데 못 한 배역은 없었는지. 가령, 어떤 영화의 특정 배역이 너무 탐났었다든지 말이다.
그런 건 없다. 왜냐하면, 시나리오마다 다 임자가 있는 거라 내가 했었으면 하는 미련? 혹은 욕심 나는 배역은 없었던 거 같다. 시나리오라는 게 돌고 도는 거라 주인이 있었다면 나한테까지 안 왔겠지, 왜냐하면 내가 한 역할이라고 해서 꼭 나한테 첫 번째로 온 것도 아닐 거고 말이다. 즉 다 자기 맞춤옷이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당신은 몇 번째로 시나리오를 받는 배우라고 예상하나?
글쎄, 어려운 질문인데 확실한 건 요즘 송강호(형), 하정우 등이 제일 핫한 배우라는 거. 아마 그들이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받지 않을까.(웃음) 가장 잘 나가는 감독과 배우한테 가장 핫한 시나리오가 가게 되니 당연히 그 작품은 성공 확률이 높겠지. 그런데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다. 베테랑 배우가 신인 감독을 이끌기도 해야 하고, 또 훌륭한 감독이 신인 배우를 키우기도 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영화 시장과 영화 산업의 인재 풀이 확장되어야 하고 말이다.

꾸준하게 활동을 유지하나 많은 작품을 하진 않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살인의 추억> 이후 100편 정도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대부분이 <살인이 추억>의 아류라 할 수 있는 비슷한 스토리였다. 그래서 바로 작품을 안 하고 2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장르로 복귀했던 기억이 있다. 또, 언젠가는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하니 항상 너무 피곤하고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죄송하다, 미안하다’ 말하기 바쁘더라. 그 이후 다신 겹치기 출연을 안 하기로 결심했었다. 다행히 지금처럼 종종 작품해도 ‘B급’으로 취급받아 무시당하지 않고 나름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 가끔 나와도, 또 그 중에서 가끔 흥행해도 먹고 살 수 있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일단 내가 감동받아야 한다. 그리고 공포 영화는 단지 무섭기 때문에 꺼리는 중이다. 아까 말했듯 내가 정말 그 인물이 돼야 한다. 만약 공포 영화를 하려면 직접 귀신을 볼 정도로 말이다. 얼마나 무섭겠나! 같은 이유로 난도질하고 사람 죽이는 살인자 역할도 힘들 거 같다. 물론 연기적 도전이라 느껴지는, 욕심이 나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전혀 다른 역할에 갈증이 생길 수도 있고, 이미지 고착화에 대해 우려가 생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기에 비슷한 장르의 유사 캐릭터라도 동작이나 말투, 표정 등등 나름의 변화를 주려고 고민을 많이 한다. (아까 말했듯) 다행히? 내가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인데도 내가 출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도 많다. 나는 극 중 인물로 남고 싶지 배우 ‘김상경’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지금 말한 부분이 당신 연기의 지향점인 듯하다.
지향점이라 하면 좀 거창한데... 모든 분이 나를 영화로만 기억하면 좋겠다. 나를 만나는 사람과 즐겁게 일하고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게 내 모토다. 지금도, 오랜만에 만나는 기자와 혹은 처음 만나는 기자와 인터뷰 하는 게 재미있다. 물론 계속 얘기하다 보면 나중에 지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즐겁다.

최근 인상적인 일이나 행복한 일이 있다면.
사실 개인적인 일상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 늦둥이가 태어났고 지금 7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고를 뉴스로 접하며 아이가 건강하게 내 곁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너무 감사하게 되더라. 9살 큰 애와 늦둥이 둘째와 함께 무탈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인지 새삼 깨달은 요즘이다.

2018년 2월 2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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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올 댓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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