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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응?” 그를 꼼짝 못 하게 한 한마디 <신과함께- 인과 연> 하정우
2018년 8월 3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지난 연말 많은 사랑 받았던 <신과함께- 죄와 벌>에 이어 <신과함께- 인과 연>으로 여름 극장가를 찾아온 배우 하정우. 2016년 5월 크랭크인하여 2017년 4월 크랭크업, 11개월 동안 작업했던 영화를 마침내 떠나보낼 때가 왔다. 1부와 2부 동시 촬영과 순차적 개봉이라는 모험을 감행한 <신과함께>. 영화뿐만 아니라 하정우에게 있어서도 도전이었다. 그간 스릴러, 멜로, 코미디, 사극 등 두루 섭렵한 ‘그’지만, 판타지는 처음이었다. 허공에 대고 검을 휘두르고, 점프하고, 혼자 바닥에 원을 그리려니 뻘쭘하고 민망했고, 가끔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 그를 움직이게 한 한마디가 있다. 바로 “정우야~ 한 번만, 응?” 이다. 김용화 감독의 평소 이미지대로 하자면 조곤조곤 설명하며 배우를 설득할 것 같지만, 하정우는 김 감독은 그런 스타일 아니라며 고개 젓는다. 감독님은 여러 말 하지 않고, 딱 ‘한 번만~’ 이라고 부탁한단다. 수긍 안 됐던 연기도 딱 ‘한 번만~’ 더 하다 보니 비로소 감독님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고. 그렇게 삼차사의 리더 ‘강림’으로 거듭난 하정우를 만나, <신과함께- 인과 연>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과함께- 인과 연>(이하 2부)에서 드디어 삼차사(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간의 인연이 밝혀졌다. 2부를 본 감상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2부가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드라마와 캐릭터의 전사가 더 잘 설명돼 있었는데, 이번 완성본을 보니 기대했던 만큼 잘 나온 것 같다. <신과함께- 죄와 벌>(이하 1부)을 개봉한 후, 김용화 감독님이 자신 있게 편집 등 2부 후반 작업을 하지 않으셨나 싶다. 영화의 힘이 세진 느낌을 받았다.

작년 연말 1부 개봉을 준비하던 때 우려 반 기대 반이었을 텐데, 2부 개봉을 앞둔 지금은 아무래도 여유가 있을 것 같다.
개봉을 앞두고는 항상 긴장된다. 1부가 큰 사랑을 받았고 주위에서 잘 될 거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그게 또 불안하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 말이다. 마음 편하게 있어도 되나 싶고, 걱정과는 좀 다른 희한한 감정 상태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1부 개봉 당시 정말 긴장하고 불안했었다고.
모든 영화가 다 긴장되지만, 특히 <신과함께>는 심할 수밖에 없었다. 1부가 흥행하지 못한다면 2부는 정말 IPTV에서 만나야 하니 말이다. 당시 밥 먹으며 만약 실패하면 김병서(촬영), 하정우, 김용화 이렇게 우리 셋 떠나자고 농담했었다. (웃음)

<신과함께>가 여러 가지 화젯거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1부와 2부를 동시 제작한 점이 가장 획기적인 것 같다. 배우로서 동시 연기해 보니 어떻든가.
시리즈물은 이렇게 제작하는 게 경제적인 것 같다. 다만, <신과함께>는 반복된 공간과 세트가 있기에 가능했는데, 배경과 로케이션이 변한다면 또 모르겠다. 작품에 따라 달라질 거 같은데, 아, 이건 제작자 입장인가(웃음)

배우로서... 힘들었다고 했던 거 같은데?(웃음)
그게 1부와 2부를 합하면 4시간 반짜리 영화다. 보통 영화 한 편이 110신 정도인데 이건 200신이 넘어가니 아무래도 힘들더라. 무엇보다 같은 세트에서 천년의 시간을 넘나들고 상대역이 바뀌니 감정의 높낮이가 심하고 작품의 결에 굴곡이 많았다. 감정 잡는 게 힘들 수밖에 없었다.

1부의 ‘강림’(하정우)은 망자의 변호사로서 다소 냉철하고 프로다운 모습이었다면, 2부에서는 좀 더 인간미가 느껴진다.
1부 촬영 다 끝내고 이후 2부 촬영 들어가는, 이렇게 순차적으로 하면 좋았겠지만, 세트 중심으로 스케줄을 짜다 보니 (좀 전에 말했듯) 1부와 2부를 왔다 갔다 하며 촬영했다. 거기에 맞춰서 감정이 같이 오락가락하는 거지. 재판 장면 중 오늘은 1부의 (차)태현형이랑, 내일은 2부의 (이)정재형이랑 이렇게 촬영해서 사실 정신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제대로 연기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찍어도 되는 건지 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초반에는 감독님과 한장면 한장면 다 확인하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더라.

1부와 2부를 비교한다면. 가령, 각각의 장단점이나 특이점을 꼽는다면.
워낙 다른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 각자 맛과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시나리오가 구상돼 있었고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1부의 구성과 감정의 온도가 2부까지 이어졌다면 반복됨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 거다.

1부와 2부의 차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1부는 태현 형이 중심이었다면, 2부는 그 자리를 (마)동석 형이 채웠는데, 두 분 모두 연기에 관한 한 ‘한칼’을 가진 분이라서 내가 비교할 거리가 아니다. 또, 1부가 눈물을 쏟아내는 감정이었다면 2부는 가슴에 차오르는 먹먹한 감정이라고 할까. 어떤 감정이 어떻게 더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다만 비주얼적으로 2부가 좀 낫다 싶기도 하고....

비주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부의 경우 저승과 이승, 게다가 천년 전 과거를 오가며 진행돼서 판타지극과 현대극 그리고 사극 요소까지 담고 있다. 과거 장면이 멋있던데, 오랜만에 사극을 촬영했다.
한겨울에 강원도 속초와 평창에서 로케이션했는데, 당시 강풍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다른 말이 필요 없고 그냥 너무 추웠었다. 특히,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동생을 전투의 선봉에 세우겠다고 말하는 것을 ‘강림’이 엿듣는 장면이 있다. 그 천막 신을 촬영할 때, 솔직히 눈 뜨고 있는 게 기적이었다. 그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었다.

고생담을 좀 더....
영화 막바지에 사극 촬영을 했기에 나를 포함해 대부분 스태프와 배우들이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더 힘들게 느꼈을 수도 있다. 사극의 경우 일단 가발과 의상 등 분장만으로 힘든 게 있다. 수염 붙이는 것만 해도 상당한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말투와 행동에 제약을 걸거든. 현대극과 감정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사극은 일단 체력적으로 힘들다.

강풍 등 여러 힘든 요소 때문에 극 중 그렇게 짠한, 처연한 눈빛이 됐던 건가? 천년 전 과거의 무사 ‘강림’과 삼차사의 리더이자 망자의 변호사 ‘강림’, 동일 인물이지만, 다른 연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음, 촬영한 지 좀 오래돼서....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사극 찍을 때, 즉 천년 전 과거의 ‘강림’을 연기할 때 더 날 것처럼 있는 그대로 연기하려고 했었다. 과거에서 그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 동생에 향한 질투 등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는데, 이를 절제하기보다 드러내려 했다. 반면, 현재 ‘강림’은 많이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아마도 천년을 살면서 성숙해졌을 것이고 한편으론 감정이 많이 마모됐을 테니 말이다.

정확히 촬영이 언제 끝났고, 촬영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체력 관리가 중요했겠다.
2017년 4월에 끝났고, 11개월 정도 촬영했다. 평소 걷는 걸 좋아해서 많이 걷는데 그게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그리고 촬영장과 집을 확실히 분리해서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해서 보낸 것도 지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주 5일만 일하니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1부 당시 인터뷰할 때, 허공에 대고 혼자 액션하는 게 민망했었다고 했는데, 그건 2부도 마찬가지였겠다. 어차피 동시에 촬영한 것이니.
스포일러라서 정확히 밝히진 못하지만, 정말 창피한 장면이 있었다. 가만히 있다가 나 혼자 뛰어와서 원을 그려야 하는데, 참.... 영화 보시면 아마 ‘아, 이 장면이군’ 할 거다. 혼자 원을 그리다 보면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지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들곤 했다. 한마디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신과함께>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나를 연마시켜준 작품이다. 그래도 분장 많이 한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낫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강림’은 그나마 롱자켓에 멀쩡한 옷을 입고 있었으니 말이다.

극 중 ‘강림’(하정우)은 다른 두 차사(주지훈, 김향기)가 모르는 진실을 혼자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것도 천년 동안 말이다. ‘강림’과 유사한 경험이 있다면 연기에 도움이 됐겠다.
음, 그와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비슷한 경우가 있어서 어느 정도 공감된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진실이나 사실을 나만 알거나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세히 얘기하고 싶지만, 그러면 내가 업계에서 매장될지도 몰라서....(웃음) 이 정도만.

<신과함께>의 원작이 주호민 작가의 웹툰으로 워낙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작품이다. 영화 공개 후 원작과 비교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원작 있는 영화는 일단 힘들다. 책으로 읽고 웹툰으로 보는 것과 영화로 구현하는 것은 코드와 문법이 완전히 다르다. 원작을 먼저 본 분들은 아무래도 상상력에 한계가 있고 어떤 이미지가 형성된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원작팬을 어떻게 아우를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나도 <허삼관>(2014)을 연출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기에 잘 알고 있다. 당시 꼭 원작을 따라가는 게 정답인지 영화적으로 재해석을 하는 게 좋을지 여러 각도로 생각했었다. <허삼관>의 경우, 책의 챕터 2에 해당하는 문화 혁명 부분이 들어가야 공감과 이입이 되는데, 영화에 그 부분을 넣을 수 없었거든. 결국, 영화로 옮기면서 취사선택하여 적절히 이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빼놓지 않고 <허삼관>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당신에게 상당히 뼈아픈 작품이었던 것 같다! (웃음) <국가대표>(2009)로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작년 1부가 크게 성공했는데, 김용화 감독의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혹시 달라진 모습이 있는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때도 소고기 사주셨고, 지금도 소고기 사주신다. (웃음) 다만, 요즘은 결혼하고 아이가 있으니 집에 일찍 들어가신다. 예전에는 계속 술 마시자며 집에 안 가곤 했는데, 지금은 술도 덜 마시고, 심지어 가끔 금주를 선언하기도 한다.

김용화 감독의 작품을 보면 참 따뜻한 분일 거 같은데.
감독님이? 어떤 면에선 따뜻한 거 맞다. 그보다는 한결같은 분이다. 예전에 감독님의 <미스터 고> (2013) 개봉 후 2주 후에 내가 주연한 <더 테러 라이브>(2013)가 개봉했었다. 알다시피 <미스터 고>는 흥행하지 못하고 내 영화는 잘 됐었는데, 사실 남이 잘될 때 옆에 있어 주는 게 더 힘든 일이다. 감독님이 매우 기뻐해 줬는데,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느꼈었다. 그리고 나를 갖다 쓰라며 감독님 다음 작품에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 6개월 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웹툰 원작에 판타지인 거다. 솔직히 눈앞이 캄캄해졌었다, 그렇게 <신과함께>가 시작된 거지!

캄캄해진 이유는.
알면서! 국내 영화에서 판타지 장르가 인기 없지 않나. 진입 장벽이 높은데, 어떻게 넘을지 걱정됐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점차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라마가 강화되면서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의 경험이 녹아있는 데다 결국 진심은 통할 테니 말이다. 촬영에 들어간 후,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영화가 잘 되겠구나 싶었다. 촬영하는 동안 현장에서 뭔가 뿌듯한 감정이 드는 영화가 있는데, 지금까지 경험상 그런 영화의 결과가 좋았다.

현장에서 배우와 감독 간에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럴 때 어떻게 조율하는지. 김용화 감독은 조곤조곤 설득할 거 같은 느낌인데.
충돌이 생기면 일단 내가 대학교 후배이기에 바로 꼬랑지 내린다. 아, 아까 <국가대표> 때와 달라진 점이 없느냐고 물었지? 이번에는 그때보다 많이 얘길 들여주려고 하시더라. 그렇다고 평소에 강압적이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 말아라.

김용화 감독님 스타일이 어떻냐 하면, 이래저래 설명하며 설득하기보다는 “이걸 왜 이렇게 해?”라고 질문하면, “정우야, 한 번만 해줘, 한 번만~”(손가락으로 흉내 내며) 이렇게 부탁한다. 마치 초등학생 다루듯이 손가락까지 동원하며 “한 번만~” 하고 부탁하는데 그 한마디를 당해낼 수 없다.

‘강림’(하정우)이 꼽는 2부의 관람 포인트는.
대단한 반전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2부에는 삼차사의 천년 전 이야기가 밝혀진다. 또, 보육원 아이들과 놀 때의 ‘덕춘’(김향기)의 표정,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해준 ‘염라 언니’(이정재), ‘해원맥’(주지훈)이 ‘덕춘’(김향기)을 올려다보며 씩 웃는 장면 등 소소한 포인트가 많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살인지옥 재판 마지막 장면 촬영할 때, ‘강림’(하정우)과 ‘염라’(이정재)가 주고받는 감정이 좋았다. 평소 <도둑들>(2012), <태양은 없다>(1998) 등에서 정재형이 보여준 살짝 비틀린 연기를 좋아했는데, 이번 ‘염라대왕’을 연기하는 형(이정재)을 보며 뭔가 나이에 맞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감히 후배로서 선배를 평가하는 게 조심스러운데, 형의 연륜이 느껴졌다. 이건 <인랑>에서 (정)우성형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눈빛이 깊어졌더라.

연기자의 눈빛이 깊어진다... 당신의 눈빛은 어떤가.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번 2부에서 당신의 깊은 눈빛을 봤는데...(웃음)
나는 깊어지고 있는 중 아닐까. 만약 봤다면, 난시가 심해서 모호한 눈빛 연기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렌즈를 안 끼고 연기하거든!

‘하정우’ 하면 관객과 영화인 모두에게 신뢰받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작품 선택 시 고려 사항은.
가볍게 움직이려는 생각이다. 무슨 소리냐 하면 내 위치 - 좀 표현이 이상하지만 달리 대체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 이미지 때문에 작품 하는데 제약받고 혹은 이미지를 고려해서 작품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 자유롭게 주·조연 구분 짓지 않고, 신인 감독이나 제작자든 기존 명성을 쌓아온 분이든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싶다.

향후 활동 계획은.
김광빈 감독의 입봉작 <클로젯> 촬영에 곧 들어간다. 김광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연출 윤종빈, 2005)에서 녹음 감독을 맡았던 후배다. 당시 정말 정말 성실히 군대 가기 바로 전까지 촬영장을 지켰었다. 하반기에는 <PMC>(연출 김병우)로 인사드릴 것 같다.

많이 질문하시는 <신과함께> 후속편은 정확히 잘 모르겠고, <베를린>(연출 류승완, 2012)의 경우 후속작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한번 체크해 봐야겠다.

마지막 질문! 최근 행복한 순간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다면.
음, 딱히 기억 안 난다.


2018년 8월 3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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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홍보사 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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